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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451 - Chapter 460

477 Chapters

제451화

윤재혁은 단호한 결단력으로 젊은 나이에 이미 유민 그룹을 손바닥 위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었다.그래서 윤형우는 평소에도 윤재혁을 어느 정도 경외하는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경외는 어디까지나 경외일 뿐, 단지 윤재혁의 능력이 뛰어나서 존경하고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게다가 윤재혁은 그에게 줄곧 잘해줬기에 비록 남들이 윤재혁을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괴롭히는 미친놈이라고 해도 윤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처럼 윤재혁을 두려워하거나 공포에 떨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윤재혁이 나타난 순간 윤형우는 자기 손에 잡힌 손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그는 살며시 고개를 숙여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신지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얇은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으며 시선은 윤재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마치 윤재혁이 나타난 그 순간부터 그녀의 모든 감각이 경계 태세를 취한 듯했다.윤형우는 심지어 신지아의 가쁜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공포, 긴장, 두려움.지난번 절벽 아래에서 깨어났을 때를 제외하면 신지아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윤형우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예전에 신지아가 누군지 몰랐을 때 그녀가 괜히 나서서 윤재혁과 고이진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때는 연인 사이에 굳이 참견하는 신지아가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긴장하며 경계하는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 한편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모두가 윤재혁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신지아는 문제가 생길 거란 걸 알면서도 단호하게 고이진이 자유를 되찾도록 돕는 것을 선택했다.너무 어리석었다.가슴 아플 정도로.윤형우는 시선을 거두어 윤재혁을 돌아보았다.그는 살짝 웃으며 한 걸음 다가와 신지아를 자신의 뒤로 보낸 채 예전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재혁 형.”윤재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얇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리 와.”짧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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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윤형우는 고개를 숙여 칼을 쥔 신지아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어떻게 쓰는지 알지?”별장에 머무는 동안 그녀에게 칼을 휘두르는 법과 정확하게 찌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신지아가 무서워할까 봐 줄곧 가짜 칼을 사용했지만 그녀는 워낙 똑똑하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윤형우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지만 정작 신지아는 자리에 굳어버렸다.공포가 순식간에 그녀를 뒤덮었다.윤재혁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녀 또한 준비되어 있었다.두렵긴 했지만 윤형우가 도와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가 나타났기에 그 두려움은 금세 반으로 줄어들었다.하지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무겁고 묵직한 칼이 그녀로 하여금 진정 전례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윤형우가 아무 이유 없이 이 칼을 건네줄 리가 없었으니까. 자신의 능력으로 지킬 수 있으면 절대 삶의 희망을 그녀 손에 맡기진 않을 것이다.이 칼이 신지아에게 마지막 카드가 되어줄 거란 뜻이었다.본인은 죽을 각오를 하고 칼을 건넨 것이다.예전 절벽 아래에서 자신이 병들었다는 걸 알았지만 의료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병든 몸을 이끌고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었기에 그녀에게 혼자 떠나라고 말했던 것처럼.윤재혁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이 생각을 하자 신지아는 겁에 질려 윤형우의 팔을 꼭 붙잡고 그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형우 씨, 우리에겐 칼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일단 여기를 벗어나요.”신지아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대놓고 사이가 틀어진 이상 애써 호의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었다.한번 모든 걸 걸어보는 수밖에!윤형우는 신지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고는 곧바로 그녀의 속내를 눈치챘다.그는 웃으며 주변 경호원들을 둘러보았다. “우리 둘만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어. 