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131 - Chapter 140

162 Chapters

제131화 마음이 좁아

하시윤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떼었다.“좀 빨리 해.”서지혁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 손끝이 허리선을 따라 미끄러졌다.이전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이었지만 오히려 그 부드러움이 더 큰 전율을 일으켰다.그녀는 서지혁을 밀어냈다.“그만...”서지혁이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그만, 뭐?”하시윤은 얼굴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말을 섞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됐으니까 빨리 끝내.”서지혁은 그녀의 귓가에 숨을 섞으며 짧게 대답했다.“응.”하지만 그것도 말뿐이었다. 서지혁은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 속도를 늦췄다.그 느릿한 움직임이 오히려 그녀를 더 숨 막히게 만들었다.참다못한 하시윤이 몸을 돌려 주도권을 잡았다.그리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 느려?”그녀의 손끝이 닿는 순간, 서지혁의 어깨가 단단히 굳었다.하시윤은 몸을 살짝 일으켜 섰다가 서지혁의 허리 위에 체중을 싣고 자리를 잡았다.하지만 자리를 바꾸자마자 서지혁의 손이 더 단단히 그녀의 허리를 감아 제압했다.“누가 느리대?”사실 남자의 다른 단점은 다 지적해도 괜찮지만 그 한 가지는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됐다.서지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장난을 치던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하시윤의 그 한마디 이후, 그는 순식간에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눈빛이 바뀌더니 숨소리가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여유롭지도 조심스럽지도 않았다.서지혁이 진짜로 본모습을 드러내자 하시윤은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기운에 휘말렸다.이전의 느릿함은 그래도 숨 돌릴 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하시윤은 이 모든 게 버거워 그의 팔을 붙잡았다.“조금만 천천히... 제발...”서지혁은 대답 대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말했다.“아까는 내가 너무 느리다며?”한마디 실수로 돌아오는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다음 날 아침, 하시윤은 하마터면 늦잠을 잘 뻔했다.평소에는 기상 시간이 정확한 편이었다.전날 밤
Read more

제132화 엮이기도 싫대

서인준은 아직 떠나지 않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멀리서 서지혁이 하시윤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걸 보자 상황이 대충 짐작됐다.“엄마 또 형수님 괴롭혔어요?”그는 고개를 갸웃했다.“그럴 리가 없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형수님 칭찬했잖아요. 할머니 쓰러졌을 때 두 번 다 형수님이 도와줬다고, 형수님 아버지랑은 다르다고 했잖아요.”그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성문영이 실제로 했던 말이었다.그때 거실에는 심태진 부부도 있었는데 성문영의 그 말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비록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래도 하시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표시였다.그런데 하루 만에 왜 또 태도를 바꿨는지 서인준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서지혁에게 물었다.“엄마가 뭐라고 했는데?”“별일 아니야.”서지혁이 짧게 대답했다.“출근해. 이러다 늦겠어.”그는 하시윤의 손을 놓으며 시선을 돌렸다.“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내 말만 들어. 무슨 일 생기면 다 나한테 넘겨.”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녀는 먼저 차에 올랐다.차를 몰고 나가며 백미러를 보니 두 형제는 여전히 주차장에 서 있었다.서인준이 서지혁에게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 듯했다.하시윤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사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월요일 오전, 회사에는 늘 일이 쏟아졌다.그녀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벅찼다.쉴 틈도 없이 몰입하다가 거의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동료들의 대화를 들을 여유가 생겼다.그제야 성라희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그녀가 맡은 영업 자료가 몇 건 있었는데 그게 멈추면서 팀 전체 일정이 꼬여버린 상태였다.원망하는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라희 언니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결근이라니.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 어디 아픈 거 아니야?”누군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에이, 라희 언니가 아파서 빠질 사람이야? 그럴 리가.”그러더니 비아냥이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글쎄, 혹시 더 좋은 자리
Read more

제133화 그날 취했었어?

