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 무렵, 하시윤은 통증에 잠에서 깼다.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가 한참 뒤 다시 나왔다.침대 옆에 서서 서지혁을 깨울지 말지 고민하던 그 순간, 그가 먼저 눈을 떴다.“왜?”하시윤은 고개를 떨군 채 겨우 입을 열었다.“나... 좀 아파...”서지혁은 고개를 갸웃했다.“어디가?”하시윤은 대답 대신 그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정적 끝에 서지혁이 먼저 말했다.“그럼 병원 갈까?”병원이라니, 하시윤은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웠다.하지만 몸이 너무 아팠다.하시윤의 목소리는 모래 알갱이만큼 작아졌다.“가, 가자.”30분 뒤.응급실 침대에 누운 하시윤은 팔로 눈을 가렸다. 얼굴이 화끈거렸기 때문이다.의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검사를 마치고 말했다.“붓고 안쪽이 좀 찢어졌네요.”그녀는 장갑을 벗어 버리더니 말을 덧붙였다.“연고 처방해 드릴게요.”하시윤은 숨을 정돈하며 대답했다.“네...”의사는 약 처방전을 건네며 마지막으로 조용히 일렀다.“회복될 때까지는 관계는 피하세요.”하시윤은 목을 한껏 움츠리고는 진료실을 빠져나왔다.밖에서 기다리던 서지혁이 다가왔다.“뭐래?”뭐래?차마 입에 담고 싶지 않아 하시윤은 말없이 약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약국은 외래 진료동 1층에 있었다. 응급실과 외래 진료동은 연결되어 있었지만 약국에 도착하려면 외래 진료동 전체를 가로질러야 했다.하시윤은 빠르게 걸어갔고 서지혁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약을 받고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진료동 기둥 옆을 지날 때, 결국 서지혁이 참지 못하고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의사가 뭐라고 했는데? 심각해?”하시윤은 약 봉투를 꽉 움켜쥐더니 꼭 다문 입술로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그리고 갑자기 약 봉투를 그의 몸에 내리쳤다.“묻기는 뭘 물어?”주변을 의식해 그녀는 이를 악물면서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뻔뻔하게 그걸 물어볼 염치가 있어?”서지혁은 하시윤의 기세에 놀라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하시윤은 그대로 따라붙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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