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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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다시 만났는데 나랑 한잔해야지?

하시윤은 어느 회사와의 술자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신입사원이니까 술 한 잔 따라야지.”담배를 문 채 하시윤을 힐끗 바라본 서지혁은 별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하시윤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말했다.“나 먼저 갈게.”다시 룸으로 돌아왔을 때 안은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장지수가 술잔을 들고 모두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전에 주량이 안 된다고 하더니 하시윤이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부터 자리로 돌아와 앉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장지수는 벌써 두 잔을 연거푸 마셨고 세 번째 잔도 입술에 대고 있었다.술을 권할 때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들 부자 되세요’라고 말하고는 상대방과 잔을 부딪친 후 바로 마셨다.정말 시원스럽고도 깔끔했다.이렇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장지수가 주량이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모두에게 술을 권한 후, 자리에 앉은 장지수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이내 휴지를 꺼내 입을 닦더니 하시윤을 힐끗 쳐다보았다.“왔네요.”하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량 괜찮네요.”장지수는 웃으며 휴지로 입을 가렸다.“억지로 연습한 거예요. 사실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에요. 이 정도밖에 못 마셔요. 더 마시면 못 버텨요.”장지수가 술을 권한 후,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하시윤에게 쏠렸다. 박경철이 웃으며 말했다.“하시윤 씨, 아직 다 안 돌렸잖아요?”사실 한 잔이 남아 있었다.하시윤은 어느 정도 몸 상태가 회복되어 한 잔 정도 더 마셔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자기 잔에 술을 따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제가 한 잔...”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똑똑.노크 소리가 나더니 들어오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정장을 차려입은 룸을 담당하던 매니저였다.“저희가 방해를 한 건 아니죠.”그러고는 방을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박경철에게 인사했다.“부사장님.”박경철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죠?”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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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서로 아는 사이야?

갑자기 이름이 불린 하시윤은 깜짝 놀랐다.식탁에 앉은 사람들 모두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에 술 한 잔이 남았다고 말했던 박경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시윤 씨, 서 대표랑 아는 사이예요?”하시윤은 서지혁을 바라보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러자 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죠.”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두 사람의 사이가 어떤지는 말하지 않고 그냥 이 두 글자만 했다.그러더니 잔을 채운 후 하시윤을 향해 들었다.하시윤은 급히 술잔을 들고 일어섰다.잠시 멈칫하며 테이블 주위를 둘러본 서지혁은 룸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여자들은 주스로 바꿔주세요.”급히 ‘네’라고 대답한 뒤 문 쪽으로 걸어간 매니저는 복도에서 웨이터가 지나가는 본 보고 바로 불러 주스 한 잔을 가져오라고 했다.잔을 쥐고 있는 하시윤은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빨리 술을 마시고 각자 할 일 하자고 말이다.하지만 서지혁은 현재 하시윤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었기에 차마 이런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을 기다린 후 웨이터가 갓 짜낸 주스를 가져왔다.서지혁은 테이블에 있던 빈 잔 하나를 들더니 직접 하시윤을 위해 주스를 따랐다.하시윤이 잔을 받으며 말했다.“서 대표님, 감사합니다.”서지혁은 웃으며 말했다.“왜 그래?”서지혁은 술잔을 낮춰 하시윤의 잔과 부딪친 후 한 마디 덧붙였다.“왜 갑자기 예의 바르게 구는 거야?”술을 마신 후 잔을 내려놓은 서지혁은 ‘그럼 이만’이라고 말한 후 자리를 떴다.서지혁이 나간 후, 방문이 닫힌 뒤 모두들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하시윤이 먼저 자리에 앉은 후에야 사람들도 정신을 차린 듯했다.그제야 입을 연 박경철은 아주 예의 바른 태도로 물었다.“서 대표랑 아는 사이예요?”“네.”하시윤도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그저 대답만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혹시 전 남자친구는 아니죠?”말을 마친 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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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더는 듣고 싶지 않아

