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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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내가 기다리라고 했어?

하시윤이 방에 있을 때 가정부가 저녁 식사하러 내려오라고 부르러 왔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다들 어느새 부엌에 앉아 있었다.한효진은 이미 내려온 상황, 서지혁의 엄마와 아빠도 제시간에 돌아왔다. 가족 모두 밥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하시윤만 빠져 있었다.하시윤은 평소 앉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서정우도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성문영은 그녀를 힐끗 보며 분명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테이블 중간에 앉아 있는 한효진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큰 병을 이겨내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은 기쁜 일이어야 했지만 밥상 분위기는 정말로 좋지 않았다.사람들이 다 모이자 한효진이 한마디 했다.“밥 먹자.”하시윤도 배가 조금 고팠기 때문에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식탁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성문영이 참지 못하고 서지혁을 부른 뒤 말했다.“방금 심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는데 와서 차 한잔하자고 하더라고. 그러니 너도 같이 가자.”심씨 가문에서 전화가 왔다면 분명 심씨 가문의 정경란일 것이다.해산물 요리가 차려져 있는 식탁, 서지혁은 새우를 집어서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운전하기 싫어서 그래?”성문영이 그렇다고 하자 서지혁이 말을 이었다.“그럼 기사 아저씨한테 얘기해요. 나도 운전하고 싶지 않으니까.”서지혁이 말을 하자마자 옆에서 서인준이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을 참지 못해 나온 소리였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웃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억지로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웃음이 유난히 빈정거리는 것처럼 들렸다.성문영은 화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서인준이 이렇게 웃자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젓가락으로 식탁을 탁 하고 내리치더니 서지혁을 불렀다.“서지혁.”서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운전하고 싶지 않아요. 피곤해요.”“뭐가 그리 피곤한데?”성문영이 말했다.“점심에 데이트까지 나갔잖아? 전혀 안 피곤해 보이는데.”반찬을 집던 하시윤은 순간 멈칫했다. 서지혁이 점심에 나가서 밥을 먹었다는 말은 그렇다 쳐도 데이트라고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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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같은 방에 안 묵어

십여 분 후, 문을 두드리며 들어온 가정부는 서정우가 잠들었는지 확인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음식을 다시 데워 드릴까요?”서인준이 일어나며 말했다.“아래층 사람들 얘기 끝났대요?”그렇다고 말한 가정부는 조금 전 아래층에서 싸움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는지 목소리를 더 낮췄다.“사모님만 외출하셨고 나머지는 모두 방으로 돌아가셨어요. 지금 식당에는 아무도 없습니다.”서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가서 일하세요.”가정부가 나가자 서인준이 하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저녁 배불리 먹었어요?”하시윤이 말했다.“물론이죠.”서인준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그럼 물어볼 필요도 없었네요. 방금 테이블에서 봤는데 형수님 정말로 그냥 밥만 먹고 있었잖아요.”그러고는 밖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나는 아직 배고파요. 가서 좀 더 먹어야겠어요.”서인준이 방을 나간 후 하시윤은 서정우의 방에서 잠시 더 머물다가 밖으로 나갔다.그러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누웠다.잠들기 전 다시 휴대폰을 봤지만 업무 관련 단톡방에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메시지는 강수호가 보낸 것이었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동료들에게 업무 외에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그 말이 효과를 본 듯 강수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단톡방은 조용해졌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하시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그리고 한참 후 다시 깨어난 하시윤은 문 쪽을 바라봤다.문 앞에 서 있는 서지혁은 아마 하시윤이 일찍 잠들었을 줄 몰랐던 듯 평소 목소리로 통화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 통화 소리에 하시윤은 바로 깨어났다.방 안에 불이 꺼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서지혁은 곧바로 목소리를 낮추고 걸음을 멈췄다.하시윤은 서지혁의 통화 내용을 어느 정도 들었다.“혹시 물어보면 내가 아직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하고 그냥 직접 나에게 오라고 해.”업무 관련인 것 같았다.하지만 서지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몇 마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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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내 감정을 이용한 거 아닌가요?

