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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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악몽

하시윤은 며칠째 서지혁과 서인준을 보지 못했다.그 둘뿐만이 아니라 서경민과 성문영도 돌아온 날 잠깐 얼굴을 마주쳤을 뿐 그 뒤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굳이 묻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갔다.서지혁이 요 며칠 바쁠 거라고 한 건 당연히 회사 일 때문일 터. 회사가 바빠지면 서씨 가문 사람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반면 하시윤은 참 자유로웠다. 한효진이 아래층으로 자주 내려오지 않아 서정우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 무척 편했고 그러다 보니 입맛이 돌아 밥도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먹었다.그날 밤 서정우를 재우는데 아이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몸을 살짝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같이 자요.”하시윤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올라올 때마다 전신 소독을 꼼꼼히 했고 오후에 여기서 잠깐 잤던 적도 있었다. 하여 밤에 여기서 자는 게 서정우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서씨 가문 사람들이 허락할지 확신이 없었다. 지금도 서정우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그녀를 한효진이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한데.하시윤은 이해는 되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니까. 만약 아이가 그녀에게 의지하게 된다면 나중에 헤어질 때 또 한 번 상처가 될 것이다.일단 서정우를 먼저 달래봤다.“정우야, 혼자 자야지. 어린이는 커가면서 용감해져야 해.”서정우가 눈을 깜빡였다.“저 아직 엄마랑 같이 잔 적이 없어요.”하시윤이 옆에 서 있는 가정부에게 물었다.“전에 누가 정우랑 같이 잔 적이 있나요?”가정부가 대답했다.“작은 도련님이 아플 때 대표님이 같이 주무셨어요.”하시윤은 심연정이 같이 잔 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어쨌거나 서정우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질문을 하면 떠보는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 결국 포기하고 그냥 이렇게 말했다.“할머님께 여쭤봐 줄 수 있을까요? 제가 여기서 하룻밤 자도 되는지?”가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묻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지난번 유민숙이 모두를 불러 모아놓고 회의를 했었다. 말과 행동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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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성의는 제대로

전에 살던 옆집 사람 얘기가 나오자 서지혁은 그제야 그 남자를 떠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걱정하자 마. 그 자식 지금 여기저기 병원 다니며 치료받느라 남의 방에 몰래 들어갈 시간이 없을걸.”게다가 설령 들어간다 해도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 당분간 특정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그날 하시윤은 엘리베이터 안에 있어서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만 들어도 꽤 심하게 다쳤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시윤이 말했다.“다행이야.”몇 마디 주고받다가 하시윤은 문득 생각나 그에게 물었다.“나 여기서 자도 돼?”서지혁이 답했다.“정우가 원한 거지? 정우만 괜찮다면야 상관없어.”그러고는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다만 나중에 좀 곤란해질 수도 있어.”그 말에 하시윤은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나중에 하시윤이 떠난다면 서정우에게 꽤 큰 상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었다.잘해줄 기회가 있을 때 잘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언젠가 서정우가 그녀를 떠올릴 때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거의 30초 가까이 침묵이 흐른 뒤 서지혁이 몸을 돌렸다.“쉬어. 더 방해 안 할게.”하시윤은 그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하시윤은 침대에 누워 서정우를 끌어안았다.마음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듯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대로 한참을 누워 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얼굴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눈을 떴더니 서정우가 깨어나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하시윤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굿모닝이야.”서정우가 방긋 웃었다.“굿모닝이에요.”하시윤은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가정부가 서정우를 위해 따로 준비한 아침밥을 들고 오고서야 그녀는 아래층 자기 방으로 내려가 빠르게 씻고 주방으로 향했다.여전히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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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형수님 덕에

