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1094 챕터

제921화

연지훈은 손을 거두었고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열이 안 내렸어.”서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아까 약 먹었어요.”연지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서현주는 이어서 말했다.“데려다주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끼리 갈 수 있어요.”하지만 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강혜인의 손에서 두 사람의 캐리어를 가져갔다.“지금 공항 가는 사람이 많아서 택시가 거의 없어. 비행기를 제시간에 타려면 내 차를 타야 해. 너희 회사 직원들은 이미 따로 사람을 붙여 공항으로 보냈어.”그리고 덧붙였다.“가자. 나도 마침 공항에 갈 참이었으니까.”서현주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연지훈이 캐리어를 끌고 앞장섰고 손이 빈 강혜인은 서현주를 부축하며 뒤따라갔다.강혜인은 서현주에게 귓속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대상’이 바로 앞에 있는 상황이라 들킬까 봐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리조트 로비에 도착하자 연지훈의 말대로 출입문 앞에 캐리어를 끌고 서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다들 차를 기다리는 듯했다.연지훈은 서현주와 강혜인을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고 마침 소형 세단 한 대가 다가와 세 사람 앞에 멈춰 섰다.뒤에서 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기사가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는 것을 보고는 잠잠해졌다.연지훈은 서현주를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서현주는 감사 인사를 한 뒤 몸을 숙여 차에 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서 대표님.”서현주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다급한 표정의 여자를 보고 서현주는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 냈다. 어느 회사 마케팅본부의 본부장이었다.서현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여자가 물었다.“서 대표님은 어디로 가세요?”“국제공항이요.”여자는 빠르게 말했다.“보니까 기사님까지 해서 네 분이시네요. 좌석은 다섯 개인 것 같은데 저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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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서현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연지훈이 또다시 이상한 소리를 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설명했다.“오해하신 것 같아요. 연 대표님이랑 저는 그냥 지인 사이예요.”그 말에 여자의 표정이 굳어졌고 분위기는 더 어색해졌다.“아... 그래요?”분명 그날 호숫가에서 그녀는 보고 들은 게 있었고 이런저런 소문도 귀에 들어왔던 터였다.여자는 미안해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착각했네요.”서현주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습니다.”차 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여자는 더 이상 말실수하지 않으려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베개 삼아 차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차가 달리는 동안 미세한 진동이 계속됐고 그 탓에 서현주의 머리도 차창에 자꾸 부딪혔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뒤로 기대 좌석에 눕다시피 하더니 고개를 기울여 강혜인의 어깨에 기댔다. 강혜인은 움직이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한 번 내려다봤다.서현주는 갑자기 뜨거운 시선을 느꼈지만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잠을 이어 갔다.삼십 분쯤 지나 차는 공항 입구에 멈췄고 일행은 차에서 내려 각자의 짐을 챙겼다.서현주가 캐리어를 잡은 지 몇 분도 안 돼 연지훈이 그것을 가로채듯 가져갔다.여자는 자신의 여행 가방을 들고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개찰구로 빠르게 달려갔다.연지훈은 서현주를 내려다보며 물었다.“VIP 라운지에 갈 거야?”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VIP 라운지에서 쉬는 수밖에 없었다. 연지훈은 세 사람의 캐리어를 밀며 규칙적인 걸음으로 앞장섰다.강혜인은 서현주의 팔을 붙잡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서현주는 공항 밖에서 바람을 맞자 머리가 한결 맑아졌고 외투를 여미며 강혜인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그녀도 연지훈을 거절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연지훈이 그녀에게 거절할 틈을 단 한 번이라도 준 적이 있었던가.VIP 라운지에 도착하자 서현주는 소파 팔걸이를 붙잡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는데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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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강혜인은 일부러 ‘다른 남자’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고 미소를 띠며 연지훈을 바라봤다.“연 대표님, 제 말이 맞죠?”그렇게 말하며 강혜인은 안요한이 자기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체면을 대신 지켜냈으니 말이다.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연지훈을 똑바로 바라봤다.연지훈은 강혜인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전 별로 신경 안 씁니다.”그 말에 강혜인의 머릿속이 멈춰버렸다.‘시... 신경 안 쓴다는 게 무슨 뜻이지?’그녀가 미처 따져 묻기도 전에 연지훈은 서현주의 오른쪽 자리에 앉았고 서현주의 몸에 가려져 그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강혜인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서현주의 팔을 꽉 잡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안요한 씨, 당장 귀국해요!’연지훈은 그냥 온 게 아니었다. 그의 기세가 너무 흉흉했다.서현주는 팔이 아파 얼굴을 찌푸리며 강혜인의 손을 떼어냈다.“내 팔 말고 네 팔이나 잡아.”강혜인은 얼른 연지훈 쪽을 힐끗 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현주야, 정신 똑바로 차려!”서현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응.”