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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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어떻게 따져도 네가 대신해서 배상할 자격은 없어.”성유준의 목소리는 그늘에 가려진 듯 차가웠다.그 말에 주율천은 순간 멈칫했다.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성유준과 온채아, 비록 혈연관계는 없지만 오빠와 동생처럼 가까운 존재였고 9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지내온 각별한 사이다.그에 비해 주율천은 내세울 게 하나 없는 무능한 남편에 불과하다.온채아는 성유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눈을 내리 ]깔며 진지하게 물었다.“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성유준은 온채아를 힐끔 보더니 주율천 앞에서 태연하게 말했다.“약속을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워?”주율천의 마음속에 서늘한 불안감이 일었다.그는 온채아가 성유준과 무엇인가를 약속했는데 그 약속 때문에 더 이상 자신과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온채아와 결혼한 일이 성유준에게 미쳐왔던 언짢음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주율천은 서둘러 온채아에게 물었다.“무슨 약속?”온채아는 성유준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꺼냈다.“무조건 앞집에 살기로 했어요.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하고요. 그래서 오빠가 지금 동의하지 않으면 청연원에 못 돌아갈 것 같네요.”그녀는 마치 진심인 듯 말하며 조금은 억지로라도 그런 상황에 처한 듯한 느낌을 전했다.그리고 성유준과 임지연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그러면 주율천에게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아보도록 부탁해야 하는데 그것도 싫었고 다시 청연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싫었다.예전에 온채아는 주율천과 민은하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이런 작은 부탁을 하는 게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것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주율천은 성유준의 체면을 고려해 말을 아끼고 성유준 역시 그 비밀스러운 계약에 대해 말을 꺼낼 상황이 아니었다.성유준은 온채아가 예상보다 빠르게 말을 돌린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주율천을 보고 말했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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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온채아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그냥 살짝 피부가 벗겨졌을 뿐 상처를 처리할 때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지금은 거의 딱지가 앉았고 방금처럼 힘을 주지 않으면 아플 리가 없다.온채아가 고개를 젓던 찰나 성유준은 문득 어린 시절의 온채아가 떠올랐다.그때의 온채아는 작은 아픔도 참지 못했다. 감기 때문에 열이 나서 주치의가 링거를 놔주려고 할 때 의사가 약을 꺼내기만 해도 울기 시작한 게 온채아다.눈물은 구슬처럼 후두두 쏟아져 내렸고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한 손은 의사가 잡고 다른 한 손은 성유준이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온채아의 입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오빠, 빨리 눈 막아줘요.”그 당시의 온채아는 주삿바늘을 놓는 장면조차 못 봤다. 그만큼 여리고 예민했다.그럴 때마다 성유준은 그녀의 눈을 가리며 투덜대듯 말했다.“네가 혼자 감으면 되잖아.”그러면 온채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흔들고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애교를 부렸다.“혼자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무서워요. 오빠가 막아줘야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요.”정말 당당하게 그런 말을 했기에 그때의 성유준은 온채아가 귀찮고 성가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온채아는 아프지 않다고 한다.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 모습에 성유준의 가슴 속은 마치 무언가가 서서히 조여드는 듯했다.온채아는 생각에 잠긴 듯 넋을 잃은 채 가만히 있는 성유준을 의아하게 바라봤다.“왜 그래?”“응?”성유준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했고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온채아에게 입을 맞췄다.성일은 눈치를 채고 차량의 칸막이를 높였다.이번 키스는 그동안의 키스와는 달리 매우 가볍고 얕았다.온채아가 눈을 감기도 전에 성유준은 살짝 뒤로 물러났고 그녀의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제 나한테 설명 좀 해줘야겠지?”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못 해서 온채아를 주율천에게 맡기게 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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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기억을 못 해?”성유준은 입술을 깨물었고 그의 목소리엔 불쾌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잘 생각해 봐. 내가 몇 번이나 부정했는지.”온채아는 한동안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이 스쳤는지 마음속에 짓눌리던 죄책감이 조금 옅어졌다.성유준은 분명히 여러 번 부정했었다.거의 매번 온채아가 진지해지려는 순간마다 빠르게 선을 그었다.생각을 정리한 온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많이.”“그런데?”성유준의 말투는 마치 어릴 적 온채아를 훈계하던 때처럼 차가웠다.“다른 사람이 뭐라고만 하면 또 그걸 믿잖아.”“누가 뭐라고 하든 다 믿으면서 정작 내가 한 말은 안 믿어?”성유준의 마지막 한마디가 온채아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한때 그녀는 성유준을 무척이나 믿었다. 어느 정도였나면 그가 버렸을 때조차 그럴 리가 없다며 울면서 매달렸다.그런데 지금은 그 믿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코가 시큰해진 온채아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 등받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애써 눈가에 맺힌 눈물을 억누르며 한참 뒤에야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귀국했으면서 나한테 연락 안했잖아.”성유준은 온채아의 낮은 목소리를 똑바로 듣진 못했지만 다시 예전처럼 순하게 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입가를 살짝 당겼다.“그래서 네 변명은 뭐야?”“일부러 청연원에 남은 건 아니야.”이번엔 온채아가 빠르게 설명했다.“주율천이 못 가게 했어.”