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271 - Bab 280

405 Bab

제271화

소진과 서하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서하 뱃속 아기의 성별 문제를 당연히 딸이라고 정해버렸다.여섯 시 반이 되자 누군가 병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소진이 웃으면서 문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분명 하선우야. 오늘은 꽤 괜찮네, 생각보다 일찍...”하지만 말은 문을 여는 순간 뚝 끊겼다.소진 눈앞에 서 있던 사람은 선우가 아니라 은혁이었다.은혁은 어제와 같은 도시락을 들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소진을 바라보았다. 눈에 어딘가 간절함이 비쳤다.“아침 가져왔어요. 그리고... 서하한테 잠깐만, 정말 잠깐만 할 말이 있는데... 말만 하고 바로 갈게요.”소진은 은혁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단 한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어쩔 수 없지... 배은혁 얼굴이 너무 반칙이야.’‘하선우보다도 잘생긴 것 같고.’거의 정신을 놓을 뻔했지만, 소진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요! 서하는 배 대표님 보면 기분이 안 좋아져요.”그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거... 어제 거예요?”“아니에요.”은혁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오늘 아침에 바로 만든 거예요. 한 대표님도 서하와 함께 드시라고요.”결국 소진은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 도시락을 받아들었다.“밥은 두고 가세요. 근데 배 대표님은 안에 들어가지 마세요. 서하 병 나으면 그때 다시 오세요.”‘그때 서하가 배은혁을 만날지 말지는, 서하가 스스로 선택하겠지.’은혁은 도시락을 소진에게 건네며 낮게 말했다.“그럼... 한 대표님, 서하 좀 부탁드립니다. 서하 오늘 어때요? 열은... 내렸나요?”“이미 안 나요.”소진이 답했다.“아침에 간호사도 다녀갔고,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다행이네요.”은혁은 자신이 직접 서하를 병원에 데려왔는데, 정작 지금은 얼굴조차 못 보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밀려왔다.물론 강제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생길 결과를, 은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서하에게 충분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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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소진이 팔짱을 끼고 은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누구요? 누구 데리러 왔다고요? 어디로요? 누구신데요?”은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난처하게 입을 열었다.“서하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 퇴원해도 돌볼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가려고 해요.”소진이 바로 받아쳤다.“그건 배 대표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배 대표님은 하루하루가 전쟁일 텐데, 시간이 없잖아요?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서하 잘 챙길게요.”그때 서하가 문가로 걸어나와 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고마워. 하지만 나 필요 없어.”은혁의 시선이 흔들렸다.“나랑 같이 집에 가자. 당신이 완전히 회복되면, 그때는 어디 가든... 절대 간섭 안 해.”“나 이미 다 나았어.”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괜찮아. 안 괜찮다고 해도... 당신한테 민폐 끼칠 일도 없어.”“그게 왜 민폐야...”“당신 말 끊는 거 아는데.”서하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나는 당신이랑 안 갈 거야. 예의 차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그럴 필요가 없어서.”소진이 나섰다.“서하가 안 간다잖아요. 배 대표님, 못 들은 거예요? 아니면 알아들을 생각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사람을 난처하게 해야 속이 시원해요?”그리고 짜증 난 듯 덧붙였다.“배 대표님, 서하 생각 좀 존중하면 안 돼요?”은혁은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다.“저는... 물론 서하 생각 존중해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제 아내를... 돌보고 싶어요.”“정말 필요 없어.”서하가 다시 말했다.“당신 일도 바쁠 텐데 그냥 가. 그리고... 이혼 관련된 거 말고는 연락하지 말자.”“임서하!”은혁이 급하게 소리쳤다.아직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였다.그때, 뒤에서 쿵쿵 소리가 나더니 천후가 성큼성큼 걸어왔다.“야! 귀도 눈도 멀쩡한 사람인데, 서하가 뭐라고 했는지 못 들은 척하는 거야?”천후는 은혁을 정면으로 노려보며 말했다.“남자면 딱 끊을 땐 끊어야지! 