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094 챕터

제931화

서현주는 불을 켜고 엄진경의 침대 옆에 서서 몸을 굽힌 채 깔끔하게 정리된 베개에서 엄진경의 머리카락을 찾았다.사실 찾기는 아주 쉬웠다. 엄진경은 긴 머리에 가장 좋아하는 진한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였다. 서현주는 구석에 있는 진한 갈색 머리카락을 잡아 살며시 뽑아냈다.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머리카락이 모근을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 투명 봉지에 넣었다.머리카락을 챙긴 후, 서현주는 엄진경의 방을 몰래 빠져나왔고 그 모습을 엄진경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여행 가방에서 다트를 꺼냈고 카드를 사용해 위에 묻어 있는 혈액을 긁어내어 조심스럽게 또 다른 투명 봉지에 담았다.두 개의 봉지를 겹쳐 잘 보관해 둔 후, 비서에게 문자를 보내 오후에 물건을 가져가도록 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서현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진경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남아현이 정말 유이영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엄진경에게 의미 없는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남아현이 정말 유이영이라면 결과를 받는 그때 엄진경에게 말해줄 생각이다.서현주가 유이영을 찾으려는 이유는 단지 유이영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만약 남아현이 정말 유이영이라면 뒤에 숨어 도망치기보다는 나와서 법을 어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날 오후, 비서가 물건을 가지러 왔다.서현주의 열은 이미 완전히 내렸다.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그녀는 물건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가 비서에게 물건을 건네주었다.“결과는 가능한 한 빨리 나왔으면 해."서현주는 결과가 정말 자신이 생각한 대로라면 남아현이 다시 도망칠까 봐 걱정되었다.그날 그녀는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그동안 연지훈이 문자를 보내왔고 몸 상태에 대해 물었다.서현주는 짧게 대답했다.[괜찮아요.]연지훈은 더 이상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저녁을 먹은 후, 엄진경이 그녀의 방으로 찾아왔다.“현주야, 할 말이 있어.”서현주는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다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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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서현주는 자신이 엄진경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늘 남의 경고를 무시하는 엄진경은 스스로 벽에 부딪혀 피를 흘려야만 비로소 깨닫는 사람이었다.엄진경은 여전히 그녀에게 애원하고 있었다.“괜찮겠어?”눈을 내리깔던 엄진경은 약간 긴장되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넌 유씨 가문의 딸이야. 하지만 날 따라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하며 살았어. 이젠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 적어도 그 사람들이라면 네 사업에 도움이 될 거 아니야. 유씨 가문은 명문 가문이고... 네가 돌아간다면...”서현주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럼 갔다 와요.”엄진경은 눈빛을 반짝이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들을 만나러 가는 걸 허락한 거야?”서현주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어떻게 그들을 만나러 갈 건데요?”흥분한 나머지 엄진경은 자세히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예전처럼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게 되면 말해줄 거야. 전에는 그들과 모르는 사이였으니까 날 안 믿는 게 당연하지. 여러 번 말하다 보면 믿게 되겠지.”서현주는 곧바로 거절했다.“안 돼요.”엄진경의 얼굴에 맺힌 미소가 굳어졌다.“왜? 왜 또 안 된다는 거야?”서현주는 전생의 일이 생각났다.유이영이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웠을 테고 유태준과 백미경이 분명히 뒤에서 도왔을 것이다. 그것만 봐도 두 사람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엄진경이 그렇게 그들을 만나러 갔다가 엄진경이 유태준과 백미경의 분노를 사서 상처를 입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가야죠.”엄진경은 그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적절한 시간과 장소? 내가 말한 방법이 나쁜 것 같지 않은데.”“무턱대고 찾아갔다가 그들이 사람을 불러 엄마를 쫓아내면요? 무턱대고 찾아간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몇 번을 찾아갈 생각이에요?”“하긴..”“그들은 엄마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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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서현주가 시간을 끈 것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남아현이 바로 유이영이라면 그녀와 유씨 가문의 관계는 끊어도 끊어지지 않는 복잡한 관계가 될 테니 미리 준비하고 싶었다.쉽게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몇 년이 지나도 서현주는 그날 아침의 일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아침 7시 30분,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아침 8시 10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약을 먹었다.아침 8시 15분, 회사로 가는 차 안에서 서류 몇 개를 처리했다.아침 8시 30분,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 직원들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오전 내내, 두 차례 간단한 회의를 진행했고 자율주행 프로젝트 입찰 관련 회의를 열고 기획안의 기본 방향을 정했다.11시 30분이 되어서야 비서가 문자를 보내왔다.남아현과 엄진경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비서가 보내온 파일을 연 뒤, 서현주는 앞부분의 긴 설명을 건너뛰고 맨 마지막 결론 부분을 확인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두 사람 사이에 친족 관계가 성립되며 이모와 조카 관계임을...]타악.서현주의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사무실 책상에 떨어졌다.그녀의 손은 허공에서 굳어버렸고 그녀는 사무실 바닥의 어두운색 카펫을 응시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서현주는 천천히 눈을 감고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과 미간을 가렸다.남아현이 바로 유이영이었다. 