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81 - Chapter 90

100 Chapters

제81화 한 가족

하시윤은 그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두 사람 아이는 없죠?”이곳에 산 지도 꽤 됐기에 아무리 피하려 해도 이웃에 아이가 있다면 분명 눈치를 챘을 것이다.여자는 그 질문에 살짝 당황했지만 왜 그런 걸 묻는지 몰랐지만 일단 고개를 저었다.“없어요.”하시윤이 말했다.“그런데 왜 계속 같이 살아요?”여자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일단 그 남자가 그저 말로만 험한 소리를 한 건지, 손찌검을 실제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정 폭력이라는 점만 놓고 봐도 어떻게 그걸 참을 수 있는 거죠?”입술을 깨문 여자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가끔은 나한테 잘해주기도 해요. 그냥 화가 나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거죠.”1층으로 내려온 엘리베이터는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하시윤이 밖으로 나가자 여자도 급히 따라 나와 계속 말했다.“그 사람 싫어하는 건 알아요. 전에 한 행동이 정말 지나친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 사람도 이미 벌을 받았어요. 그래서 반성하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우리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러니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그쪽 남자친구 돈도 많고 권력도 있는데 왜 이런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거예요?”“작은 일이요?”하시윤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나한테 험한 소리를 한 게 작은 일이고 그쪽 남편을 때린 게 작은 일이라면 대체 뭐가 큰일이죠?”여자는 한숨을 쉬었다.“그날 그 사람은 내 남자친구가 아니었어요. 당신 남편을 때린 것도 나 때문이 아니었고요. 그 후에 괴롭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내가 시킨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한테 부탁해도 소용없어요.”여자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분명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하시윤은 그녀가 믿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충고했다.“내가 그쪽보다 나이가 많지 않아 그만큼 인생 경험도 적겠지만 그래도 그쪽이 사는 삶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요. 가끔 잘해주는 것 때문에 나쁜 짓을 하는 걸 무시해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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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우리 형을 싫어하는 거네요

하시윤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서인준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농담조로 물었다.“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요? 나는 들으면 안 돼요?”“올라가.”이번에는 서경민이 말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에 말투도 엄격하지 않았지만 서인준은 순식간에 조금 전의 생각을 접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시윤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정우의 방에 도착한 뒤 잠시 놀아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이미 밥을 먹었기에 하시윤은 화장실에 가서 수건을 적셔 녀석의 얼굴과 손발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러고는 몇 번 토닥여주자 녀석은 곧 잠이 들었다.서인준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말을 꺼냈다.“우리 엄마와 아빠가 형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맞춰볼래요?”“몰라요.”하시윤이 말했다.“그리고 궁금하지도 않아요.”서인준이 혼자 중얼거렸다.“오늘 오후에 심씨 가문 어르신들이 회사에 왔어요.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 거라고 했지만 회의실 문이 닫혀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그러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전에 형과 심연정을 약혼시키려고 했는데 형이 거절했잖아요. 그런데도 그 집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또 무슨 수를 써서 형을 설득하려는 모양이에요.”그러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심연정이라는 여자, 정말 이해가 안 돼요. 형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자꾸 달라붙는 걸까요? 원하는 게 과연 뭘까요?”하시윤은 서정우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본인과 결혼할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함부로 대하지 마요.”“하지만 우리 서씨 가문에 시집오는 거잖아요.”서인준이 말했다.“우리 집안에 들어오면 매일 보게 될 건데, 생각만 해도 너무 짜증 나요.”하시윤이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는데요? 두 사람 싸운 적이라도 있어요?”서인준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싸운 적이 없었고 오히려 심연정은 매우 잘 대해주었다. 서인준이 무례하게 말해도 심연정은 못 들은 것처럼 언제나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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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왜 나한테 말 못 해줘?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도 서지혁은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았다.서인준이 혀를 차며 말했다.“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나 몰라.”하시윤은 서정우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밤새도록 잘 것 같은 것을 보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나 이만 쉬어야겠어요.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병원을 꽤 이른 시간으로 예약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서인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나도 이제 쉬려고요.”가정부를 불러 밤새도록 아이 곁을 지키라고 한 후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2층에 이르자 거실 풍경이 보였다. 소파에는 아무도 없었고 청소도 끝난 상태였으며 가정부도 이미 물러가고 없었다.서인준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아마 서재로 갔겠죠.”그러고는 하시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잘 자요.”발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향한 하시윤은 우선 세수를 한 후 침대로 돌아와 불을 끄고 누웠다.아직 피곤하지 않은 건지 잠이 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때 문득 문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랐지만 이내 누군지 알아차렸다.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리지 않고도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서지혁밖에 없었다.하시윤은 재빨리 이불을 덮은 뒤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하지만 서지혁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문이 반쯤 열렸지만 30초 가까이 있은 후 다시 닫혔다.하시윤은 또다시 어리둥절해졌다. 서지혁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잠시 기다렸지만 밖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세수를 마친 서지혁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깜짝 놀랐다.서인준이 언제 왔는지 조용히 그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서인준이 몸을 뒤로 젖힌 채 침대에 손을 짚고 물었다.“할머니랑 엄마와 아빠가 뭐라고 했는데?”서지혁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머리를 닦으며 옷장 앞으로 걸어가 열더니, 잠옷을 꺼내 침대 위에 던졌다.“아무것도.”서인준은 서지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다른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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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마음 썼구나

