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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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말괄량이 꼬마 깡패 같았다.성유준은 그녀한테만큼은 속수무책이었다. 막 짜증을 내보려던 순간,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직이 말했다.“유준아, 나한텐 이제 너 하나뿐이야. 담배 때문에 너 망가지면 난 어떻게 살아?”“아니다, 차라리 더 많이 피워. 나도 옆에서 마시면 되지 뭐. 우리 그냥 같이 죽자.”짧디짧은 그 몇 마디가 성유준의 모든 기세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어쩌겠는가. 결국은 다 받아주는 수밖에.그 이후 그녀가 죽기 살기로 주율천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자 성유준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중독까지 되어 버렸다. 어쩌면 담배를 끊을 필요성을 못 찾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최근 몇 달에 들어서야 가까스로 흡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하지훈은 한심하게 굴고 있는 성유준을 보며 한껏 빈정대며 말했다.“아직 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난리야? 아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모실 기세네. 결혼이라도 하면 어쩔 셈이야?”성유준은 눈꼬리를 내리며 아래층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그건... 상대가 나랑 결혼할 마음이 있을 때나 해볼 수 있는 생각이지.”분명히 주율천이 또 마음을 들쑤셔놓은 모양이었다.하지훈이 넌지시 물었다.“싸웠냐?”“아니.”냉전.일방적인 냉전.그리고 냉전의 피해자는 바로 성유준이었다.하지훈은 불만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채아가 너 무시하고 있는 거 맞지? 내가 말했잖아, 여자들은 살살 달래야 한다고. 너처럼 고고하게 구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성유준은 피식 코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다슬 씨는 널 상대해줘?”“...”이건 뭐, 친구의 심장을 칼로 후벼 파는 수준이었다.하지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다슬 씨는 다르지.”대부분의 여자들은 감정적인 위로를 바란다.하지만 정다슬은 아니었다.그녀는 결과만 보는 사람이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현란한 말과 감정을 쏟아도 무용지물이다.성유준은 흔치 않게 그에게 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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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그녀가 차에 올라타고 흰색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하희민은 차 문을 열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막 출발하려던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두드렸다.창문을 내리고 확인해보니 하지훈이었다.“병원 일이 꽤 자유롭나 보네? 이 시간에 벌써 퇴근하고?”“...”하지훈은 집안이 그가 의사가 되는 걸 허락은 했어도 완전히 썩 내켜 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아까 온채아랑 밥 먹었지?”누가 봐도 뻔히 알면서 일부러 떠보는 말이었다.하희민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너랑 성유준이 위에서 한참 보고 있었잖아.”온채아는 자료에 정신이 팔려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하지훈은 미간이 살짝 떨렸지만, 딱히 부정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럼... 온채아랑 무슨 얘기했어?”하희민은 되려 반문했다.“누가 너한테 시킨 거야?”단번에 하지훈과 성유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버렸다.하지훈은 전혀 기죽지 않고 옆 차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누구겠어?”“프로젝트 얘기했어.”하희민은 온채아의 비밀을 지켜주고자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고는 하지훈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너 그 정씨 집안 여자랑 요즘 연락 안 하지? 큰누나가 며칠 안에 경성에 온다더라. 괜히 걸리지 말고 조심해.”“...”하지훈은 그 말에 머리카락 끝까지 긴장했다.“알았어.”하씨 가문의 큰누나... 그 뿐만아니라 하씨 집안 전체가 그녀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위로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래로는 손자 손녀들, 심지어 정원 연못의 거북이들까지 그녀에게는 늘 순종적이었다.하희민이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찰나, 하지훈은 문득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형... 내가 만약 하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었겠지?”하희민의 이마가 순식간에 경직되었다.“그 말은... 여자 하나 때문에 집안을 버리겠단 뜻이야?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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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주율천은 조수석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 들고 몸을 숙여 차 안으로 들어와서는 온화한 얼굴로 물었다.“성유준이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지?”온채아는 시선을 거두며 낮게 대답했다. “그런 셈이죠.”그녀는 스스로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얼마나 우스운 일인가.어린 시절 9년 동안 그에게 온전히 의지했고, 그 후 9년 동안은 그 사람 때문에 무너져내렸다. 또한 지금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부모님의 원수의 손자였다니.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 여겼던 존재 중 하나다.그들 사이를 가로막은 건 단지 집안의 격차가 아니었다.두 사람의 생명, 무려 그녀 부모님의 목숨이었다.정말이지 지옥에서나 경험할 수 있을 듯한 절망이었다.주율천은 그녀 머리를 쓰다듬으려 손을 들었지만, 온채아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자 조용히 손을 거두며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넌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을까?”온채아는 씁쓸하게 입술을 질근 씹었다.“그럼 부모님은 영영 억울함을 풀지 못하셨겠죠.”“내가 대신 복수해줄 수 있어.”주율천의 단호한 말에 온채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그를 바라보았다.“주씨 가문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할까요?”그가 짊어진 것은 그 자신의 인생만이 아니었다.주율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우리 집안은...”