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351 - Bab 360

405 Bab

제351화

단 한 번의 만남이었더라면, 아무리 은혁이 잘생겼다 해도, 그 한 번으로 서하의 마음을 완전히 차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서하는 이후에 은혁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그날은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이 하나가 공을 주우려다 차도로 뛰어들었고, 거의 차에 치일 뻔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은혁이 아이를 낚아채듯 끌어당겨 도로 밖으로 구해냈다.그때 서하도 현장에 있었다. 그녀 역시 아이를 구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은혁이 아이를 구해내던 그 순간을, 서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처음에는 아이가 은혁의 친척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잠시 후 아이의 어머니가 달려와 은혁 앞에 무릎까지 꿇고 숨이 넘어갈 듯 울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한 번 내저을 뿐,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그날 이후로, 서하의 마음속에는 은혁이 자리 잡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 뒤로 서하의 마음에는 더 이상 다른 남자가 들어올 틈이 없었다.배은혁이라는 남자는, 임서하의 청춘 전체를 서서히 소모해 버렸다.이제 고작 스물일곱인데도, 서하는 자신이 이미 늙어버린 것 같았다. 적어도 마음만은 더 이상 젊지 않았다.그래서 은혁이 이런 말을 해도, 서하는 잠시 멍해졌을 뿐 곧 평정을 되찾았다.“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일도 있는 것 같아. 배은혁, 나는 정말 당신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아. 당신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초라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그래도 꼭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은혁은 서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시선을 옆에 놓인 초록빛 화분으로 떨구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준비했던 선물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설명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그때 당신에게 사줬던 귀걸이 말이야...”말을 꺼내는 순간, 은혁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한 박자 늦어졌다.“그날 목걸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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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이 사실을 인식한 순간, 서하의 온몸에는 소름이 끼쳤다.서하는 붉어진 눈으로 힘껏 은혁을 밀쳐냈다.“이게 존중이야? 내가 싫다고 했잖아, 이건 명백한 추행이야.”다시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서하를 은혁은 더는 가둘 수 없었다. 조용히 문의 잠금을 해제했다. 서하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었다. 뒤에서 차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곧이어 발소리가 들려왔다.은혁은 서하의 팔을 붙잡으려다가 방금 서하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손을 다시 거두었다.“한소진 씨가 나한테 물었어, 그때 왜 당신과 결혼했냐고.”서하의 발걸음이 멈췄다.“내 답은 당신을 좋아해서야.”은혁은 숨을 고르지 않고 바로 말했다.“내가 직접 할아버지께 부탁했어. 할아버지를 설득해서 결혼 승낙받았고, 내가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뿐이었어.”서하의 마음은 온갖 감정이 뒤엉켜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다리를 들어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이번에는 뒤따르던 발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타기 직전, 서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혁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당신을 존중하는 사이로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보자.]...집에 도착하니, 이한은 이미 조경과 저녁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한은 서하를 보자마자 달려와 목을 끌어안고는 얼굴에 뽀뽀하며 애교를 듬뿍 담아 ‘엄마’라고 불렀다.서하는 이한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과 감정을 마음 깊숙이 눌러 넣었다. 이한을 눕혀 재우고 나자 비로소 자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생겼다. 그러던 중 아정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언니, 아까 말했던 돈 톡 송금으로 보냈어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금액을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바로 수락 버튼을 눌렀지만, 잠시 후 여유가 생겨 다시 확인했을 때 서하는 그 액수에 깜짝 놀랐다.서하는 즉시 아정에게 도로 송금하려 했지만, 송금이 되지 않았다.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고, 서하는 화면을 전환해 확인했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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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서하는 은혁이 이렇게까지 아침 일찍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은혁이 이한을 마주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서하는 현관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이모님, 이한이 깼는지 좀 봐주세요.”조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쪽으로 들어갔다.서하는 현관에 서서 은혁을 바라보았다. 은혁은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어 보였고, 그저 손에 들고 있던 아침 식사 봉투를 내밀었다.“아침.”서하는 받지 않았다.“이모님이 해 준다고.”“그럼 이모님 고생시키지 말고.”은혁이 말했다.“이거 안 받으면, 나 그냥 들어간다.”서하는 어쩔 수 없이 은혁이 내미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은혁은 덧붙였다.“그럼 나는 밑에서 기다릴게.”서하는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당신 이러면, 나 정말 곤란해.”