하시윤은 점심에 서정우와 함께 후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서정우가 꾸벅꾸벅 졸자 아이를 안고 본관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본관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거실에 가정부 몇 명이 모여 있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두 2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누군가가 계단 입구에 서서 복도 한쪽을 향해 초조하게 물었다.“괜찮아요?”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기사님 왔어요?”유민숙의 목소리였다. 하시윤은 유민숙과 접촉이 많지 않았지만 유민숙이 젊었을 때부터 한효진을 따라다녔고 자녀들의 유학 비용까지 서씨 가문이 지원해준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늘 침착하고 냉정하던 유민숙이 지금 크게 당황해하고 있었다.하시윤은 서정우를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무슨 일이에요?”그녀는 가정부들의 시선을 따라 복도 쪽을 보았다. 그쪽은 한효진의 방이었다.방 문 앞에 가정부 두 명이 서 있었는데 방 안을 긴장한 얼굴로 들여다보고 있었다.하시윤은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도착해 안을 보니 한효진이 경련한 듯 몸을 떨고 있었다. 유민숙이 한효진의 팔과 다리를 누르고 있었고 옆에서 가정부 한 명이 도와주며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하시윤을 본 유민숙이 큰 소리로 외쳤다.“집사님 어디 있어요? 기사님은 왜 아직 안 와요?”상황을 보니 더 물을 필요도 없었다. 한효진을 병원으로 급히 옮겨야 했다.하시윤이 말했다.“제가 운전할 줄 알아요. 집에 차 있으면 제가 운전할게요.”유민숙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옆에 있던 가정부에게 한효진을 아래층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하시윤은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한효진이 약간 체격이 있긴 했지만 사람이 많아 비교적 쉽게 아래층으로 옮겨졌다.하시윤은 서정우를 돌보던 가정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서씨 가문에 차가 많았다. 앞쪽 주차장에는 평소 쓰는 차들이 있었고 뒤쪽 차고에는 잠시 사용하지 않는 차들이 있었다.아무거나 골랐고 키는 차 안에 있었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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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오히려 두둔했어요

서인준의 말에 서경민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성문영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한 번 흘겼다.따질 상황이 아닌 터라 성문영은 서인준을 한 번 노려본 뒤 유민숙에게 고개를 돌렸다.“의사 선생님이 뭐래요?”유민숙이 고개를 저었다.“아직 나오지 않았어요.”서지혁이 성문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일단 앉아 있어요. 제가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올게요.”하시윤은 그들과 함께 앉지 않고 목이 마르다며 물을 사러 간다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물론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었다. 결과를 기다려야 했으니까.그녀는 자판기로 가서 물 한 병을 샀다. 조금 전까지 너무 긴장했던 탓에 목이 바짝 말랐다.단숨에 물을 반병 넘게 마시고는 창가에 서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많이 놀랐죠?”고개를 돌려 보니 서인준이었다. 하시윤이 답했다.“네. 긴장이 풀리니까 점점 무섭네요. 오는 길에 사고라도 나서 할머님께 무슨 일이 생겼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서인준이 옆으로 다가와 섰다.“우리 부모님 태도 신경 쓰지 말아요. 전에도 말했지만 엄마 아빠는 심연정을 좋아해서 형수님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실 거예요.”하시윤이 물었다.“그럼 인준 씨는 심연정이 싫어서 제 편을 드는 거예요?”서인준이 피식 웃었다.“제가 편들었나요?”그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스스로 대답했다.“그렇다고 치죠, 뭐.”몇 초 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해서 4년 전 두 사람의 일을 저도 전해 듣기만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형수님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었죠.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형수님이랑 그런 일이 있은 덕에 형이 심연정이랑 결혼하지 않은 거더라고요. 형수님도 좋은 일 한 셈이에요. 게다가...”그는 하시윤을 보며 말을 이었다.“형수님은 정우 엄마잖아요. 가능하다면 형수님이 심연정을 완전히 떼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심연정 그 여자 절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아요. 정우한테 잘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관심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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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불쾌해진 기분