하시윤은 깜짝 놀란 듯했다.“지혁 씨가요...?”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짓으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 한 대를 가리켰다.“차가 저기서 대기하고 있어요.”하시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제 차로 갈게요. 내일 출근할 거라 차가 필요해요. 여기다 두면 불편하니까요.”상대방도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차 키를 받은 그 사람은 차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하시윤은 몸을 숙여 차에 탄 뒤 소리를 질렀다.“강 과장님, 안 타요?”강수호가 농담조로 말했다.“차 못 탈 줄 알았는데.”하시윤이 대답했다.“운이 좋았던 거죠.”강수호를 힐끗 바라본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석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자 하시윤은 곧바로 주소를 말했다.상대방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알아챈 듯했다.“알겠습니다.”하시윤과 강수호는 차 뒷좌석에 앉아 있는 상황, 강수호는 창문을 내려 바람을 쐬며 말했다.“서 대표랑 친해?”“그런 건 아니에요.”하시윤이 말했다.“방금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아마 내가 많이 취한 것 같아서 좀 챙겨 준 것 같아요.”강수호는 여전히 밖만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지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외부에서 소문으로는 결코 여자를 배려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여자가 취한 것을 보고 달려와 도와주겠는가.다만 운전기사가 서지혁 사람이라 너무 많은 질문을 할 수도 없었다.차가 강수호의 집 앞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강수호는 몸을 숙여 차 안의 하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또 신세 졌네.”“이번엔 선물 같은 거 하지 마세요.”하시윤은 농담조로 말했지만 아주 직설적으로 내뱉었다.“마치 일부러 돈 벌기 위해 태워주는 것처럼 들리잖아요.”강수호는 하시윤을 몇 초간 바라본 후 말했다.“그래.”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두 걸음 물러섰다.“천천히 운전해, 길 조심하고.”차가 떠난 후, 강수호는 차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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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나가기

서씨 가문 본가에 도착한 하시윤은 주차장을 한 번 둘러보았지만 서지혁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아마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본관 건물로 들어가니 시간이 늦어 모두들 쉬고 있었다.하시윤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을 더듬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어두운 서정우의 방, 조용한 방안, 하시윤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튼이 닫히지 않아 달빛이 들어왔기에 방 안의 대략적인 윤곽이 보였다.침대 옆으로 걸어가니 아이가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원래는 고개를 숙여 입 맞추려 했지만 자신이 술을 마셨다는 생각에 결국 참았다.하시윤은 주머니에서 사탕 한 움큼을 꺼내 서정우의 침대 옆에 놓았다. 이것은 클럽 로비에서 나올 때 슬쩍 집어온 것이었다. 당시 바 테이블 위의 쟁반에 다양한 색깔의 사탕들이 가득해 그중 몇 개를 집어왔다.사탕 알맹이가 작아 특별히 달지 않아 보였다. 아침에 가정부가 발견하면 치워줄 테니 아이가 한꺼번에 다 먹지는 못할 것이다.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다시 서정우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술을 마셔서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하시윤은 목욕도 하지 않은 채 간단히 세수만 하고 침대에 누웠다.술 때문인지 곧바로 잠이 들었고 꿈도 꾸지 않고 밤새 꿀잠을 잤다.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다음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지만 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머릿속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였다.눈을 비비며 잠시 멍해 있다가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어제 목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닦은 후 옷을 벗고 안쪽 샤워실로 들어갔다.한쪽에 미닫이문이 있는 샤워실, 하시윤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수도꼭지를 열었다.하지만 샤워를 하자마자 바깥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왔다.상대방도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천천히 변기 쪽으로 걸어가 변기 뚜껑을 열려고 했다.눈을 부릅뜨며 그를 바라본 하시윤은 2초 후에야 반응하여 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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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일부러