강혜인은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서현주의 귀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연지훈 씨 말이야, 선 넘었어!”연지훈은 서현주에게 남자 친구가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자신이 서현주의 ‘불륜남’이 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는 체면도 안 차리는 것이다.서현주는 강혜인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저 사람이 신경 안 쓰는 건 저 사람 사정이고, 나는 신경 써.”그러나 강혜인은 여전히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고 괜히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녀는 속으로 ‘시간아, 제발 더 빨리 가’라고 빌었다. 연지훈은 하경시로, 그녀와 서현주는 경연시로 가 갈라지기만 하면 되었다.십여 분 뒤, 공항 방송에서 탑승 안내가 흘러나왔다. 강혜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자신과 서현주의 짐을 챙겼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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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서현주의 기사는 이미 공항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강혜인은 두 사람의 캐리어를 밀어 기사 앞에 세워 두었다.서현주는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는데 세 시간 반 정도 비행기에서 자고 난 덕분인지 열은 조금 내린 듯했지만 정신은 여전히 멍했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연지훈에게 말했다.“여기까지만 데려다주셔도 돼요. 저는 집으로 갈 건데 연 대표님은 어떻게 가세요? 필요하시면 태워 드릴까요?”연지훈은 대답 대신 다가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얹었다가 곧 내려놓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내 기사도 곧 올 거야. 넌 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도 열이 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해.”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럼 먼저 갈게요.”강혜인이 대신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서현주는 차에 올라타며 연지훈을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비행기에서 내내 잔 탓에 서현주는 차 안에서 전혀 졸리지 않았지만 기운이 없어 피곤한 몸을 시트에 기대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어느새 거의 밤이 되었고 밖은 어둑어둑해졌다. 경연시의 밤은 늘 그렇듯 네온사인이 화려했다. 불빛이 가득한 거리 위에서 차들이 끊임없이 오갔다.강혜인은 먼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어 보고는 손을 거두며 말했다.“아까보다는 덜 뜨거운 것 같아.”서현주는 목을 움츠리며 얼굴을 외투 속으로 파묻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강혜인은 이것저것 묻기가 마음에 걸렸다.“십여 분만 더 가면 도착하니까 조금만 더 버텨.”집에 도착하자 강혜인은 서현주를 부축해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거실 소파에 앉아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엄진경은 문 여는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엄진경은 서현주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그녀는 급히 다가와 반대편에서 서현주의 몸을 받쳐 주었다.강혜인이 말했다.“열이 나요. 현주 방에 들어가서 좀 자게 두세요. 방금 차 안에서 갑자기 다시 열이 오르더라고요.”엄진경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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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목이 너무 말라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컵을 집어 들고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차가운 물이 들어가자 멍했던 머리가 잠시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몸은 여전히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침대 가장자리로 천천히 옮겨 앉자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졌다.서현주는 한참 동안 그대로 앉아 있다가 잠시 후 협탁을 짚고 겨우 일어났다. 그녀는 벽을 더듬어가며 힘겹게 욕실 앞까지 이동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이를 닦고 세수했다.그러나 모든 걸 마치자 어지럼증이 더 심해져 그녀는 다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서현주는 자기 이마를 만져 보았는데 역시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협탁을 짚고 다시 일어나 휴대폰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서현주의 손이 닿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뜻밖에도 안요한이었다.그와 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터라 서현주는 잠시 멍해졌지만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댔다.수화기 너머로 안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주야.”늘 그렇듯 장난기 섞인 말투였다.서현주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안요한은 웃으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며칠이나 연락 못 했는데 내 생각 안 났어?”서현주는 입을 벌렸지만 왠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두 번의 인생을 통틀어 처음 해보는 연애였고 원래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아마 고열로 정신이 몽롱해진 탓에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망설이던 그녀의 몸속에서 어떤 충동이 일었다.서현주의 반응을 한참 기다리던 안요한은 어렵게 시간을 내 전화를 걸었던 설렘이 조금씩 가라앉는 걸 느꼈다.그들은 막 사귀기 시작한 사이였고 서현주의 마음이 자신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안요한은 조금 씁쓸했지만 서현주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먼저 말했다.“아니야, 됐어...”“생각했어요.”휴대폰 너머로 아주 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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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서현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핸드폰을 손에 든 채 그녀는 엄진경을 부르러 갔다.