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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Author: 락희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나서야, 김현우는 대충 사태의 전말을 이해했다.

그 역시 적잖이 놀랐다.

“그러니까... 성유준이 예전부터 온채아에게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다는 거네?”

주율천은 잔 속 갈색 술을 흔들었다. 얼음이 유리 벽과 부딪히며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보기엔...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같아 보여?”

“...그건 아니지.”

성유준은 겉보기엔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모든 행동에 질서가 있었다.

취기가 오른 주율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놈을 믿고 채아 좀 잘 챙겨달라 부탁했다니.”

‘그래, 뭐. 잘 챙겼지. 침대에서 뒹굴기까지 하면서.’

주율천은 예전 종종 성유준에게 온채아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었다.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는 기억이었다.

그는 성유준을 친구로 여겼건만, 성유준은 그를 바보 멍청이로 생각했나보다.

김현우는 잔을 채워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성유준 잘못이 아니지. 너희 이혼한 지 이미 꽤 됐잖아. 그럼 온채아는 자유야.”

그녀가 누굴 만나든, 누가 그녀를 좋아하든, 주율천에겐 간섭할 권리가 없다.

주율천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컵이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누구든 채아를 좋아할 수 있어. 하지만 성유준은 안 돼! 성유준과 내가 어떤 사이인데! 난 그놈을 믿었어...”

“주율천.”

김현우는 참다못해 말을 끊었다.

“예전 네가 심서정을 마음에 두고도 온채아랑 결혼하려 했을 때, 성유준의 감정 고려해봤어?”

“그때 성유준은 너한테 꽤 잘해줬었잖아.”

예전에는 그들 모두가 친했다. 하지만 주율천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온채아에게 자꾸 다가간 뒤부터, 성유준은 서서히 냉랭해졌다.

김현우 또한 그건 주율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왜 수많은 여자 중 하필, 형제 같은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여자를 건드렸냐는 거다. 그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주율천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다시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

“네 말은... 내가 온채아한테도, 성유준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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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52화

