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151 - Chapter 160

162 Chapters

제151화 창피를 당하다

밤이 깊어질 무렵, 하시윤은 통증에 잠에서 깼다.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가 한참 뒤 다시 나왔다.침대 옆에 서서 서지혁을 깨울지 말지 고민하던 그 순간, 그가 먼저 눈을 떴다.“왜?”하시윤은 고개를 떨군 채 겨우 입을 열었다.“나... 좀 아파...”서지혁은 고개를 갸웃했다.“어디가?”하시윤은 대답 대신 그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정적 끝에 서지혁이 먼저 말했다.“그럼 병원 갈까?”병원이라니, 하시윤은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웠다.하지만 몸이 너무 아팠다.하시윤의 목소리는 모래 알갱이만큼 작아졌다.“가, 가자.”30분 뒤.응급실 침대에 누운 하시윤은 팔로 눈을 가렸다. 얼굴이 화끈거렸기 때문이다.의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검사를 마치고 말했다.“붓고 안쪽이 좀 찢어졌네요.”그녀는 장갑을 벗어 버리더니 말을 덧붙였다.“연고 처방해 드릴게요.”하시윤은 숨을 정돈하며 대답했다.“네...”의사는 약 처방전을 건네며 마지막으로 조용히 일렀다.“회복될 때까지는 관계는 피하세요.”하시윤은 목을 한껏 움츠리고는 진료실을 빠져나왔다.밖에서 기다리던 서지혁이 다가왔다.“뭐래?”뭐래?차마 입에 담고 싶지 않아 하시윤은 말없이 약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약국은 외래 진료동 1층에 있었다. 응급실과 외래 진료동은 연결되어 있었지만 약국에 도착하려면 외래 진료동 전체를 가로질러야 했다.하시윤은 빠르게 걸어갔고 서지혁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약을 받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진료동 기둥 옆을 지날 때, 결국 서지혁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의사가 뭐라고 했는데? 심각해?”하시윤은 약 봉투를 꽉 움켜쥐더니 꼭 다문 입술로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그리고 갑자기 약 봉투를 그의 몸에 내리쳤다.“묻기는 뭘 물어?”주변을 의식해 그녀는 이를 악물면서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뻔뻔하게 그걸 물어볼 염치가 있어?”서지혁은 하시윤의 기세에 놀라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하시윤은 그대로 따라붙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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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이 사람 남자친구예요

심연정이 집에 있는 건 크게 놀랍지 않았다.서정우가 얼마 전부터 그녀와 거리를 두려 하자 심연정은 틈만 나면 아이와 가까워지려고 찾아왔다.하시윤과 서지혁이 집을 비운 지금이야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영상 속에서 심연정은 서정우 옆에 딱 붙어 앉아 화면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지혁아.”서지혁은 곧장 화면 밖으로 빠졌지만 목소리는 들려왔다.“정우, 약 잘 먹었어? 할머니 말씀 잘 듣고?”“네.”서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오늘 엄청 착했어요.”그 말에 성문영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그럼 아까 울던 애는 누구였을까?”그러자 서정우는 다시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화면 속 하시윤을 보며 말했다.“엄마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하시윤 마음은 눈 녹듯 무너졌다. 하지만 그저 다정하게 달래는 말밖에 해 줄 수 없었다.“엄마 곧 들어갈게. 정우가 착하게 잘 기다리면 엄마가 선물 잔뜩 사줄게.”서정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물었다.“엄마, 동생은 데려왔어요?”하시윤의 손끝이 굳었다.그리고 어젯밤 응급실에서 겪은 그 수치가 다시 떠올랐다.의사는 그런 상황을 수없이 겪어 익숙할진 모르지만 하시윤에게 그건 평생 잊히기 어려운 치욕이었다.그녀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서지혁이 웃었다.무슨 생각을 했는지 뻔히 아는 표정이었다.서지혁이 답했다.“걱정 마. 동생은 오고 있어.”아이가 듣고 있어 하시윤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만 만들었다.“닥쳐.”서지혁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다리를 꼬고 있었다.옆에서 하시윤이 쏘아보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일 때문에 서운했던 감정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하시윤은 다시 화면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그사이, 성문영도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그런데 서지혁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지혁이는? 왜 숨는 거야?”“안 숨었어요.”서지혁이 그렇게 말하고는 하시윤 쪽으로 다가왔다.카메라가 비출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기에 그는 하시윤 바로 뒤에 서서 턱을 그녀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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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사람 보는 눈은 있네

