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하시윤은 그냥 혼잣말처럼 말했다.“곧 집에 도착할 거야. 조르지 마.”상대방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하시윤은 웃으며 말했다.“응, 알겠어. 곧 도착할 거야. 회사 동료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야. 목적지 거의 도착했어.”서지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남자 동료야?”하시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서지혁이 말했다.“알겠어.”몇 초간 멈춘 후, 서지혁이 다시 말했다.“중요한 일은 아니고 그냥 할 말이 있어서 연락했어. 내일 출근하기 전에 정우에게 인사하는 거 잊지 마.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일찍 못 온 거라고 설명해줘. 녀석이 밤새도록 물어보더라고.”“응, 알겠어.”말을 마친 하시윤은 일부러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기를 기다린 후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자 강수호가 바로 물었다.“전 남친?”“아니요.”하시윤이 말했다.“그냥 친구예요.”강수호가 웃으며 말했다.“시윤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겠지?”하시윤은 부인하지 않았다. 사실 전에 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있다고 말했어야 했는데...바보가 아닌 이상 그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었다. 게다가 하시윤은 이런 부분에서 특별히 예민하기도 했다.조금 전 회식 때 동료들이 약간 농담조로 놀린 것과, 강수호의 태도를 보면 강수호가 그녀에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이제 막 얼굴을 알게 된 사이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마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약간 마음이 흔들린 것뿐이다.전에 일하면서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본인이 이쁘다고 자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외모가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하시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수호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하긴, 이렇게 예쁜데 구애자가 없을 수 있겠어?”강수호가 또 물었다.“상대방 조건은 어때?”하시윤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수호는 약간 취했음에도 이내 눈치채고 말했다.“미안. 내가 쓸데없는 거 너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