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405 챕터

제321화

은혁은 이대로 나가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몸속에 숨어 있던 그 짐승을 억누르지 못할 것 같았다.서하 앞에서 은혁은 언제나 자제력이 없었다.“아직 성냥 필요해?”은혁이 물었다.서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해!”은혁은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걸 하나 집어 서하의 손에 쥐여 주었다.“자. 성냥.”그건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여 있던 은혁의 손목시계였다.서하는 그걸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나 성냥 팔러 갈래.”서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시계를 끌어안고 다시 누웠다.은혁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이런 서하가, 너무 귀엽고... 너무 위험하게 매력적이었다.은혁은 이런 서하를 본 적이 없었다.방금까지 울고 있어서인지, 서하의 코끝은 살짝 빨갰다.그런데 입술은 도톰하고 붉어서, 윤기가 돌았다.마치 젤리처럼 반짝여서, 한 번만이라도 입을 맞추고 싶게 만들었다.은혁의 목울대가 다시 한번 크게 움직였다.그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고개를 홱 돌렸다.그리고 낮게 욕을 한마디 내뱉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서하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서하는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기억의 끝은 클럽이었다.소진의 웃는 얼굴.‘그다음엔... 그다음엔 뭐가 있었지?’‘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아마 완전히 취했겠지. 소진이가 집에 데려다줬을 거야.’‘얼마나 잔 거지? 이한이는 이미 일어났을까?’그 생각에 서하는 눈을 떴다.잠시 방 안의 빛에 적응한 뒤, 천장을 보며 멍하니 몇 초를 보냈다.‘여기, 우리 집이 아니잖아.’서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어제 입었던 옷은 없고, 대신 단정한 홈웨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이 옷... 익숙한데?’서하의 시선이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여기... 여기... 여기 왜 이렇게...’‘나랑 배은혁이 살았던, 구름바다 아파트 단지 신혼집 안방이랑 똑같아?’아니,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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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삼 년이나 지났는데... 배은혁이 이걸 안 버리고 그대로 뒀다고?’서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리고 허리를 굽혀 그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팔에 가지런히 걸친 채, 안방을 나섰다.거실에는 은혁이 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배은혁 말이 사실이라면...’서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 혹시 내 핸드폰... 가지고 있어?”서하는 끝내 묻지 않았다.옷을 누가 갈아입혔는지... 샤워는 했는지... 닦아주기라도 했는지...몸이 지나치게 말끔하다는 사실조차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서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뿐이었다.‘집에 가고 싶다.’은혁은 말없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시선만 낮게 떨어뜨린 채, 서하를 바라보고 있었다.서하는 빠르게 잠금을 풀었다.통화 기록을 확인하고, 메시지도 훑어봤다.조경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몇 통.천후에게서도 전화와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었다.하지만 서하는 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나왔다.소진에게서 온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는 아무것도 없었다.서하는 핸드폰을 끄듯 화면을 잠그고, 은혁을 다시 봤다.“고마워. 이제 갈게.”“밥 먹고 가.”“괜찮아.”서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아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그 말을 남기고 서하는 곧장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그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내가 데려다줄게.”“아니야.”하지만 은혁은 서하의 말을 들은 것 같지 않았다.“정말 괜찮아.”서하가 다시 말했다.“택시 타고 갈게.”“알겠어.”그제야 서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 집을 떠났다.은혁은 문이 닫힌 뒤,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서하는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주소를 말한 뒤, 바로 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는 길게 갔다.받지 않았다.서하는 점점 더 불안해져,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자동으로 끊기기 직전, 마침내 연결됐다.“소진아!”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소진이 아니었다.[접니다.]서하는 순간 멈칫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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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소진아, 괜찮아?]전화받자마자, 서하의 관심은 온통 소진에게만 가 있었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진의 목소리는 잠긴 데다 낮았다.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쉰 소리였다.“나 괜찮아.”[왜 그래? 감기야?]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어제 술 마셨잖아. 오늘은 항생제 먹으면 안 돼.]“감기 아니야.”소진은 옆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듯 한 번 쏘아본 뒤, 다시 서하에게 물었다.“너 집에 왔어?”[응, 왔어.]서하는 묻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었지만, 소진 쪽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너는? 어디야?]“나는...”소진은 말하다 말고, 남은 말을 다시 삼켰다.“이따가 네 집으로 갈게.”[알겠어.]...‘이따’라고 했지만, 서하는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 자고 나서야,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 소진을 맞이했다.