그 뜻은 유이영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유이영은 황태민의 딸을 구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로 인해 응급실로 실려 갔으며 중상을 입어 결국 목숨을 잃게 되었고 그 후, 빠르게 장례가 치러졌다. 그녀는 유이영의 시체조차 보지 못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점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왜 하필 황태민의 딸이었을까? 왜 하필 경찰이 그녀를 체포하러 갔을 때 사고가 났을까?’‘유이영을 깊이 사랑했던 연지훈은 왜 조금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기색 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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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그날 서현주는 엄진경을 미행하다가 유이영이 유태준과 백미경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았다. 유이영 역시 자신의 부모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자선 파티는 유이영이 유태준과 백미경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서현주는 자선 파티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매번 기부금을 전해주었다.이번에는...자선 파티는 내일모레 저녁에 열릴 예정이었다.그녀는 전화를 걸어 비서를 불러들였고 그 부자에게 자신이 꼭 참석하겠다고 전하라고 지시했다.퇴근 후, 서현주는 홍인수의 집을 찾아갔다.홍인수는 그녀에게 친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녀는 유이영을 찾아냈지만 그때만 해도 유이영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하였다.홍인수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서현주는 솔직하게 말하면 그의 건강이 악화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말하지 않고 이 일을 묵혀두기로 했다.이제는 남아현이 바로 유이영임이 확인했고 그녀는 홍인수에게 미리 귀띔해 줄 생각이다.한 시간 넘게 운전해 도착했을 때는 거의 9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이었다.홍서윤은 그녀의 전화를 미리 받고 제시간에 맞춰 별장 대문을 열어주었다.“찾았어?”서현주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서윤이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홍서윤을 바라보았고 홍서윤의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다.홍서윤도 자신이 지나치게 긴장한 것을 알아차리고 숨을 내쉬며 웃었다.“미안, 조바심이 나서 말이야.”서현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두 사람은 나란히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홍서윤이 조용히 물었다.“찾은 거지, 맞아?”서현주는 걸음을 멈추고 2층에 있는 홍인수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입구에는 의료진이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찾았어요.”홍서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어디에 있는데?”서현주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상황이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언니와 선생님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 선생님이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이에요.”홍서윤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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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서현주는 혈액 샘플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홍서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영이 정말 아빠 딸이야?”“거의 확실해요. 선생님이 필요한 유전자 결과만 남았어요.”마음이 복잡해진 홍서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지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유전자 검사가 나오면 다시 올게요. 그때 자세히 말씀드릴게요.”홍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수고해.”지난번 유이영의 혈액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때, 서현주는 일부러 조금 남겨두었다.그녀는 남은 혈액과 홍인수의 혈액을 비서에게 넘겼고 다시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검사 결과는 다음 날 바로 나왔다.유전자 검사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홍인수와 유이영은 친자 관계가 성립된다...]서현주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홍서윤에게 건넸고 홍서윤의 표정은 예상하지 못한 듯 매우 복잡했다.“힘들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씨 가문에서 자라서 다행이야. 꽤 잘 지낸 것 같아...”홍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상하네. 그럼 원래 유씨 가문의 딸은 어디로 간 거야?”서현주는 모른다고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유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서현주는 홍서윤에게 자신과 관련된 부분은 빼고 일부만 얘기했다. 그저 엄영란이 그녀의 아이와 유씨 가문의 아이를 바꿨다는 사실만 전했다.홍서윤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지금 유씨 가문에서는 유이영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요.”홍서윤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일이 어렵게 됐어. 유이영은 지금 어디 있는 거야?”서현주는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서 발표한 유이영에 관한 일을 보여주었다. 유이영과 공우성의 사건을 홍서윤에게 보여주었다.홍서윤은 내용을 다 읽고 난 후 표정이 더욱 복잡해졌다.“유이영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유씨 가문에서 자란 딸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믿기 힘든 일들을 잇달아 들은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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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홍서윤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골치 아픈 일이네.”그녀는 짙은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사실 네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는 거지?”