이렇게 질질 매달리면 뭐가 되냐? 남자답게 좀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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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천후가 ‘가끔 올린다’고는 했지만, 오늘은 누가 봐도 일부러였다.천후와 은혁은 물과 기름처럼 지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서로 SNS 친구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그렇다. 방금 그 SNS 글, 천후는 딱 한 사람만 보라고 올린 것이었다.그리고 은혁은 그걸 거의 실시간으로 알아차렸다.사진은 그저 평범한 음식들이었지만, 문제는 글이었다.[친구 퇴원, 같이 축하.]오늘 퇴원한 사람이 누군데?바로 서하였다.은혁은 어떻게 서하에게 연락해야 할지, 어떻게 다시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이었다.그때 핸드폰 화면에 천후가 올린 SNS가 떠올랐다.적이라고 할 만큼 사이가 나쁜 둘이지만, 이상하게 서로의 속내만큼은 너무 잘 파악한다.천후가 지금 뭘 자랑하고 싶은지, 은혁은 단번에 감 잡았다.만약 예전 같았으면, 은혁은 벌써 자존심이 폭발해서 그대로 식당에 들이닥쳤을 것이다.그리고 강제로 서하를 끌고 갔겠지.하지만 지금의 은혁은 그럴 수 없다.정확히 말하면, ‘감히 그러지 못한다’에 더 가까웠다.어느 한순간, 어떤 일이 은혁의 머릿속에 박혀버린 것이다.그 이후로 은혁은 매번 생각이 멈추고, 다시 깨어날 때마다 똑같은 사실을 깨닫는다.‘전처럼 하면... 서하를 영영 잃게 된다.’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평생을 살아도 누군가는 그 능력을 배우지 못한다.어떤 이는 큰 상처를 겪고서야 비로소 얻는다.은혁은 후자가 지금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요즘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서하의 감정부터 고려하게 되는 것도, 본능처럼 다가왔다.‘짐승도 위협을 느끼면 예민해진다는데... 그거랑 비슷한 건가.’서하가 떠난다는 건 은혁에게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다.정신과 몸이 산산조각 나는 손실이었다.그렇게 되면... 은혁은 다시 못 일어설지도 모른다.그 두려움이 은혁 안에서 깊게 깨어나 있었다.그러니 천후가 SNS로 자랑질을 해도, 은혁은 화도 못 내고 있었다.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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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식사 시간은 끝까지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아무래도 서하가 퇴원한 날이니, 내내 축하하는 분위기가 흘렀다.그리고 서하는 드디어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갈비찜을 먹었다.갈비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반찬과 요리들이 테이블을 풍성하게 가득 채웠다. 며칠 동안 병원 밥만 먹어서 입에서 ‘풀 냄새만 풀풀 나는 지경’이었던 서하는 정말 정신없이 잘 먹었다.식사를 마치자 소진이 서하를 데리고 먼저 나갔다.결국 네 사람은 반찬 여섯 가지에 국 한 그릇까지, 상에 올라온 음식을 거의 다 비웠다.접시가 반짝일 정도로 깨끗해진 걸 보며 천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슬며시 올라왔다.그래서 또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이번 문구는...[빈그릇 챌린지, 나부터 실천.]그 글을 본 사람들은 죄다 눈이 휘둥그레졌다.‘지천후 맞아? 이 인간이 음식 그릇을 비울 줄 알아?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서하와 소진을 보내고 난 뒤, 선우와 천후는 각자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선우가 천후를 한번 흘깃 보며 말했다.“너 좀 이상한데.”천후는 선우를 노려보며 말했다.“그 말, 형은 초딩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천후는 어릴 때부터 사고뭉치였다.대부분의 남자애가 장난을 쳐도 선을 지키는데, 천후는 늘 그 선을 넘어버리는 아이라 어머니가 정말 ‘다시 뱃속에 넣고 싶은 애’라고 말하곤 했다.선우는 그런 천후와 함께 자라서 천후가 누군가를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티 나게 잘 보이려고 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내가 서하 씨 욕하려는 게 아니라...”선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너 연애도 안 해봤고, 여자랑 제대로 얘기해본 적도 별로 없으니까... 서하 씨 좋아하게 된 건 뭐, 이해는 한다만...”“스톱.”천후가 바로 선우를 밀었다.“누가 임서하 좋아한다고 그랬냐?”“너 빼고 다 알아.”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나한테까지 연기하냐?”“형한테 연기 안 해.”천후가 단호히 말했다.“나 임서하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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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은혁은 처음엔 서하가 이틀 동안 소진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먼저 학교로 가봤지만, 학교에서는 서하가 아직 복귀 전이라고 했다.