원치 않아도 해야 한다.그와 그의 어머니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 그게 바로 그녀였으니까.“주율천 씨.”온채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았다.그와의 인연은 여기에서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차 문을 열고 내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주율천이 서둘러 따라붙었다.“온채아,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일이야. 그놈들 며칠 안에 출소해. 그때가 되면 네가 위험해져!”“그것 또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에요. 상관하지 말아요.”“온채아!”주율천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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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주율천이 대답하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그렇게 대화는 중도에 끊겨버렸고,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는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무거워졌다.온채아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성유준의 표정은 거의 폭발 직전 같았다. 주율천은 누구를 달래야 할지 몰라 결국 침묵을 지켰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주율천은 먼저 내리며 당부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남은 둘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끝까지 서로 다른 구석에 서 있었다.온채아는 해명할 생각조차 없었다.그가 오해하는 건 오히려 잘된 일이다. 고귀한 황태자가 그녀와 더는 얽히지 않아도 될 테니까.굳이 그 계약서에 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깨끗하게 끝나버릴 것이다.그게 가장 좋은 길이다.그녀 역시 많이 슬프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미 한 번 겪어본 이별이기도 하고,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해졌으니까.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부모님의 복수를 하는 날, 그는 거리낌 없이 그녀를 미워할 수 있을 것이다.서로에게도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엘리베이터가 22층에 도착하자 온채아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곧장 걸어 나갔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져버릴 듯 괴로웠지만, 그가 눈치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역병을 피해 도망가듯 곧장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성유준은 표정을 서늘하게 굳히더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그의 인내심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그녀가 어떻게 하든 이제 상관없다.주율천과 다시 재결합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지.축의금 정도는 낼 수 있다. 그가 언제 그녀에게 인색했던 적이 있었던가.첫 번째 결혼 때보다 훨씬 더 두둑한 봉투로 보내줄 것이다.하지만 집 문을 열고 그 안의 익숙한 그녀의 슬리퍼가 눈에 들어온 순간, 심장이 수축하고 이성이 무언가에 짓눌린 듯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그는 몸을 돌려 그녀 쪽으로 성큼성큼 걸었다.온채아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며 문을 닫으려던 찰나, 돌연 누군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성유준은 그녀의 맨발을 내려다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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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온채아는 피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지도 않았다.그녀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고요 속에 갇혀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하든 조금의 파동도 없었다.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이 그를 집어삼키는 가운데, 그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충동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입술이 맞닿고, 숨결이 부딪히며 야릇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는 다른 한 손을 온채아의 종아리에 올려놓았다가 치마 밑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거리낌 없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쓸어내렸다. “안 돼...”마침내 그녀가 몸을 움츠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성유준은 이성을 되찾기는커녕, 옅은 웃음을 흘렸다.“싫어? 우리 계약 잊었어? 아니면... 주율천을 위해 순결을 지키고 있는 거야?”그는 스스로 그녀에게 충분한 시간과 여지를 줬다고 믿었다.과거 자신이 그녀를 버린 죄책감 때문에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급하게 다가가지도 않았다.아무리 힘들어도 반드시 그녀가 마음을 온전히 열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앞으로의 시간은 길다. 하여 그는 평생 그녀와 함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돌연 그녀가 그를 떠나려 한다.이번엔 그녀가 그를 버린 것이다. 온채아는 건조한 웃음을 흘리며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지금 너랑 자면 그 계약서 무효가 되는 거지?”한시라도 빨리 그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 말은 성유준의 귓속을 날카롭게 찢어놓았다. 관자놀이까지 툭툭 뛰어오르기 시작했다.“그렇게까지 나랑 끝내고 싶어? 그래야만 하겠어?”“어쩔거야? 잘래?”온채아는 고요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안 할 거면 보내줘. 나 집에 가고 싶어.”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성유준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그녀를 가볍게 들어 올려 성큼성큼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그녀를 단단히 압박한 채 시뻘게진 눈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온채아...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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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성유준의 얼굴에서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한동안 호흡을 가라앉힌 뒤, 그는 그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고는 천천히 일어서며 말했다.