하시윤은 성문영과 인사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었다.그냥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도 성문영이 말을 걸었다.“하시윤, 거기 서.”손에 숟가락을 들고 있던 성문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그것을 휙 하고 테이블 위에 던졌다.도자기 숟가락이 대리석 테이블에 부딪히며 ‘딸랑’ 하는 맑은 소리를 냈다.“너 이리 와. 할 말이 있어.”하시윤은 걸음을 멈춘 뒤 성문영을 돌아보았다.“말씀하세요.”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두 사람의 거리였지만 평범한 대화를 나눌 정도는 아니었다.성문영은 기분이 상한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보고 이리 오라고 했잖아.”하시윤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성문영을 바라보자 성문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빈정거리듯 말을 꺼냈다.“너 혹시...”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말 하려고요?”주변에 누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두 사람은 서지혁의 목소리에 놀라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2층 계단 입구에 서 있는 서지혁은 3층에서 내려오는 중이었지만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성문영은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얘기하는데 네가 왜 끼어들어?”계단을 내려온 서지혁은 하시윤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넌 출근해. 괜찮으니까.”“서지혁!”성문영이 그를 노려보며 경고하는 눈빛을 보냈다.“네 위치를 잊었어? 끼어들면 안 될 일에 끼어들지 마.”“내 위치가 뭔데요?”서지혁이 물었다.“이 집에서 내가 끼어들면 안 되는 일이 뭐가 있는데요?”서지혁을 노려본 성문영은 무언가 떠오른 듯 긴장한 표정을 풀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어제 심씨 가문과 이야기를 했어. 너랑 연정이의 약혼식을 먼저 치르기로 했어. 네 아버지도 동의하셨고. 원래는 4년 전에 해야 했는데 지금까지 미뤄진 거라 더는 미룰 수 없어.”팔짱을 끼고 있는 성문영은 조금 전의 화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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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돈을 안 쓰면 어떻게 그 여자 눈에 들겠어?

하시윤이 다시 물었다.“이거 누가 여기에 놓은 거예요? 잘못 놓은 거 아니에요?”“잘못 놔둔 거 아니야.”이번에는 강수호가 대답했다.“너한테 주는 거야. 간식은 네가 안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장지수 더러 가져가라고 할게. 두 번이나 신세를 졌으니 이번엔 그거 받으면 이제 우리 사귀는 거다.”강수호는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어제 특별히 고른 선물인데 이번에도 마음에 안 들어 하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하시윤은 괜찮다고 했다.“두 번 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 선물을 받으면 제가 너무 쪼잔해 보이잖아요.”하시윤은 강수호의 책상으로 가서 선물을 돌려주려 했다.강수호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빠르게 몸을 앞으로 숙이며 하시윤의 손을 잡았다.그러더니 약간 힘을 주어 보석 상자를 하시윤의 손에 쥐여준 뒤 하시윤의 손을 감쌌다.따뜻한 손이 갑자기 손을 감싸는 느낌에 깜짝 놀란 하시윤은 재빨리 손을 빼려 했지만 강수호는 놓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꽉 잡았다.하지만 그저 1, 2초 정도였을 뿐, 강수호는 이내 손을 놓았다.“그냥 받아. 계속 이러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도 부탁하기 두렵잖아.”이런 태도는 마치 조금 전 손을 잡고 있던 1, 2초가 그저 농담인 듯했다.그사이 조용히 있던 동료들 중 몇 명이 입을 열었다.“그냥 받아요. 우리 강 과장님 돈 많아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누군가 농담조로 말했다.“강 과장님, 다음에 제 차 타고 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 테니까, 저한테 선물해 주세요.”강수호가 웃으며 말했다.“다음에 기회가 되면.”하시윤은 여전히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다.“정말 괜찮아요. 이러면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요.”그러고는 자리로 돌아가며 말했다.“강 과장님이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는 도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이득을 보려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강수호는 하시윤을 2초 정도 바라보다가, 다시 책상 위의 선물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뭔가 다른 기색이 엿보였다.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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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엿듣다

