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911 - Chapter 920

1099 Chapters

제911화

서현주와 강혜인은 하루 종일 리조트 안에 머물며 밖에서 광풍이 몰아치는 것을 지켜봤다. 바깥에 가지런히 서 있던 나무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꺾였고 바람에 부러진 가지들이 리조트의 통유리 창을 때리며 꽤 큰 소리를 냈으며 리조트 안에서도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만 가득했다.서현주와 강혜인은 노트북을 켜고 직원들과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고 헤드셋을 통해 직원들의 차분하고 질서 정연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리조트 밖에서 굉음이 울렸다.서현주는 몸을 돌렸고 바람이 너무 강해 바깥에 서 있던 굵은 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뽑혀 통유리 창 앞쪽으로 쓰러지며 세차게 내리꽂힌 것을 보게 됐다.그 순간 미세하지만 분명한 파열음이 들려왔다.이 리조트는 복층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로, 통유리 창이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리조트 한쪽 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만약 통유리 창이 깨진다면 거실은 남아날 수 없었고 그럴 경우 방으로 피신하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서현주와 강혜인은 바로 거실에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통유리 창에 금이 가는 것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서현주는 지체하지 않고 마이크를 켜 직원들의 말을 끊으며 침착하게 회의를 중단시켰다.강혜인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서현주는 노트북을 덮고 통유리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창문에 금이 가고 있어. 일단 방으로 가자.”강혜인 역시 유리창에 난 금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말했다.“저렇게 심각하다고?”그녀는 말하면서 짐을 챙겼고 서현주를 따라 2층 방으로 올라갔다.그들이 방 문을 열자마자 리조트 안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그다음 순간 통유리 창의 금이 더 크게 벌어지며 산사태처럼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광풍과 폭우가 한꺼번에 들이닥쳐 서현주와 강혜인의 몸을 덮쳤으며 유리는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어졌다.이어서 거대한 나무의 수관이 거실 안으로 쓰러져 들어와 소파와 스탠드 조명 같은 집기들을 모조리 눌러버려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거센 바람이
Read more

제912화

서현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런 악독한 사람이랑 같이 자도 되겠어?”강혜인은 이불을 꼭 끌어안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너를 용서했어. 나도 잘래. 자면 배고픈 걸 모르잖아.”서현주는 말문이 막혔다.원래도 휴대폰에 메시지가 많이 쌓여 있었지만 태풍이 아성시에 상륙한 뒤로 지인들이 걱정된다며 안부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고 엄진경도 여러 차례 연락을 해왔다.메시지가 너무 많아 그녀는 엄진경의 것만 답장했고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는 아직 읽지도 못했는데 마침 시간이 생겼다 싶었을 때는 이미 신호가 끊긴 뒤였다.안요한은 출장 간 뒤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를 한 번 보낸 것을 제외하면 더 이상 메시지가 없었다.서현주는 그의 일 특성상 수시로 외부와 연락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굳이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뒤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혜인이 물었다.“어디 가?”서현주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나도 배고파. 내려가서 뭐라도 찾아볼게.”강혜인은 조금 놀란 듯 몸을 일으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진짜 갈 거야?”지금 두 사람이 있는 방은 서현주가 쓰던 방이었고 서현주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비를 막을 수 있을 만한 옷을 찾으며 말했다.“그럼 어쩌겠어. 먹을 건 다 아래에 있잖아.”리조트 단지의 요리사들은 정해진 식사 시간이 되어야만 리조트로 와서 요리했고 지금 이 건물 안에는 서현주와 강혜인 둘뿐이었다.강혜인은 즉시 결단을 내리고 이불을 걷어내며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었다.“그럼 나도 같이 갈게.”그녀는 서둘러 서현주의 손에 있던 우산을 낚아채며 말했다.“우산은 내가 들게.”서현주는 외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챙겨 입어. 이따 비 엄청 맞을 거야. 분명 다 젖을 텐데 우비가 없으니까 외투 두 벌로 잘 막아야 해.”두 사람은 외투를 걸치고 우산을 펼쳤다. 방 문을 열자마자 거센 바람과 함께 거세게 내리던 비가 얼굴로 몰아쳤으며 바람 소리가
Read more