    용씨 가문과 깊게 엮이는 순간 인생은 끝장이다.주율천은 경원으로 돌아가 간단히 씻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담결이 뒤따라와 보고했다.“대표님, 그놈들 오늘 아침 출소했습니다. 그런데...”주율천이 미간을 좁혔다.“사고 났어?”“네.”담결의 목소리엔 어딘지 모를 홀가분함이 묻어 있었다.“해성 대교를 지나던 중 차량이 통제 불가 상태로 추락했습니다. 지금까지 시신 다섯 구가 인양됐습니다.”총 여덟 명.만약 전원이 죽었다면 온채아도 잠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성씨 가문 권력은 거의 전부 성유준의 손에 쥐어져 있으니, 늙은이는 고작 온채아에게 화를 내는 것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주율천의 생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경찰 쪽 상황 계속 확인해. 여덟 구 전부 인양돼 대조 완료되기 전엔 절대 안심하지 마.”그는 무언가 께름칙한 기분이었다.그렇게 허술한 놈들일 리가 없다. 20년 동안이나 감옥에서 버텼는데 나오자마자 사고로 죽는다고?무언가 떠오른 주율천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씨 가문 본가 쪽 움직임도 눈여겨봐.”“성씨 가문 본가요?”담결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민은하였다.“요즘 왜 이렇게 바쁜 거야? 얼굴 보기도 힘들어. 대체 뭘 하고 있어?”그녀는 오늘 어렵게 골라온 명문가 규수 하나를 그에게 소개해 볼 생각으로 찾아온 것이었다.그런데 문 앞에서 아들의 성씨 가문을 주시하라는 말을 들은 순간 침착함을 잃어버렸다.주율천은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건가요? 결혼에 끼어들더니 이젠 회사 일까지 참견하시려고요?”“...”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면박을 주니 민은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다행히 눈치 빠른 담결이 먼저 빠져나갔다.“대표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문이 닫히고 난 뒤, 민은하는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너 설마 온채아를 돕기 위해 성씨 가문과 맞서는 거야? 주율천, 너 제정신이야?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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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50화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나서야, 김현우는 대충 사태의 전말을 이해했다.그 역시 적잖이 놀랐다.“그러니까... 성유준이 예전부터 온채아에게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다는 거네?”주율천은 잔 속 갈색 술을 흔들었다. 얼음이 유리 벽과 부딪히며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네가 보기엔...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같아 보여?”“...그건 아니지.”성유준은 겉보기엔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실제로는 모든 행동에 질서가 있었다.취기가 오른 주율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놈을 믿고 채아 좀 잘 챙겨달라 부탁했다니.”‘그래, 뭐. 잘 챙겼지. 침대에서 뒹굴기까지 하면서.’주율천은 예전 종종 성유준에게 온채아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었다. 참으로 우습기 그지없는 기억이었다.그는 성유준을 친구로 여겼건만, 성유준은 그를 바보 멍청이로 생각했나보다.김현우는 잔을 채워주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이건 성유준 잘못이 아니지. 너희 이혼한 지 이미 꽤 됐잖아. 그럼 온채아는 자유야.”그녀가 누굴 만나든, 누가 그녀를 좋아하든, 주율천에겐 간섭할 권리가 없다.주율천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컵이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누구든 채아를 좋아할 수 있어. 하지만 성유준은 안 돼! 성유준과 내가 어떤 사이인데! 난 그놈을 믿었어...”“주율천.”김현우는 참다못해 말을 끊었다.“예전 네가 심서정을 마음에 두고도 온채아랑 결혼하려 했을 때, 성유준의 감정 고려해봤어?”“그때 성유준은 너한테 꽤 잘해줬었잖아.”예전에는 그들 모두가 친했다. 하지만 주율천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온채아에게 자꾸 다가간 뒤부터, 성유준은 서서히 냉랭해졌다.김현우 또한 그건 주율천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왜 수많은 여자 중 하필, 형제 같은 친구가 애지중지하는 여자를 건드렸냐는 거다. 그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주율천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또다시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네 말은... 내가 온채아한테도, 성유준한테도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49화

    술기운이 아직 오르지 않았는지 온채아는 여전히 맑은 정신이었다.마음을 다 정리했는지 여부는 사실 그녀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온채아는 가볍게 정다슬과 캔을 부딪치며 말했다.“다슬아, 이 일에 관해선... 나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어.”그녀가 부모의 죽음을 모조리 잊고 외면한다면 모를까, 그 범죄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 세상에서 호의호식하게 두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정다슬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그럼 성유준은 뭐래? 흔쾌히 동의했어?”온채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몸 어딘가가 아직도 은은하게 욱신거렸다.“그 사람은... 내가 주율천이랑 재혼하려는 줄 알아.”그 오해로 쏟아진 분노가 한 번은 그녀에게, 그리고 또 한 번은 주율천에게 향했었다.“...”정다슬은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욕설을 간신히 삼켜냈다.됐다. 남자는... 굳이 없어도 된다.“그럼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 사고는 성씨 가문이 워낙 치밀하게 은폐해 놓았기 때문에 주율천이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다 해도 그저 추측과 심증에 가까울 뿐 그걸로 죄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했다.성씨 가문은 권세도 막강해 정면으로 보복할 길은 더 막막했다.온채아는 빈 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일단... 그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부터 지켜볼 거야.”“그놈들?”“응.”온채아는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주율천 말로는 그 사람이 요즘 출소한대.”그녀의 부모님과 그녀를 그토록 증오했으니, 출소하면 분명 곧바로 다음 행동을 취할 것이다.이제 와서 예전 사고의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긴 하늘의 별 따기지만, 새로 뭔가를 저지른다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무슨 일이든 깊게 파헤치면 단서가 생기는 법이다....주율천은 집에 돌아와 한참을 앉아 있었지만 가슴속의 답답함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결국 그는 핸드폰을 꺼내 김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술 한잔할래?”“좋지!”게임 중이던 김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다른 애들도 불러?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48화