김성빈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서지혁도 분명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하시윤은 헛기침을 하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그... 아까 말한 스타일은 선택할 수 있어요?”“있죠.”김성빈이 대답하며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조금만 뒤로 가봐요. 사진 찍게요.”그리고 말을 이었다.“그런데 보통은 정해진 스타일 안 골라요. 내가 직접 이미지 보고 디자인하죠.”김성빈이 셔터를 눌렀다.찰칵, 찰칵.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 규모의 맞춤 제작이라면 드레스를 개개인의 얼굴과 분위기에 맞춰주는 게 당연했다.촬영이 끝나자 두 사람은 작은 방을 나왔다.서지혁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꼰 채 잡지를 넘기고 있었다.기척을 듣자 서지혁이 고개를 들었다.“이제 내 차례야?”김성빈이 대답했다.“너야 뭐, 잴 필요 있냐? 네 사이즈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그래도 재보지.”서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혹시 달라졌을 수도 있잖아.”김성빈은 하시윤을 흘끗 보더니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아가씨 눈이 정확하네요. 이런 놈은 쓸데없이 까다롭기만 하죠. 심연정만 눈이 삐었네.”그 말만 남기고 그는 서지혁을 따라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하시윤은 자리에 앉아 서지혁이 보던 잡지를 집어 들었다.전문 용어가 가득한 디자인 잡지라 금세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그때 살구가 들어왔다. 손에는 과일 접시가 들려 있었다.“과일 좀 드세요. 그런... 혹시 대표님 여자친구예요?”“아니요.”하시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냥 친구예요.”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도 자신이 없었다.섹스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살구가 키득 웃었다.“대표님이 여자를 데리고 온 건 처음이에요. 여자친구가 아니라도 보통 사이는 아니겠네요?”그녀는 자리에 앉아 하시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시선을 목덜미로 옮기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하시윤은 급히 옷깃을 여미며 시선을 피했다.“여기 직원은 두 분뿐이에요?”“
Read more

제134화 쉬고 있을 여유

주우빈은 서지혁을 보자마자 어깨가 움찔거렸다.겁이 난 듯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저 다른 뜻은 없어요. 진짜예요. 하시윤 씨한테 해코지하려는 게 아니라 부탁 좀 하려고 온 겁니다.”서지혁은 그를 거칠게 밀어내고 시선을 하시윤에게 돌렸다.“괜찮아?”주우빈이 세게 잡은 건 아니었기에 하시윤은 고개를 저었다.“응, 괜찮아.”그 말을 듣자 서지혁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물었다.“당신이 여기 왜 있어?”주우빈은 손목을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잡혔는지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래도 그는 대답을 놓치지 않았다.“저 진짜 부탁하러 온 겁니다. 집은 이미 내놨어요. 팔리면 그 돈 전부 드릴게요. 제 아내만 좀 풀어주세요.”서지혁은 그를 말없이 바라봤다.주우빈은 그 침묵을 ‘망설임’으로 착각한 듯 재빨리 다가왔다.“정말이에요. 집도 헐값에 내놨습니다. 곧 팔릴 겁니다. 그 돈 전부 드릴게요. 제 아내만 살려주세요. 사실 제 아내를 물고 늘어져도 쓸모없습니다. 그 사람이 주범 아니거든요. 진짜 주범은 강수호예요. 제 아내는 그 사람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섞였다.“회사에서 강수호의 세력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제 아내가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니까요. 하시윤 씨도 알잖아요. 그 사람 얼마나 속 좁은데요. 자기 말 안 들으면 끝장을 봐요. 다들 눈치 보면서 일했어요.”그는 서지혁이 믿지 않을까 봐 말을 하며 하시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그렇죠, 하시윤 씨? 제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잖아요?”서지혁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떨어졌다.“그만. 너무 가까이 가지 마.”주우빈은 움찔하더니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알았어요. 안 갈게요.”그는 하시윤을 보며 말을 이었다.“하시윤 씨, 원하는 게 뭐든 말해요. 제가 줄 수 있는 건 다 드릴게요.”하시윤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미 말했잖아요. 나한테 말해봐야 소용없다고요. 아니면 지윤정 씨를 찾아가 봐요. 이 사건 당사자
Read more