서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어쨌든 선생님의 친딸이고 선생님께서도 보상해 주시겠다고 하셨으니... 자신의 친딸이 이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아신다면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딸을 도와 어려움을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선생님께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모든 사실을 그대로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건강이 이미 많이 나빠지셔서 감당하지 못하실까 봐 걱정돼요."연세가 드신 데다가 건강이 안 좋았기 때문에 충격을 이기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서현주는 자신이 가져온 소식이 선생님의 건강에 더 큰 부담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홍서윤은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네 뜻을 이해해. 아빠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고 친딸을 찾지 못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야. 네가 말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봐 나도 걱정이다.”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던 홍서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쨌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니 소원을 들어주는 게 좋겠어.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적어도 아빠가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가시는 것보다는 낫겠지...”“언니의 결정을 존중해요.”홍서윤은 웃으며 그녀의 팔을 토닥였다.“수고했어. 이 일은 내가 말씀드릴게. 딸인 내가 말씀드리는 게 충격이 조금 덜할 것 같아.”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올라가서 아빠한테 인사드릴래?”“네.”홍서윤은 서현주가 가져온 자료를 탁자 아래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이 일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어. 오늘 밤은 너무 경황이 없으니까 일단 비밀로 하자.”서현주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함께 올라가 문을 열었다. 방 안에서는 기기 작동 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는 침대에 누워 있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바라보며 눈빛이 잠시 멍해졌다.오랜만에 본 홍인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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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홍인수는 흐릿한 눈동자를 들고 조용히 서현주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말이 끝나자 홍인수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몇 번 했다.서현주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선생님, 괜찮으세요?”홍서윤도 놀라서 급히 다가왔다.“아빠, 괜찮으세요?”손을 젓던 홍인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진정했다.“괜찮아, 얼른 앉아.”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로 돌아가 앉았지만 시선은 여전히 홍인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눈을 감고 있던 홍인수는 상태가 안정된 후에야 천천히 눈을 떴다. 서현주를 바라보며 낡고 허스키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로 그가 입을 열었다.“난 내 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거야. 태어날 때부터 내 곁에 없었던 아이다. 그 아이가 만난 사람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난 모르고 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랐는지도 난 모른다. 그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난 모르고 있어. 아빠로서 내 실책이야.”“그래서 지금 그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일을 하든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난 다 받아들일 거야. 그 아이가 잘 지내면 난 박수쳐 줄 거고 더 잘 살게 도와줄 거야. 하지만 잘 지내지 못하고 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평범하게 살고 있고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여전히 내 딸이다. 난 탓하지 않을 거야.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그 아이를 비난할 자격이 없지. 오히려 도와주고 아빠로서 보상해 줄 생각이야.”홍인수는 말을 더듬거렸지만 말투는 충분히 단호하고 진지했다.“부모 곁에서 자라지 못해 이미 충분히 고생한 아이야. 그 아이가 지금 감옥에 있거나 명성을 잃었더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아이의 잘못만이 아니라 내 잘못이기도 해. 부모의 부재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거니까. 내가 어릴 때부터 가르쳤더라면 나쁜 일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홍인수는 말을 할수록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그는 서현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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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홍인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수척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조금의 충격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서현주의 머릿속에 이미 세워놓은 계획들이 흔들리고 있었다.“아빠 때문에 유이영을 고발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거 알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아빠는 정직한 분이시라 유이영이 친딸이라고 해도 법을 피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아빠는 진실을 아시더라도 네가 유이영을 고발하는 것에 동의하실 거야. 하지만 아빠는 유이영을 버리지 않으실 거고 그녀가 서서히 고쳐져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시겠지.”서현주는 아무 말도 없이 홍서윤을 바라보았다.홍서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만약 아빠가 범죄 용의자를 위해 죄를 숨기거나 두둔한다면 그건 우리 아빠가 아닐 거야.”서현주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네, 알겠어요. 