전화기 너머에서 엄진경이 허둥지둥 서현주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소리를 듣고서야 안요한은 다소 안심이 되었다.“이만 끊을게.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푹 쉬어. 약도 제때 먹고 급하게 일하려고 하지 말고. 몸이 제일 중요하니까.”서현주는 엄진경에게 끌려 걸어가면서 엄진경이 머리 위로 던져진 외투를 받았다.“옷 잘 챙겨입고 나가.”그녀는 전화기 너머의 안요한한테 말했다.“알았어요.”아픈 탓이었을까... 안요한의 목소리는 매우 낮고 부드러웠다.“끊어.”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서현주는 소리를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이 지금 통화 중이라는 깜빡한 것 같았다.얼마 후, 뒤늦게 전화가 끊겼다.병원에 도치하자마자 엄진경은 그녀를 앉혀 놓고는 바쁘게 움직이며 진료 예약을 했다.그 순간, 서현주는 연지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연 대표님.”연지훈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아직도 열 나?”서현주는 멀리서 줄 서 있는 엄진경의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병원에 왔어요.”연지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느 병원이야?”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상황에서도 그녀는 핸드폰 너머에 있는 이 남자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와 거리를 두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엄마가 같이 왔어요. 걱정하지 말아요.”연지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화인 병원이야? 네가 사는 곳에서 거기가 제일 가깝잖아.”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연지훈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문득 그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오지 말아요. 나 괜찮아요.”연지훈은 갑자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서현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고 뼛속까지 배인 그의 독단성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연지훈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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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서현주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왜 여기에 있어요?”연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체온계를 들어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댔다.‘삑' 소리와 함께 체온계에 표시된 숫자를 확인했다.“38.2도. 좀 떨어졌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엄진경을 찾았다. 연지훈은 그제야 느릿느릿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내가 오면 안 돼?”서현주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여긴 병원이니까 오고 싶으면 오는 거죠.”그 순간, 서현주의 시선에 비닐봉지를 들고 서둘러 걸어오는 엄진경의 모습이 들어왔다.“아침 먹자.”다가오며 연지훈을 발견한 엄진경은 흠칫했다. 여전히 예전처럼 연지훈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이 느껴졌다.“여긴 어쩐 일이야?”엄진경은 약간 경계하는 듯하며 천천히 서현주의 왼쪽 자리에 앉았다.“아주머니, 현주 보러 왔습니다.”‘아주머니'라는 소리에 서현주와 엄진경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서현주는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못했다.한편, 엄진경은 연지훈을 쳐다보고는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이럴 필요까지 없는데.”서현주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엄마, 나 배고파요. 아침 먹을래요.”엄진경은 그제야 연지훈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녀는 비닐봉지를 열어 두유 한 팩을 꺼내 서현주에게 건네주고 만두도 몇 개 건네주었다.서현주는 조용히 아침을 먹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지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고는 시선을 거두며 핸드폰을 꺼냈다.세 사람은 또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연지훈을 의식하고 있던 엄진경은 말이 없었고 서현주는 연지훈을 상대하기 싫어서 말없이 아침만 먹었다.연지훈 역시 서현주와 엄진경이 아침을 먹는 동안 예의 바르게 방해하지 않았다.서현주가 아침을 다 먹었을 때,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연지훈은 그녀의 링거를 보고 있었다.그가 눈을 내리깔며 서현주를 쳐다보았다.“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어.”서현주는 연지훈이 빨리 가주길 바랐지만 그런 마음을 절대 표정에 드러내서는 안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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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그러나 오로지 고마움뿐이었고 그 이상의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서현주는 더 이상 연지훈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연지훈의 관심과 다정한 행동들은 그녀 마음속에서 조금도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다.마음속에 연지훈이 있던 자리를 이제 안요한에게 주었고 다시 예전처럼 될 가능성은 없었다.“네가 분명히 알고 있으니 다행히다.”입가를 살짝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짓던 서현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을 다 먹고 난 뒤, 서현주는 다시 잠이 쏟아졌고 두꺼운 외투를 덮어쓰고 고개를 수그린 채 다시 잠들어 버렸다.잠에서 깨어나자 목이 너무 뻐근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찡그리며 목을 주물렀다.“깼어?”엄진경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고 서현주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링거 조금 남았어. 체온 체크해 보자.”