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차에 올라타고 흰색 차량이 주차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하희민은 차 문을 열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하지만 막 출발하려던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두드렸다.창문을 내리고 확인해보니 하지훈이었다.“병원 일이 꽤 자유롭나 보네? 이 시간에 벌써 퇴근하고?”“...”하지훈은 집안이 그가 의사가 되는 걸 허락은 했어도 완전히 썩 내켜 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아까 온채아랑 밥 먹었지?”누가 봐도 뻔히 알면서 일부러 떠보는 말이었다.하희민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너랑 성유준이 위에서 한참 보고 있었잖아.”온채아는 자료에 정신이 팔려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하지훈은 미간이 살짝 떨렸지만, 딱히 부정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럼... 온채아랑 무슨 얘기했어?”하희민은 되려 반문했다.“누가 너한테 시킨 거야?”단번에 하지훈과 성유준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버렸다.하지훈은 전혀 기죽지 않고 옆 차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누구겠어?”“프로젝트 얘기했어.”하희민은 온채아의 비밀을 지켜주고자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고는 하지훈을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너 그 정씨 집안 여자랑 요즘 연락 안 하지? 큰누나가 며칠 안에 경성에 온다더라. 괜히 걸리지 말고 조심해.”“...”하지훈은 그 말에 머리카락 끝까지 긴장했다.“알았어.”하씨 가문의 큰누나... 그 뿐만아니라 하씨 집안 전체가 그녀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위로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래로는 손자 손녀들, 심지어 정원 연못의 거북이들까지 그녀에게는 늘 순종적이었다.하희민이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찰나, 하지훈은 문득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형... 내가 만약 하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었겠지?”하희민의 이마가 순식간에 경직되었다.“그 말은... 여자 하나 때문에 집안을 버리겠단 뜻이야?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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