고마워요.”홍서윤은 그녀를 문까지 배웅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돌아가.”서현주는 홍서윤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엄진경은 아직 자지 않았고 서현주는 그녀를 거실로 불렀다.최근 며칠 동안 엄진경은 늘 긴장한 상태였고 말과 행동 모두 조심스러워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서현주가 화를 낼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지금도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서현주의 얼굴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서현주는 초대장을 엄진경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내일 밤에 자선 파티가 있어요. 유이영의 부모님도 가신대요. 엄마도 참석해요.”엄진경은 눈빛을 반짝이며 초대장을 집어 들었다.“정말? 내일 밤이라고?”“네.”엄진경은 초대장을 움켜쥐고 환하게 웃었다.“난 또 무슨 일인가 했네. 네가 계속 이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좋아, 그럼 그때 가서 기회를 틈타 그들한테 얘기해야지.”“하지만 조건이 있어요.”엄진경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얘기해. 가게만 해준다면 뭐든 다 할게.”“들어가서 항상 날 따라다녀야 해요. 혼자 몰래 유이영의 부모님을 찾아가면 안 돼요. 가려면 나도 같이 가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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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정말로 이해할 수 있어요?”서현주의 말에 엄진경은 입술을 깨문 채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엄마의 체면을 봐서 유이영을 고발하는 걸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흠칫하던 엄진경은 이내 눈동자에 슬픔과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서현주는 계속해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이영을 고발할 거예요.”엄진경을 쳐다보는 서현주의 눈빛이 단호했다. 평온한 눈빛 속에 날카로움이 들어 있었고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엄진경은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바지 천을 꽉 움켜쥐던 그녀는 호흡이 가빠졌다. 고요한 방 안에서 그녀의 심장 소리가 점점 더 뚜렷해졌고 손바닥에는 땀까지 맺혔다.엄진경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여러 생각들이 뒤엉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쪽은 언니가 유일하게 남긴 딸이고 자신과 피를 나눈 혈육이며 이제 겨우 찾은 조카였다. 다른 한쪽은 자신이 키운 딸이고 깊은 정을 나눈 존재였다.그녀는 이 중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 선택할 수가 없었다. 서현주를 도와 남아현의 진짜 신분을 고발할 수도 없었고 유이영이 도망쳐 다니며 자신이 키운 딸을 해치는 것을 묵인할 수도 없었다.엄진경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서현주는 그런 엄진경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말을 시작한 지금까지 서현주는 줄곧 매우 차분했다. 눈빛도 말투도 차가웠고 오직 가끔 일그러진 표정이 그녀의 기분을 조금 드러내고 있었다.솔직히 말해 서현주는 엄진경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편에 서 주길 바랐다. 자신의 곁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갈등하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모습을 원치 않았다.서현주는 실망스러웠고 이 상황이 아이러니했다.엄진경과 25년 동안 함께 살았는데 언니의 딸인 유이영보다도 못하다니...20여 년 동안 만나지 못했어도 엄진경은 유이영을 많이 아끼고 있었다.유이영이 큰 죄를 지었어도 유태준과 백미경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많은 사람이 유이영을 사랑했고 세상은 유이영의 편에 서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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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엄진경의 눈빛은 너무나 애처로웠다.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현주야, 유이영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거 알아.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지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면 안 될까?”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진경을 쳐다보았다.그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엄진경은 당황한 얼굴을 한 채 시선을 돌렸다.“현주야, 나...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서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깜짝 놀란 엄진경은 서현주를 올려다보았다.“현주야?”서현주는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미 피해자 가족과 연락을 취했어요. 가족들은 유이영을 고발하는 데 동의했고 태도도 확고하고요. 그러니까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나와 피해자 가족이 유이영을 고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그저 엄마한테 알려주는 것뿐이에요.”이를 악물고 있던 엄진경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할 말 다 끝났으니까 먼저 들어갈게요.”엄진경은 눈을 내리깔고 풀이 죽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할 시간을 줄게요. 내일 자선 파티에 가고 싶다면 얘기해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엄진경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갈 거야, 당연히 가야지.”서현주는 몸을 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파티 당일.서현주는 드레스를 집으로 보내라고 한 뒤, 엄진경에게 하나를 고르게 했다.엄진경은 비교적 보수적인 검은색 드레스를 골랐다. 서현주는 직원에게 엄진경의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부탁했다.자선 파티는 경연시의 한 5성급 호텔의 연회장에서 열렸다. 서현주와 엄진경이 도착했을 때, 연회장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서현주가 나타나자마자 사람들이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눈 후, 사람들은 서현주의 곁에 있는 엄진경에 대해 물어보았다.엄진경은 서현주를 따라 이런 자리에 온 것이 처음이라 적응하지 못하고 한껏 긴장했다. 무슨 말을 잘못하거나 무슨 일을 잘못할까 봐 전전긍긍했고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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