서현주는 얼굴을 내밀었고 엄진경은 체온기를 들고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체온기에 표시된 온도를 보고 엄진경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37.4도까지 떨어졌네.”서현주도 머리가 그리 어지럽지 않은 것을 느꼈고 기운도 조금 생긴 것 같고 아침처럼 맥이 빠진 것 같지 않았다.그때, 엄진경이 조용히 그녀에게 물었다.“화장실 갈래? 엄마가 부축해 줄게.”서현주는 고개를 저었다. 링거를 쳐다보니 5분의 1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이거 다 맞고 가면 돼요.”말하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문자를 확인했다.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녀는 강혜인에게 오늘 회사에 못 갈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고 강혜인은 이해한다며 편히 쉬라고 했다.서현주는 카카오톡을 열고 안에 있는 문자를 확인해 보려 했다.안요한과의 채팅창은 제일 위에 고정되어 있었고 클릭하자 안요한이 보낸 몇 통의 문자를 볼 수 있었다.조금 전까지 자꾸만 잠이 쏟아져서 핸드폰을 보기 싫었던 터라 안요한이 보낸 문자를 눈치채지 못했다.[병원 도착했어?][의사는 뭐라고 해?]약 30분 후, 그가 또다시 문자를 보내왔다.[잠들었어?][편히 쉬어. 답장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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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남자는 혀를 차며 말했다.“네 이런 모습 처음 봐. 두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니...”남자는 안요한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네가 이렇게 정이 많은 놈이라는 걸.”안요한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자는 안요한의 여자 친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했다.“여자 친구에 대해 얘기 좀 해봐. 한 번도 네 입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 예쁘냐?”안요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예쁘든 안 예쁘든 난 다 좋아.”그는 누군가가 서현주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이 싫었고 그것은 일종의 실례라고 생각했다.남자도 안요한의 그런 마음을 꿰뚫어 본 듯 목소리를 높였다.“오~ 진짜 많이 좋아하나 보네. 한마디도 못 물어봐? 그렇게 꼭꼭 감추고 싶어?”안요한은 가볍게 웃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그것은 암묵적인 동의였다.남자도 눈치가 빠르게 더 이상 안요한의 여자 친구에 대해 묻지 않았다.그 순간,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키가 크고 예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높게 묶은 포니테일에 카키색 트렌치코트와 스키니 진, 흰색 타이트한 니트에 갈색 부츠를 신고 있었다.당당하고 멋진 여자였다.여자의 눈길이 문 옆을 스치더니 안요한을 보자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키 크고 날씬한 몸매의 여자를 감상하고 있던 남자는 여자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지나 안요한의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불만스럽게 소리쳤다.“유슬아, 난 안 보이냐? 난 진짜 안 보여?”유슬아는 안요한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를 흘끔 쳐다보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일부러 놀란 척했다.“와, 이준호. 너도 있었구나. 미안, 못 봤어.”유슬아가 연기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준호는 피식 웃었다.“됐다. 마음이 너그러운 내가 참아야지.”그는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네 마음속에는 오직 안요한만 가득 차 있으니까.”표정이 살짝 어색해진 유슬아는 이내 턱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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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이준호는 천천히 안요한을 풀어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차근차근 얘기해. 서로 잘 얘기해 봐.”안요한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힐끔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유슬아는 반드시 안요한에게서 그 여자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안요한은 그녀가 몇 년째 지켜본 남자였다. 비록 사랑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와 별다른 진전이 없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언젠가는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길 줄은 몰랐다.게다가 안요한이 먼저 고백했다니...그녀는 안요한의 여자 친구에게 적대시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하거나 그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단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졌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유슬아는 안요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얘기해 줄 수 있어?”지난 몇 년 동안, 그녀는 그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당당한 일이고 지더라도 당당하고 명확하게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안요한은 고개를 들어 유슬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지난번 그녀를 바라볼 때와 다름없이 따뜻함이나 친근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거리감과 예의만이 담겨 있었다.“아주 좋은 여자야."유슬아는 끝까지 파헤치려 했다.“얼마나 좋은데?”안요한이 막 입을 열려던 참에 핸드폰에서 딩동 하는 소리가 났다.카카오톡 알림 소리였다.그의 앞에 가까이 서 있었던 유슬아는 문자가 도착했을 때, 안요한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가에는 그녀가 본 적이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그녀는 안요한이 핸드폰을 들고 급히 잠금 화면을 밀어 문자를 확인하는 것을 보았다.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고 예쁜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며 문자에 답장했다.옆에 있던 이준호가 친절하게 설명했다.“핸드폰 사용을 신청한 거야. 여자 친구가 좀 아프대. 계속 여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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