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내 남편의 아내 / Chapter 571 - Chapter 580

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571 - Chapter 580

657 Chapters

제571화

심하온이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갈라진 공재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온 씨, 기사 봤어.”심하온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서? 강다인 대신 사정이라도 하려고?”공재범의 전화를 받은 심하온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 생각뿐이었다. 아무래도 공재범과 강다인의 사이 때문이었다.“그럴 리가.”공재범이 얼른 대답했다.“난 그저 그때 그 사고... 정말 강다인이 사주한 게 맞는지 궁금해서 그래.”“재범 씨는 아닌 것 같아?”심하온이 반문했다.“난 증거를 조작해서 강다인을 모함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심하온의 말에 공재범의 호흡이 순간 거칠어졌다.“만약 그게 궁금해서 전화한 거면 대답은 이미 한 것 같으니까 끊을게.”“잠깐만, 하온 씨.”공재범이 다급하게 심하온을 불렀다.“나...”“또 무슨 할 말 있어?”“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었어.”지금 이 순간, 공재범은 수천 개의 바늘이 심장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강다인이 그 교통사고를 사주한 범인이었다니.’심하온이 교통사고 목숨을 잃을 뻔한 것도, 다리를 다쳐 더는 춤을 출 수 없게 된 것도 전부 강다인 탓이었다.하지만 공재범은 그런 강다인을 도와 원경 예술단에 입단시켰고 심지어 그녀를 위해 단독 공연을 기획했다.그동안 강다인이 무용으로 심하온을 얼마나 자극했을지, 공재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공재범에게 심하온은 생명의 은인이었다.그리고 그는 그런 심하온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해버렸다.심하온은 절대 공재범을 용서할 리가 없었다.“강다인이 그 교통사고의 범인인 줄 정말 몰랐어. 만약 내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원경 예술단에 입단시키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큰 무대에 설 기회 같은 건 더더욱 주지 않았을 거고.”“아, 그거?”심하온이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신경 안 써.”“뭐?”공재범이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나 원망 안 해?”“재범 씨 원망할 거 없어.”심하온이 말했다.“재범 씨와 강다인 사이에는 인연이 있었지만 나와 재범 씨는 아무 사이
Read more

제572화

“좋아할 게 뭐가 있어.”심하온이 웃으며 대답했다.“하긴. 정 대표님한테 공재범은 라이벌도 아니니까. 정 대표님께서 진짜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아마 공민규 씨일 거야.”심하온이 소유영의 머리를 콩, 밀어버릴 듯 손을 들었다.그러자 소유영이 얼른 머리를 감싸며 울부짖었다.“헛소리 안 할게. 다신 안 해. 제발 봐 줘.”한 편. 전화를 끊은 공재범은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다 내 잘못이야.’애초부터 강다인과는 그 어떤 식으로든 얽히지 말았어야 했다.원경 예술단에 입단시켜달라는 부탁도, 단독 공연도 전부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다.강다인은 지독한 여자였다.‘감히 하온 씨 교통사고를 사주해? 어떻게 감히.’공재범의 눈이 이글거렸다.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잠시 후, 공재범이 구치소에 도착했다.그는 머리는 산발이 된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강다인을 만날 수 있었다.공재범을 본 순간, 강다인이 눈을 반짝였다.“재범아.”강다인은 허겁지겁 공재범 앞으로 달려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강다인은 공재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재범 씨. 나 보러 온 거야? 아니, 나 구해주러 온 거야? 재범 씨. 제발 나 좀 살려줘. 재범 씨는 날 안 버릴 줄 알았어. 날 구해주기만 하면 뭐든지 할게. 다시는 어떤 부탁도 하지 않을게. 그저 재범 씨의 개가 되어줄게.”몸을 숙인 공재범이 손가락을 뻗어 강다인의 볼을 어루만졌다.그 손길에 희망을 느낀 강다인이 공재범을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공재범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강다인의 목을 졸랐다.“강다인. 감히 여기서 널 구해달라고? 너 너무 많은 걸 바르는 거 아니야?”“재, 재범 씨...”강다인이 발악하듯 발버둥 쳤지만 조금의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공재범의 손을 쳐내기 위해 애썼다. 강다인의 얼굴이 조금씩 파랗게 질려갔다.“하온 씨와 강 대표 사이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감히 교통사고를 사주해? 네가 뭔
Read more