하시윤은 화장실 칸에서 나오지 않은 채 조용히 밖의 대화를 엿들었다.두 사람이 누군지 구분할 수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강수호가 오늘 언급했던 장지수였고 다른 한 명은 사무실 동료로 하시윤의 자리와는 거리가 있어 아직까지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두 사람도 서두르지 않고 그냥 밖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앞서 말하던 사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나도 들은 얘기야,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우리 팀에 인원이 부족해서 종합 사무실에서 몇 명이 지원하려고 했잖아. 하시윤이 오기 전에 이미 후보가 정해졌었는데 강 과장님이 하시윤을 보고 바로 전의 사람들을 다 반려하고 하시윤을 데려온 거래.”“어? 그래?”다른 사람이 의아해하며 말했다.“누가 해준 건데? 종합 사무실 과장이랑 강 과장님 사이 안 좋다며? 그런데 거기 과장이 바로 허락했다고?”“윤근영이 한 거래.”앞사람이 말했다.“윤근영이 중간에서 조율했대. 윤근영이랑 종합 사무실 과장님 사이가 좋잖아.”“그렇구나.”상대방이 바로 대꾸했다.“윤근영도 끼어있네. 맞아, 윤근영이랑 강 과장님 사이가 좋긴 하지. 지윤정이 잘렸을 때도 윤근영이 중간에서 손을 쓴 거 아니었어?”그러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까 며칠 전에 강 과장님이 전화 받고 나갔다가 금방 돌아오셨잖아. 분위기가 안 좋았어. 우리는 사장님한테 혼난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 전화는 윤근영이 건 거였대. 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 과장님이 돌아오셨을 때 눈빛이 아주 차가웠잖아.”“그래?”첫 번째 사람이 추측했다.“혹시 둘이 싸운 거 아냐?”그러더니 킥킥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둘이 거의 일심동체던데 어떻게 싸우겠어?”이후 그들의 수다는 윤근영 쪽으로 흘러갔다. 그들은 윤근영의 남편이 자꾸 회사에 찾아오는 것도 사실은 강수호를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것이었다.그중 한 명이 말했다.“강 과장님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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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엄마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있는 상황인지라 하시윤도 그들과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아 결국 강수호의 뒤쪽 또 다른 남자 동료의 앞에 서며 ‘고마워요’라고 말했다.강수호는 하시윤을 쳐다보지 않은 채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먼저 밥을 받은 강수호는 바로 가지 않고 한쪽에 서 있었다.하시윤이 밥을 받고 난 후, 강수호가 입을 열었다.“빈 테이블이 없어.”테이블 모두 6인용 테이블이었지만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차 있었다.빈자리도 있었지만 낯선 사람들 테이블에 함께 앉기에는 민망했다.강수호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턱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저기 가자.”그쪽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지만 단 두 사람뿐이었고 그나마 한산해 보였다.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하시윤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뒤에 있던 동료도 밥을 다 받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가요.”그러고는 물었다.“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요?”하시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그들을 따라갔다.그들이 테이블에 다가가자 그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상대방은 영업팀 소속은 아니었지만 강수호를 알아보고 재빨리 인사를 했다.“강 과장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동시에 자리를 옮겨 옆 테이블로 가며 그 자리를 완전히 비켜주었다.강수호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웃었지만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은 자리는 그중 한 사람이 비켜준 자리였다.하시윤은 강수호의 맞은편이 아닌 맞은편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강수호의 맞은편 자리는 그 남자 동료에게 양보했다.강수호는 하시윤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밥을 왜 이렇게 조금만 먹어?”하시윤은 정말로 밥을 조금만 받아왔다.“별로 배고프지 않아요.”강수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자들은 원래 밥을 적게 먹잖아. 근데 우리 부서 일이 많으니까, 그렇게 적게 먹으면 오후에 허기가 지기 쉬워.”하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수호는 그녀에게 두 마디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 말 때문에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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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삼 년 전에 낳았어요

