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온채아는 백미러에 비친 기사의 어두운 얼굴을 살펴보며 말했다.“저는 괜찮은데 기사님이 걱정이네요. 심장이 안 좋은 편이시죠? 되도록 추위를 피하시는 게 좋아요.”운전기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어떻게 아셨어요?”온채아가 답하기 전에 기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병이 딸한테도 유전됐어요. 그래서 지금 딸 수술비 모으는 중이거든요.”온채아는 아까 우연히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 둔 그의 딸 사진을 봤었다.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눈이 큰 여자아이였는데 아픈지 많이 야위었다.온채아는 마음이 불편했다.“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데요?”운전기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이제 6,700만 원만 더 모으면 바로 수술 일정 잡을 수 있어요.”솔직히 딸의 병세로 봐서든 그 돈을 모을 때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온채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채아는 주율천과 함께 들어가기 위해 성씨 가문 본가에서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결재한 후 내렸다.거위털 같은 눈이 펑펑 쏟아졌다.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자 온채아는 휴대폰을 꺼내 주율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얼마나 더 걸려요? 본가 근처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채아야...”주율천은 잠시 망설인 듯 보였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일단 먼저 들어가. 일 끝내고 바로 갈게. 괜찮지?”온채아는 안 된다고 대답할 권리가 없었다.밖에서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얼굴이 얼어붙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대충 몇 시쯤 올 거예요?”“음... 7시 반 전에는 꼭 갈게.”“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전화를 끊은 온채아의 얼굴엔 실망이 스쳤지만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혼자 본가로 걸어갔다.온채아는 확신했다. 오늘 밤, 주율천은 오지 않을 것이다.순간 그녀는 주율천의 작은 죄책감을 이용해 성씨 가문에서 위기를 넘기려 했던 자신이 우스웠다.예전에 주석현이 살아 있었을 때 주율천은 성씨 가문과의 공식적인 석상에서만 온채아를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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