제573화

공재범이 또다시 이성을 잃고 강다인을 덮치기라도 할까, 비서가 얼른 공재범을 끌고 구치소를 나섰다.하지만 공재범은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여전히 강다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그의 눈은 온통 분노와 원망으로 물들어있었다.그 눈빛에 공포를 느낀 강다인은 심장이 떨려왔다. 공포를 동반한 건 그보다 더한 슬픔이었다.지금이 어떻든, 두 사람도 정분을 나눈 사이였다.게다가 강다인이 가졌던 아이는 어쩌면 공재범의 아이일지도 몰랐다.‘감히 심하온 때문에 나한테 이런 짓을 해?’‘내 인생은 이미 이 지경이 되어버렸어.’‘그런데도 재범 씨는 심하온 때문에 구치소까지 찾아와 나를 죽이려고 한 거야?’‘심하온이 재범 씨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야?’불과 얼마 전까지 강다인에게 죄책감을 느끼던 공재범이 이제는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모든 희망을 잃고 무너진 강다인이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그리고 바로 그때. 강다인은 갑자기 우지민을 떠올렸다.이제 와 생각해 보면 우지민은 유일하게 진심으로 강다인을 사랑해 주던 남자였다.하지만 그런 그에게 강다인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혼을 요구했고 심지어 나중에는 그를 가정 폭력 가해자로 몰아가 강선우의 동정과 연민을 샀다.‘우지민은 지금 해외 감옥에 갇혀 있겠지?’강다인은 후회에 사무쳤다. 만약 그때 우지민과 행복하게 살았다면... 강선우를 붙잡지만 않았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강다인의 지금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다고 해도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차디찬 주위의 벽을 둘러본 강다인은 절망에 사로잡혔다....심하온과 정윤재는 경해시에 있는 임민정을 보러 가기로 했다.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두 사람은 강선우 대신 일을 해주던 대머리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는 줄곧 변장을 한 채 강운시에 숨어 정윤재와 심하온의 행적을 살피며 강선우에게 보고했다.하지만 며칠 동안 강선우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는 일단 다른 곳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강
Read more

제574화

청소 업체에서 가끔 청소하러 오는 것이 전부였다.심하온은 어렸을 때 임민정을 따라 일 년에 한 번 이곳으로 돌아와 한동안 지내기도 했었다.임민정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이곳을 심하온은 좋아했다.비록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한 번도 뵌 적은 없었지만 임민정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심하온은 두 분이 얼마나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었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두 분은 임건우 때문에 고생하시다 일찍 세상을 등졌다.차가 한 주민 구역으로 들어섰다. 주민 구역의 대부분은 작은 마당을 가진 단독 주택이었다. 그리고 임민정의 본가도 바로 그곳에 있었다.곧 차가 한 주택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심하온이 익숙한 마당과 집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엄마. 나 드디어 돌아왔어.’‘이번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같이 왔어. 엄마 사위가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왔어.’바로 그때. 채소 바구니를 든 한 중년 여자가 옆 주택으로 들어가려다 심하온을 보고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심하온 쪽으로 걸음은 옮긴 여자가 심하온을 힐끔거리더니 곧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아가씨... 아가씨세요?”눈물을 닦은 심하온이 고개를 돌려 중년 여자를 쳐다보며 웃었다.“네. 저 왔어요. 아주머니.”손애경은 임민정의 오랜 이웃이었다. 임민정과도 친한 사이였던 탓에 심하온은 매번 손애경의 집에서 놀기도 했었다.“정말 아가씨였구나.”손애경이 얼른 심하온에게 다가가며 반갑게 심하온의 손을 잡았다.“이게 얼마 만이에요. 제가 잘못 봤나 했어요. 하지만 워낙 민정 씨 어렸을 때와 닮아서 보자마자 아가씨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언제 이렇게 컸어요. 참, 민정 씨가 아직 계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안 그래도 감성적인 성격의 손애경은 갑자기 마주친 심하온에 옛친구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심하온도 따라 콧등이 시큰거렸다.“어머, 나도 참. 오랜만에 만나서는 마음 무거운 얘기만 꺼냈네요.”손애경이 얼른 미소를 지었다.“아, 이분은... 남자친구?”정윤재가
Read more