문을 열자마자 소진의 얼굴을 본 서하는 그제야 안심했다.소진은 혈색이 좋았고, 피부도 매끈했다. 감기 기운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였다.소진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들어와 신발을 벗어 던지더니, 이한과 잠깐 놀아주고는 그대로 큰 침대 위에 엎드렸다. 더는 꼼짝도 하기 싫다는 얼굴이었다.조경은 이한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고, 서하는 물 한 컵을 따라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물 좀 많이 마셔. 목소리 아직도 좀 잠겼어.”서하도 침대 옆에 앉아서, 그제야 물었다.“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진은 찔린 듯 서하를 한 번 보더니, 그대로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서하... 나 너한테 진짜 미안해.”이 말을 들은 순간, 서하는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다만 배은혁은 대체 왜 거기에 있었던 건지.소진의 설명을 듣고 나니, 서하도 상황은 이해가 갔다.이번 일은, 분명 선우의 잘못이 맞았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은혁에게 전화를 한 건지.그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서하가 선우에게 아무리 감정이 상해 있었다고 해도, 소진이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상황에서는 더 말을 얹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어젯밤 일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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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서하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누웠다.한쪽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정리했다.그 순간, 소진이 갑자기 서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서하야.”서하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소진을 봤다.“왜?”소진은 아무 말 없이 서하의 머리를 살짝 밀었다.각도를 조금 바꾸자, 그제야 보였다.서하의 귀 아래, 살짝 뒤쪽에 남아 있는 자국.키스마크였다.그 위치는, 서하가 혼자 거울을 봤다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소진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너 어제... 배은혁이랑...”서하는 바로 말했다.“아무 일도 없었어. 나 그냥 자다가 오늘 아침에 깼어.”“근데.”소진은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너 귀 뒤에 자국 있어. 이거 키스마크지? 설마 모기 물린 건 아니겠지?”키스마크랑 모기 물린걸... 소진이 구분 못 할 리 없었다.서하는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서하는 고개를 한쪽으로 꺾고, 목을 길게 빼서 거울을 봤다.그제야 또렷하게 보였다.분명한 키스마크.누가 봐도, 모기 자국은 아니었다.그 순간, 평소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서하조차,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배은혁 이 미친 놈...’‘옷 갈아입히고, 몸 닦아준 거까지는 모른 척했어.’‘거기까지는 내가 넘어가려고 했어.’‘근데... 감히 내 몸에 흔적을 남겨?’서하는 이미 아침에 샤워하면서 몸 상태를 한 번 확인했었다.어디 하나 불편한 곳도 없었고, 다른 흔적도 전혀 없었다.유일하게... 목 뒤쪽만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서하는 속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데.’‘배은혁한테 가서 따져?’‘왜 나한테 키스했냐고? 미쳤어?’‘그냥... 이건 내가 모르는 척해야 하는 거지.’‘제발 다시는, 다시는 배은혁이랑 마주치지 않게 해줘.’서하는 거울에서 눈을 떼고 욕실을 나왔다.침대 위에는 소진이 앉아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왜 그래?”‘아까까지만 해도 누워 있었잖아.’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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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소진이 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하나같이 다 개같은 남자들이네. 그만 얘기하자!”서하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지천후가 나한테 전화했어.”“너 그때 완전 취해서 뻗어 있었잖아?”“그러니까 내가 받은 건 아닐 거야. 배은혁이 받은 것 같아.”그 화면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소진은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와, 미쳤다. 배은혁 이 수법 좀 봐. 너 자는 사이에 지천후 전화까지 받아? 이러면 지천후가 안 빡치고 배겨?”소진은 속으로 생각했다.‘어차피 서하는 지천후 좋아하지도 않잖아.’‘지천후는 맨날 나랑 이한이 문제로도 신경전이고.’‘차라리 이번 기회에 지천후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 좋겠다.’“지천후, 그 이후로 나한테 연락도 없어.”소진이 바로 말했다.“그럼 잘된 거지. 왜, 또 아쉬워?”“그런 건 아니고.”서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괜히 오해할까 봐. 근데 생각해 보니까... 오해하면 그냥 오해하게 내버려두자 싶어.”“야.”소진이 혀를 찼다.“3년이야. 씨발, 꼬박 3년.”“지천후, 너 좋아하는 거 맞아.”서하는 고개를 저었다.“난 그렇게 안 느껴져. 아무튼 나랑 지천후는 안 돼.”“근데 말이야.”소진이 말을 이었다.“지천후 그 사람 성격만 빼면, 조건은 진짜 괜찮지 않냐?”소진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듯 말했다.“집안, 얼굴, 몸... 솔직히 지천후도 배은혁이랑 비교해서 꿀릴 건 없잖아.”그러더니 소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거.”소진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지천후 주변에 여자 없잖아.설마 아직도... 그 개자식, 숫총각일 가능성 있지 않냐?”서하는 순간 굳어 버렸다.소진은 그 반응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서하도 결국 웃고 말았다.‘말이 되나.’‘지천후가 어떤 사람인데.’‘아무리 여자랑 거리를 둔다 해도, 서른 다 돼 가는 사람이 여자 경험 한번 없다고?’‘누가 믿어.’웃음이 잦아든 뒤, 서하가 물었다.“그래도... 내가 지천후한테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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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서하가 처음 천후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솔직히 한 번은 놀랐다.