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내가 들어가서 당신이랑 같이 먹을까?”그에 대한 대답으로 서하는 현관문을 쾅 닫아버렸다.마침 조경이 이한을 안고 나왔고, 이한은 아직 눈을 비비고 있다가 문 닫히는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서하는 급히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이한을 안아 들었다. 한참 아이를 달래고 나서, 서하는 조경에게 말했다.“이모님, 오늘은 아침 안 하셔도 돼요.”은혁이 사 온 음식은 양도 많고 종류도 다양했다. 이한은 특히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좋아해서 하나를 다 먹고 나서도 또 손을 내밀었다.은혁이 사 온 샌드위치는 아직 따뜻했고, 안에 들어 있는 달걀은 김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서하는 이한이 직접 만지지 못하게 막고, 빵을 살짝 벌려 안쪽의 열기가 어느 정도 식은 뒤 조심스럽게 먹였다.“이한이가 이렇게 잘 먹네, 다음에 우리도 사요.”조경이 말하며 포장 봉투를 뒤적였다.“이거 어디서 산 거예요?”샌드위치가 든 종이봉투는 흔한 재질로, 매장 이름이나 로고는 보이지 않았다. 조경은 서하를 한 번 흘끗 보더니, 무언가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서하는 그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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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그제야 서하는 고개를 들어 은혁을 한 번 바라보았다.“배 대표님이 워낙 잘나셔서 여자들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죠.”은혁은 책상 앞에 서서 두 손으로 상판을 짚은 채 몸을 숙여 서하를 내려다보았다.“질투나?”서하는 상체를 뒤로 젖혀 은혁과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오전에는 어디 보고 싶어?”은혁은 몸을 곧게 세우고,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아무 데도 안 가. 당신 일하는 거 옆에서 볼 거야.”서하는 은혁과 함께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좁은 연구실 안에 둘이서 오전 내내 갇혀 있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안 바빠?”서하는 의아한 듯 덧붙였다.“회사 안 가도 돼?”은혁은 솔직하게 말했다.“어제 새벽 두 시까지 야근했어.”그 뒤 여섯 시 조금 넘어 서하에게 아침밥을 가져다주러 나왔고,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다.서하는 잠시 말을 잃었다가 말했다.“이건 좀...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내가 당신의 마음을 다시 얻겠다고 했잖아.”“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그럼 내가 당신한테 다가갈 방법이 또 뭐가 있어?”은혁은 소파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임 교수님이 좋은 방법 하나만 알려 줄래?”서하는 시선을 피했다.“이런 방식... 솔직히 좀 불편해.”“나도 어쩔 수 없어.”은혁은 낮게 말했다.“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은혁도 그 이상은 말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문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재도가 보내온 파일들이었고, 그는 메일까지 정리할 수 있었다.서하는 다른 교수들에게 불려 나가서 몇 번이나 연구실을 비웠다. 다시 돌아올 때마다, 은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가끔씩 목덜미를 눌러 쥐는 모습이 보였다.은혁이 앉아 있기에는 소파는 낮아서 확실히 불편해 보였다. 긴 다리는 접는 것이 마땅치 않아 어정쩡하고 불편했다.서하는 결국 강의안을 들고 입을 열었다.“내 자리에 가서 앉아.”은혁은 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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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하지만 은혁은 곧 서하의 아이를 떠올렸다.‘서하가 이혼한 뒤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어.’‘하지만 서하는 그 남자와는 이미 헤어졌고, 그 남자는 도시현도 아니야.’‘그렇다면 결국, 우리 이혼 이후에 만난 사람이겠지.’‘고작 몇 달 알고 지낸 남자를 위해, 서하는 아이까지 낳을 결심까지 했다는 건가?’‘아이는 태어났고, 그 뒤에 서하와 그 남자는 또 헤어졌고.’은혁의 마음은 몹시 쓰렸지만, 이미 벌어진 일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서하는 거의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만큼 더 미룰 수 없었다. 연구실로 돌아오자, 은혁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회사 관련 서류일 것 같아, 서하는 가까이 가지 않고 문가에 서서 말을 건넸다.“배 대표님, 점심 드시러 갈래요?”은혁은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서하를 보았다.“임 교수님이 나한테 밥 사주는 거야?”서하는 요즘의 은혁이 예전과는 너무도 다르다고 느꼈다. 어느 순간에는 배은혁이라는 사람이 정말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은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쫓아다니는 이 상황을 서하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서하는 줄곧 은혁이 그저 한가해서, 혹은 체면이 상해서, 떠난 자신을 다시 붙잡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 왔다.어쨌든 서하는 믿지 않았다. 은혁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리 없다고. 왜냐하면 은혁은 그 시절 서하의 마음을 단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모든 일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였다. 이제 와서 다시 꺼내 놓는 건, 괜히 감상적인 사람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시리고 아팠던 기억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 모든 감정은 이미 서하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다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다. 비록 이제는 은혁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푸르렀던 시절이 남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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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사실 서하는 며칠 사이 훨씬 편해졌다.은혁은 여전히 학교에 있었지만, 며칠 전처럼 하루 종일 서하의 연구실에 붙어 있지는 않았다. 은혁은 의도적으로 서하에게 공간을 주고 있었다.