제913화

함께 따라온 또 다른 직원도 키가 컸고 앞선 직원만큼 체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거센 바람 속에서도 휘청거리지 않았다. 그는 리조트 로고가 찍힌 우비를 입은 채 모자를 쓰고 있어 서현주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날카롭고 매끄러운 턱선만 눈에 들어왔다.그 직원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서현주는 그 손을 바라보다가 문득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눈앞의 남자는 리조트 로고가 박힌 우비를 입고 있었지만 여기 직원이 아니었다.서현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요, 노트북이랑 짐 좀 가져올게요.”강혜인은 그 말을 듣고 뒤돌아보며 말했다.“아, 맞다. 그걸 잊고 있었네. 현주야, 내 것도 좀 챙겨줘.”서현주는 눈앞의 남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대충 캐리어에 넣고 강혜인의 짐과 자신의 캐리어를 함께 들고 나왔다.그 남자는 두 개의 캐리어를 한 손에 거뜬히 들고 다른 한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서현주가 손을 내밀자 그는 따뜻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고 살짝 힘을 주어 그녀를 끌어당겨 와 자연스럽게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서현주의 코가 그의 가슴에 거의 닿을 뻔했고 비 냄새와 함께 그의 미세한 숨소리가 느껴졌다.그 남자는 그녀를 부축한 채 걸음을 옮겼고 바람이 너무 거세 둘은 바짝 붙은 채 걸을 수밖에 없었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차에 오르자 서현주는 강혜인과 그 남자 사이에 앉았고 강혜인을 부축하던 직원은 조수석에 탔다.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서현주의 오른쪽에 앉은 남자는 모자를 벗었고 그제야 그녀가 예상했던 얼굴이 드러났다.강혜인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연지훈 씨?”조수석에 앉은 직원이 뒤돌아보며 설명했다.“태풍이 너무 세서 리조트 곳곳에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연 대표님께서 직접 자원봉사 하겠다고 신청하셨는데 저희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함께하게 됐습니다.”차창 밖을 보니 도로 곳곳에 장애물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리된 상태였다.강혜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Read more

제914화

오는 길 내내 차는 멈췄다 움직이기를 반복했는데 태풍에 쓸려온 나뭇가지와 온갖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위해서였다.연지훈이 직원들과 함께 내려가 정리할 때 강혜인과 서현주도 내려가려 했지만 괜히 방해만 된다며 다시 차 안에 앉혀졌다.우여곡절 끝에 차는 결국 관리센터에 도착했다. 직원들은 아직 다른 사람들을 데리러 가야 해서 입구까지만 태워 주고 바로 떠났고 연지훈도 함께 자리를 떴다.서현주와 강혜인은 캐리어를 밀며 프런트 데스크로 갔고 직원은 현재 객실이 부족해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객실 카드를 받았다.카드를 찍고 방에 들어가자 강혜인은 캐리어를 대충 한쪽에 밀어놓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프런트 데스크에서 배정해 준 방은 트윈룸이었고 서현주는 다른 침대 옆으로 가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강혜인은 그녀의 뒤에서 감탄하듯 말했다.“역시 전기, 물, 신호 다 되는 게 최고야. 이제 다시 신나게 휴대폰 할 수 있네.”서현주는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강혜인은 침대에 엎드린 채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런데 말이야, 연지훈 씨가 왜 이렇게 하는 걸까? 설마 너한테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직원들한테 전화해서 우리를 데리러 오게 하고 자기는 자원봉사까지 해서 따라온 거잖아. 느낌이 딱 오는데 이거 다 너 때문에 그런 거야.”서현주는 갈아입은 옷을 치우고 깨끗한 수건을 찾으며 말했다.“그럼 가서 직접 물어보든가.”“뭘 물어봐.”강혜인은 자신의 눈썰미가 좋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너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어. 그저께 밤부터 계속 이상했어. 연지훈 씨가 너한테 뭐라고 한 거지?”서현주는 욕실 문을 닫으며 그녀를 흘끗 쳐다봤다.“맞혀 봐.”강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닫힌 욕실 문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맞힐 것 같아, 못 맞힐 것 같아?”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강혜인은 콧방귀를 뀌고 휴대폰을 꺼내 업무 메시지에 답장
Read more