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지나치게 남성적인 눈썹과 곧게 뻗은 콧날, 그리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 눈빛만 아니었다면, 천후는 충분히, 아니 과분할 정도로 남녀의 경계를 흐릴 수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여자처럼 고운 이목구비에,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날 선 기운이 공존했다.서하는 천후를 안 지 이미 몇 년이 지났지만, 세월은 마치 천후만은 비켜 가는 것처럼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여전히 남자든 여자든, 마주 서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게 만드는 얼굴.지나치게 정제되고, 지나치게 완벽한 외모였다.그래서인지 서하는 천후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다.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쯤에 머물렀다.“왜 왔어? 이한이 집에 없는데.”천후가 이 집에 올 때는 거의 항상‘이한이 보러 왔다’라는 명분이 붙어 있었다.“오늘은 너 보러 왔어.”이번엔, 목적이 분명했다.서하의 한쪽 손은 여전히 문을 짚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무슨 일인데?”“안 들여보내 줄 거야?”천후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소진이가 안에...”“한소진 있으면 뭐 어때.”천후가 말을 끊었다.“내가 못 볼 사람이라도 돼?”서하는 천후와 말싸움에서 이겨본 적이 없었다.말의 날카로움으로만 따져서 천후가 두 번째라면 첫 번째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서하는 몸을 옆으로 비켜섰다.천후는 의미심장한 눈길을 한 번 던진 뒤, 자기 전용 슬리퍼로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왔다.소파에 앉은 천후는 턱을 까딱였다.“앉아.”서하는 맞은편, 1인용 소파에 앉았다.이상하게도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었다.천후가 이 집의 주인 같았고, 서하는 손님 같았다.“말해.”서하는 천후가 뭘 묻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그래도 일부러 되물었다.“뭘 말해?”천후의 시선이 서하에게 꽂혔다.“어제 밤에 뭐 했는지.”“왜 배은혁이랑 같이 있었는지.”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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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천후의 말투를 듣는 순간, 선우는 바로 알았다.일이 들통났다는 걸.[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다고 이래? 서하 씨가 어떻게 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사실 선우가 은혁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정말로 순간적인 충동 탓이었다.머리가 뜨거워진 이유가 컸다.하지만 동시에 선우는 한 번쯤 판을 흔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3년이었다.천후가 서하를 어떻게 대하는지, 선우가 모를 리 없었다.그 미묘한 거리, 지나치게 오래 유지된 배려.그게 무슨 의미인지 선우는 충분히 읽고 있었다.다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선우는 천후와 서하의 조합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천후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지씨 가문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선우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두 집안은 오래전부터 가까웠고, 그래서 더 잘 알았다.지씨 가문이 서하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더구나 서하에게는 아이까지 있었다.이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천후의 조건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천후가 만약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집안 어른들은 정말로 천후를 숨 막히게 몰아붙일 게 분명했다.그래서 선우는 차라리 지금, 천후가 마음을 접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아니었다면, 어젯밤 전화를 은혁이 아니라 천후에게 했을 수도 있었다.술김에, 감정이 앞서서 천후와 서하 사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었다.하지만 선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게다가 선우는 지금 해외에 있었다.‘설마 천후가 여기까지 날아오겠어.’예상대로 천후는 전화기 너머에서 몇 마디 욕을 퍼붓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선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몸도 마음도,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한소진... 이 여자는 진짜 내 인생의 천적이야.’‘신이 있다면, 분명 한소진을 보내서 나를 시험하는 거겠지.’‘근데 웃긴 건... 이렇게까지 괴롭혀도, 내 마음은 여전히 한소진한테 묶여 있다는 거야. 전생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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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배은혁, 대체 무슨 생각이야?’‘이제 와서 우리 집 앞까지 찾아오다니.’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두고 현관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예상대로 은혁이 서 있었다.검은 셔츠에 검은 슬랙스.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남자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치 드라마 한 장면처럼 보였다.조명도, 연출도 필요 없는 풍경이었다.하지만 서하는 그걸 감상할 마음도, 여유도 없었다.아들과 조경을 깨울까 봐, 서하는 조용히 문을 닫고 은혁을 마주 보며 말했다.“배 대표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정중하지만 분명한 거리감.차갑고 사무적인 말투였다.그 말투에 은혁의 속이 묘하게 불편해졌다.‘어젯밤엔... 분명 같은 침대에 있었는데.’‘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그만큼 가까웠던 사이였는데.’‘이 여자는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할 수 있지?’“당신... 지금 혼자야.”은혁이 그렇게 말했다.서하는 잠깐 멈칫했다.‘내가 혼자인 걸 알고 있고, 내 주소도 알고 있다.’서하가 물었다.“내 뒷조사했어?”