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291 - Bab 300

405 Bab

제291화

선우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나한테 묻지 마! 나 아무것도 몰라! 잘 놀다 가라!”말을 끝내자마자 선우는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나재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세상이 순식간에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생각해보면, 재도가 서하를 마지막으로 본 게 벌써 3년 전이다.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재도의 흐트러진 생각을 끊었다. 그는 급히 전화받았다.“대표님,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선우가 룸으로 돌아오자, 천후가 그를 흘끗 쳐다봤다. 선우는 고개만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이한은 방금 엉덩방아를 찧어 아파서 울상 짓던 것도 금세 잊고, 맛있는 음식이 보이자 금방 얼굴이 풀렸다.소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서하에게 한마디 해두기로 했다.“서하야, 아까 이한이가 부딪힌 사람이 나재도야.”서하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나... 비서님?”“응.”천후가 이한에게 국을 떠주며 말했다.“근데 신경 쓸 필요 없어. 너랑 배은혁은 이미 오래전에 이혼했잖아. 오늘은 그냥 어쩌다 마주친 거고, 앞으로 그럴 일 없어.”“맞아.”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마주쳤다고 해서 뭐가 있겠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하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자기 그릇에 옮겨놓고도 먹지 않았다.당시 이혼을 위해, 서하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숨겼다.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나중에 방사선 노출 사건이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이혼을 원활히 끝내기 위해 이번엔 수술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또 숨겼다.어쨌든... 이한은 결국 은혁의 아이였다.서하는 마음 한구석이 계속 걸렸다.‘내가 잘한 걸까?’“서하야, 너무 생각하지 마.”소진은 서하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그때 일은 네 잘못 아니야. 배은혁 그 개...”소진은 욕을 내뱉으려다, 옆에서 이한이 멀뚱멀뚱 천후를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꿀꺽 삼켰다.“아무튼, 너랑 그 사람은 이제 아무 관계도 없고, H시는 얼마나 넓은데. 다시 엮일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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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도대체 무슨 일이야?”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일 생겼어?”재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전에 식사할 때... 사모님을... 아니, 임서하 씨를 뵀습니다.”은혁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급격히 좁아졌다.“뭐라고?”은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임서하’라는 세 글자는 이제 은혁의 꿈에서만 나오는 단어였다.“서하?”은혁은 힘겹게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뱉었다.“나 비서... 서하를 본 거야?”“네, 뵀습니다.”재도는 한 번 더 주저했지만, 끝내 ‘지천후’라는 이름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임서하 씨도 그곳에서 식사하고 있었습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도는 조심스레 시선을 올려 은혁을 바라봤다.은혁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마치 ‘임서하’라는 이름도, 그 사람도, 은혁에게는 이제 아무런 파문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처럼.재도는 그제야 몸을 돌리려 했다.그때, 은혁이 입을 열었다.“조사해. 서하 지금...”재도는 습관적으로 ‘네’라고 할 뻔했다.그러나 은혁이 바로 말을 이었다.“됐어.”‘됐어?’‘됐다는 건... 무슨 뜻이지?’재도가 다시 바라봤을 때, 은혁은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재도는 조용히 대답했다.“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돌아앉았다.차에서 내릴 때까지, 은혁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하가 돌아온 지 하루가 지나자, 다음 날 아침 소진이 가사도우미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서하는 곧 일을 시작해야 했고, 앞으로도 많이 바쁠 예정이라 이한을 직접 돌볼 시간이 없었다.서하와 소진은 해외에서도 계속 사람을 써서 이한을 돌봤다.이번에 온 가사도우미의 이름은 조경.