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슬은 온채아의 생각을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왜? 지금 이혼하면 은성 그룹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텐데.”상장회사의 대표가 이혼하면 외부에서는 지분 변동이나 여러 가능성을 추측하기 마련이기에 주가가 무조건 흔들릴 것이다.온채아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때 가보면 알 거야.”“알았어. 너한테 다 생각이 있으면 됐어. 주율천이랑 등 돌리기 힘들면 내가 대신 나설게.”정다슬의 말에 온채아는 덤덤하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걱정하지 마. 주율천이 그렇게까지 심하게 하진 않을 거야.”만약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다면 온채아는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그녀였다.주율천은 심서정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혼에 동의할 것이고 등을 돌릴 정도까지 심하게 굴진 않을 것이다.의뢰인을 만나러 가야 했던 정다슬은 간단히 몇 마디 당부한 뒤 차를 몰고 가려 했다.그러다 가기 전 뭔가 생각나 조수석에서 선물을 꺼내 온채아에게 건넸다.“메리 크리스마스! 나 먼저 갈게.”온채아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응. 메리 크리스마스. 운전 조심해.”정다슬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선물을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저녁을 차리고 있던 오경애가 그녀를 보고 말했다.“작은 사모님, 식사하세요.”“네.”온채아가 대답하자마자 주시윤을 데리고 내려오는 심서정과 마주쳤다.모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정성껏 꾸몄는데 태도는 여전히 오만했다. 그녀를 볼 때 마치 패배자를 보는 듯했다.주시윤이 심서정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 내려오더니 온채아의 앞에서 턱을 치켜들었다.“메롱. 삼촌이 나랑 엄마랑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어. 너 같은 고아는 집에 혼자 있어야겠네. 쯧쯧, 불쌍하기도 해라.”그러고는 기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정원 쪽을 쳐다보더니 심서정을 끌며 밖으로 뛰쳐나갔다.“엄마, 빨리 가요. 삼촌이 데리러 왔어요.”“채아 씨, 미안해요.”심서정이 입으로는 사과했지만 누가 봐도 주인 행세를 했다.“시윤이가 율천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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