다음 날 아주 일찍 일어난 하시윤은 먼저 부엌에 들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서정우는 가정부가 물을 가져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아주자 매우 불만스러운 듯 투정을 부리고 잘 협조하지 않았다.하시윤이 다가가 말했다.“제가 할게요.”하시윤이 대신하자 서정우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아직 자고 싶다며 일어나기 싫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투덜댔다.하시윤은 녀석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혀 모두 준비를 마친 후 품에 안고 토닥였다.“그럼 좀 더 자.”서정우는 정말로 2분도 채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하시윤은 녀석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한효진은 어느새 옷을 잘 차려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오늘 병원에 가는 사람은 세 명, 모두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침에는 피검사를 해야 해서 다들 아침을 먹지 않았다. 집사가 와서 차량이 준비되었다고 알렸다.유민숙이 한효진을 부축하고 하시윤은 서정우를 안았다. 그 옆에는 가정부 두 명이 따라붙으며 함께 집을 나섰다.복도를 걷던 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한효진을 부축한 채 한쪽에 서 있던 유민숙은 하시윤을 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을 느낀 듯 한마디 꺼냈다.“시윤 씨, 그만 봐요. 도련님은 이미 회사에 가셨어요. 오늘 회사에 일이 많아서 어르신들과 사모님 모두 가셨습니다.”하시윤은 깜짝 놀랐다.“제가 지혁 씨를 찾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참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유민숙은 입을 다물었다.한효진은 하시윤을 흘깃 본 뒤 다시 유민숙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총 두 대의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효진은 유민숙과 함께 한 대에 탔고 하시윤은 서정우를 안은 채 다른 한 대에 탔다. 두 차량은 앞뒤로 산에서 내려와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미리 연락을 해두었기 때문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은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검사를 준비했다.먼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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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희망

주차장에 도착한 후 유민숙이 한효진을 부축해 먼저 차에 올랐다.서정우를 안은 하시윤이 몸을 돌리는 순간 서지혁이 자신의 차 뒷문을 열며 말했다.“타.”차 창문을 내려 밖을 한 번 내다본 한효진은 시선을 거둔 뒤 다시 창문을 올렸다.하시윤은 어느 차를 타든 상관없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서지혁의 차에 올랐다.이후 차량 세 대는 산 중턱에 위치한 서씨 가문의 본가를 향해 출발했다.길을 가는 도중 서정우가 깨어나 뒤척이자 녀석을 토닥인 하시윤은 서정우가 눈을 뜨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디 불편해?”서정우는 배를 만지며 말했다.“배고파요.”하시윤은 옆에 둔 보온 팩을 꺼내며 말했다.“어제저녁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잖아. 배고플 것 같았어.”서지혁은 백미러로 하시윤을 흘깃 바라보았다. 하시윤은 서정우를 옆에 눕힌 뒤 보온 백을 다리에 끼운 채 숟가락으로 녀석에게 조금씩 떠먹여 줬다.밥의 온도가 안성맞춤인 데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예전처럼 먹는 것을 꺼리지도 않았고 장난을 쳐가며 달래야 할 필요도 없었다.차가 본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서정우는 밥을 다 먹었다.하시윤은 휴지로 녀석의 입을 닦아준 뒤 품에 안으며 물었다.“불편한 데는 없어?”서정우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없어요.”녀석은 하시윤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으며 말했다.“엄마, 더 자고 싶어요.”하시윤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자.”그러고는 서정우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목소리가 낮아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서지혁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차가 본가에 도착해 멈추었을 때 서정우는 이미 다시 잠이 들어 있었다.서지혁이 먼저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녀석을 안아 들었다.차에서 내린 한효진도 하시윤이 들고 있는 보온 통을 바라보며 물었다.“다 먹은 거야?”하시윤이 대답했다.“네, 다 먹었어요.”한효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유민숙의 손을 더 꽉 잡고 본채로 들어갔다.서지혁은 서정우를 안은 채 하시윤과 나란히 뒤따라 걸었다. 복도에 이르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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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임신 아님