은혁은 결국 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상호는 처음에 깜짝 놀랐지만, 은혁이 누나의 행방만 묻자 그제야 목소리가 안정됐다.서하는 친정에도 가지 않았다.전화를 끊기 직전, 은혁은 상호에게 말했다.“넌 이제 성인이잖아. 제발 너 누나 걱정하게 하는 짓 좀 그만해.”상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알겠어요, 매형.]전화를 끊은 뒤, 예전 같았으면 은혁은 이미 사람을 시켜 서하의 위치를 뒤졌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은혁은 선뜻 그러지 못했다.그럼에도 걱정은 걱정이었다.결국 그는 더는 방법이 없어서 아주 최소한으로만 사람을 시켜 확인했다.그리고 서하가 소진의 집에 있다는 걸 알았다....문이 열리고, 서하는 문 앞에 선 은혁을 보며 한 박자 멈췄다.그리고 담담히 물었다.“당신,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당신한테 할 말 있어.”은혁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전화해도 안 받고,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어쩔 수 없었어. 당신을 감시하려는 건 아니야.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말해.”서하는 문 안쪽에서 문틀을 한 손으로 짚고 서 있었다.표정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은혁의 이런 설명에도 서하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예전이라면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아예 무감각해진 듯했다.그게 은혁에게 어떤 감정인지, 표현할 길 없는 씁쓸함이 은혁의 가슴을 스쳤다.은혁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나... 안으로 들어가도 돼? 아니면, 우리 자리라도 옮겨서 잠깐...”“필요 없어.”서하가 잘라 말했다.“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여보...”“배은혁.”서하의 목소리에 단단한 분노가 실렸다.“그렇게 부르지 마.”은혁은 서하를 바라보았다.‘지천후도 서하를 ‘꿀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여보’도 안 된다고?’‘지천후 같은 인간도 너랑 밥을 먹는데...’‘나는 말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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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아이 때문이야?”서하의 맑고 또렷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 은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그제야 서하가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이해했다.은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이 때문만은 아니야. 우리 결혼... 나 진짜로 다시 되돌리고 싶어. 여보, 내가 달콤한 말은 못 해도... 당신은 내가 처음 좋아한 여자고, 지금도 유일한...”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용한 공간에 날카로운 비웃음 소리가 튀어 올랐다.은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하를 바라봤다.방금 그 냉소적인 웃음이... 정말 서하에게서 나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배은혁, 당신이 이런 식으로 위선 떠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서하가 말했다.“이혼 안 하려고... 진짜 별짓 다 한다.”말을 마친 서하는 갑자기 은혁을 한 번 세게 밀었다.준비도 안 되어 있던 은혁은 그대로 휘청했고, 그 사이 서하는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은혁은 그대로 문 밖에 고립되었다.그는 숨을 고르고 문을 두드렸다.“나 아직 말 못 끝냈어. 레나에 관한 얘기도 있고, 예전에... 내가 미처 말 못 했던 것들이 있어.”문틈 너머로 민레나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서하는 온몸에 거부감이 올라왔다.민레나... 그 이름 하나만으로 속이 뒤틀렸다.서하는 임신 이후로 별다른 입덧도 없었는데, 지금은 역한 기운이 훅 치고 올라왔다.그녀는 문밖의 목소리를 아예 무시한 채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문을 닫고 잠갔다.이제야 비로소 완전한 고요가 찾아왔다....소진은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을 보다가, 다섯 시가 넘자 비로소 선우의 전화를 받았다.최근 며칠, 서하 덕분에 선우는 거의 ‘배달원’처럼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 결과 소진에게서 굉장히 드문 ‘호감’을 얻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요즘 소진은 선우의 전화를 웬만하면 받았다.“왜?”소진은 여전히 서류에 사인하면서 물었다.[저녁 같이 먹을래?]선우의 목소리였다.[보양식 맛있게 잘하는 집 알아. 서하 씨 갓 퇴원했잖아. 