긴장하지 마, 난 괜찮을 거야. 게다가 이미 누나와 고 대표님께 연락했으니까 곧 사람들을 데리고 올 거야.”조금 전 신지아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었던 것처럼 지금 윤형우 역시 시간을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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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평소에 윤씨 가문에서 하도 오냐오냐해주니까 다 잊었나 본데, 영웅 행세를 하려면 대가를 치러야지.”말을 마친 윤재혁은 옆에 있던 경호원을 흘깃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정신 좀 차리게 해줘.”정신 차리게 하라는 말은 누가 들어도 뻔했다.경호원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윤형우에게 걸어갔다.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몇몇이 즉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그만, 그만해!”신지아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그녀의 예상과 달리 윤재혁이 정말로 손을 들어 경호원들의 행동을 제지했다.윤형우는 이상함을 감지했다.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린 그는 곧바로 윤재혁의 다음 의도를 알아차렸다.“지아야.”윤형우는 힘겹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도망쳐.”신지아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도 한때 윤재혁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윤형우에게 맡기려 했던 적이 있었다.어차피 윤재혁은 그를 죽이지 않을 테니까.게다가 애초에 처음 윤형우에게 접근한 것도 윤재혁과 맞설 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나.그런데 조금 전 윤형우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났다. 윤형우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무렵 술을 마시며 서로를 떠볼 때 자신이 윤형우에게 던졌던 질문을.만약 어느 날 윤재혁이 자신을 제거하라고 시키면 어떻게 할 거냐고.윤형우는 그녀를 도울 거라고 말했고 지금 정말로 주저 없이 그녀 편이 되어주었다.목숨을 걸고 도와주고 있었다.그렇게나 많이 구해줬는데 어떻게 윤형우를 단지 서로 이용하는 파트너로만 여기면서 혼자 버려두고 떠날 수 있겠나.윤형우가 윤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줄지 모르지만 고이진 때문에 잔뜩 화가 난 윤재혁 밑에서 그는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 것이다.신지아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머니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고이진은 어디 있지?”윤재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신지아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죽었어. 믿지 못하겠으면 죽었다는 증거를 보여줄게.”말하며 신지아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시선을 윤재혁에게 고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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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급한 마음에 신지아는 고이진이 살아있다는 걸 털어놓고 윤형우의 목숨을 구할 생각도 해봤다.하지만 결국 포기했다.생기를 잃은 고이진의 모습을 두 눈으로 봤기에 그녀가 지옥 같은 상황에서 도망치도록 도운 것이었다.지난번 만난 고이진의 눈에는 미래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고 오랜만에 웃는 얼굴과 활기찬 모습도 보였다.두 손으로 선물한 희망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윤재혁이 고이진의 죽음만 믿는다면 고이진의 악몽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그러면 미래의 고이진은 자유롭게,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신지아는 윤형우를 바라보며 칼을 휘두르는 윤재혁의 손을 지켜보았다.“형우 씨, 미안해요.”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속삭였다.“나도 금방 따라갈게요.”그에게 진 빚은 이번 생에 갚을 수 없었다.다음 생이 있다면 기꺼이 그의 노예가 되어 보답하리라.“고이진은 안 죽었어. 살아있다고!”윤재혁이 칼을 던지려는 순간, 고우빈의 차갑고 다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신지아는 살짝 멈칫하며 힘겹게 뒤를 돌아보려 했다.눈 부신 빛 속에서 고우빈과 윤해원 두 사람이 허둥지둥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윤재혁은 손놀림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고우빈을 마주한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곧이어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고우빈 씨, 지난번에는 고이진 오빠라서 그냥 넘어갔지만 내가 아직도 당신 헛소리를 믿을 것 같습니까?”“이번엔 거짓말 아닙니다.”고우빈은 윤재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이진이가 그쪽에게 전해 달라고 보낸 거예요.”그는 걸어오면서 신지아 쪽을 바라보았다.그의 의도를 눈치챈 듯 윤재혁은 신지아를 쓰레기처럼 뒤로 내던져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맡겼다.“잘 감시해.”