하시윤은 곧 상황을 이해했다.둘이 함께 여행을 왔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연인이나 부부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그렇게 말하는 편이 쓸데없는 얘기를 줄이는 길이었다.그러자 문득 전에 집 이사했을 때가 떠올랐다.옆집에서 하시윤을 서지혁의 여자친구로 오해했지만 그때의 서지혁은 지금과 달리, 단칼에 부정하며 그녀와 엮이는 걸 극도로 꺼려 했다.남자는 얼굴이 벌게져 급히 일어섰다.“죄송합니다. 몰랐어요.”그는 다시 하시윤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정말 죄송해요. 실례했어요.”서지혁은 그를 몇 초간 가만히 바라보았다.말없이 쏟아지는 경고가 그의 시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그 후, 서지혁은 자연스럽게 하시윤의 어깨를 감싸며 걸음을 옮겼다.“저 남자 누구야?”하시윤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몰라. 처음 봐.”서지혁은 코웃음을 흘렸다.“너한테 들이댄 거야? 사람 보는 눈은 있네.”조금 걸으니 아까 배구를 하던 무리가 다시 보였다.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그들 중 여자 둘이 이쪽을 힐끗 보고는 금방 다시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렸다.하시윤은 굳이 의미를 해석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떼었다.둘은 계속 앞으로 걸었고 서지혁이 물었다.“내일 조금 돌아다닐래? 괜찮아?”그녀의 몸 상태를 물어본 것이다.하시윤은 어제 의사에게 상처가 심한지 제대로 묻지도 못했지만 약 바르고 하루 자고 나니 통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 어디로 가는데?”“시내 먼저 가자.”서지혁이 말했다.“필요한 거 있나 한번 보고.”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바닷가 끝이 보일 만큼 한참을 걸었을 때였다.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저기요, 같이 배구 안 할래요?”방금 배구를 하던 그 무리였다.그중 아까 서지혁을 유심히 보던 여자 두 명이 다가오더니 물었다.수영복 차림에 배구공을 허리에 끼고 있었는데 머리를 높이 묶어 올린 모습이 싱그럽고 활기찼다.하시윤이 서지혁을 보며 말했다.“난 안 할래. 지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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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못 할 말이 없어

방으로 돌아온 뒤 하시윤은 먼저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오자 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본가에서 걸려 온 영상통화라 그녀는 서둘러 받았다.화면에는 잠옷을 입은 서정우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졸리는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칭얼거리고 있었다.그 뒤에서 성문영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한참을 달래도 통 잠들지 않아. 정우가 꼭 엄마랑 아빠를 봐야겠다고 해서 전화했어.”성문영이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대자 하시윤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우야, 엄마 여기 있어.”하시윤은 말을 이었다.“정우야, 이제 자야지. 엄마 여기서 보고 있을게.”서정우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그녀를 보자마자 입술을 삐죽였다.“엄마...”그러고는 곧바로 물었다.“아빠는요?”하시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거실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언제 나간 거지?’이상하다 싶어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보았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다시 서정우를 달랬다.아빠를 찾으며 칭얼대던 서정우는 이미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몇 마디 달래 주자 아이는 잠깐 투정을 부리다가 금세 잠들어 버렸다.성문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투덜거렸다.“예전에는 내가 안아서 금방 재웠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나한테도 칭얼대는지 몰라.”옆에 있던 가정부가 설명했다. 서지혁과 하시윤이 갑자기 외출해서 아이가 낯설어하는 거라며,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성문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하시윤에게 말했다.“됐어. 정우 잠들었어.”그 말만 남기고는 영상통화를 바로 끊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하시윤은 소파에 잠시 앉아 기다렸지만 서지혁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는 밖으로 나왔다.이상하게, 생각이 자꾸 딴 데로 흘렀다.그리고 아까 바닷가에서 서지혁에게 눈빛을 보내던 여자들이 떠올랐다.혹시 술 마시러 내려갔나, 그 여자들이랑 어울리고 있나 싶어 하시윤은 엘리베이터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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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다 됐어