    “...”주율천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때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심서정을 안심시키려 매번 온채아를 피했었다.그로 인해 그녀 생일조차 한 번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성유준은 어두운 얼굴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됐어. 주율천, 때릴 만큼 때렸으니까 이제 꺼져.”거실은 벽 등 하나만 밝히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 남은 두 남자의 얼굴에는 피멍이 번져 있었다.주율천은 소파 등받이에 걸터앉아 한참 숨을 고른 뒤 비웃듯 말했다.“강제로 원하면 온채아가 네 것이 될 것 같아?”“성유준, 온채아는 내 여자야.”그러곤 티슈 두 장을 뽑아 얼굴의 피를 닦고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성유준은 헐렁해진 옷깃을 바로 세우며 말했다.“온채아는 오직 자신의 것이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야.”“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어.”주율천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차피 너희 둘은 이제 끝이야.” 가족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미래가 있을 리는 없다....정다슬은 온채아를 욕실로 밀어 넣고 뜨거운 물을 받았다.아직도 문 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온채아를 눌러 앉히며 부드럽게 말했다.“따뜻한 물로 씻어. 내가 지켜볼게, 응?”온채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성유준이라는 남자, 워낙 제멋대로라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따뜻한 물줄기가 어깨를 타고 흐르자, 온채아의 몸에 스며있던 통증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는 오래 씻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금세 씻고 잠옷을 입은 뒤 거실로 걸어 나왔다.정다슬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그녀가 나오자 곧바로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주율천은 살아있는 상태로 성유준 집에서 걸어 나갔어.”그제야 온채아의 팽팽히 조여 있던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먼저 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냈다.하나는 정다슬에게 건네고, 하나는 바로 따서 들이켰다.술은 참 고마운 존재다. 온채아의 주량이라면, 조금만 마셔도 잠깐이나마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정다슬도

  •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제347화

    온몸에 번쩍 소름이 돋아올랐다. 온채아는 반사적으로 성유준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성유준!”하지만 그는 조금도 듣지 못한 듯 큰 손을 뻗어 그녀를 문에서 멀찍이 밀어내고는 주율천의 옷깃을 움켜쥐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문이 쾅 하고 닫힌 뒤, 온채아와 정다슬의 귀에 다시 한번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온채아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정다슬은 곧바로 핸드폰을 낚아챘다.“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 누가 저 둘을 말려.”온채아의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혹시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그녀는 성유준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웬만한 싸움으로는 그를 다치게 할 수 없다.하지만 아까 본 그 독기에 찬 눈빛은 그녀도 처음이었다.성유준의 주먹 한 방에 주율천의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성 대표님이 알아서 하실 거야.”온채아의 흐트러진 몰골을 본 정다슬은 평소처럼 캐묻지 않고 문 쪽으로 데리고 걸어갔다.“그리고 주율천 씨는 맞아도 싸. 진작 제대로 얻어맞았어야 했어.”남자라는 인간이.증거 몇 개 구해다 줬다고 그동안 한 짓거리를 용서받을 줄 알았던 건가.저런 인간은 성유준 같은 사람에게 혼나봐야 정신을 차린다.집 안, 성유준은 주율천을 끌고 들어온 뒤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문 앞에서 내려쳤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깊은 한 방이었다.아까는 온채아가 놀랄까 봐 힘을 조절했던 것이다.바닥에 나뒹굴던 주율천은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훔치며 낮게 비웃었다.“짐승만도 못한 짓을 해놓고, 무슨 자격으로 날 때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성유준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성유준은 수년 동안 격투기를 해왔다. 게다가 온채아에게 한 짓을 갚아줘야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었으니, 그 공격을 허락할 리 없었다.주먹이 성유준의 얼굴에 닿기 몇 센티 전, 성유준은 주율천의 손목을 단단히 틀어잡고 이어 복부에 강력한 일격을 가했다.침대 시트에 남은 그 붉은 얼룩을 떠올리니, 주율천에게 더더욱 분노가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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