예전에 소진네 집에서도 일한 적이 있어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게다가 조경은 성격도 온화하고 인상도 좋았으며, 요리 실력도 훌륭했다.서하는 조경이 마음에 들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한이 조경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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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기중환 교수가 굳이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교수들이 올 것임이 분명했다.서하는 집에 있는 조경에게 전화를 걸어 이한에게 열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저녁 식사 장소는 H시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호텔이었다.그리고 서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을 그곳에서 보게 되었다. 바로 은혁이었다.자리에는 정말 유명한 화학, 물리 분야 교수들이 여럿 참석해 있었고, 그중 두 사람은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려 있는 인물이었다.요즘은 누구나 ‘덕질’을 한다.연예인을 덕질하는 사람도 있고, 전공 분야의 ‘아이돌’을 덕질하는 사람도 있다.서하는 그중 한 교수의 열렬한 팬이었다.심지어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우연히 보게 된 그 교수의 강의 영상 때문이었다.지금 그 존경하는 교수와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하는 속으로는 벅차오를 만큼 기쁘고 설렜다.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얼굴은 담담했지만, 유독 반짝이는 그 눈빛은 서하의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기중환 교수가 서하를 데리고 교수들께 인사를 돌았다.놀랍게도 교수들은 서하를 기억한다며 ‘어떤 데이터가 혹시 자네가 만든 거냐’라고 먼저 물어왔다.서하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대답했고, 그 뒤 자연스럽게 연구 이야기가 이어졌다.마지막에는 한 교수가 서하에게 느닷없이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우리 제자 하나가 외국에서 갓 들어왔어. H시는 처음이라는데, 시간 되면 좀 데리고 다녀줘.”그 교수의 제자라면 실력도 대단하겠거니 하고, 서하는 그 남자에 대해 이미 호감을 느낀 상태였다.그 남자는 안경을 쓴,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의 훈남이었고, 나이는 서른 정도로 보였다.말수가 적고 조용한 타입이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락처를 교환했다.잠시 후, 서하가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복도에서 그 제자를 마주쳤다.“강민우 씨.”서하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민우는 H시에 대해 매우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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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누가 알았을까?한밤중에 조경은 급하게 서하를 깨웠다.“이한이 열났어요!”서하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새벽 한복판, 서하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이한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다행히 서하는 아파트 단지 주변 병원을 미리 알아두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이 있었다.서하는 새벽에 응급실을 접수하고, 진료받고, 약 타고, 수납하고, 검사하고...이 모든 게 끝났을 때는 이미 새벽 세 시가 훌쩍 넘었다.이한은 열이 내리고, 볼은 아직 붉지만 곤하게 잠들었다.서하는 그대로 옆에 걸터누워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아이를 지켜봤다.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시기라 당장 급한 일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만큼 고마운 적은 없었다.일까지 있었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것이다.병원에서 일단 상황을 정리한 후, 서하는 조경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조경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이렇게 밤새도록 병원에서 버텨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조경은 오히려 더 일찍 서하 집에 나타났다.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아침 식사까지 챙겨 들고.조경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기 보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금방 죽이랑 반찬 조금 해서 왔어요.”정성스럽게 끓인 죽과 두 가지 반찬.서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이한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복도로 걸어 나갔다.