몸보신하면 딱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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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결국 소진이 자기 집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문밖에 혼자 서 있는 은혁이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순간, 소진의 입가에는 비아냥조의 웃음이 스쳤다.“배 대표님, 참... 귀하신 손님이 이런 누추한 데까지 오시다니요.”소진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냉소가 묻어 있었다.“배 대표님께서 이렇게 찾아오실 줄 몰랐네요.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은혁의 얼굴에는 다소 수척한 기색이 감돌았고, 그는 소진의 말에 담긴 적의를 굳이 받아치지 않았다.“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하지만 서하는 은혁이 말문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진은 서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은혁이 굳이 누군가와 얘기해 보려 한다면 아마도 소진일 것이다.그러나 서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우리 사이에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요?”소진이 냉정하게 말했다.“비켜주세요. 저 들어가서 밥해야 해요.”“한 대표님 시간을... 20분 정도만 주시면 됩니다.”은혁이 말했고, 이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아마, 가능하다면... 한 대표님도 서하가 이혼하는 건 바라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그건 배 대표님이 완전히 잘못 짚으셨네요.”소진은 아주 단호했다.“난 서하 이혼하는 거, 아주 적극적으로 지지해요. 그리고 서하가 말했다시피 이미 배 대표님의 아내가 아니라고. 배 대표님은 왜 그걸 자꾸 잊어버리세요?”이어지는 말에 은혁의 표정이 굳어졌다.“지천후도 서하를 만나는데, 왜 나는 안 됩니까?”“그야... 배 대표님이 좀 특별하시니까요.”소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하는 우리를 좋아하니까, 보고 싶어하는 거고요. 그런데 배 대표님은... 배 대표님이 보시기엔 어떤 것 같아요?”‘특별해. 그래서 더더욱 싫어하는 거지.’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소진은 다시 말했다.“비켜주세요. 우리 집 입구에서 길막하고 계시면 곤란해요.”소진의 집은 한 층에 한 세대만 있는 구조라, 다른 주민에게 폐를 끼칠 일은 없었다.그래서 은혁이 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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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안 볼래. 너 장 봤어?”“비서가 사 왔어.”소진은 식재료 봉지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너 좋아하는 탕수갈비 해줄게.”서하도 자연스레 소진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이런 거 비서한테 시키지 마. 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 나가서 바로 아래 마트에서 사 오면 돼.”“너를 어떻게 보내.”소진이 말했다.“넌 임산부야. 뭐 하나라도 잘못되면 안 돼. 비서한테 연봉 주는데, 장 보는 것 좀 시키면 어때서?”서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파 줘, 내가 다듬을게.”“넌 가만히 있어.”소진은 서하의 어깨를 살짝 밀어 문 쪽에 앉혔다.“거기 앉아서 말동무나 해. 그게 더 도움 돼.”서하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았다.소진은 재료를 꺼내며 말했다.“배은혁이 너한테 전해달래. 자기 바람 안 피웠다고. 민레나랑은 아주 깨끗한 사이래. 그리고 시간 잡자고도 했어. 민레나 데리고 와서 직접 해명하겠다고.”말을 마친 소진은 고개를 돌려 서하를 바라봤다.“너는 믿어?”서하는 문틀에 기대어 말했다.“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난 이혼할 거니까.”“만약에... 정말 오해라면 어떡할건데?”서하는 단호했다.“나 처음에 배은혁이랑 결혼한 건 좋아해서였어. 근데 이제 배은혁을 안 좋아해. 그러니까 이 결혼은 더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야.”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지. 그러니까 배은혁 그 개새끼가 바람을 피웠는지, 안 피웠는지... 사실은 진짜 중요한 게 아니네.”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사이에 소진은 칼을 잡고 도마 위를 두 번 힘껏 내리쳤다.“근데도 진짜 열받는 건 열받는 거야!”서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소진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그 개새끼! 배은혁한테 이게 어디야! 내가 예전 성질 그대로였으면, 사람들 많은 데서 한 번은 꼭 망신을 줬을 거야!”“됐어.”서하가 웃으며 달랬다.“우리 소진은 예쁘고 마음도 착해서, 그런 일로 배은혁이랑 싸우고 그러지 않아.”“그래, 알았어.”소진은 채소를 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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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소진과 서하는 저녁을 먹고, 방에서 한 시간 정도 요가를 했다.