수업이 있을 때면 여전히 강의실 아래쪽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언제 서하가 시선을 보내도 은혁은 늘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아마도 그 넓은 강의실 안에서 가장 성실한 사람은 은혁이었을 것이다.더 이상 서하와 단둘이 연구실에 머무르지는 않았다. 서하가 바쁠 때면 은혁은 스스로 자리를 옮겨 공적인 업무를 처리했다.며칠 전 학교 식당에서 은혁은 자신을 서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순식간에 교내에 퍼지며 화제가 되었다.서하가 스스로를 기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투자자와 얽혀 있다는 소문까지 겹치자, 교내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은혁은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우연히 서하의 동료 교수 몇 명이 뒤에서 이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제야 은혁은 깨달았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서하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은혁은 최대한 서하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대신 주변에 서하가 이미 이혼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흘리게 했다.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혼한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서하 사이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었다.그 결과... 서하가 이혼했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이라는 사실은 빠르게 학교 안에 퍼졌다.서하는 이런 상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학생들이 직접 물어오면 그녀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리고 처음 기혼이라고 말했을 때도 이혼 사실을 말할지 잠시 고민했었다. 다만 그럴 경우 불필요한 문제들이 생길 것 같아 기혼이라고 둘러댔다.지금 와서 은혁이 이런 식으로 정리해 준 셈이 되었고, 서하 역시 굳이 부인할 이유도 없었다.다만 예상했던 대로, 몇몇 동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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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서하는 앞좌석을 한 번 흘끗 보았다. 운전기사와 나재도가 함께 타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은혁 역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무언가를 서하의 옆에 두었다.서하는 그 상자를 바라보기만 했을 뿐, 손을 뻗지 않았다.은혁이 낮게 말했다.“받아. 집에 가서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리던가.”서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앞에 사람이 있는 터라 은혁도 더 길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앞으로는 다시는 당신이 상처받는 일 없게 할게.”갑작스레 그런 말을 꺼내는 은혁이 이해되지 않은 서하는 그를 노려보았다.은혁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예전 일은 다 내 잘못이었어. 고칠 기회를 한 번만 줘.”앞좌석의 운전기사와 나재도는 눈은 앞만 보고, 숨죽이고 있었다.둘만 있을 때라면 은혁이 무슨 말을 하든 서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설명하기 힘든 민망함이 가슴을 눌렀다.‘지금 차 안에 다른 사람도 있는데...’‘배은혁은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부끄럽지도 않나?’은혁의 생각은 달랐다. 이미 한마디를 꺼낸 이상, 한 마디나 열 마디나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였고, 무엇보다 오늘은 서하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은혁은 멈추지 않았다.“이렇게 오래 당신을 좋아했으면서도 정작 사람을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는 끝내 못 배웠어.”“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다 말해. 다 고칠게. 7년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어.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고.”조수석에 앉아 있던 재도의 얼굴이 순간순간 굳어졌다.재도는 은혁이 서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은혁의 최측근이자, 누구보다 은혁을 잘 안다고 생각해온 재도였다. 그런 재도의 눈에는 은혁의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은혁이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한 사람이든, 표현이 서툰 사람이든, 만약 7년 동안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면 전혀 모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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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서하는 차에서 내리기 전, 고개를 돌려 은혁을 바라보았다.“데려다줘서 고마워, 여기까지. 그럼 이만.”서하가 말한 ‘여기까지’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나는 오늘의 동행이었고, 다른 하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 동시에 은혁이 더 이상 차에서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의미를 은혁이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은혁은 알아들었지만, 모른 척했다.‘지천후가 서하의 아들을 안고 내 눈앞에 나타났는데,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그게 남자냐.’만약 서하가 은혁의 이런 생각을 알았다면, 아마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천후는 억울했다. 도대체 무슨 도발이란 말인가? 이한을 데리고 있는 건 천후에게는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었다.차에서 내린 서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말은 은혁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은혁 역시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렸다.서하는 은혁이 이한을 마주치는 상황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다. 천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 품에서 이한을 거의 빼앗듯 안아 들었다.천후는 순간적으로 반응해 손을 뻗으려다, 서하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손을 놓았다. 이한은 그대로 서하에게 넘어갔다.