제135화 결국에는 떠날 운명

욕실 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하시윤은 균형을 잃고 그만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순간 몸이 젖은 온기 속으로 파묻혔다.공기에는 뜨거운 수증기가 가득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하시윤이 깜짝 놀라 짧게 숨을 들이켰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서지혁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가까이 끌어당겼다. 곧이어 욕실 문을 발로 쾅 닫았다.그 소리에 하시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도저히 시선을 아래로 둘 수가 없어 서지혁을 올려다보며 말끝을 더듬었다.“왜 이렇게... 나...”서지혁은 대답 대신 그녀를 샤워부스 안으로 이끌었다.샤워기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중이었다. 서지혁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샤워기 바로 아래에 함께 섰다.하시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뜨거운 물이 머리부터 쏟아졌다.갑작스러운 온도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서지혁에게 붙잡혀 있는 탓에 하시윤은 피할 곳이 없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서지혁의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눈에 물이 들어갔어.”서지혁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더니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욕실 안의 온도는 높았지만 타일은 여전히 차가웠다.하시윤은 순간 소름이 돋아 몸을 또다시 움츠렸다.서지혁은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면서 억지로 시선을 맞추게 했다.“나 좀 봐.”이미 샤워기에서 멀어진 상태라 하시윤은 물기를 닦고 눈을 천천히 떴다.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눈빛은 젖은 수증기 속에서도 뚜렷했다.하지만 무언가를 따져 묻기도 전에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입술에 뜨거운 감촉이 닿았다.서지혁의 키스는 매우 거칠고 난폭했다. 입술이 아플 정도로 깨물어왔다.하시윤은 서지혁을 밀어내면서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냈다.평소 침대에서도 서지혁이 강압적이라 생각했지만 그때는 그나마 반항이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하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때의 그는 그나마 자제하고 있었다는 것을.짐승으로 돌변한 서지혁 때문에 하시윤은 반항은커녕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Read more

제136화 잊고 있었다

하시윤은 오늘 점심을 한효진, 서정우와 함께 먹게 될 줄 알았다.그런데 식사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서지혁이 집으로 돌아왔다.하시윤이 서정우를 안고 마당을 돌고 있었는데 아이가 먼저 그를 발견했다.“아빠다! 아빠 왔다!”하시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서지혁이 복도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그도 이미 두 사람을 발견한 듯 시선을 맞추며 웃었다.서지혁은 서정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아이는 팔을 뻗으며 다가갔다.“아빠, 안아 줘요!”하시윤은 제자리에 서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서지혁이 다가와 팔을 내밀며 아이를 안아 올렸다.그의 손이 스치듯 하시윤의 쇄골을 지나가면서 가슴 앞도 살짝 건드렸다.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하시윤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어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기 때문이다.그가 손끝으로 남긴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어제 새벽, 그녀가 고통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겨우 내뱉은 말이 하나 있었다.“조금만 살살 하면 안 돼?”서지혁은 서정우를 품에 안고 짧게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일어난 거야?”그 말이 어이없을 만큼 태연했다.하시윤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대꾸할 가치도 없었다.서지혁은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아직도 화났어?”“입 좀 다물어.”하시윤의 목소리는 참다못한 듯 차가웠다.이 상황에 농담이 나온단 말인가?서지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그는 아이를 안은 채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효진은 이미 그곳에 서 있었다.조금 전까지의 모든 장면이 그녀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할머니.”서지혁이 공손히 인사했다.한효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때는 웬일이야? 회사 안 바빠?”“오늘은 일찍 끝났어요.”그는 정우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아침에 정우랑 약속했거든요. 점심에라도 돌아오겠다고.”한효진은 말없이 서정우를 지켜보았다.서정우는 마치 할머니의 뜻을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침에 아빠가 약속했어요.
Read more