각자 샤워까지 마치고 나니 몸이 노곤해져 금방이라도 눕고 싶었다.침대에 걸터앉은 소진이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서하에게 말했다.“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서하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이 시간에? 왜 나가?”소진은 숨기지 않았다.“하선우 왔어. 지금 아래층에 있대.”“그럼 빨리 다녀와.”서하는 더 묻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하는 깊이 잠들었고, 소진이 언제 돌아왔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소진은 서하에게 영양 듬뿍 들어간 미음을 직접 끓여주고, 계란전까지 부쳤다.아침을 든든히 먹인 뒤 차에 태워 학교로 데려다주었다.서하가 앓기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고, 그동안 대학원생들은 서하를 무척 그리워했다.신애는 서하를 보자마자 팔짱을 끼고 매달렸다.“언니! 언니 안 온 동안 기중환 교수님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진짜 죽는 줄!”서하는 그야말로 ‘공부의 신’, 아니 천재였다.기중환 교수가 던지는 어려운 과제도, 서하가 있으면 모두가 숨통이 트였다.강민도 실력이 뛰어났지만, 아무도 강민에게 쉽게 질문하지는 못했다.반면 서하는 설명도 친절하고 성격도 부드러워서, 다들 서하에게 의지했다.강민도 다가왔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누나, 이제 괜찮아요?”서하는 미소를 지었다.“응, 이제 다 괜찮아.”강민은 준비해온 자료 한 묶음을 서하에게 건넸다.“누나 그 프로젝트 관련된 구체적인 데이터예요.”서하는 바로 받아들며 말했다.“고마워.”지금 딱 필요하던 자료였다....오후가 되자, 서하는 정리한 자료들을 화공 공장 책임자에게 모두 전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책임자에게 전화가 왔다.혹시 시간이 되면 계속 아르바이트를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었다.하지만 서하는 앞으로 한동안 너무 바빠, 이번엔 정중히 거절했다.다음 달쯤이면 다시 가능하다고만 약속했다.그 뒤로 서하는 정말로 정신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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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서하는 어려서부터 줄곧 공부를 잘했다.첫째로, 웬만한 문제는 서하에게 너무 쉬웠고, 둘째로 임범철 부부가 엄하게 가르쳤기 때문이다.그래서 서하는 늘 어른들 입에 오르내리는 ‘엄친딸’이었다.말 잘 듣고, 순하고, 성적까지 뛰어난 모범생.그렇다 보니 세상에서 어지러운 일들은 가까이해본 적도 없었다.상호가 도박을 한다는 사실, 그것도 큰돈을 벌여가며 한다는 건... 서하에게는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일이었다.‘돈도 없는 주제에 거짓말까지 해서 빌린 돈으로 또 도박을 한다고?’‘상호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서하는 끝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화가 났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핸드폰을 꺼냈다.상호 번호를 눌렀지만, 신호가 가기도 전에 끊어버렸다.상호는 항상 그랬다.다시는 안 하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늘 약속을 어겼다.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는 사람이었다.서하는 결심했다.집에 가야겠다고.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중환 교수에게도 오후 수업을 빠지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차를 몰아 친정으로 향했다....예고 없이 도착한 집 앞에서 서하는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문을 연 사람은 노숙진이었다.서하는 그녀의 눈이 빨갛게 부어 있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마치 오래 울었던 사람처럼.“엄마, 무슨 일이에요?”“서하?”노숙진은 놀란 듯했다.“네가 웬일로 왔어?”서하는 집 안으로 들어오며 신발을 벗었다.그때 임범철의 표정도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아빠, 엄마... 무슨 일 있어요?”다시 묻는 순간, 노숙진은 더는 버티지 못했다.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서하야... 엄마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니...”서하는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엄마, 무슨 일인데요?”“상호가... 상호가 우리 집을 팔아버렸어!”노숙진은 울부짖었다.“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서하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임범철은 옆에서 씩씩거리며 소리쳤다.“울지 좀 마! 벌써 이렇게 돼버렸는데 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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