신지아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을 내디뎠고 균형을 잡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두 팔이 꽉 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고우빈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결국 내려놓고 손에 든 봉투를 윤재혁에게 건넸다.봉투 위의 글씨를 본 윤재혁은 눈에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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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신지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가냘픈 몸이 바람 한 번 불면 휙 쓰러질 것 같았다.고우빈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형우가 말했다.“형, 칼은 내가 건넨 거고 형을 다치게 한 것도 나 때문이야. 복수할 거면 나한테 해.”몸부림치며 앞으로 다가가려는 그를 화가 잔뜩 난 윤해원이 제자리에서 붙잡고 있었다.윤형우의 이번 행동은 명백히 윤재혁을 배신한 것이었다. 게다가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고이진과 관련된 것인 만큼 윤재혁이 예전에 윤형우를 아무리 아꼈어도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이미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여기에 칼까지 맞으면 버틸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하지만 윤해원 역시 눈앞에서 신지아가 다치는 걸 윤형우가 가만히 지켜보지만 않을 걸 잘 알았다.“오빠, 나한테 생각이 있어.”잠시 생각한 윤해원이 나서서 말하니 윤재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떤 생각?”윤재혁이 묻자 윤해원이 웃으며 말했다.“고이진 씨 성격 잘 알잖아. 만약 오빠가 그 말 무시하고 지아 씨를 다치게 했다는 걸 알면 오빠를 원망할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게 낫지.”말하며 윤해원은 주머니에서 소형 칼을 꺼내 칼집을 벗긴 뒤 손잡이를 돌려 윤재혁 손에 건넸다.“여기 작은 칼이 있어. 신지아 씨가 직접 칼을 돌려서 칼끝이 본인에게 향한다면 그건 지아 씨가 불행한 거지. 그렇지 않다면 그것 또한 운명이니까 이쯤에서 마무리해.”말을 마친 윤해원은 무기력한 눈빛으로 신지아를 돌아보았다.그녀도 신지아를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윤재혁은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지난 몇 년 동안 신지아가 고이진을 떠나보낸 것에 앙심을 품고 복수하기로 결심한 상태라 누구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그 말이 제법 일리가 있었는지 윤재혁은 반박하지 않았다.그는 작은 칼을 들고 30초 정도 생각하다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어서 신지아가 휘둘렀던 칼도 가져왔다.그게 칼끝이 더 날카로웠다.조금 전 윤재혁에게 휘두르면서 칼날에 조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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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탁.칼이 제자리에 멈추면서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고우빈은 제자리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조금도 당황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마치 칼을 휘두른 사람도, 칼끝이 향한 사람도 본인은 아닌 듯했다.“이제 보내주시죠.”고우빈이 말하자 윤재혁이 손을 들어 웃으며 박수를 두 번 쳤다.“정말 감동적이군요.”윤재혁의 말에 경호원이 눈치채고 신지아를 놓아주었다.“가요.”윤재혁이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그 통쾌한 웃음소리가 신지아의 귀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함이 느껴졌다.‘윤재혁이 이렇게 쉽게 날 놓아준다고?’그토록 오랫동안 증오했던 여자를 무사히 보내줄 리가 없었다.뭔가 이상했다.하지만 그 이상함을 콕 집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괜찮아?”고우빈의 목소리가 점점 샛길로 빠지는 생각을 방해했다.신지아는 방금 그가 무모하게 행동했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속으로 걱정과 두려움이 교차했다.“전 괜찮아요. 선배야말로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어요. 자칫...”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에 고우빈이 칼에 심장을 찔린 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모습이 떠올랐다.온몸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만약 자신 때문에 고우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고이진에게 뭐라 말해야 하나.고우빈이 그런 신지아의 마음을 읽었다.“내가 예전엔 널 지켜주지 못했지만 지금 이곳에 온 이상 네가 다치게 둘 수는 없어. 게다가 이번 일은 이진이 때문에 벌어진 거니까 오빠인 내가 당연히 해결해야지.”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윤해원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윤형우를 흘깃 보며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본인 때문에 네가 죽을 뻔했는데도 지아 씨는 널 살릴 생각도 없었어. 넌 저 여자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저 여자 마음속에 넌 1순위가 아니라고. 봐.”윤해원은 고우빈 쪽으로 턱을 치켜들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아 씨 마음속엔 지금 곁에 있는 저 남자가 너보다 우선순위일 거야.”