하시윤은 그 두 남자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 보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여행 나온 것이니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안했다.“경찰 부른다고 하던데 진짜 큰일 나는 건 아니겠지?”“신경 쓰지 마.”서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허세 부린 거야. 둘 다 그럴 배짱 없어.”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행이고.”잠시 뒤, 하시윤이 물었다.“아까 어디 갔었어? 정우가 잠들기 전에 우리 둘 보고 싶다고 투정 부리면서 영상통화 걸어 왔어.”서지혁은 다급하게 휴대폰을 열어보았다.“어떻게 됐어?”“이미 잠들었지.”하시윤이 말했다.“내일 아침에 아빠가 영상 보낸다고 했거든. 눈 뜨면 볼 수 있다고 겨우 재웠어.”서지혁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말했다.“내일 모닥불 파티 일정을 좀 물어봤어. 몇 시에 시작하는지, 어떻게 진행하는지.”하시윤은 더 많은 대답을 원했는데 서지혁의 목소리는 더 들려오지 않았다.“그게 다야?”서지혁은 웃음을 터뜨렸다.“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빨라.”파티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다고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었다. 1층 데스크 가서 몇 마디 물어보는 걸로 충분했으니.정작 시간이 걸린 건 그 뒤였다. 그는 로비를 한 바퀴 돌며 아까 그 남자를 찾고 있었다.바닷가에서 그 두 남자는 하시윤을 보며 입에도 못 담을 농담을 던졌다.레스토랑 화장실에서 한 놈을 혼내줬는데 다른 한 놈이 보이지 않아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어디 갔나 찾아봤지만 결국 보이지 않아 그 남자가 다시 바닷가에 간 줄 알았다.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딱 마주쳤다. 이건 뭐 얻어맞을 운명이었던 셈이었다.하시윤이 말했다.“걔네 일행이잖아. 지혁 씨도 참 겁이 없다.”“괜찮아.”서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겁날 게 뭐가 있어.”그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잠시 후, 서지혁은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물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하시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서지혁은 샤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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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또 잘난 척이네

영상통화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서정우는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해 다시 누웠다.이번에는 성문영이 옆에 없었는데 가정부가 대신 두 사람에게 서정우의 상태에 대해 알려주었다.해 뜨자마자 아이는 깨서 밥 먹고 약도 먹었는데 보채지도 않았고 상태가 꽤 좋아 보인다고 했다. 아무래도 새로 바꾼 약이 몸에 맞는 듯했다.지금 아이가 졸려 하는 건 그냥 너무 오래 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시윤은 미소를 지은 채 서정우를 달래자 아이는 서지혁이 사준 인형을 끌어안고 금세 잠들었다.전화를 끊은 뒤, 서지혁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하시윤의 옷깃을 다듬어줬다.“가자. 밥부터 먹자.”둘은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지금 시간대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하시윤은 문득 어제 네 명의 여자들이 앉았던 자리를 힐끔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어제 배구하던 그 네 명, 예쁘더라.”“배구?”서지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뒤늦게 기억을 떠올렸다.“아, 그 사람들?”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예뻤어? 난 제대로 보지 않아서.”그의 말은 사실이었다.어제 그의 신경은 온통 그 두 남자 쪽에 쏠려 있었지, 옆에 있던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하시윤은 피식 웃었다.“예뻤어. 바닷가에 너무 오래 안 있었던 것 같아. 우리가 들어오고 그 여자들도 들어왔거든. 레스토랑에도 왔어. 그런데 그때 지혁 씨가 아쉽게도 없어서 못 봤을 거야.”“그게 왜 아쉬울 거라고 생각해? 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는데?”서지혁은 태연했다.“걔네가 안 돌아왔으면 내가 어제 그 화를 풀지도 못했을 거잖아.”하시윤은 아예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서지혁을 보고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기로 했다.식사를 마친 후, 하시윤은 택시를 타고 다닐 줄 알았는데 서지혁은 이미 렌터카까지 준비해 두었다.하시윤은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차 언제 빌렸어?”“어제 지나가는 김에 했어.”하시윤은 준비성이 철저한 서지혁을 보더니 헛웃음이 났다.“지혁 씨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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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