하시윤은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 자신만 화면에 나오도록 했다.그러고는 서정우에게 오전에 뭐 했는지, 밥을 잘 먹었는지, 아주머니랑 밖에 나가 놀았는지 물었다.서정우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했어요. 꽃다발도 만들었어요.”그러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빠, 꽃다발 줘봐요.”서지혁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카메라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몇 초 후, 손만 화면에 나타났다.한 손으로 작은 꽃다발을 들어 서정우 머리에 씌워줬고 다른 한 손은 무심하게 검지로 조금 더 큰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서지혁의 손가락은 길고 가늘었다. 얼굴은 화면에 나오지 않았지만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순간 하시윤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은 길고 세련되어 보였지만 화가 나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사람을 세게 잡는 손...예를 들어 하시윤을 만질 때는 마치 그녀의 숨조차도 손아귀에 넣을 것처럼 느껴졌다.서정우는 머리에 씌워진 꽃다발을 가리키며 서지혁 손에 들린 꽃다발을 가져왔다.“이건 엄마 거예요.”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나는 왜 없어?”당황한 얼굴로 카메라 밖의 서지혁을 바라본 서정우는 손에 들린 꽃다발을 다시 쳐다봤다.녀석은 아마 서지혁이 손에 있는 그 꽃다발을 달라고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인지 재빨리 뒤로 숨기며 말했다.“나중에 또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서지혁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귀여운 녀석.”그 후로 휴대폰이 몇 번 흔들리더니 이내 한 곳에 고정해 놓은 듯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카메라는 서정우의 침대를 향하고 있었다.카메라가 흔들리는 동안, 서지혁이 잠깐 화면에 들어왔다. 몇 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양복을 벗고 셔츠만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소매는 두 군데 정도 걷어 올려져 있었다.하시윤은 자신이 왜 그렇게 꼼꼼히 봤는지 모르겠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풀린 넥타이 사이로 선명한 턱선을 정확히 보고 말았다.정말 미치겠다. 하시윤은 가끔 침대에서 뒤척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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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접대

강수호가 사무실을 나갔지만 사무실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다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은 채 오후 출근 시간도 되기 전부터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하시윤은 일을 거의 다 끝마친 상태였다. 원래 신입사원이라 업무량이 많지 않았다. 오전 내내 일을 했으니 이제 일이 한 가지만 남았다.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찌라시를 보면서 스크롤을 내리는데 카톡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떴다.재빨리 클릭해보니 서지혁이 보낸 메시지였다. 내일 토요일이니 서정우와 함께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는 것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었다.중요한 일인 만큼 하시윤도 잊지 않고 있었기에 서지혁에게 ‘알겠어’ 라고 답장을 보냈다.그쪽에서 더 이상 연락이 없자 다시 찌라시들을 보았다.오후 출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강수호가 돌아왔다. 별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목소리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듯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두 동료의 이름을 부르더니 오늘 저녁에 있을 술자리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두 동료는 이미 익숙한 듯 흔쾌히 승낙했다.그러더니 강수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동료를 향해 말했다.“장지수 씨도 오늘 저녁에 같이 가자.”장지수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흔쾌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하시윤을 슬쩍 본 강수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시윤 씨도 같이 가.”하시윤은 깜짝 놀랐다.“저요?”하시윤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저도 가야 돼요?”영업팀이 때때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술자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시윤은 문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인 데다가 신입이었다. 그래서 가 봤자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대체 무슨 일을 하러 가는 걸까?강수호는 ‘응’ 하고 대답했다.“장지수 씨랑 같이 가, 일단 익숙해져야지. 우리 부서에 술자리가 많지는 않지만 월말에 실적이 안 좋을 때 가끔 있을 수밖에 없어. 그럴 땐 번갈아 가며 참석해야 해.”강수호는 하시윤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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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우연