그러다 그곳에서 민레나와 마주쳤다.그 순간 서하는 진심으로 이렇게 느꼈다.‘H시가 이렇게 작은 도시였나.’‘어제는 배은혁을 보고, 오늘은 민레나네.’‘이걸 운이 좋은 거라고 해야 하나,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하나...’서하는 돌아서서 피하고 싶었지만, 레나도 이미 서하를 발견한 상태였다.레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귀신이라도 본 듯,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떴다.서하는 레나와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짧게 시선을 거두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서하 언니!”레나가 거의 비명처럼 불렀다.서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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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그래서 성우가 레나에게 파혼을 통보했을 때, 레나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어차피 성우는 레나의 눈에 차지 않았고, 은혁만 잡을 수 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레나는 곧 깨달았다.은혁의 태도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성우와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은혁은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었다.레나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그럼에도 레나는 늘 믿고 있었다.‘나는 아직 기회가 있다. 반드시...’그리고 오늘 3년 만에 마주한 서하는 레나의 머릿속을 통째로 뒤집어놨다.레나는 생각했다.서하가 은혁을 떠났다면 삶이 엉망진창일 거라고.초라하게 망가져 있을 거라고.그런데 어째서 서하는 더 예뻐져 있었다.‘임서하... 혹시 성형한 거야?’레나는 그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언니... 성형하신 거예요?”서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레나를 보며 말했다.“너 진짜 제정신이냐?”말을 끝내고는 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레나는 포기하지 않고 뒤따라왔다.“언니, 대답하세요! 성형한 거예요? 아니면, 시술이라도 한 거예요?”서하는 레나에게 시선 한 번 주기조차 아까웠다.하지만 마음속은 솔직했다.‘이게 이렇게 통쾌할 일인가?’레나는 늘 서하 앞에서 잘난 척, 우월감, 귀티 나는 태도를 잃지 않았고, 마치 은혁 바로 밑에라도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오늘 이렇게 지쳐 보이고 피부도 상하고, 눈가에 주름까지 생긴 레나를 본 서하는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통쾌했다.그런데 레나는 오히려 서하가 성형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서하는 피식 웃고 말했다.“아니? 나 화장품도 거의 안 써. 근데 네 얼굴은 왜 그래? 내가 기억하기론 너 나보다 몇 달 어렸지? 이 피부... 왜 아줌마 같아?”그렇다. 서하는 이제 피할 생각이 없었다.레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이런 말은 상상도 못 했다.‘아줌마? 내가? 임서하가... 나한테 그런 말을?’“서하 언니!”레나가 소리쳤다.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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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서하는 검사 결과지를 받은 뒤 다시 의사를 찾아갔고, 응급실에서 바로 입원 허가를 받아 소아과 병동으로 이동했다.폐렴은 아니지만, 의사는 며칠 정도는 입원해 안정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소아과 병실에서 이것저것 정리한 후, 서하는 조경에게 집에 가서 쉬라고 말했다.“점심때 아이 식사만 좀 가져와 주세요.”조경은 알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이한은 잠에서 깨 아침을 먹었고, 수액을 맞고 있어도 정신은 제법 또렷했다.그때, 소진에게서 전화가 왔다.[나 지금 백화점인데, 이한이한테 물어봐. 굴착기는 빨간색이 좋아? 노란색이 좋아?]이한은 한동안 굴착기 장난감을 갖고 싶어 했지만, 서하는 아직 허락하지 않았었다.국내로 돌아오자마자, 소진은 바로 그 소원을 들어주려 했다.서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소진아, 너 그러다 이한이 버릇 다 나빠지겠다.”[내 아들이야. 내 마음대로 할래.]소진이 핸드폰을 들고 재촉했다.[빨리. 어떤 색? 말 안 하면 두 개 다 산다.]서하는 결국 말할 수밖에 없었다.“네 아들 지금 수액 맞고 있어.”소진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뭐? 왜?]“감기. 열났어.”서하는 더 물어볼 틈을 주지 않았다.“위치 보낼게.”...30분도 안 지나서 소진이 병원에 도착했다.그리고 그 옆에는 선우가 함께 있었다.다만 선우의 표정은... 좋다고 하긴 어려웠다.화가 난 것도 아니고 그냥... 몹시 서운해 보였다.전날 밤, 소진과 선우는 거의 새벽까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눴다.하지만 선우에겐 명분이 없었고 일도 해야 했다.그러니까 지금 선우의 존재는 소진에게 말 그대로 ‘인간 마사지 기계’였다.