윤해원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지금 그녀는 살짝 화가 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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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날이 어두워졌다. 조금 전 신지아는 윤형우와 거리를 두고 있어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윤형우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진 것을 발견했다.신지아는 당황했다.“형우 씨, 윤형우 씨?”신지아가 초조하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지만 윤형우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뭐 하고 있어?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윤해원이 동행한 경호원을 향해 버럭 화를 내자 그제야 경호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달려와 윤형우를 부축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윤형우는 정밀 검사받았고 곧 진단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와 가벼운 내상이 있었지만 특별히 심각하지는 않았다.“심각하지 않은데 왜 안색이 그렇게 안 좋고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죠?”신지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마음이 급해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말투가 차갑고 단호해서 의사조차 그녀의 태도에 당황해 말을 멈췄다.윤해원은 뭔가 묻고 싶었지만 신지아의 말투에 입을 다물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우빈이 잠시 생각하다가 의사에게 말했다.“얼마 전에도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예전 병력 때문일 수 있으니 추가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어요.”의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바로 준비할게요.”의사가 떠난 뒤 윤해원은 신지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사람들과 함께 뒤따라갔다.신지아는 멍하니 자리에 서서 온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듯했다.수많은 끔찍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예전 병력?’윤형우의 몸에 아직 다친 흔적이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칠 전, 윤형우는 신지아를 구하기 위해 높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그를 발견했을 때 안색이 무척 안 좋았지만 돌아온 뒤엔 윤재혁 때문에 신지아를 공공장소에 드러내고 싶지 않아 의사에게 대충만 진찰만 받았다.만약 그의 몸에 치명적인 병력이 있었는데 검사도 안 받고 이렇게 심한 다쳤다면...‘그러다 죽으면...’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순간 신지아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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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게다가 정말 연성으로 돌아왔다면 왜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겠어?”이 점도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고우빈은 잠시 생각했다. “아니면 옆에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는 걸지도.”신지아는 양민석을 떠올렸다.양민석과 많이 만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믿음직한 사람이었다.양민석이 고이진을 대신해 일을 처리한 것도 제법 합리적인 추측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윤재혁이 그렇게 쉽게 놓아줬을까?’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고이진이 없는 하루하루 그녀에 대한 증오는 쌓여만 갈 것이다.5년간의 원망을 한 통의 편지로 쉽게 내려놓을 리가.그렇게 내려놓기엔 그 증오와 집착이 절대 가볍지 않았다.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신지아는 머릿속에 윤형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고 결국 윤형우가 깨어난 후 몇 가지 물어보기로 결심했다.고이진이 한번 연락한 적이 있으니 어쩌면 그 뒤에 또 연락이 닿았을 수도 있었다....호화로운 차량이 윤씨 가문 저택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윤재혁은 차 안에 앉아 편지를 손바닥 위에 펼쳐 놓았다.손가락으로 편지의 한쪽 모서리를 쥔 채 시선은 편지에 적힌 몇 글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종이를 뚫어버릴 기세였다.송민기가 자외선램프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보라색 빛이 편지지를 비추자 ‘YOON’이라는 영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사모님께서 윤씨 가문에 계신다고요?”송민기가 살짝 놀란 듯 말했다.윤씨 가문의 종이는 특별히 맞춤 제작된 것으로 겉보기엔 평범한 종이와 다를 바 없었지만 자외선 아래에선 특별한 마크가 나타났다.종이뿐만 아니라 윤씨 가문 본가의 거의 모든 곳에 특정적인 표시가 있었는데 이는 오직 윤재혁의 심복만이 아는 사실이었다.원래는 윤씨 가문 내 다른 속셈을 가진 자들을 걸러내기 위함이었는데 지금 고이진이 직접 쓴 편지는 윤씨 가문의 종이였다.이것은 고이진이 윤씨 가문에 있다는 뜻이 아니겠나.윤재혁은 아무 말 없이 윤씨 가문의 로고가 나타난 종이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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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병원.