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혁이 현관문 앞에 다다르자 심연정이 급히 말했다.“지혁아, 내가 배웅해줄게.”“괜찮아.”서지혁이 대답했다.“할머니 보러 왔으니까 할머니 말동무해드려.”그러고는 나가면서 하시윤을 불렀다.“하시윤, 잠깐 나와봐.”갑자기 이름이 불리자 하시윤은 멈칫하며 저도 모르게 심연정을 쳐다보았다.심연정도 놀라긴 했지만 표정 관리가 아주 훌륭했다. 여전히 상냥한 얼굴로 하시윤에게 말했다.“시윤 씨한테 할 얘기가 있나 봐요.”하시윤은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주차장에 도착했고 서지혁이 차 문 옆에 서서 물었다.“출근할 거야? 기사님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까?”하시윤이 대답했다.“아니, 괜찮아. 회사에... 휴가 냈어.”사실 휴가가 아니었다.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당분간 출근할 필요가 없고 업무에 변동이 생겼으니 소식을 기다리라고 했다.그녀는 대충 짐작했다. 이 일자리도 결국 잃게 될 거라는 것을.자주 있는 일이라 이미 익숙해졌다. 3년 전 하씨 가문과 틀어진 뒤로 그녀는 일하는 게 늘 순탄치 않았다. 그들이 뒤에서 손을 썼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하병우는 하시윤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언젠가 그녀가 돌아와 빌게 될 거라고 했다. 그 뒤로 일자리를 구해도 하나같이 오래 하지 못했다.“그래.”서지혁은 짧게 대답한 뒤 다른 질문을 던졌다.“얼굴에 난 상처 말이야. 가족들이 그런 거야?”하시윤은 얼굴을 만지며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서지혁은 그녀를 2초간 훑어봤다.“값을 아직 정하지 못했어?”그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3년 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이야? 너희 집 사람들 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래?”그의 말에 하시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슨 말이야?”서지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았다.“얼마를 원하든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값을 부를 기회는 딱 한 번이니까 잘 생각하고 말해.”하시윤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서지혁은 이미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가버렸다.“사람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