‘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데 한 번도 안 받았으면서...’오랫동안 한집에 함께 살아서일까, 성유준은 그녀 눈가에 스친 그 미세한 불만을 곧장 알아챘다.“또 있어? 한꺼번에 말해.”온채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혹시나 비웃음을 살까 봐 겁이 났지만 솔직하게 말했다.“전화했는데 한 통도 안 받았잖아.”이런 관계의 경험이 없어서인지 온채아는 모든 게 낯설고 서툴렀다.그럼에도 명확한 건 이 일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고 몹시 불편하다는 것이다.하지만 그녀와 성유준의 관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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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주율천은 메시지를 보낸 후 처음으로 대화창을 닫지 않고 휴대폰을 들고 온채아의 답장을 기다렸다.그는 정말로 온채아가 성유준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적어도 그들이 이전에 조사했던 내용에 따르면 성씨 가문이 온채아를 입양한 이유가 결코 단순하지 않았고 성씨 가문이 결코 깨끗한 집안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다.하지만 현재 밝혀낸 건 성씨 가문이 마약과 관련은 없다는 것뿐이다.성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세습된 교류가 있어 서로의 내력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온채아는 신분이 특별했기에 그 당시 성씨 가문에서 입양할 때 보육원에서도 안전을 위해 경찰과 함께 철저히 검증했을 것이다.성씨 가문이 마약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여전히 마약 밀매와 불법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렇기 때문에 그 안의 본질을 파악하기 전까지 주율천은 성유준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만약 온채아 부모의 죽음이 정말로 성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면 성유준은 성씨 가문을 지키려고 증거를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물론 그 역시 이걸 해결하지 못했을 때 온채아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같은 시각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온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에도 주율천이 정말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까 봐 걱정되어 일단 답을 보내기로 했다.성유준은 온채아가 갑자기 말이 없어진 것을 보고 그녀의 말에 따라 묻기 시작했다.“방금 말하려던 건 뭐였어?”온채아는 주율천이 이렇게 위협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래서 성유준에게 더 이상 이 문제를 꺼내지 않기로 결심했다.“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태도가 급변한 걸 보고선 성유준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휴대폰을 흘끗 쳐다보았다.대화창에 주율천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고 온채아는 재빨리 화면을 가렸다.성유준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고 입꼬리에는 비웃음을 띠었다.“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직도 할 말이 많은 걸 보니 한창 뜨거운가 봐?”방금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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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알겠어요.”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연구개발팀에서는 그들의 프로젝트 팀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온채아가 들어오자 장현택은 손에 들고 있던 실험 결과를 건넸다.“이거 보세요. 점심 때 나온 데이터입니다.”온채아는 앉을 새도 없이 바로 보고서를 받아 들고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첫 페이지를 읽기만 해도 그녀는 이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곧바로 손을 내밀어 몇 군데를 지적하며 말했다.“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이 데이터들 다 이상해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나올 수 있죠?”그녀는 자신이 제시한 연구 개발안에 대해 백프로 확신하지는 않지만 8, 90%는 자신 있었다.만약 실패했다고 해도 이런 데이터가 나올 리는 없었다.그 말을 알아챈 강태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 말은 실험 결과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됐다는 거야?”“의심이 아니라 확실해요.”온채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무조건이에요.”그녀의 말에 강태무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천천히 프로젝트팀 사람들을 둘러봤다.“말도 안 돼요.”장현택은 급히 말했다.“그 실험실에는 저랑 온 조장님, 그리고 강태무 씨만 출입할 수 있어요.”강태무와 온채아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기에 강태무가 조작했을 리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았다.온채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조작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최근 며칠간 회사에 오지 않았으니 그럴 리도 없었다.장현택은 생각해 본 끝에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온채아는 그의 생각을 눈치채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도 눈치챘다.“장 팀장님, 제 말은 CCTV를 돌려보자는 거예요.”그 실험실은 세 사람만 지문으로 출입할 수 있지만 여분의 비밀번호도 있었다.혹시 누군가 비밀번호를 얻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이 말을 하자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온채아 팀원들은 즉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그중에서도 한재혁이 불만을 터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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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온채아가 바로 반박하지 않자 한재혁은 계속해서 상황을 과장하며 화를 돋우기 시작했다.“CCTV를 확인했을 때 정말 내부자가 드러나면 좋겠지만 만약 아무것도 안 나온다면 다른 부서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모든 사람이 연구개발팀에 배신자가 숨어있다면서 수군거릴 거예요.”온채아는 손에 들고 있던 조작된 보고서를 내려놓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만든 연구안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CCTV를 돌려보면 진실이 드러날 겁니다.”