제137화 주제 파악 좀 하지

하시윤은 서정우를 안고 문가로 걸어갔다.서지혁과는 팔 하나 정도를 사이 두고 있는 거리였다.하시윤이 말했다.“제때 돌아왔네. 정우가 계속 아빠 얘기만 했어. 평소라면 이 시간쯤 아빠가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서지혁은 서정우를 바라봤다.아이는 맞춰주는 듯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진짜 보고 싶었어요. 아빠가 옆에 없으니까 엄마랑 저랑 엄청 무서웠어요.”서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젖고 차가워진 몸 때문에 손을 다시 내렸다.“아빠가 먼저 샤워하고 올게. 이따가 다시 같이 놀자.”말을 마친 그는 하시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사실 어젯밤의 일 이후 하시윤은 그를 마주하기가 약간 어색하고 불편했다.하지만 지금은 어색할 틈도, 불편할 틈도 없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서정우를 안은 채 침대로 돌아왔다.밖에는 여전히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있었다.서정우는 하시윤의 품에 웅크리며 물었다.“엄마, 무섭지 않아요?”하시윤은 창밖을 바라보았다.가정부가 커튼을 모두 내려 바깥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서정우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맞춰 말했다.“나도 무서워.”서정우가 바로 몸을 돌려 그녀를 꼭 안았다.“엄마, 제가 지켜줄게요.”하시윤은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말했다.“정말이야? 너무 고맙네.”거의 20분쯤 지났을 때, 서지혁이 위층으로 올라왔다.샤워를 마친 그는 잠옷을 입었는데 머리카락은 약간 젖어 있었다.하시윤은 그 모습을 본 순간, 어제 욕실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도 그의 머리에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몸을 바짝 붙이더니 시선을 오직 그녀에게만 고정했었다.하시윤은 곧 시선을 거두고 품에 있는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아빠 왔다. 얼른 아빠 품에 가봐.”서정우는 서지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빠, 빨리 와요. 엄마도 무섭대요. 그러니까 엄마도 안아줘야 해요.”아이는 설명을 덧붙였다.“아빠가 안아주면 항상 안 무서워지곤 했어요. 그
Read more

제138화 참 멀리도 생각하네

심연정은 서인준의 조롱에도 반응하지 않았다.“정우가 괜찮다니 다행이야. 나도 그냥 걱정돼서 온 거야. 다른 생각은 없었다고.”그녀는 비를 맞아서 그런지 몸이 좀 불편했다.“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방해되면 안 되니까.”그 말을 남기고 심연정은 문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얼마 후, 복도 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어머님.”곧이어 성문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정우는 괜찮대?”심연정이 대답했다.“네. 하시윤 씨도 있어서 괜찮아 보였어요.”성문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심연정이 말을 덧붙였다.“이제 마음 놓였어요. 시간도 늦었으니 전 먼저 돌아가 볼게요.”그때 성문영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비에 어딜 가. 그냥 여기서 자고 가.”방 안에서 그 말을 들은 서인준이 입꼬리를 비틀며 작게 중얼거렸다.“봐, 내가 뭐랬어.”번개가 번쩍이면서 비는 여전히 거세게 내렸다.이런 날에 성문영이 심연정을 그냥 돌려보낼 리가 없었다.심연정은 괜찮다며 몇 번 더 사양했다.“비도 많이 그쳤으니까 천천히 가면 돼요.”하지만 성문영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방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채 그녀를 붙잡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결국 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내려갔고 성문영의 말소리는 복도 끝까지 이어졌다.성문영에게 있어서 심연정이 오늘 밤 여기 머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원래부터 방이 따로 있었고 여벌 옷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소리가 멀어지자 서인준이 코웃음을 쳤다.“정말 피곤하네. 회사에서도 정우 걱정된다며 시끄럽게 굴더니 정작 비 올 때는 형처럼 바로 달려오지도 않았잖아. 비 좀 잦아들면 그제야 따라오고... 그게 걱정이야?”그는 짧게 한숨을 쉬고는 옆에 있는 하시윤을 흘끔 봤다.하시윤은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멍한 표정이었다.서인준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지금 내가 한참 떠들었는데 형수님은 한마디도 안 들었어요?”그제야 하시윤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저녁 먹을 시간이네요. 배고프다.”
Read more

제139화 연인 사이예요?