둘이 아침 열 시 넘어서 일어났고, 그때 소진이 갑자기 이한의 굴착기를 사겠다고 나섰다.선우는 그냥 한마디...“애가 그렇게 좋으면, 우리도 하나 낳자.”그랬을 뿐이었다.그 말에 소진은 선우를 호되게 혼냈고, 선우는 더는 입도 뗄 수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선우의 서운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그러나 그 서운함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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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선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연인으로도, 남편감으로도 부족한 점이 전혀 없었다.그런데도 소진은 끝내 선우에게 명분을 주지 않았다.서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소진이가 이런 문제에선 진짜 고집 세잖아요. 저도 이유는 몰라요. 물어봐도 말을 안 해요.”“제... 잘못입니다.”선우가 낮게 말했다.“그때는... 제가 소진한테 잘못했어요.”서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하 변호사님이 말씀 안 하고 싶으면 안 하셔도 돼요. 근데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그때 하 변호사님이 잘못한 게 맞더라도, 지금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몇 년 동안 정말 노력했잖아요.”“소진이가 그 사실을 알면... 한 번쯤은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그런데 이번엔, 선우가 오히려 소진을 감싸고 나섰다.“아뇨. 그땐 정말 제가... 너무 심했습니다.”서하는 더 물어보려 했는데, 병실 문이 확 열렸다.소진이 문고리를 잡은 채 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뭐야? 둘이서 뭐 얘기해? 뒤에서 몰래 나 욕하는 거 아니지?”서하는 소진 쪽으로 걸어가 가볍게 팔을 쳤다.“맞아. 너처럼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인 애라서, 하 변호사님한테 너 차라고 하려고 했지.”선우는 바로 손사래쳤다.“서하 씨, 저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서하는 웃으며 말했다.“농담이에요. 하 변호사님이 이 병원에 아는 분 있다고, 필요하면 도와주겠냐고 묻더라.”소진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더 캐묻진 않았다.“들어가자. 이한이가 너 찾고 있어.”서하가 먼저 들어가고 소진은 문을 닫으며 선우의 앞을 가로막았다.선우의 검은 눈동자가 소진만을 바라봤다.“소진아, 진짜로 너 욕한 거 아니야.”“너는 이제 가.”소진이 단호하게 말했다.“오늘은 내가 우리 아들이랑 같이 있을 거야.”“나도...”“너 뭐 하려고? 병원에 네가 잘 데도 없어. 그리고 며칠 동안은 나한테 연락하지 마. 나 바쁜 거 끝나면 그때 전화할게.”“소진아...”선우가 불러봤지만,소진은 돌아서 병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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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너 말이 맞아.”소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나 하선우한테 말했어. 싫으면, 언제든지 이 관계 끝내도 된다고.”그리고 이어서...“나도 성인이야. 나도 필요가 있지. 그냥 마침 그걸 하선우가 채워줄 수 있었던 것뿐이야. 하선우가 아니면 다른 남자였을 거고.”서하는 이런 방식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진의 선택을 부정하거나 욕할 수는 없었다.친구니까,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서하는 궁금해서 물었다.“근데 소진아... 하 변호사님이 도대체 무슨 천벌 받을 짓을 했길래,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예전에 사귀던 때 바람이라도 피웠어?”소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별거 아니야.”하지만 그 이야기는 정말 흔하고도 진부하지만, 누구에게는 아주 깊은 상처가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중학교 때의 소진은 지금처럼 빛나지 않았다.그때의 소진은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고 피부도 까맣게 그을렸고, 짧은 머리에 몸도 아주 여리여리했다.선우는 바로 옆 중학교 학생이었다.어느 날, 소진은 그 학교 여자애랑 부딪혀서 싸움이 날 뻔했다.그 일 때문에 소진은 우연히 선우를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뒤로... 선우가 소진을 적극적으로 따라다니기 시작했다.소진은 그때 연애할 마음도 없었지만, 선우는 잘생겼지, 공부도 잘하지, 여자 마음을 흔드는 스킬도 많았다.결국 소진도 무너졌다.둘은 풋풋하고 달콤한 교내 커플이 되었다.서하가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그때 너 맨날 나가더라. 알고 보니 옆 학교에서 연애질했네?”“응.”소진은 쓴웃음을 지었다.둘은 한동안 정말 행복했다.만약 그 후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예쁜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때 나랑 싸우려던 그 여자애 있잖아. 그 애가 하선우의 첫사랑이었어.”