하시윤은 전에 탔던 차를 몰 생각이라 서지혁의 차 키를 받지 않았다.서지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에 키를 쥐여줬다.“방금 네가 탄 차는 우리 엄마 거야. 엄마가 이따가 쓰겠다고 하셨어.”그제야 이해가 갔다. 평소에는 몰지 않고 차고에만 두다가 하시윤이 건드린 걸 보고는 다시 쓰겠다고 한 것이었다.그녀는 키를 받아들며 물었다.“그럼 지혁 씨는?”서지혁이 답했다.“내 걱정은 하지 마. 알아서 할게.”‘하긴. 방법 없으면 택시라도 타겠지.’하시윤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병실에 잠깐 더 머문 뒤 인사하고 나왔다.서지혁의 차가 주차장에 있었다. 가격이 만만찮은 고급 차라 금방 눈에 띄었다.차에 시동을 걸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두 번째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맞은편의 차가 갑자기 클랙슨을 두 번 울렸다.하시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차를 몰았다.오던 길에 과속했던 기억 때문에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터라 돌아가는 길에는 속도를 줄였다.그런데 잠시 후 뒤에서 차 한 대가 빠르게 따라붙더니 옆으로 바짝 붙어 연달아 클랙슨을 울렸다.깜짝 놀란 하시윤이 고개를 돌렸다.상대 차의 창문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심연정이었다.하시윤은 심연정을 무시하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심연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듯했지만 곧바로 뒤를 쫓아왔다.그래도 추월은 하지 않고 계속 따라붙기만 했다. 심연정의 운전 실력이 좋아서 하시윤이 아무리 속도를 내도 멀리 따돌리지 못했다.결국 두 차는 나란히 산중턱에 있는 본가에 도착했다. 대문이 닫혀 있어 하시윤은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심연정이 뒤따라 차를 세우더니 재빨리 차에서 내려와 창문을 두드렸다. 목소리는 나쁘지 않았다.“지혁아, 어떻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시윤이 창문을 내렸다. 그 순간 심연정은 목구멍이 막힌 듯 하던 말을 멈췄고 표정도 눈에 띄게 굳어졌다.“시윤 씨가 왜...”믿기지 않는다는 듯 차 번호판을 확인하더니 다시 창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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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생각이 너무 짧았어

하시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원래는 일을 그만둬서 차가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가끔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할 때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부탁하기 미안하여 다시 말을 바꿨다.“어느 차가 주인이 있는 차인지 몰라서 그러는데 한 대 골라줄래?”만약 오늘처럼 하시윤이 차를 쓰자마자 누가 다시 쓰겠다고 하면 민망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것 같았다.서지혁도 그 점을 고려한 듯했다.“내 차가 한 대 더 있어. 그거 먼저 써.”그는 하시윤을 데리고 차고로 갔다. 거의 새 차나 다름없었고 옆에 늘어선 차들도 마찬가지로 새것 같았다.하시윤은 부유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하병우는 부자들에게 아첨하기를 좋아했고 명절이면 선물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하민지에게 심부름시키기 아까워 항상 하시윤에게 시켰다.하여 부자들의 삶이 어떤지 그녀는 익히 보아왔다.그런데 솔직히 말해 서씨 가문은 그녀가 본 재벌 중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이었다. 차고에 늘어선 차들이 한눈에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서지혁이 차 안에 있던 키를 그녀에게 건네자 하시윤이 받아들었다.“고마워.”그가 말했다.“고맙긴. 오늘 일은 우리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하시윤은 뭔가 문득 생각나 그에게 물었다.“집사님이랑 기사님 그때 집에 없었어?”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일 보러 나갔었어. 네가 운전 안 하고 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더라면 할머니가 어떻게 됐을지 몰라.”하시윤은 한효진의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묻고 싶지 않았다. 별로 관심도 없었던 터라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야, 정말.”...오후가 되자 성문영이 돌아왔다. 한효진의 갈아입을 옷을 챙기러 온 것이었다.하시윤은 서정우와 함께 거실에 있었는데 성문영은 그들을 힐끗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할머니.”서정우가 성문영을 살갑게 불렀다.아이를 보자 성문영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하시윤에게 향했을 땐 다시 차가워졌다.성문영은 할 얘기가 있는 듯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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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옆에 있어 주지 않고?