서정우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한 하시윤은 조심히 몸을 일으켰다.이제는 조금 쉬려 했다.하지만 서지혁은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침대 옆에 앉은 채 묵묵히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문을 나서다 하시윤은 한 번 뒤를 돌아봤다. 희미한 조명 아래 보이는 건 그의 옆모습뿐이었다.서지혁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걸 그녀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부모로서 따지자면 서지혁은 그녀보다 훨씬 더 부모 역할을 해 왔으니까.그런데도 그녀는 아까 서지혁 앞에서 걱정과 의심을 담은 말만 늘어놓았다.입장을 바꿔보면 그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하시윤은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 채로 아래층으로 향했다.계단에 다다랐을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하시윤 씨, 잠깐 시간 괜찮아요?”발걸음이 멈췄다.고개를 돌리자 심연정이 방문을 닫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제야 하시윤은 그녀가 어느 방을 쓰는지 알게 되었다. 서지혁의 방 바로 옆이었다.심연정은 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대답이 없자 그녀는 부드럽게 말을 덧붙였다.“잠깐 얘기만 해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하시윤이 담담히 말했다.“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심연정은 잠시 고개를 들어 위아래를 훑어봤다.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정우는 잠들었죠?”“네.”“오늘은 하시윤 씨랑 지혁이가 같이 있어서 그런가, 정우가 평소보다 훨씬 안정돼 보이더라고요.”그녀는 흠칫하더니 웃음을 흘렸다.“내가 정우를 밤낮으로 돌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2년 넘게 곁에 있었어요. 그런데 하시윤 씨가 나타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정우 마음속에서 내 자리가 이렇게 쉽게 밀려나네요.”그러고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좀 서운하죠. 정우가 저를 엄마라고 부르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하시윤 씨만 찾으니까요.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좀 배신당한 기분이에요.”하시윤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심연정의 말을 듣고 있었다.“물론 아이한테 화낼 생각은 없어요. 아이는 아이
Read more

제140화 이중잣대

서지혁은 위층에서 이제 막 잠에서 깬 서정우를 씻기고 있었다.서인준이 먼저 문 앞에 다다르더니 하시윤을 가로막았다.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우리 형, 밖에서는 완전 냉정하고 무섭잖아요. 회사 사람들이 다 벌벌 떠는데 집에 오면 저렇게 살림꾼이에요. 봐요. 저 손놀림.”그는 입꼬리를 올렸다.“이런 남자랑 결혼하면 평생 편하겠죠.”하시윤이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그럼 인준 씨는 왜 형이랑 다르게 컸을까요?”서인준은 흠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형 칭찬했는데 왜 나한테 뭐라 해요? 형수님, 그건 너무하잖아요.”하시윤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입조심해요. 지금은 내 앞이니까 그냥 넘어가 주지만 이런 말 사모님 들으면 인준 씨 또 한 소리 들을걸요?”그 말을 남기고 하시윤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서지혁은 이미 그들의 대화를 들은 눈치였다.뒤돌아보지 않은 채 서정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닦아준 뒤 옷을 갈아입혔다.정우는 오늘 다행히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었다.서지혁은 옷을 입힌 뒤 아이를 품에 안았다.서정우가 팔을 쭉 뻗으며 하시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처음에는 아이가 하시윤의 품에 안기고 싶은 줄 알고 그쪽으로 다가갔지만 아이는 그저 하시윤의 볼에 입을 맞출 뿐이었다.“엄마, 좋은 아침이에요.”그러고는 다시 서지혁의 품으로 돌아와 그에게도 똑같이 입을 맞췄다.“아빠도 좋은 아침이에요.”그 모습을 본 서인준이 얼른 고개를 내밀었다.“야, 나도 있잖아.”서정우는 그를 보더니 몸을 기울인 대신 살짝 입술만 내민 척을 했다.“삼촌도 좋은 아침이에요.”하지만 서인준은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몸을 숙이고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럼 삼촌이 직접 해야지.”서정우는 피하지도 않고 고분고분하게 볼을 내줬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서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도 저한테 해야 하죠.”서지혁이 웃으며 가볍게 입을 맞추자 아이는 이번에 다시 하시윤을 바라봤다.하시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숙여 아이의 볼에 입을 맞췄다.그리고 아
Read more
PREV
1
...
12131415161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