서지혁은 식당 문을 등지고 있어서 하시윤은 그의 표정을 정확히 볼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병원까지 다녀온 거예요? 생각보다 사이가 좋았나 보네요.”예상 못 한 말에 그 일행이 잠시 멈칫했다가 둘러댔다.“친구들이에요. 다들 시간이 비기도 했고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니 잠깐 와 봤죠.”“뼈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입원까지? 친구들 좀 호들갑이네요.”그 네 사람은 두 남자를 때려 병원에 보낸 장본인이 서지혁이라는 걸 모르는 듯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근육이 찢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의사도 이틀 정도는 병원에서 경과 보라고 해서요.”“병원에 있으면 조용히들 하겠죠. 그게 더 낫겠네요.”그들은 서지혁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러자 아현이라는 여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혼자 왔어요?”그들은 서지혁이 식당으로 들어가려던 걸 봤기에 질문을 던지고는 식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다 하시윤을 발견하더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하시윤도 더 이상 숨어 듣고만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발을 내딛자마자 들린 서지혁의 말에 얼어붙었다.“혼자 왔을 리가 없잖아요. 당연히 아내랑 같이 왔죠.”‘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군.’하시윤은 다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거리가 조금 있어도 대화는 그대로 들렸다.아현이라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그분이 아내분이시구나. 어제 보니 두 분이 정말 각별해 보이시더라고요. 다른 연인들하고는 확실히 달랐어요.”“맞아요. 딱 봐도 알리죠?”옆의 다른 여자가 또 말을 돌렸다.“어디 둘러보고 오신 거예요? 저희는 이곳이 처음이라 아예 길을 모르겠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같이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요. 사람 많으면 재밌잖아요.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요.”다른 여자가 끼어들었다.“맞아요, 저희 사진 되게 잘 찍어요. 나중에 두 분 커플샷도 예쁘게 찍어드릴 수 있는데.”“싫은데요?”서지혁이 잘라 말했다.“신혼여행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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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넘어가 줄게

하시윤은 방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두 형제가 일 때문에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에 바로 거실로 나왔다.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켜자 그제야 지윤정이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열댓 개나 되는 문자였는데 조금 전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보내온 듯했다.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예상 밖의 내용이었다.지윤정은 오늘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다고 했다.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사건 진행 상황을 묻는 과정에서 주우빈까지 구속됐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했다.윤근영은 남편을 빠져나가게 하려고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쓰려 했지만 결국 주우빈도 빠져나가지 못했다.경찰 쪽에서는 상부에서 사건을 최대한 빠르게 공소 단계까지 끌어올리라는 압박이 내려왔다고 들었는데 주우빈에 대한 증거 역시 누군가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기에 지윤정은 하시윤 쪽에서 움직인 거냐고 물었다.‘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일을 시키겠어. 그럴 능력도 없고.’하지만 그게 다른 누군가라면 말이 달랐다.하시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혁이 있는 방 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창가에 기댄 채 서 있는 서지혁의 모습이 보였다.서인준과의 통화는 이미 끝난 듯했는데 손에는 갓 불을 붙인 담배가 타오르고 있었다.하시윤을 보자 그가 물었다.“무슨 일인데.”“강수호 사건 말이야. 지혁 씨가 사람을 붙여서 계속 살피게 한 거야?”서지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응.”“어쩐지.”하시윤은 지윤정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여주려 했다.“지윤정 씨 말로는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고.”하시윤이 다가오자 서지혁은 곧바로 담뱃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흩었다.“그래?”연기가 사라지지 않자 그는 아예 하시윤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거실 소파에 앉더니 하시윤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왜 그래? 회사에 무슨 문제 생겼어?”여행 온 뒤로 서지혁은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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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혹시나

