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얘기는 다 듣게 되었으니 하시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런데 가정부가 곧이어 메시지를 여러 개 연달아 보내왔다.오늘 심연정이 본가에 머문 시간이 제법 길었다고 했다.서정우가 깨어난 순간부터 다시 잠들 때까지, 두 시간 넘게 곁을 지켰다는 내용이었다.문자만 봐서는 가정부의 속뜻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의외였다.처음 하시윤이 서씨 가문에 들어왔을 때, 가정부는 그녀에게 늘 미묘하게 선을 그었다.심연정 편을 드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시윤에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먼저 말까지 건네오다니, 분명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이었다.하시윤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심연정이 서정우를 챙기는 건 나쁜 일은 아니었다.언젠가 서지혁이 어른들의 뜻을 거스르지 못해 결국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지금 이렇게 미리 정우와 정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두고 테이블 위 서류를 무심히 넘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렸다.연정훈이 동료와 일을 이야기하다가 고개를 돌리더니 순간 눈이 커졌다.그리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황 대표님.”황영준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괜찮아요. 계속 하던 거 하세요. 그냥 한 번 둘러보러 온 거예요.”그는 사무실을 천천히 걸어 다니다가 하시윤의 자리 앞에서 멈췄다.“하시윤 씨?”그는 그녀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하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황 대표님, 안녕하세요.”황영준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요. 하던 일 계속 하세요.”그는 테이블 위 작은 화분을 들어 올려 한참 바라보다가 옆에 놓인 정리된 서류도 몇 장 들춰봤다.사무실 안은 조용했다.모두들 시선을 돌리는 척하면서도 슬쩍슬쩍 하시윤 쪽을 훔쳐봤다.황영준이 이곳에 오는 건 드문 일이었다.와도 문가에서 강수호만 부르는 게 전부였는데 오늘은 직접 하시윤의 자리까지 와서 이런저런 걸 둘러보고 있었다.겉보기엔 별 뜻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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