의문형이었지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그 순간, 서하는 속으로 안도했다.이한을 낳을 당시, 해외에서 천후의 도움을 받아 출생 날짜를 조정해 두었던 게 다행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은혁이 조금만 파도, 이한이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서하는 은혁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래서, 도대체 뭘 하러 온 거야?”“여보...”은혁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서하의 미간이 즉각 찌푸려졌지만, 은혁은 못 본 척했다.“우리, 다른 데 가서 얘기할까?”“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서하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은혁과 더 나눌 말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임서하.”이번엔 풀네임이었다.서하는 은혁을 바라봤다.표정은 온화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우리... 다시 시작하자.”순간, 서하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이며, 은혁 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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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왜?’서하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은혁이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은혁의 사업은 이미 정점에 올라 있었다.서하는 화학을 전공하고 학문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런데 밖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은혁 이야기를 듣게 될 정도였다.사람들은 말했다.배은혁의 사업 제국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다고.규모부터 영향력까지, 무서울 정도라고.그 정도 위치라면, 굳이 결혼으로 사업을 다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배은혁이라면, 자기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니야?’‘민레나 같은 사람하고.’서하는 최근에 레나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그때 느낀 건... 솔직히 말해, 놀라움이었다.지나치게 수척했고, 지나치게 늙어 보였다.서하는 그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아마... 3년 사이에 배은혁이랑 민레나는 이미 끝났겠지.’‘하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설마, 3년 지나서 이제 와서 전처의 좋은 점이 기억났다?’‘말도 안 돼.’‘그럼 배은혁은 지금 뭐가 씌인 거야?’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서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왜?”은혁은 그 말을 되뇌듯 한 번 더 반복했다.“왜냐고...”그리고 고개를 숙였다.시선을 서하에게서 떼고, 옆으로 흘렸다.이 질문은 은혁에게도 쉽지 않은 질문인 듯했다.서하는 속으로 생각했다.‘아마... 대답 안 하겠지.’그런데 은혁이 입을 열었다.“그건...”잠깐의 침묵 끝에 그가 말했다.“내가 당신을 좋아하니까.”서하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단숨에 고개를 들었다.은혁의 시선도 동시에 올라왔다.두 사람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은혁은 분명히 보았다.서하 눈에 스친...놀람과, 당혹과,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을.은혁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이제 막 사랑에 눈뜬 어린애도 아니고, 감정 하나에 몸을 던질 나이도 지났다.서른을 앞둔 남자가 ‘좋아한다’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은혁은 자신도 민망하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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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배은혁.”서하는 은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난 이미 과거는 다 잊었어. 그런데 당신은 왜 아직도 내 앞에 나타나는 거야?”잠시 숨을 고른 뒤, 서하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역겨워.”그 말을 남기고, 서하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서하의 입에서 나온 ‘역겹다’라는 그 두 글자는 은혁을 완전히 얼어붙게 했다.은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마치 한겨울 얼음물 속으로 떨어진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순식간에 식어 갔다.은혁은 그제야 알았다.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아플 수 있다는 걸....민석이 은혁을 찾았을 때, 은혁은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당시 은혁이 이혼했을 때, 민석은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다.‘뭐야, 잘됐네.’‘이제 다시 싱글이니까 나랑 같이 놀 수도 있고.’민석은 은혁이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 믿었다.서하가 그렇게까지 냉정했고, 아이까지 포기할 정도로 단호했으니까.하지만 이혼 이후 은혁의 삶은 결혼 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여전히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고, 사는 모습은 마치 수도승 같았다.그렇다고 민석이 영향받은 것도 아니었다.민석은 여전히 왼팔 오른팔 바쁘게 사람을 바꿔 가며 지냈고, 연애는 옷 갈아입듯 가볍게 했다.그리고 여전히, 은혁을 놀려댔다.민석의 인생철학은 간단했다.헤어지면 헤어지는 거고, 다음이 있으면 되는 거였다.‘도대체 누가 이혼까지 해놓고, 한 사람을 3년씩이나 붙잡고 있어?’그런데 지금 민석 앞에는 바로 그런 사람이 앉아 있었다.민석의 논리대로라면, 좋아하면 다시 쫓아가면 되는 일이었다.하지만 은혁은 과거에 갇힌 채,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서하가 아이를 포기하려 했던 그 선택... 그 냉정함을 은혁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면서도 임서하라는 여자를 완전히 놓지도 못했다.민석은 서하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은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예상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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