소진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하선우가 나를 왜 쫓아다녔는지 알아? 그 여자애랑 내기했대. 날 꼬셔서 넘어오게 만들고, 그다음에 차버리고 창피 주려고...”서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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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서하는 이한을 낳을 때도 울지 않았다.서하는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이한을 임신했을 때, 아이는 정말 얌전했다.입덧도 없었고, 특별한 불편도 없었다.해외에 있을 때 소진이 걱정했지만, 정작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임신 후기라면 흔히들 겪는 허리 통증, 붓기, 종아리 쥐... 서하는 단 하나도 없었다.이한은 마치 은혜를 갚으러 온 아이처럼 임신 기간 내내 순했다.출산 역시 순조로웠다.그래서 서하는 딱 한 번,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은 바로 그 순간...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그 뒤로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하지만 싱글맘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 외의 모든 게 쉬운 건 아니었다.이한의 교육부터 심리적인 부분까지 모든 책임을 서하 혼자 져야 했다.밖에 나가면 꼭 누군가는 아빠 이야기를 꺼낸다.정상적인 가정에는 아빠, 엄마, 아이... 셋이 있다.하지만 서하의 가족은 둘뿐이었다.그래도 이한은 착하고 순했다.서하가 ‘이한이는 아빠가 없어’라고 조심스럽게 알려주자, 아이도 곧 받아들였다.밖에서 누가 묻는다.“아빠는 어디 있어?”이한은 밝게 말한다.“나 아빠 없어!”계속 이유를 묻는 사람에게는...“아빠랑 엄마... 헤어졌어.”길게 말하지 못해도 아이 나름대로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네! 우리 집 아빠 없어. 나와 엄마만 있어!”소진은 예전부터 말했었다.“차라리 아빠는 죽었다고 해. 그래야 나중에 애가 충동적으로 아빠 찾겠다고 안 하지.”하지만 서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힘들어도 눈물은 참아왔다.그런 서하가 지금... 소진 때문에 울고 있었다.소진은 놀라서 바로 휴지를 들고 닦아주며 말했다.“야, 너 왜 울어? 다 지난 일인데. 오늘 네가 그 이야기 안 꺼냈으면, 나도 까먹고 살았어!”“거짓말...”서하는 훌쩍이며 말했다.“안 잊었으니까 오늘 울었지...”“누구나 젊었을 때 멍청해. 누구나 병신 같은 남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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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만약 그전까지 서하가 선우를 조금은 안쓰럽다고 느꼈다면, 이제는 일의 전말을 모두 알고 난 지금은 서하는 소진이 더 마음 아팠다.선우에 대해서라면... 딱 한 마디였다.황. 당. 하. 다.그런데도 서하는 틈을 내어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저는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선우의 목소리엔 별다른 실망도, 기대도 없었다.“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혹시나 해서 전화한 거라... 원래 기대도 별로 안 했어요.”서하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참아왔던 말이 결국 목구멍에서 걸렸다가 떨어졌다.“하... 변호사님, 그때 그 일은... 너무 심했어요. 소진이가 용서 안 하는 걸 원망하지 마세요. 소진... 사실 엄청 마음 약한 사람이에요.”잠시 정적이 흘렀고, 이어서 선우의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서하 씨가... 알게 됐군요? 소진이가... 말했습니까?”선우는 사실 여러 번이나 서하에게 털어놓고 싶었다.잘못을 고백하고 싶었고, 되돌릴 기회가 있다면 잡고 싶었다.서하는 소진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서하의 도움을 받으면 소진에게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동시에 그는 알고 있었다.그 일이 소진의 자존심과 체면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만약 자신이 먼저 입을 열어 이 모든 걸 말한다면, 소진은 더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그런데 소진이 먼저 서하에게 털어놓았다니.“소진이가 말했어요.”서하가 덧붙였다.“그래서 죄송하지만... 전 변호사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말씀드렸잖아요. 저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선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미안해야 하는 사람은... 저죠. 소진이한테.”그날의 일.옳고 그름, 시비와 죄책감.수년간의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이미 모호해져 버린 경계들.그때 선우는 몰랐다.소년티가 채 가시지도 않은 나이.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구분도 크게 두지 않던 시절.투박하고 남자아이 같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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