하루 종일 서씨 가문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저녁에 하시윤이 밥을 먹고 주방에서 나온 그때 복도 쪽에서 성문영이 걸어오고 있었다.혼자가 아니라 심연정이 옆에 있었다.심연정이 성문영의 팔짱을 끼고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사이좋은 모녀처럼 보였다.하시윤은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곧장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평소라면 밥을 먹은 뒤 서정우를 보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서정우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두 사람의 감정이 너무 깊어지면 나중에 헤어질 때 서정우에게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서지혁이 새 가정을 꾸릴 때도 문제가 될 것이다. 서지혁은 결혼하고 아이를 더 낳을 게 분명했다. 만약 서정우가 하시윤과 지나치게 가까우면 서씨 가문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 못할 것이고 아이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서정우는 아직 어려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지만 하시윤은 아이의 미래를 길게 생각해야 했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그사이 아까 이력서를 넣었던 두 회사에서 답이 왔다. 서류는 통과했고 다음 단계는 면접이었다.상대방이 보낸 주소를 보니 두 곳 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였다. 하시윤은 시간을 조정해 내일 두 곳의 면접을 모두 보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일을 하는 게 나았다.하시윤은 서씨 가문의 돈을 원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자립할 자금이 필요했다.면접 관련 대화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웠다. 아직 시간이 이르지만 자는 것 말고는 딱히 할 게 없었다.커튼을 치고 있어 방 안이 어두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가 곧 다시 깨어났다.눈을 떴을 때 방은 여전히 캄캄했다. 하시윤이 몸을 뒤척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상대는 그녀가 깬 줄 몰랐는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나 때문에 깼어?”서지혁이었다.하시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사람은 참 별난 버릇이 있어. 매번 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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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그건 안 돼

서지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안 나가요. 피곤해서 잠자리에 누웠어요.”가정부는 그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냥 넥타이만 푼 채 여전히 정장을 입고 있어 누가 봐도 잠자리에 든 사람 같지 않았다.서지혁이 다시 한번 말했다.“그렇게 전해요.”그러고는 문을 닫고 침대 옆으로 다가와 정장을 벗었고 셔츠 단추도 몇 개 풀었다.“당분간 못 나가.”하시윤은 고개만 끄덕일 뿐 뭐라 하지 않았다.서지혁의 뜻은 명확했다. 심연정을 만나러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더 캐물을 수 없어 그냥 조용히 있었다.그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욕실로 들어갔다. 몇 초 후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한데 내 세면도구 좀 가져다줘.”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물소리가 들렸다. 샤워기 소리였는데 옷을 벗고 샤워를 시작한 모양이었다.하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왜 직접 가지 않고 날 시키는 거야?’“알았어.”나지막하게 대답하고는 방을 나섰다. 서지혁의 방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문 앞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의 방 구조는 그녀의 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시윤은 먼저 욕실로 가 세면도구를 챙긴 다음 옷장에서 갈아입을 옷도 꺼냈다.방을 나와 그녀의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문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성문영이 문을 두드리는 걸 보고 하시윤이 말을 건넸다.“사모님.”그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었는데 하시윤이 밖에 있는 걸 보고는 그 기색이 조금 누그러졌다.“너 방에 없었어?”서지혁이 이 방에 있는 터라 함부로 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했던 모양이었다.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어 하시윤이 일부러 열어주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하시윤이 말했다.“지혁 씨가 물건 좀 가져다 달라고 해서요.”성문영의 시선이 하시윤이 든 갈아입을 옷과 세면도구로 향한 순간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 이유를 하시윤도 알았다. 물건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서지혁이 잠깐 눈을 붙인다는 뜻이겠지만 가져왔다면 이곳에서 하룻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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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핑계