“온채아, 너...”“나 이제 가도 되지?”온채아는 그에게 말을 이어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방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행동을 했던 상대에게 보이는 태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차갑고 단호했다.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일으켜 세우며 빠르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주워 입었다.그 모습은 마치 완벽히 역할만 수행하는 섹스 파트너 같았다.성유준도 그런 것을 바랐다면 좋았을 테지만,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그녀가 떠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밀려왔다.그녀는 완벽하게 그를 끊어내려 하고 있다.‘그래. 누가 먼저 고개를 숙이나 보자고.’어두컴컴한 침실 안, 성유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고는 긴 다리를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왔다. 조명을 켜고 그녀가 나가던 방향을 쳐다보니 또다시 화가 치밀어올랐다.바닥에서 뒹굴어 다니는 더러워진 옷을 주워 올린 순간, 시선이 침대 위 빨간 핏자국에 닿았다. 그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조금 전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늦게 찾아온 깨달음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그는 곧바로 옷을 걸치고 망설임 없이 그녀를 뒤쫓아갔다.온채아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고통이 온몸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너무 오랫동안 이어졌던 탓에 피부까지 마찰 때문에 벌겋게 퉁퉁 부어올랐다.하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조금이라도 멈추면 돌아서고 싶어질까 봐. 또다시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질까 봐.9년 전, 처절하게 버림받았던 그날에도 그녀는 울며불며 그에게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었다.지금은 그녀가 먼저 이별을 요구하고 있다.두 사람에겐 지금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아니면 앞으로 서로를 더 힘들게만 할 뿐이다.집 문을 열고 막 나서려는 순간, 온채아는 급기야 대체 어디가 아픈지조차 분간이 가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까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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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온몸에 번쩍 소름이 돋아올랐다. 온채아는 반사적으로 성유준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성유준!”하지만 그는 조금도 듣지 못한 듯 큰 손을 뻗어 그녀를 문에서 멀찍이 밀어내고는 주율천의 옷깃을 움켜쥐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문이 쾅 하고 닫힌 뒤, 온채아와 정다슬의 귀에 다시 한번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온채아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정다슬은 곧바로 핸드폰을 낚아챘다.“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누가 저 둘을 말려.”온채아의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혹시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그녀는 성유준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웬만한 싸움으로는 그를 다치게 할 수 없다.하지만 아까 본 그 독기에 찬 눈빛은 그녀도 처음이었다.성유준의 주먹 한 방에 주율천의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성 대표님이 알아서 하실 거야.”온채아의 흐트러진 몰골을 본 정다슬은 평소처럼 캐묻지 않고 문 쪽으로 데리고 걸어갔다.“그리고 주율천 씨는 맞아도 싸. 진작 제대로 얻어맞았어야 했어.”남자라는 인간이.증거 몇 개 구해다 줬다고 그동안 한 짓거리를 용서받을 줄 알았던 건가.저런 인간은 성유준 같은 사람에게 혼나봐야 정신을 차린다.집 안, 성유준은 주율천을 끌고 들어온 뒤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문 앞에서 내려쳤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깊은 한 방이었다.아까는 온채아가 놀랄까 봐 힘을 조절했던 것이다.바닥에 나뒹굴던 주율천은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훔치며 낮게 비웃었다.“짐승만도 못한 짓을 해놓고, 무슨 자격으로 날 때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성유준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성유준은 수년 동안 격투기를 해왔다. 게다가 온채아에게 한 짓을 갚아줘야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었으니, 그 공격을 허락할 리 없었다.주먹이 성유준의 얼굴에 닿기 몇 센티 전, 성유준은 주율천의 손목을 단단히 틀어잡고 이어 복부에 강력한 일격을 가했다.침대 시트에 남은 그 붉은 얼룩을 떠올리니, 주율천에게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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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주율천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때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심서정을 안심시키려 매번 온채아를 피했었다.그로 인해 그녀 생일조차 한 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성유준은 어두운 얼굴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됐어. 주율천, 때릴 만큼 때렸으니까 이제 꺼져.”거실은 벽 등 하나만 밝히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 남은 두 남자의 얼굴에는 피멍이 번져 있었다.주율천은 소파 등받이에 걸터앉아 한참 숨을 고른 뒤 비웃듯 말했다.“강제로 원하면 온채아가 네 것이 될 것 같아?”“성유준, 온채아는 내 여자야.”그러곤 티슈 두 장을 뽑아 얼굴의 피를 닦고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성유준은 헐렁해진 옷깃을 바로 세우며 말했다.“온채아는 오직 자신의 것이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야.”“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어.”주율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차피 너희 둘은 이제 끝이야.” 가족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미래가 있을 리는 없다....정다슬은 온채아를 욕실로 밀어 넣고 뜨거운 물을 받았다.