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윤은 전화를 끊은 뒤 하병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냥 말로만 하는 건가요? 사과하려는 건 아니고?”하시윤이 아직도 이 일을 잊지 않고 있을 줄 몰랐던 하병우는 순간 멈칫했다.지난 몇 년 동안 하시윤이 얼마나 힘들게 지냈는지 하병우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경순과 하민지더러 무릎 꿇고 사과하라 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화가 나면 누구나 심한 말을 할 수 있는 법, 본인도 전에 화가 나서 하시윤에게 조경순과 하민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다만 예상치 못한 건, 하시윤이 그냥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무릎을 꿇는 건 물론 불가했기에 하병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무슨 일이든 집안에서 해결하자, 여긴 밖이야.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마.”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에 온 건 말로만 하기 위해서는 아니야. 네 엄마... 아니, 네 아줌마와 하민지가 먼저 만나자고 한 거야. 너를 만나러 오기 전에 두 사람이 나에게 말했어. 우리 가족이 한 번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전에 너희들이 싸운 건 그냥 감정이 격해져 오해가 생기면서 그렇게 된 거야. 두 사람도 널 만나서 좋게좋게 풀고 싶어 해.”무덤덤한 표정으로 살짝 비웃는 하시윤의 모습을 본 하병우는 자신의 말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는 말머리를 돌렸다.“지난 몇 년 동안 네가 고생한 건 사실이야. 네 동생 민지와 민지 엄마가 잘못한 건 맞아.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해. 하지만 여기 앉아서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너뿐만 아니라 나도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느껴. 이렇게 하자. 시간을 내서 집에 한 번 와. 아줌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만들어놓을게. 가족이 집에 모여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자.”눈살을 찌푸린 하시윤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그때 전화기가 다시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하병우의 표정이 굳었다.하시윤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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