잠옷으로 갈아입은 하시윤은 커튼을 내린 후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아래층에는 한효진이 보이지 않았다. 나이도 있는 어르신인지라 체력이 좋지 않았기에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해 지금쯤 다시 잠을 자러 갔을 것이다.부엌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낸 하시윤은 몸을 돌려 나가려다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밖을 바라볼 수 있는 부엌 창문,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넓은 공터에는 그네와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한효진은 가끔 그곳에 가서 햇볕을 쬐곤 했다.지금 거기에는 서지혁과 심연정이 있었다.두 사람은 잔디밭에 서 있었지만 서지혁은 심연정을 등진 상태였고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으며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아주 당당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심연정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억제하지 못하고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만으로도 감정이 다소 격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시윤은 그들의 일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부엌을 나와 위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물을 마신 후 잠시 누워있던 하시윤은 금세 잠이 들었다.편안하게 오후까지 잠을 잔 후 몸을 일으켜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하시윤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에서 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처리되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는 알림이었다.휴대폰을 들고 보니 업무 관련 단톡방에 메시지가 꽤 많이 와 있었다. 훑어보니 업무와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고 내일 윤근영 씨 집으로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이사 축하를 위해 빈손으로 가면 안 되니 동료들이 어떤 선물을 가져가면 좋을지 의논하고 있었다.메시지를 훑어본 후 단톡방을 나온 하시윤은 친구 추가 요청이 하나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신자가 강수호인 것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수락했다.이내 강수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단톡방의 메시지를 봤는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하시윤이 봤다고 답하자 강수호는 곧바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단톡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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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왜 그래?

하시윤은 혼자 저녁을 혼자 먹었다.한효진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않아 가정부가 그녀 방으로 올려다 주었다.서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회사에 갔다. 아마도 어떤 프로젝트 데이터에 변동이 생겨 임시로 야근을 한 모양이었다.하시윤은 천천히 식사를 하며 한가한 틈을 타 옆에 있던 가정부에게 물었다.“할머니는 어때요?”가정부는 하시윤이 걱정하는 줄 알고 말했다.“특별히 불편한 건 없대요. 가정부 말로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기분이 안 좋다고?’잠시 멈칫한 하시윤은 바로 이해했다. 아마도 건강 검진 결과를 알게 된 모양이었다.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효진이 기분이 상한 것일 거다.솔직히 말해서 하시윤도 약간은 짜증이 났다.임신이 안 되면 계속 노력해야 했다.하지만 그 노력하려는 마음이 항상 그녀로 하여금 부끄럽게 만들었다.하시윤은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정우가 아직도 자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내일 아침까지는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정우를 보러 가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세면을 마친 후 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낮에 너무 오래 잠을 잔 탓인지 지금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심심해서 업무 관련 단톡방을 몇 번 스크롤 해 보았다.사람들이 아직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일 윤근영 집에 간다는 이야기로 모두들 시간을 조율하고 있었다. 몇몇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함께 가기로 약속을 잡고 있었다.또 누군가는 하시윤을 언급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단톡방에서 ‘하시윤 씨를 깜빡하지 말자’는 식으로 말하며 그녀가 윤근영의 집 위치를 잘 모를 테니 함께 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이 말 누군가가 ‘걱정하지 마, 강 과장이 알아서 할 거야’라고 답했다.이후로는 다시 내일 집을 방문하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고 몇몇은 방문할 때 가져갈 선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사진이 꽤 많이 올라와 하시윤은 대충 훑어보았다. 가격대는 비슷비슷한 것 같았다.이런 행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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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협조

오늘 밤은 유난히도 길었다. 너무 길어서 하시윤은 후회가 밀려왔다. 서지혁을 이렇게 자극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하시윤의 등은 땀에 흠뻑 젖은 서지혁의 가슴에 바짝 붙어 있었다.얼굴이 이불 속에 파묻힌 상태라 숨이 막혀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도 없었다. 서지혁이 그녀에게 바짝 다가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틀어막듯이 입맞춤을 했다.하시윤이 양손으로 양옆의 이불을 꽉 잡자 서지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깍지를 꽉 끼었다.오늘 밤은 이전의 몇 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시윤은 처음으로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한 기분을 맛보았다.이미 체력 모두 소진한 상태, 눈을 감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서정우가 혼수상태처럼 잠든 얼굴이었다. 그래서 잠시 망설였지만 다시 이를 악물고 엉덩이를 치켜들어 서지혁의 몸에 밀착했다.정확히 언제 멈췄는지, 또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이 느낌은 4년 전 그날 밤과 매우 흡사했다. 그 후로는 기억이 완전히 끊겼다.다음 날 아침, 하시윤이 눈을 떴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눈을 뜨고 한참 있은 후에야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하시윤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몸이 상쾌한 것을 보니 분명 누군가 씻겨준 것 같았다.가정부가 씻겨줬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서지혁이 분명했다.하시윤은 꽤 놀랐다. 서지혁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일을 신경 써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서지혁은 방에 없었지만 고개를 돌리자 베개 옆에 그녀의 잠옷과 속옷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하시윤은 급히 옷을 입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세면대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을 켜보니 강수호가 전화도 걸고 문자도 보냈지만 너무 깊이 잠들어서 아무것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시윤은 급히 답장을 보냈다. 먼저 늦잠을 잤다고 사과한 후, 강수호에게 윤근영 씨 집 주소를 보내 달라고 말하며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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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속셈