제575화

심하온이 고개를 끄덕이자 손애경은 환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심하온과 정윤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집으로 들어선 심하온은 여전한 집 안 인테리어를 보며 그리움에 빠져들었다.청소 업체에서는 집을 깨끗이 청소만 해줄 뿐, 집안의 그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이곳에 있는 모든 물건은 놓인 위치까지 전부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심하온은 어린 시절 임민정이 웃으며 하던 얘기를 떠올렸다.“엄마가 어렸을 때는 여기서 연습하는 걸 좋아했어. 여기는 엄마가 공부하던 곳이야. 그리고 가끔 공부가 하기 싫을 땐 저기 구석에 몰래 숨어서 놀기도 했어...”몇 년이 흘렀지만 심하온은 여전히 그때의 임민정의 표정과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이때, 넓고 따뜻한 품이 심하온을 감쌌다.슬픔에 잠긴 자신을 눈치챈 정윤재의 위로임을 심하온은 알고 있었다.“나 괜찮아.”심하온이 조심스럽게 눈을 비볐다.“윤재 씨도 알잖아. 가끔 슬픈 건 어쩔 수 없어.”“알아.”정윤재가 나긋하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온아. 무슨 일이 있든, 난 영원에 네 곁에 있을 거야.”“당연하지.”심하온은 더는 슬픈 감정에 가라앉지 않도록 깊은숨을 들이켰다.‘엄마도 내가 계속 슬픈 건 바라지 않으실 거야.’“안 피곤해? 힘들면 일단 방에서 좀 쉬자. 괜찮으면 내가 집 구경 시켜줄게.”심하온이 정윤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집이 크지는 않아서... 구경할 건 없을 거야.”“안 힘들어.”정윤재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심하온을 쳐다보았다.“나도 비행기에서 푹 잤어.”“그래. 그럼 따라와.”심하온은 정윤재를 데리고 집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큰 집은 아니었지만 추억으로 가득했다.심하온은 집안의 한 곳에서 또 어떤 물건을 가리키며 정윤재에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그곳에 깃든 행복한 추억에 잠길 때면 아이처럼 신난 표정을 짓기도 했다.그리고 정윤재는 그런 심하온의 곁에서 차분히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정윤재는 심하온의 이야기를 듣는 것
Read more

제576화

“빨리 이리 와서 앉아요!”손애경은 정윤재와 심하온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강제로 소파에 앉혔다.그리고 두 사람에게 주스를 따라주고는 시간을 확인하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 녀석은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야...”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저 왔어요.”정윤재와 심하온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를 살폈다.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나이가 젊고 머리를 반듯하게 잘라 아주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그 남자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더니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두 분이...”말도 채 잇지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손애경은 평소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았지만 손애경의 아들 지경태는 요즘 트랜드에 가장 예민한 부류였다.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정윤재와 심하온을 알아보았다.어렸을 때 심하온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세상 물정도 좀 알다 보니 이젠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심하온은 심씨 가문의 아가씨였다. 게다가 심하온의 옆엔 정씨 가문의 도련님까지 서 있지 않은가?그 기세에 지경태는 손가락 끝이 떨려왔다.“너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늦어? 밥도 다 차리고 기다리고 있는데.”손애경이 투덜거렸다.“우리가 널 기다려야겠어?”“오늘 야근 좀 했어요.”지경태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집에 손님이 왔으면 미리 언질이라고 해주시지, 그랬어요? 알았다면 일찍 퇴근했을 텐데요.”“그것도 그래. 너무 반가운 마음에 너한테 알려야 한다는 걸 잊었어. 그래도 일단 왔으니, 밥부터 먹자꾸나.”지경태는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조용히 손애경의 옆자리에 착석했다.살아 생전 심하온, 정윤재와 같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니.지경태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평생 자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식사 자리에는 대화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지경태와는 다르게 손애경은 전혀 정윤재의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성격이
Read more

