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뜻밖에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 부모가 왜 그렇게까지 상호를 챙겼는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만약 그 이유가 흔히 말하는 남아선호 때문이라면, 그건 너무 말이 안 됐다.상호는 임범철 부부의 친아들이 아니었다.자기 딸은 홀대하면서 남의 집 아들을 더 귀하게 여긴다는 게 말이 될 리 없었다.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이한은 곧바로 낮잠에 들었다.아이를 재우고 난 뒤, 서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후에 집에 한 번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귀국한 이후, 서하는 임범철 부부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그 뒤로는 프로젝트 일정이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고, 이제서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다.막상 집 앞에 도착하자, 서하는 갑자기 발걸음이 무거워졌다.‘집에 왔지만 들어가기가 겁난다.’문 앞에 서 있으니 괜히 마음이 움츠러들었다.서하는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다.그런데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배가 제법 나온 젊은 여자였다.나이는 서하와 비슷해 보였고, 머리는 깔끔하게 높이 올려 묶었다.여자 역시 서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누구 찾으세요?”서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물었다.“여기... 임범철 씨 댁 아니에요?”“아닌데요. 여긴 우리 집인데요.”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근데 그 이름, 좀 익숙하긴 하네요...”서하가 다시 물었다.“이 집... 사신 건가요, 아니면 전세나 월세인가요?”“샀어요. 아, 맞다. 우리한테 이 집 판 사람이 성이 임 씨였던 것 같아요.”서하는 간신히 입꼬리를 올렸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계단을 내려오면서, 서하는 소진이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상호 때문이 아니라면, 이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동안 서하가 보내온 돈이면, 임범철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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