윤근영의 새집은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시윤이 세 들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을 가로질러 가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차량은 아파트 단지 밖에 주차되었고 하시윤은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서 선물을 꺼냈다.무엇을 샀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핸드백을 들고 내린 강수호는 다가와 하시윤이 들고 있는 물건을 흘깃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비싼 걸 샀어?”손에 든 물건을 들어 내려다본 하시윤은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은 사실 서씨 가문의 창고에서 가장 저렴한 물건이었다.“이건...”하시윤은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자신의 현재 처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제 친구와 쇼핑을 했는데 이걸 추천하더라고요. 이런 걸 들고 가야 멋져 보인다고 그래서.”피식 웃은 강수호는 하시윤이 신입사원이라 동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러는 것이라 생각해 그저 ‘응’ 하고 대답했다.“가자.”나란히 걸어가는 도중 강수호가 물었다.“시윤 씨는 혼자 살아?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살아?”하시윤이 대답했다.“가족들과 함께 살아요.”강수호는 혀를 차며 말했다.“다행이네. 방금 너무 오래 기다려서 사실 아파트 관리소에 가서 시윤 씨의 집 주소를 물어보고 집에 찾아갈까 생각했거든.”그러고는 계속 물었다.“만약 가족들이 보면 오해하겠지?”하시윤은 깜짝 놀랐다. 강수호가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 건 별문제가 없겠지만 거짓말이 들통나는 것이 골칫거리였기에 급히 말했다.“가족들이 꽤 엄격해서 보면 정말로 오해할 거예요.”강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농담조로 말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 있는 거니까.”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한 뒤 강수호가 윤근영에게 전화를 걸자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며 안으로 안내했다.윤근영의 새집은 작은 고층 건물로 한 층에 두 가구가 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다른 동료들은 거의 다 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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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진작 계획하고 있었던 듯

윤근영도 꽤 신경을 쓴 듯 제법 푸짐하게 준비했다. 몇 가지 반찬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윤근영이 직접 볶은 요리들이었다.모두 자리에 앉자 윤근영은 일어나 참석해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손재주가 좋지 않아 너그럽게 봐달라며 겸손한 척 말했다.그러다 갑자기 하시윤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시윤 씨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잘하는 요리 위주로 준비했어요. 마음에 안 들면 말해 주세요. 우리 집 냉장고에 재료가 가득하니까 두세 가지 더 해줄 수 있어요.”너무 과하게 예의를 차린 말에 하시윤은 급히 대답했다.“아니요. 저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괜찮아요.”윤근영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맛없으면 말해요. 여기까지 왔으니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요.”윤근영의 남편도 자리에서 일어나 몇 마디 했다. 대부분 회사에서 윤근영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 인사였다.그가 말을 마치자 비로소 식사가 시작되었다.비록 한낮이었지만 테이블에는 술이 제법 놓여 있었다. 대부분 이미 병을 따 놓은 상태였다.윤근영이 직접 한 병을 들고 하시윤 옆으로 오더니 그녀의 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본인 역시 손에 있는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시윤 씨, 회사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사이에 좀 오해가 있었잖아요. 기억하죠?”잔을 든 채 일어난 하시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기억나요.”윤근영은 크게 웃더니 다른 손으로 하시윤의 등을 토닥였다.“내가 잘못했어요. 그때 너무 조급해서 생각이 짧았어요. 나중에 남편과 이야기를 해 보니까 그렇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남에게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그러면서 잔을 하시윤의 잔에 살짝 부딪혔다.“오늘 사과할게요.”하시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윤근영은 고개를 젖히며 잔 속의 술을 단숨에 마셨다. 가득 찬 한 잔을 한 번에 비운 것이다.그러다 보니 하시윤도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워낙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하시윤은 윤근영이 따라준 술이 가득 찬 잔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겨우 입에 가져갔다.윤근영은 잔을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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