아직도 문 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온채아를 눌러 앉히며 부드럽게 말했다.“따뜻한 물로 씻어. 내가 지켜볼게, 응?”온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성유준이라는 남자, 워낙 제멋대로라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따뜻한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흐르자, 온채아의 몸에 스며있던 통증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는 오래 씻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금세 씻고 잠옷을 입은 뒤 거실로 걸어 나왔다.정다슬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그녀가 나오자 곧바로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주율천은 살아있는 상태로 성유준 집에서 걸어 나갔어.”그제야 온채아의 팽팽히 조여 있던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먼저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하나는 정다슬에게 건네고, 하나는 바로 따서 들이켰다.술은 참 고마운 존재다. 온채아의 주량이라면, 조금만 마셔도 잠깐이나마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정다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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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술기운이 아직 오르지 않았는지 온채아는 여전히 맑은 정신이었다.마음을 다 정리했는지 여부는 사실 그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온채아는 가볍게 정다슬과 캔을 부딪치며 말했다.“다슬아, 이 일에 관해선... 나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어.”그녀가 부모의 죽음을 모조리 잊고 외면한다면 모를까, 그 범죄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 세상에서 호의호식하게 두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정다슬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그럼 성유준은 뭐래? 흔쾌히 동의했어?”온채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몸 어딘가가 아직도 은은하게 욱신거렸다.“그 사람은... 내가 주율천이랑 재혼하려는 줄 알아.”그 오해로 쏟아진 분노가 한 번은 그녀에게, 그리고 또 한 번은 주율천에게 향했었다.“...”정다슬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욕설을 간신히 삼켜냈다.됐다. 남자는... 굳이 없어도 된다.“그럼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 사고는 성씨 가문이 워낙 치밀하게 은폐해 놓았기 때문에 주율천이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다 해도 그저 추측과 심증에 가까울 뿐 그걸로 죄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했다.성씨 가문은 권세도 막강해 정면으로 보복할 길은 더 막막했다.온채아는 빈 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일단... 그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부터 지켜볼 거야.”“그놈들?”“응.”온채아는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주율천 말로는 그 사람이 요즘 출소한대.”그녀의 부모님과 그녀를 그토록 증오했으니, 출소하면 분명 곧바로 다음 행동을 취할 것이다.이제 와서 예전 사고의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긴 하늘의 별 따기지만, 새로 뭔가를 저지른다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무슨 일이든 깊게 파헤치면 단서가 생기는 법이다....주율천은 집에 돌아와 한참을 앉아 있었지만 가슴속의 답답함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결국 그는 핸드폰을 꺼내 김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술 한잔할래?”“좋지!”게임 중이던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다른 애들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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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나서야, 김현우는 대충 사태의 전말을 이해했다.그 역시 적잖이 놀랐다.“그러니까... 성유준이 예전부터 온채아에게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다는 거네?”주율천은 잔 속 갈색 술을 흔들었다. 얼음이 유리 벽과 부딪히며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네가 보기엔...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같아 보여?”“...그건 아니지.”성유준은 겉보기엔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모든 행동에 질서가 있었다.취기가 오른 주율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놈을 믿고 채아 좀 잘 챙겨달라 부탁했다니.”‘그래, 뭐. 잘 챙겼지. 침대에서 뒹굴기까지 하면서.’주율천은 예전 종종 성유준에게 온채아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었다.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는 기억이었다.그는 성유준을 친구로 여겼건만, 성유준은 그를 바보 멍청이로 생각했나보다.김현우는 잔을 채워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이건 성유준 잘못이 아니지. 너희 이혼한 지 이미 꽤 됐잖아. 그럼 온채아는 자유야.”그녀가 누굴 만나든, 누가 그녀를 좋아하든, 주율천에겐 간섭할 권리가 없다.주율천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컵이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누구든 채아를 좋아할 수 있어. 하지만 성유준은 안 돼! 성유준과 내가 어떤 사이인데! 난 그놈을 믿었어...”“주율천.”김현우는 참다못해 말을 끊었다.“예전 네가 심서정을 마음에 두고도 온채아랑 결혼하려 했을 때, 성유준의 감정 고려해봤어?”“그때 성유준은 너한테 꽤 잘해줬었잖아.”예전에는 그들 모두가 친했다. 하지만 주율천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온채아에게 자꾸 다가간 뒤부터, 성유준은 서서히 냉랭해졌다.김현우 또한 그건 주율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왜 수많은 여자 중 하필, 형제 같은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여자를 건드렸냐는 거다. 그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주율천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다시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네 말은... 내가 온채아한테도, 성유준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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