서하는 이한을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천후는 아직 은혁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서하를 따라가려고 할 때, 뒤에서 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 대표.”천후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배 대표가 왜 여기 있어?”“서하 데려다주느라.”은혁은 의도적으로 힘을 준 어조로 말을 이었다.“그러는 지 대표는 여기 왜 있지?”천후는 은혁의 표정과 말투를 보며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가늠하려 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둘이 함께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뒤집혔다.천후가 서하에게 화가 난 이유는 단순했다. 은혁이 결코 평생을 맡길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서하가 깨닫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하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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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은혁과 천후는 그리 멀지 않은 카페 안의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몇 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는다면, 두 사람 중 누구도 이런 장면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마주 앉아,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잠시의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쪽은 천후였다.“서하가 해외에 있던 3년 동안, 내가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탔는지 알아?”은혁은 가슴이 순간 막혔다. 대답을 기대한 질문이 아니라는 걸, 자랑에 가까운 말이라는 걸 그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소진 대표는 매주 갔어.”천후가 말을 이었다.“나는 그 정도까지는 못 했지만, 갈 때마다 일정 비워서 서하랑 아이 옆에 꽤 오래 있었지.”은혁의 가슴 위로 커다란 돌 하나가 얹힌 것처럼 답답해졌다. 그는 커피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은혁과 서하가 이혼했을 당시 과정은 절대 깔끔하지 않았다. 은혁은 서하가 끝까지 고집했던 임신 중단 문제에 깊이 매달려 있었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그 시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일을 미친 듯이 늘려 자신을 몰아붙였고, 서하를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다.바쁨과 시간은 확실히 모든 것을 잊고, 현실에서 멀어지게 했다. 하지만 그게 마음까지 정리해 주지는 않았다.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은혁은 스스로 꽤 담담해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서하를 다시 보는 순간, 그 모든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때 은혁은 알았다. 이번 생에서 임서하라는 여자를 완전히 놓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이미 3년을 허비했다. 더 미루는 건, 그저 시간을 버리는 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서하를 되찾기로 했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은혁은 누군가에게 ‘구애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이론으로는 직접 겪어 보지 않아도 남들이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고들 하지만, 은혁은 민석이 여자에게 들이대는 모습을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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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은혁은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서하는 자신을 좋아했다.그 마음으로 서하는 자신과 결혼했다.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 은혁은 차라리 서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를 바랐다. 애초에 감정이 없었다면, 적어도 이렇게까지 잔인한 현실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차라리 그가 그동안 자신을 속이며 믿어 왔던 추측이 사실이었으면 했다.서하에게 다른 사람이 있었고, 자신은 그저 중간에 잘못 끼어든 존재였다고.그러나 모든 사실은 이미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은혁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서하는 나를 좋아했는데, 나는 그 마음을 한 번도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어.’‘좋아한다고 말해 놓고, 나는 계속해서 서하의 마음에 상처를 냈고.’‘더 우스운 건, 그런 내가 이혼한 지 3년이나 지나서 이제 와서 당당하게 다시 서하를 쫓아다니는 거야.’‘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서하에게 크게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했지.’결혼 생활 3년 동안 서하가 감내했을 억울함과 외로움을 떠올리자, 은혁의 가슴은 무딘 칼로 천천히 베어 내는 것처럼 아팠다.천후가 그 뒤로 무슨 말을 더 했는지, 은혁은 거의 듣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회사로 돌아왔지만, 어떤 서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자연스럽게, 은혁의 기억은 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그날, 은혁은 서하가 남자 동료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하의 얼굴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웃음이 있었고, 눈에는 그동안 은혁이 본 적 없는 낯선 빛이 담겨 있었다.그날 밤, 은혁은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서하를 거칠게 대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은혁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집착이었고, 소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위태로운 안도감이었다.그 무렵 은혁은 민레나의 약혼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이후에야 배성우에게서 메시지를 받고 알게 되었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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