제577화

지경태는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고 차가운 시선이 본인을 향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그 시선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있는데, 손애경이 다시 말을 이었다.“그래서 제가 크게 혼을 냈었어요. 쪼끄마하게 어린 녀석이 벌써 결혼이라는 말을 꺼내다니요. 게다가 상대가 무려 아가씨인걸요. 제가 그렇게 크게 혼을 냈더니 바로 순순히 마음을 접었어요. 하하하. 참, 이 아인 2년 전에 이미 결혼했고, 아들도 낳았어요. 올해엔 며느리가 손자를 데리고 처댁으로 내려가서 만나지는 못하겠네요.”손애경이 말을 마치자 따끔거리는 시선이 서서히 사라졌다.지경태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밥 한번 먹는데 정말 속이 얹힐 것 같았다.상황을 눈치챈 심하온이 식탁 아래로 정윤재의 발을 살짝 건드렸다.‘진짜. 언제 적 일인데 또 질투하고 그래?’‘경태 씨 얼마나 당황했겠어.’정윤재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묵묵히 심하온에게 반찬을 올려주었다.식사를 마치고 심하온과 정윤재는 손애경과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경태는 제 방에 콕 들어박혀 있을 한답시고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두 사람이 집을 나설 때가 되어서야 인사를 하러 얼굴을 내밀었다.손애경네 집에서 나오고 심하온이 정윤재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왜 사람을 그렇게 무안하게 해.”정윤재는 아주 침착한 표정이었다.“내가 뭘 어쨌다고.”정윤재는 말하면서 심하온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뭘 어쨌긴, 시선으로 사람 잡아먹을 기세던데?”정윤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왜 자꾸 그 사람 걱정하는 거지?”“...”심하온은 화가 치밀어 정윤재의 등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정윤재는 급히 심하온을 받아 업었다.“정말 꼭 그렇게 해야겠어?”심하온은 이참에 정윤재의 등에 업혀 귓불을 가지고 놀았다.정윤재는 발걸음을 늦추며 말했다.“내가 먼저 시비 건 적 없어.”심하온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질투를 아주 밥 먹듯이 하네.’그때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오고 심하온은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등에 머
Read more

제578화

세 남성은 대화하는 척 자꾸 심하온을 힐끔거렸다.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얼굴까지 시뻘게져 있었다.정윤재는 코웃음을 내쉬며 자연스럽게 심하온을 몸으로 가렸다.심하온을 향한 시선을 차단하고 정윤재가 차갑게 그들을 노려보았다.세 사람은 깜짝 놀라더니 허겁지겁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마침 심하온도 대화를 마치고 정윤재의 시선을 따라 도망가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저 세 사람이 자꾸 널 힐끔거렸어.”정윤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심하온은 뒷모습을 보며 한참 생각하다가 무언가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혹시 그 세 사람 아닐까?”“그게 누군데?”“어릴 때 이 구역에 못 된 골목대장 셋이 있었어. 나보단 나이가 한 서너 살이 많고 어릴 때부터 말썽을 많이 피웠어. 엄마랑 여기 살 때에도 저 셋을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니까.”이 동네에서 놀다가 엄마의 곁에서 멀어지자마자 저 세 골목대장을 마주쳤는데, 그날 잡아당겼던 머리카락이 그렇게나 아팠다.다행히 뒤쫓아 온 경호원이 제지하고 크게 혼을 냈다.그 뒤로는 다시 심하온을 괴롭히지 않고 심하온을 만나기만 해도 멀리 도망갔었다.생각해 보니 저 세 골목대장도 몇 년 동안이나 마주치지 못했다.정윤재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도망가는 세 남자를 바라보았다.이튿날 아침, 아침밥을 챙겨 먹고 심하온은 정윤재와 함께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살아생전 엄마가 좋아하는 꽃도 사 들고 말이다.봉안당은 거주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기에 운전하는 대신 도보로 향했다.봉안당에 도착하고, 엄마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심하온은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하루라도 엄마가 안 보고 싶었던 적 없었어.’‘엄마가 살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눈 앞엔 엄마의 이름이 적힌 차가운 비석만 보였다.눈물을 꾹꾹 참으며 심하온은 정윤재와 함께 그곳으로 걸어갔다.“엄마.”하지만 참아왔던 눈물은 입을 여는 순간 쏟아져 내렸다.“나 왔어.”심하온은 상체를 살짝 숙여 사 온 꽃을 내려두
Read more