하시윤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장지수가 또 말을 이었다.“그 차는 남자친구랑 헤어질 때 상대방이 사준 거죠?”장지수는 마치 답을 찾은 듯 혼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랬구나. 이런 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이 왜 우리 회사에 와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겠어요.”하시윤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장지수는 그녀가 묵인한 것으로 여기며 편안한 자세로 기대앉았다.“하지만 괜찮아요. 강 과장님은 그런 거 크게 신경 안 쓸 거예요. 그 사람 원래도...”말을 하려던 장지수는 무언가 떠올린 듯 말을 멈추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네요.”하시윤을 바라본 장지수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피식 웃더니 마음을 먹은 듯 말했다.“하지만 내가 말 안 해도 너 강 과장님이 본인 좋아하는 거 눈치챘죠? 그렇게 노골적으로 티 내는데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너무 걱정하지 마요. 강 과장님은 꽤 오픈마인드니까 시윤 씨를 좋아하면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아이도 곁에 있지 않으니 두 사람 사이에 큰 영향이 없을 거예요.”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강 과장님은 우리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셔서 상사들에게도 꽤 신임을 받고 있어요. 두 사람이 잘되면 앞으로 일은 편할 거예요. 강 과장님 월급도 꽤 높아요. 비록 돈을 좀 펑펑 쓰긴 하지만 분명 많이 모았을 거예요. 강 과장님 잘 잡아요. 우리 회사에서 강 과장님 노리는 사람 많거든요.”하시윤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지수도 결국 혼잣말을 하다가 지루해진 듯 몸을 비틀며 하시윤을 더는 바라보지 않았다.“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것도 너를 시윤 씨를 친구처럼 생각해서예요. 여자끼리 서로 도와주는 거지 누구를 헐뜯으려는 건 아니에요.”장지수는 조금 전 한 말 때문에 하시윤이 나중에 꼬투리를 잡을까 봐 걱정돼 말한 것이었다.하시윤은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네.”장지수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무실 사람들 중에 시윤 씨가 제일 어릴 거예요. 그래서 제일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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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술 마시기

하시윤과 장지수가 방에 도착했을 때 동료들은 이미 테이블 주위에 앉아 있었다.상대 회사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상황, 음식을 미리 주문했기에 테이블에는 몇 가지 음식과 아직 열지 않은 술이 놓여 있었다.비록 여자 동료도 동행했지만 그녀들을 배려한 주스나 음료수는 없었다. 즉 모두 다 같이 술을 마셔야 한다는 뜻이었다.강수호 말로는 상대 회사 부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길이 막혀서 조금 늦을 것이라고 했다.그래서 급할 게 없었으므로 다들 이 틈을 이용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중간에 장지수가 일어나더니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간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장지수는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대 회사 사람들과 함께 방에 들어왔다. 다들 서로 낯이 익은 듯 웃으며 들어왔다.강수호가 일어나 상대방과 악수를 하자 부사장이 농담조로 말했다.“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아래층까지 사람을 보내다니, 강 과장님 정말 예의 바르시네요.”하시윤은 장지수를 바라보았다. 장지수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했지만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니 아래층에서 만난 것 같았다.장지수는 하시윤을 보지 않은 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앉았다.모두가 모인 후 벨을 눌러 웨이터를 불렀다. 이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처음부터 업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모두들 먼저 인사치레인 말들을 했다.상대 회사 부사장은 중년 남성으로 약간 뚱뚱한 편이었다. 그는 하시윤을 보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새로운 얼굴이네요.”강수호가 소개했다.“우리 사무실에 새로 온 직원이에요. 오늘 별일이 없어서 얼굴이나 익히려고 왔어요. 앞으로 자주 연락할 것 같으니 부사장님이 잘 챙겨 주세요.”박경철이 웃으며 말했다.“강 과장님 부하직원이라면 당연히 챙겨야죠.”몇 마디를 나눈 후, 방문이 열리더니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왔다. 이내 동료들이 일어나 술병을 들고 서로에게 술을 따랐다. 하시윤 앞에 있는 잔에도 술이 가득 채워졌다.동료가 술을 따르더니 하시윤더러 박경철에게 건배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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