제915화

강혜인의 눈이 번쩍였다.“그럼 내 말이 맞다는 거네?”서현주는 혀를 차며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강혜인은 서현주가 예전에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과 일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기에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야, 걱정하지 마. 나 절대 연지훈 씨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의 편을 들 일도 없고. 그러니까 나한테 화내지 마.”서현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야.”강혜인은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내가 분석해 줄까?”“뭘 분석해.”“연지훈 씨가 이렇게 하는 의도를 말이야.”서현주는 머리를 닦다가 멈칫했다. 의외로 강혜인의 말에 흥미가 생긴 듯했다.“말해 봐.”강혜인은 턱을 매만지며 눈을 가늘게 떴다.“일단 유이영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잖아. 연지훈 씨는 아내를 잃었고. 그러면 당연히 허전해질 수밖에 없어. 그 허전함을 좀 달래고 싶은 거지.”서현주는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아니, 내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봐.”강혜인은 진지했다.“슬픔에 잠겨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 생각도 나고, 그러다가 예전의 일을 후회하게 됐겠지. 왜 그때 자기가 그렇게 굴었을까 하고. 이제 아내도 없겠다, 자유로워졌겠다, 거기다 외롭기까지 하니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야.”“중요한 건 뭐냐면 예전에도 연지훈 씨는 유이영이랑 너 사이에서 계속 흔들렸잖아. 한쪽은 첫사랑 같은 존재였고 한쪽은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이었지. 첫사랑이 사라지면 대부분 경우 남자의 옆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 예전에 연지훈 씨는 유이영이 없을 때 너를 찾아왔다가 유이영이 돌아오면 다시 떠났잖아.”“지금도 똑같아. 첫사랑이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 남은 건 너뿐이니까 연지훈 씨는 다시 너를 찾는 거야.”강혜인은 이렇게 단정 지었다.“요약하자면 외로운 남자가 자기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첫사랑의 대체자를 찾는 거지.”서현주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가 수건을 쥔 채 아무 말도 하
Read more

제916화

서현주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혜인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너 요즘 막장 보냐. 이제 그만 봐. 지능에 좀 영향이 있는 것 같아.”그 말에 강혜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분한 기색이 가득한 채 엄숙하게 말했다.“나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너 설마 안 믿는 건 아니지?”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연지훈 씨는 내 첫사랑이 아니고 난 지금 만나는 사람한테 미안할 짓 안 해. 전부 네 추측일 뿐이야.”강혜인은 믿지 않는 눈치였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두고 봐.”서현주는 머리를 다 닦고 드라이기를 들어 말리기 시작했다.그때 강혜인이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너 연지훈 씨랑 언제 밥 먹기로 했어?”서현주는 멈칫하다가 차 안에서 자신이 연지훈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던 걸 떠올렸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연지훈 씨가 정하기로 했어.”강혜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이 식사 자리가 절대 단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지만 서현주가 그녀의 ‘첫사랑 이론’을 완강하게 부정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알겠어, 알겠어. 그럼 나 씻고 올게. 이따가 내려가서 저녁 먹자. 나 진짜 너무 배고파.”서현주와 강혜인이 들어간 레스토랑에도 역시 유리창이 있었고 밖을 내다보면 아직도 다른 리조트에 있는 사람들을 옮겨 오고 있는 직원들이 보였다.아래에서 우비를 입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키가 크고 반듯해 보이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연지훈이었다.연지훈은 자기가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고 자원봉사 하겠다고 말한 이상 끝까지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 여전히 현장에서 뛰고 있었다.강혜인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아, 진짜 방심했네. 아성시의 교통은 언제쯤 정상화되는 거야? 회사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인데.”서현주가 말했다.“태풍의 경로를 보면 아마 내일에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수
Read more