제579화

사진 뿐인 엄마가 답해 올 리가 없었다.심하온은 코끝이 찡해 왔지만, 눈물을 꾹 참으며 말했다.“나 이제 더는 안 울어. 오늘 사위 데리고 와서 멋지게 인사하고 싶었는데 다 망했어. 나 원래 이렇게 눈물 많지 않거든? 나 정말 울보 아니야.”심하온은 정윤재의 손에서 휴지를 받아 쥐고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할머니랑 아빠는 다 건강하셔. 걱정하지 마. 우린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어. 회사도 계속 잘 되고 있고, 나도...”심하온은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나도 잘 지내고 있어. 윤재랑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내니까 내 걱정은 마.”정윤재가 미소를 지은 채로 심하온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정윤재가 심하온의 엄마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앞으로 쭉 하온이 곁을 지킬 게요. 평생 하온이를 사랑으로 감쌀게요.”그러자, 또 미풍이 불어왔다.바람이 자주 부는 공간이긴 하지만, 심하온은 마치 엄마가 얘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자, 이제 넌 저쪽으로 가 있어.”심하온이 정윤재의 어깨를 쭉 밀어내며 말했다.“엄마랑 비밀 얘기 좀 하게.”정윤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심하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하온이 엄마에게 몰래 할 말이 있다는데 당연히 그 의견을 존중해 줘야 했다. 그래서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멀지 않은 곳에 선 정윤재는 심하온의 얼굴은 보이지만 나누는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심하온은 조금 더 바짝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이상하지 않아? 전에 엄마한테 와서 내 전 남자 친구 강선우에 대해 말했었잖아. 그때 그 사람 참 많이 좋아했었다? 정말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딴 쓰레기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데 엄마 안심해. 그 사람 실체를 알아보고 바로 헤어졌으니까.”심하온은 조금 떨어진 정윤재를 힐끔 보며 말을 이었다.“윤재랑 강선우는 아예 달라. 두 사람을 같이 두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윤재한테 실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엄마, 윤재는 나한테 정말 잘 해줘.
Read more

제580화

엄마 앞에만 서면 심하온은 하고 싶은 얘기가 쏟아졌다.그렇게 또 한참 일상 얘기를 나누다가 엄마의 사진을 보며 심하온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내가 비밀 얘기해줄까? 이제 비밀은 아니긴 한데... 나 정말 윤재가 너무 좋아.”그 말을 하는 심하온은 귓불까지 빨개졌다.마치 엄마한테 첫사랑 얘기를 하는 소녀 같았다.정윤재는 아직 그 자리에서 심하온을 지켜보고 있었다.핸드폰을 하거나 딴짓도 하지 않고, 따분하다는 내색도 없이 다정하게 심하온을 바라보고 있었다.심하온은 활짝 웃다가도 또 눈가를 붉혔다.정윤재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그 모습에 가슴이 찢겼다.그러다가 심하온이 정윤재를 향해 손짓했다.정윤재는 바로 큰 보폭으로 다가가 심하온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우린 이만 가볼게.”심하온이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올게.”정윤재도 예의를 갖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어머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리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몇 걸음 걸지 못하고 심하온은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앞에 내려둔 꽃잎이 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마치 두 사람에게 작별 인사라도 하듯.다른 한편, 나현아가 커피를 사 들고 송서준의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송서준의 옆엔 재무팀 여직원이 서 있었고, 송서준은 서류 하나를 들고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정상적인 거리와 사무적인 내용이었지만 나현아는 기분에 거슬렸다.요즘 들어 송서준의 주변에 다른 여자가 나타나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상대가 회사 직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서준아.”나현아는 바로 두 사람의 대화를 잘랐다.“나 커피 사 왔어.”“그래. 일단 앉아서 기다려줘.”송서준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회사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거든.”직원도 나현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러나 나현아는 이런 직원을 차갑게 쏘아보며 소파에 풀썩 앉았다.직원은 깜짝 놀라 버렸고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미움을 산 건지 몰랐다. 그래서 송
Read more
PREV
1
...
5657585960
...
6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