바보가 아닌 이상 남자는 서지혁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서지혁이 다가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타를 들고는 공연을 위해 연습해야 한다며 하시윤에게 인사한 뒤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보더니 물었다.“바닷가 쪽은 준비 다 됐어?”“몰라.”서지혁은 그녀 옆에 앉았다.“잘 보지 않았는데?”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바닷가 쪽 상황을 보러 간다고 나갔고, 또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으면서 잘 보지 않았다는 건 무슨 뜻이지?’서지혁은 무대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그 사람이랑 인연인가 보네. 이렇게 또 마주치고.”하시윤은 그제야 서지혁이 방금 그 남자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지혁 씨도 그 여자들 우연히 만났잖아. 호텔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혁 씨 쪽이 진짜 인연 아니야? 어떻게 거기서 만나?”그 말에 서지혁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괜히 건드렸어.”하시윤은 워낙 말발이 좋았다.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병원에 가 볼 걸 그랬어. 둘 다 병원 체질이던데 며칠 더 누워 있게 할걸.”하시윤은 그 이상 대화를 이어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올라가자.”두 사람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하시윤은 소파에 앉았고 서지혁은 창가에 잠시 서 있다가 곧바로 침실로 들어갔다.문 너머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 같았지만 워낙 작게 말해서 무슨 내용인지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하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휴대폰을 꺼내 본가의 가정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정우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서정우는 막 잠든 참이었다고 한다.그 문자만으로도 하시윤은 기분이 좋았다.가정부는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서정우는 오늘 몸 상태가 괜찮았는데 밥도 잘 먹고 약도 문제없이 삼켰다고 했다.잠시 후 가정부가 한 줄을 더 보내왔다.원래는 오후에 영상통화를 해 줄까 했는데 한효진이 두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렸다고 했다.하시윤은 애초에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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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쌤통

모닥불 파티는 10분 뒤에야 정식으로 시작됐다. 여러 무대에서 동시에 공연이 펼쳐졌다.하시윤과 서지혁은 이미 바다 쪽까지 걸어와 있었다.하시윤은 치마를 살짝 집어 들고는 장난치듯 발끝으로 물을 툭툭 찼다.무대 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하시윤은 서지혁을 돌아보며 말했다.“가자, 공연 시작한 것 같아.”서지혁은 급할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하시윤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는 멈춰 세웠다.“시작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시윤의 발끝으로 떨어졌다.바닷물에 젖은 채 모래 위를 밟아서 발등에 모래가 잔뜩 붙어 있었다.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씻어야겠다.”하시윤은 발을 까딱 흔들며 태연하게 말했다.“괜찮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지혁이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하시윤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감았다.“왜 이래?”서지혁은 바다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녀를 바위 위에 내려놓았다.그도 위로 올라오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더 안쪽으로 향했다.바위 아래로 바닷물이 드나들며 얕게 흘렀다.서지혁은 하시윤을 앉힌 뒤 발에 묻은 모래를 천천히 씻어냈다.“됐다.”하시윤이 헛웃음을 흘렸다.“참, 오지랖은 또 왜 이렇게 넓어. 자기 발에 모래 묻은 것도 아닌데.”서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본 채 그대로 서 있었다.“잠깐만. 물기 좀 마를 때까지 기다리자.”하시윤은 멀리 공연 무대를 돌아보았다.여러 무대가 동시에 공연을 하고 있어서 소리가 뒤섞였고 체크 모양 무대에서는 정확히 누가 올라가 있는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다.그래서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애초에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무대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기가 빠진다고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발이 어느 정도 모르자 서지혁은 다시 하시윤을 내려오게 도와줬다. 그리고 하시윤은 샌들을 다시 신었다.두 사람은 돌아가면서도 무대 쪽으로 가지 않았다.대신 모닥불과 바비큐가 있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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