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혁은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서하는 자신을 좋아했다.그 마음으로 서하는 자신과 결혼했다.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 은혁은 차라리 서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를 바랐다. 애초에 감정이 없었다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잔인한 현실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차라리 그가 그동안 자신을 속이며 믿어 왔던 추측이 사실이었으면 했다.서하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고, 자신은 그저 중간에 잘못 끼어든 존재였다고.그러나 모든 사실은 이미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은혁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서하는 나를 좋아했는데, 나는 그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어.’‘좋아한다고 말해 놓고, 나는 계속해서 서하의 마음에 상처를 냈고.’‘더 우스운 건, 그런 내가 이혼한 지 3년이나 지나서 이제 와서 당당하게 다시 서하를 쫓아다니는 거야.’‘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서하에게 크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했지.’결혼 생활 3년 동안 서하가 감내했을 억울함과 외로움을 떠올리자, 은혁의 가슴은 무딘 칼로 천천히 베어 내는 것처럼 아팠다.천후가 그 뒤로 무슨 말을 더 했는지, 은혁은 거의 듣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회사로 돌아왔지만, 어떤 서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자연스럽게, 은혁의 기억은 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그날, 은혁은 서하가 남자 동료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하의 얼굴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웃음이 있었고, 눈에는 그동안 은혁이 본 적 없는 낯선 빛이 담겨 있었다.그날 밤, 은혁은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서하를 거칠게 대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은혁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집착이었고, 소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위태로운 안도감이었다.그 무렵 은혁은 민레나의 약혼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후에야 배성우에게서 메시지를 받고 알게 되었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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