신지아는 몽롱한 상태에서 팔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잡힌 듯했다.머리가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채 멍하니 눈을 뜨자 침대에 이미 깨어 있던 윤형우와 눈이 마주쳤다.“깼어?”윤형우가 가볍게 물으며 다소 안쓰러운 눈빛으로 신지아 팔에 감긴 붕대를 바라보았다.“아파?”신지아는 남자가 보내는 다정하고도 미안함이 담긴 시선을 마주하자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다친 건 분명 윤형우인데 지금도 그녀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윤형우 씨.”“응?”“미안해요.”신지아는 그의 몸에 걸친 환자복을 바라보았다.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뚜렷한 상처와 붓기가 남아 있었으며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허약해 보였다.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지금 신지아가 아픈지만 걱정하고 있었다.윤형우가 잠시 멈칫하다가 물었다.“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거야?”신지아는 그의 질문에 멍하니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곧이어 윤형우가 덧붙이는 말이 들렸다.“나는 네 남자 친구고 넌 지금 내 사람이야. 네 마음이 변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말고는 무슨 일이 생기든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할 필요 없어.”윤형우는 살며시 신지아의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신지아가 입술을 달싹였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죽을 뻔했잖아요.’뒷말은 도저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어제 봤던 윤형우 모습이 여전히 두려운 마음을 안겨주었기에 신지아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고 그 단어는 생각조차 하기 두려웠다.윤형우는 그런 신지아의 생각을 읽은 듯 웃으며 말했다.“작은 상처일 뿐이야. 나는 이 정도만 다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가 다치지 않아서, 내가 널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네가...”태연하게 말하며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지아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윤형우는 상처의 고통으로 기절까지 했고 상처 때문에 자칫 죽을 뻔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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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탈출한 뒤 신지아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그녀와 윤형우는 당당한 연인 사이였다. 윤형우가 심하게 다쳤으니 걱정과 고마움에 키스 한 번 하는 게 뭐 대수겠나.게다가 단지 입만 맞춘 것뿐이고 다른 지나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마치 몰래 바람이라도 피운 것처럼 민망해할 필요가 있을까.그렇게 생각하니 민망함이 다소 누그러졌다.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시각 병원 위층.변도영은 창가에 선 채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머릿속엔 어제 신지아가 말했던 아이로 가득 차 있었다. 불안한 생각들이 연이어 밀려와 그를 안절부절못하게 했다.양준명 쪽에서는 아직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다.하지만 신지아가 윤형우의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불안하고 초조했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이런 생각을 했다.‘만약 신지아가 정말 윤형우의 아이를 가졌다면 어떡하지?’변씨 가문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는 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변도영 역시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신지아가 어느 날 아이를 안은 채 윤형우 곁에 서서 윤형우의 여자가 되는 것 역시 허락할 수 없었다.변도영은 눈을 감은 채 잔에 담긴 고량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고농도 알코올이 가슴을 스치는 그 화끈거리는 감각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멀리서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신지아?”변도영은 깜짝 놀랐다.신지아는 보온병을 들고 그가 있는 건물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발걸음도 가벼웠다.‘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병원에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날 보러 온 건가?’그 생각이 들자 조금 전까지 불안하고 초조했던 변도영의 마음이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누그러졌다.그는 고개를 숙여 몸에 걸친 환자복을 내려다보았다.손에 든 고량주를 다시 한번 바라보며 공기 중에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술 냄새를 맡았다.변도영은 시간을 계산해 재빨리 커튼을 닫고 서둘러 정장으로 갈아입었다.병실에 향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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