양준은 재빨리 아부를 떨며 말했다.“우리 조장님이 어떤 분인지 몰라요? 강태무 씨와 함께 한의학의 대가인 유승운 선생님의 제자잖아요. 그러니 틀린 말을 할 리가 없죠.”그는 조사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하는 듯 보였다.하지만 온채아는 불쾌함을 느끼며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때 한재혁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만약 배신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이 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되겠네요? 그럼 진짜 문제는 온 조장님의 실력에 있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한참을 끌어놓고 결국 우리 모두가 의심받게 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실 건가요?”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마치 미리 연습해 온 듯 빠르고 자연스러웠다.게다가 그들은 사건의 논점을 흐리고 있었다. CCTV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험 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전혀 개연성이 없다.그들은 자신들이 급하게 짜 놓은 덫에 온채아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온채아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그럼 만약 문제가 드러난다면 내부 배신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한재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뭔가 목적이 있는 듯 침착하면서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회사의 지시에 따라서 한의약 연구 개발에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게 해야죠.”온채아는 이 말을 듣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양준을 바라봤다.“동의하시는 거죠?”양준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연히 동의하죠. 내부자를 찾아낸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잖아요.”그가 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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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온채아의 머리로 이런 일들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한빛 그룹 내에서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성유준이 한 번도 주저하지 않자 성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른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다.“아참, 연구개발팀 총괄이 한 가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본가에서 심서정 씨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고 프로젝트팀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인맥을 동원해 정부 쪽에도 손을 써놓았는지 우리 프로젝트 팀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성유준은 잠시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언제 일어난 일이야?”“며칠 됐습니다.”성일은 모든 것을 자세히 보고했다.“연구개발팀은 늘 대표님의 고모분이 관리하시는데 그분이 어르신을 대신해 이 일을 덮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팀원들도 상급자에게 섣불리 보고를 올리지 못한 듯합니다.”명문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세세히 알지 못하기에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성희진과 성유준이 고모와 조카 관계인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설령 마음먹고 상급자에게 보고한들 결국 위에서 손을 써서 덮어버릴 게 틀림없으니 모든걸 떠안을 무고한 희생양만 생기게 된다.연구개발팀 총괄은 아마 방금 성일의 말 속에서 성유준이 온채아에게 중요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을 언급했을지도 모른다.성유준은 싸늘함이 깃든 눈빛으로 성일을 바라봤다.“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네.”원래는 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룹 고위층에서 본가의 세력은 거의 모두 제거되었고 유일하게 성희진만 남아 있었다.성일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당시 성유준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는 장례조차 치르지 않으려 했으나 성희진이 한 마디 거들었기에 장례가 치러졌다.이 일을 성유준도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성희진을 건드리지 않았다.하지만 그 은혜는 사실 이미 본전에 이자까지 쳐서 다 갚았다. 그러니 성희진은 더 이상 소원희와 손을 잡고 온채아의 일에 끼어드는 미련한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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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온채아는 가볍게 웃으며 눈썹을 올리고 장현택을 쳐다보았다.“장 팀장님, 보안팀 책임자의 연락처를 갖고 계시죠?”장현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허원종 씨의 연락처요?”온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게 왜 필요하시죠?”장현택은 온채아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없었지만 뭔가 이 일이 처음부터 그녀의 통제안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한재혁이 비웃으며 말했다.“그게 왜 필요하죠?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기 싫어서 괜히 보안팀에 따지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다들 온채아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리 없다며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온채아는 그들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며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더니 긴 손가락으로 유리 너머 천장에 있는 연기 탐지기를 가리켰다.“이 실험실에 연기 탐지기가 두 개인 이유를 아세요?”“그게 뭐가 중요하죠?”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말했다.“연구개발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실험실이잖아요. 핵심 데이터도 여기서 나오는 게 많고 당연히 화재에 대해서 더 신경 써야지...”이전에는 아무도 이걸 주목하지 않았다.“틀렸어요.”온채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끊었다.“이건 사람을 막기 위한 장치죠.”