하시윤은 그들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제안해본 것뿐이었다. 동의하면 좋고 아니어도 이해는 되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고분고분한 모습에 서지혁은 화를 내기 어려웠는지 성문영에게 시선을 돌렸다.“저 찾으셨어요?”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은 걸 보니 정말 자려는 모양이었다. 가정부가 방금 그가 잘 준비를 한다고 했을 때 변명인 줄 알았는데 거짓은 아니었다.성문영은 여전히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일찍 자? 연정이 아직 기다리고 있어. 가서 얘기라도 좀 해.”“피곤해요.”서지혁이 대답했다.“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그건 변명이 아니었다. 회사가 정말 바빴고 성문영도 그 사실을 알았다.그녀는 서지혁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봤다. 깨끗이 씻은 얼굴에 피로가 묻어 있었다.결국 한숨을 내쉬고 한발 물러섰다.“알았어. 그럼 일찍 쉬어. 할 얘기는 내일 하자.”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가기 전 하시윤을 한 번 더 힐끗 봤는데 눈빛에 경고가 담겨 있었다. 얌전히 있으라는 뜻이었다.하지만 하시윤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성문영은 툴툴거리며 자리를 떴다.거실로 가보니 심연정이 아직 집에 있었다. 성문영이 혼자 온 걸 보고는 의아해하며 그녀의 뒤를 쳐다봤다.“어머님.”성문영이 입을 열었다.“지혁이 정말 잠자리에 들었더라고. 요즘 회사 일이 많아서 피곤했나 봐.”심연정도 알고 있었다. 서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심씨 가문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그녀는 2층 복도 쪽을 올려다봤다. 성문영이 나온 쪽이 바로 하시윤의 방이 있는 방향이었다.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다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하시윤도 샤워하러 들어갔다. 서지혁이 그녀의 방에 온 이유는 뻔했다. 그 한 가지밖에 없을 터.하지만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어색함을 느꼈다. 샤워하며 약간 시간을 끌었다.수건을 두르고 나와 침대 옆에 섰을 때 그녀는 멈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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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 서지혁이 문을 열러 갔다.문 앞에 가정부가 서 있었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식사하시러 내려오시래요.”서지혁이 대답했다.“알았어요. 금방 내려갈게요.”하시윤은 서지혁이 바로 나갈 줄 알았다. 이미 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상태였으니까.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문을 닫고 다시 옆으로 왔다.오늘 오전에 면접이 있어 늦을 수 없었기에 결국 일부러 이제야 잠에서 깬 척하며 느릿느릿 일어나 하품했다.“벌써 일어났어?”“응.”서지혁은 짧게 대답하고는 침대 옆 서랍에 놓인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 밖으로 나가려다 다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봤다.그의 행동에 하시윤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왜?”서지혁은 그녀를 몇 초간 뚫어지게 보았다. 분명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결국 말하지 않았다.“아니야, 아무것도.”그러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방이 조용해지자 하시윤은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싱겁긴.”하시윤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하고 옷을 골랐다. 모두 준비하고 나오니 주방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가정부는 그녀를 보자마자 모두 출근했다고 급히 설명했다.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었다.혼자 아침을 먹고 위층으로 올라가 서정우를 살폈다.서정우의 생활 패턴이 보통 사람과 달라 지금 한창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하시윤은 잠시 곁에 머물다 일어났다.평소엔 거의 모든 시간을 여기서 보냈는데 오늘은 잠깐 앉았다가 떠나려 하자 서정우를 돌보는 가정부가 크게 놀랐다.“하시윤 씨?”하시윤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오늘 좀 바빠요. 정우가 깨면 연락주세요.”그녀는 가정부에게 전화번호를 남겼다. 가정부가 물었다.“볼일 보러 나가시려고요?”하시윤이 대답했다.“네. 개인적인 일 좀 처리하려고요.”가정부는 더 묻지 않았다.하시윤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차고로 가서 서지혁의 차를 꺼내 몰았다.산을 내려가며 먼저 이력서를 프린트하고 미리 약속했던 두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면접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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