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혁, 대체 무슨 생각이야?’‘이제 와서 우리 집 앞까지 찾아오다니.’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두고 현관으로 향했다.문을 열자 예상대로 은혁이 서 있었다.검은 셔츠에 검은 슬랙스.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남자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마치 드라마 한 장면처럼 보였다.조명도, 연출도 필요 없는 풍경이었다.하지만 서하는 그걸 감상할 마음도, 여유도 없었다.아들과 조경을 깨울까 봐, 서하는 조용히 문을 닫고 은혁을 마주 보며 말했다.“배 대표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정중하지만 분명한 거리감.차갑고 사무적인 말투였다.그 말투에 은혁의 속이 묘하게 불편해졌다.‘어젯밤엔... 분명 같은 침대에 있었는데.’‘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그만큼 가까웠던 사이였는데.’‘이 여자는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을 할 수 있지?’“당신... 지금 혼자야.”은혁이 그렇게 말했다.서하는 잠깐 멈칫했다.‘내가 혼자인 걸 알고 있고, 내 주소도 알고 있다.’서하가 물었다.“내 뒷조사했어?”의문형이었지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그 순간, 서하는 속으로 안도했다.이한을 낳을 당시, 해외에서 천후의 도움을 받아 출생 날짜를 조정해 두었던 게 다행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은혁이 조금만 파도, 이한이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서하는 은혁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래서, 도대체 뭘 하러 온 거야?”“여보...”은혁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서하의 미간이 즉각 찌푸려졌지만, 은혁은 못 본 척했다.“우리, 다른 데 가서 얘기할까?”“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서하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은혁과 더 나눌 말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임서하.”이번엔 풀네임이었다.서하는 은혁을 바라봤다.표정은 온화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우리... 다시 시작하자.”순간, 서하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이며, 은혁 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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