제917화

서현주는 칫솔을 입에 문 채 입안 가득 거품을 머금고 거울 속 강혜인이 들고 있는 보조배터리를 바라봤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거품을 뱉은 뒤 입을 헹구며 말했다.“리조트 직원이 가져다준 거야.”강혜인은 추측했다.“어제 내가 가서 물어봤었잖아. 그래서 우리가 보조배터리 필요하다는 걸 기억해 둔 모양이네. 여기 서비스 진짜 잘한다.”서현주는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 속 자신의 또렷한 검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안에서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담담히 말했다.“그러게, 참 세심하네.”하룻밤이 지나자 관리센터의 전력 시설은 이미 복구되었고 전기가 다시 들어와 보조배터리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서현주는 보조배터리를 반납하러 프런트 데스크에 갔다. 직원은 보조배터리를 받으며 서현주를 몇 번이나 힐끗거렸다. 그녀의 단정하고 눈에 띄는 얼굴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는 듯했다.“어젯밤에 친구분께서 보조배터리를 못 받으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다른 분 걸 빌리신 건가요?”서현주는 멈칫하다가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직원은 속으로 생각했다.‘저게 무슨 말이지?’그러나 직원은 더 깊이 따지지 않았다. 보조배터리에 리조트 단지의 로고가 붙어 있으니 반납 처리를 마친 뒤 서현주를 돌려보냈다.강혜인이 식당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어 서현주는 방으로 올라가지 않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고 있었다.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고 곁눈질로 안에 몇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지만 서현주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가 문을 마주 보고 섰다.버튼을 흘끗 보니 이미 식당 층이 눌려 있어 더 손댈 필요는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신호가 잡히지 않아 서현주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벽면은 반들반들 윤이 나 거울은 아니었지만 대충 비칠 정도는 됐다. 서현주가 고개를 들자 바로 옆에 서 있는 연지훈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멈칫하며 말했다.“좋은 아침이에요.”연
Read more

제918화

서현주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귀찮아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너 혼자 다녀와. 난 그냥 누워 있고 싶어.”강혜인은 굳이 더 권하지 않았다.“그래, 그럼 나 혼자 갔다 올게.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다시 돌아올 거야. 혹시 내가 시간 잊으면 네가 5층으로 찾아와.”서현주는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고개만 끄덕였다.“알았어.”강혜인은 휴대폰을 챙기고 문 쪽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았다가 문득 멈추더니 돌아서서 말했다.“현주야, 너 오늘 연지훈 씨 봤지?”서현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말해봐, 또 무슨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거야.”강혜인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못마땅해했다.“말 좀 예쁘게 해. 인신공격하지 말고.”서현주는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인 걸 어떡해.”강혜인은 다시 걸어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봤다.“너 요 며칠 계속 기운 없는 거 다 연지훈 씨 때문이잖아. 오늘도 상태 안 좋은 걸 보니 또 연지훈 씨 때문이겠지.”서현주는 어이없어하다가 말했다.“그 에너지를 차라리 일할 때나 놀러 다니는 데 쓰는 게 어때. 괜한 추측으로 사람 놀라게 하지 말고.”강혜인은 코웃음을 쳤다.“말 돌리지 마. 네가 숨겨도 소용없어. 서현주, 내가 모를 줄 알아?”서현주가 물었다.“뭘 안다는 거야?”강혜인이 말했다.“그 보조배터리, 리조트 직원이 가져다준 거 아니지?”서현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혜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거 연지훈 씨가 가져다준 거지?”강혜인은 그녀를 몰아붙였다.“맞지?”서현주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이건 굳이 거짓말할 일도 아니었고 숨길 만큼 떳떳하지 못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말했다.“어떻게 알았어?”강혜인은 크게 ‘하’ 하고 지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내가 식당에 갈 때 물어봤거든. 어젯밤에 다들 보조배터리가 필요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못 받았대. 그런데 직원이 아무 이유 없
Read more