한재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그게 무슨 뜻이죠?”온채아는 침착하게 답했다.“왼쪽은 연기 탐지기 맞고 오른쪽은 사실 감시 카메라예요. 이 카메라는 별도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차단기와는 상관없지 작동하거든요.”온채아는 다시 장현택을 쳐다보며 말했다.“장 팀장님, 보안팀 허원종 씨의 연락처 좀 보내주세요. 감시 카메라에 찍힌 화면을 따로 확인해 보려고요.”장현택이 회사 연락처를 열어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하자 양준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그러자 한재혁이 그를 쏘아보며 진정하라고 전한 뒤 입을 열었다.“정말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네요. 우리가 몰랐던 걸 어떻게 알고 있죠? 이제 모른 척하고 있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겁니다.”“뭘 솔직하게 말하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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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어떻게 속을 거라고 확신한 거야?”온채아가 일에 손을 놓고서야 강태무는 점심 때의 일에 대해 물었다.“만약 속이지 못하면 진짜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거야?”온채아는 목을 뒤로 젖혀 어깨와 목의 긴장을 풀며 웃었다.“내가 언제 속인다고 했어요?”“그 CCTV 진짜야?”강태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자 온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처음부터 다른 팀원들의 불만을 느꼈을 때 온채아는 후속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한 끝에 다들 연말 긴 휴가를 보내는 틈을 타 성일에게 부탁해 CCTV를 설치했던 것이다.확실히 회사의 차단기와 연결되지 않은 별도의 선이었고 보안팀도 허원종만 알고 있었다.그때 모두가 연휴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강태무에게는 특별히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강태무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온채아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네가 이렇게 꼼꼼하고 세심하다는 걸 선생님이 알게 되면 엄청 칭찬하실걸?”온채아는 입술을 살짝 다물며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여승운이 자신을 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처음 제자로 삼았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온채아가 약재를 하나라도 더 기억할 때마다 축배를 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진짜 축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명목으로 술을 많이 마셨다.날이 지날수록 온채아가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여승운은 다른 사람들에게 제자를 언급할 때마다 자랑을 늘어놓으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물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제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하지만 모두가 그의 칭찬에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한다.가끔은 여승운과 손정원과 함께 지낸 14년을 떠올리며 조용하고 깊은 밤을 지새웠고 그럴 때마다 성유준이 그녀를 버린 것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결국 그가 여승운을 소개해 주고 스승으로 모시게 도와줬으며 6년 동안 매일 데려다줬다.강태무는 마침 길이 같아 온채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차 안에서 온채아는 졸음이 몰려왔고 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강태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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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이성을 되찾은 주율천은 온채아를 너무 압박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했다.하지만 이곳에 혼자 두는 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렸다.예를 들면 방금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강태무처럼.온채아는 자신이 사는 층 아래로 이사를 온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가 이 건물을 다 살 수 없다면 간섭해서는 안 된다.온채아는 최대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개인적인 문제잖아요.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툭 까놓고 말하자면 네가 이사 온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다는 의미였다.그녀의 차가운 표정에 마음이 불편해진 주율천은 지금이라도 당장 청연원으로 데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언제나 온채아를 볼 수 있고 도망가지 않게 할 수 있다.현재는 성유준이 있어서 참고 있지만 곧 참지 않아도 된다. 온채아 부모님의 죽음과 성씨 가문의 관계를 확실히 파악한다면 아마 온채아가 먼저 성유준을 멀리할지도 모른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온채아는 주율천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무시한 채 먼저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주율천도 길게 한 걸음 내디디며 따라갔다.22층과 21층.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마다 온채아는 1초가 1년처럼 느껴졌다.엘리베이터에 기대어 있던 주율천은 자신과 거리를 둔 채 멀리 떨어져 있는 온채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순간 지난 3년 동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명절이나 주율천의 생일 때마다 온채아는 집에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주율천은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그 생각을 하자 심서정을 향한 원망이 더욱 짙어졌다.그날 공업지대에서 주율천을 속인 것도 모자라 그 기회를 이용해 온채아를 죽이려 했으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주율천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엘리베이터는 빠르게 21층에 도착했다.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힌 주율천은 말을 아끼고 있는 온채아를 보며 가슴 속에 쌓인 답답함을 눌러놓고 부드럽게 말했다.“부모님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결이가 지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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