제919화

한참 지나서야 서현주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슬리퍼를 신었다. 이불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는 너무 추워 다 정리한 캐리어를 열어 후드 집업 하나를 꺼내 걸쳤다.서현주는 휴대폰과 객실 카드를 들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잠시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다가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보건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서현주는 생각을 정리한 끝에 우선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서현주는 자신의 체온이 몇 도까지 오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흐릿해 걷는 내내 벽을 짚지 않으면 안 됐고 몇 걸음만 옮겨도 숨을 몇 번씩 몰아쉬어야 할 만큼 숨이 찼다.그녀는 숨이 내쉬어지는데 들이마시기가 버거운 상태라 몹시 괴로웠고 차라리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잠들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서현주는 벽에 몸을 기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도착하자 벽을 짚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의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했는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들이 흠칫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아가씨, 도와드릴까요?”서현주는 모르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그러다 문득 물었다.“혹시 보건실이 어디인지 아세요?”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네요. 찾아드릴까요?”서현주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감사합니다.”엘리베이터는 한참 내려가다 멈췄고 서현주는 나가려다가 여기가 프런트 데스크가 있는 층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제야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탄 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어쩔 수 없이 서현주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프런트 데스크가 있는 층을 눌렀다.프런트 데스크에서 보건실 위치를 안내받은 뒤 서현주는 다시 벽에 기대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고 직원이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정중히 거절했다.서현주는 벽에 몸을 기댄 채 엘리베이터 층수가 점점 멀어지는 걸 보고 아직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골랐다.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지
Read more

제920화

이불 속에 얼굴을 묻은 서현주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연 대표님, 감사합니다.”강혜인은 이것저것 캐묻고 싶었지만 서현주가 고열로 당장 쉬어야 하는 상태였기에 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연지훈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현주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은 저한테 주세요. 제가 옆에서 잘 챙길게요.”연지훈은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은 서현주의 보송보송한 뒷머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약 봉투를 강혜인에게 건네며 말했다.“복용법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봐요.”강혜인은 약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연 대표님은 일 보러 가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연지훈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듣기 좋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현주가 깨면 열이 내렸든 안 내렸든 꼭 문자 줘요.”강혜인은 연지훈의 눈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알겠다고 대답했다.연지훈은 돌아서서 나갔고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강혜인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몇 번 깜빡였고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서현주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캐묻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가 아파 푹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지 않았고 다른 곳에 가 놀 생각도 접었다.서현주는 금세 잠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고른 숨소리만 들렸다.시간이 오후 세 시가 거의 됐지만 서현주는 여전히 깨지 않았고 비행기 출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강혜인은 결국 뺨이 붉게 달아오른 서현주를 깨웠다.“현주야, 현주야, 일어나.”강혜인은 목소리를 낮추고 협박하듯 말했다.“늦으면 안 돼. 이러다 고객 도망간다...”정신이 몽롱한 서현주는 눈을 떠 강혜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몸이 몹시 무거웠고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숨소리가 거칠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숨결이 뜨거운 걸 보아 분명 체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머리가 어지러운 서현주는 한참 지나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겨우 인식했다.“아직도 열이 안 내린 건가.”강혜인은 손을 들어 서현주의
Read more
PREV
1
...
9091929394
...
1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