하시윤은 일부러 2층에서 좀 더 머물렀다.한참 후 내려간 하시윤은 서지혁과 서인준은 이미 모두 떠나고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별생각 없이 아침도 먹지 않은 채 바로 밖으로 나갔다.평소보다 약간 빨리 회사에 도착했기에 다른 직원들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몇몇은 책상을 정리하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자리에 앉은 하시윤은 가방에 어제 클럽에서 가져온 사탕이 남아 있었기에 공복이라 혹시 저혈당이 올까 봐 한 알을 꺼내 입에 넣었다.사탕 포장지를 감싸서 공처럼 만든 순간, 강수호가 들어왔고 그 옆에는 윤근영이 있었다.두 사람도 아마 한참 전에 도착한 듯 들어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윤근영의 얼굴은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윤근영은 종종 영업부에 들르곤 했기에 다들 친숙하게 지냈다. 그녀는 먼저 모두에게 인사를 한 후 하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제 시윤 씨도 술자리에 갔다면서요? 술도 잘 마신다던데요? 처음부터 모두를 쓸어버렸다고요.”하시윤은 윤근영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그러게요. 시윤 씨가 보기엔 연약해 보이는데 술은 나보다도 더 잘 마시더라고요.”장지수는 한마디 한 후 이내 덧붙였다.“나는 어제 거의 취할 뻔했는데 시윤 씨는 꿈쩍도 안 했어요.”하시윤이 장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제 숙취해소제를 먹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취해요?”잠시 멈칫한 장지수는 뒤늦게 반응했다.“그런가?”하시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다시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장지수는 눈을 깜빡이며 강수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강수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장지수 씨, 어제 시윤 씨를 데리고 다니라고 한 건 술자리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뜻이었어요. 숙취해소제도 안 챙겨줬어요? 미리 사두라고 얘기도 안 했어요?”장지수를 혼내는 말이었지만 톤은 평범했다.장지수는 급히 말했다.“내가 잘못했네요, 내 잘못이에요. 평소에 가방에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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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금방 돌아온 강수호는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이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하시윤은 강수호를 몇 초간 바라봤다. 행정지원팀에 갔다면 윤근영을 만났을 가능성이 컸다.윤근영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하시윤은 윤근영 또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을 보자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자리에 앉아 책상 위의 서류를 보던 강수호는 약 1분 후 한 동료를 불렀다.표에 있던 분명한 오류를 바로 지적했다. 화를 내지도 않은 채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다음부터 주의하라고,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다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이런 모습으로도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시윤은 강수호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서류를 받은 뒤 하시윤을 쳐다본 강수호는 일과 관련이 없는 말을 했다.“점심에 함께 구내식당에 갈까?”하시윤은 잠시 멈칫했다.“저요? 저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밖에서 먹을 거예요.”강수호는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그래.”그러고는 농담조로 말했다.“여자는 잘 먹여야 해. 절대 자기 자신을 소홀히 하면 안 돼.”하시윤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점심까지 바쁘게 일한 뒤 모두들 구내식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하시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보아하니 강수호도 꽤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시윤이 먼저 나간 뒤 강수호도 다른 동료와 함께 뒤따랐다.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려야 했기에 하시윤은 기다리기 싫어서 옆의 비상계단으로 가려고 했다.그러자 강수호는 무의식적으로 ‘어’ 하고 소리를 냈다. 이내 옆에 있던 동료가 한마디 했다.“시윤 씨, 엘리베이터 왔어요. 그냥 타요.”그러고는 농담조로 말했다.“누구랑 약속이 있기에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잠시 생각한 하시윤은 시 돌아와 자리에 섰다.“아빠요.”강수호도 살짝 놀란 듯했고 옆에 있던 동료도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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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일부러

하병우가 예약한 식당은 하시윤의 회사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차로 20분을 달려서야 도착했다.식당 앞에 차를 세우자 하시윤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약간 비꼬는 투로 말했다.“장소를 잘도 골랐네요.”하병우는 그저 허허 웃으며 못 들은 척하고 차에서 내렸다.“가자.”하시윤은 하병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하병우는 식당을 예약했지만 자리는 룸이 아니라 홀이었다.웨이터가 그들을 자리로 안내하자 하병우가 바로 말했다.“전화할 때 룸은 이미 다 예약이 돼서 없었어. 하지만 이 식당 음식이 괜찮아, 꼭 너랑 한 번 와서 먹고 싶었어. 오늘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일단 홀에서 먹자. 다음에 꼭 룸으로 예약할게.”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메뉴를 펼쳐본 하시윤은 입맛에 맞는 두 가지 요리를 고른 뒤 메뉴판을 하병우에게 넘겼다.하병우는 두 사람이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몇 가지 요리를 더 추가했다.웨이터조차 참지 못하고 말했다.“고객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 시키시면 다 먹지 못할 거예요.”하병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다 먹지 못하면 포장해 가면 되지.”하시윤은 그를 말리지 않고 그냥 휴대폰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본가에 있는 가정부가 몇 분 전에 서정우의 사진을 보냈다.혼자 침대에 앉아 무언가를 가지고 놀고 있는 녀석은 무엇을 가지고 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웃고 있었다.웨이터가 가기를 기다린 뒤 휴대폰을 내려놓고 말했다.“물건은요?”하병우는 잠시 멈칫했다.“어?”“물건이 있다면서요. 나한테 줄 물건.”하시윤이 몸을 곧게 펴고 말했다.“물건은요?”하병우는 그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아이고, 뭐가 왜 그렇게 급해. 식사 끝나고 줄게. 내가 너를 속일까 봐 그래?”“일단 줘봐요.”하시윤이 말했다.“나중에 주든 지금 주든 똑같잖아요.”하병우는 몇 초간 침묵한 후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하시윤에게 건넸다.상자를 받아 열어본 하시윤은 안의 물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그것은 그녀 엄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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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런 일을 왜 함부로 퍼뜨리는 거야

하시윤은 하병우의 이런 행동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이 식당은 서지혁의 회사와 가까우며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기에 빙빙 돌아서 이곳을 선택한 것은 분명히 목적이 있었다.하지만 서지혁이 이쪽을 바라보자 하시윤은 아무리 침착하려고 애써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머릿속에는 아침 화장실에서의 일과, 그 전 며칠 밤 두 사람이 서로 얽혀 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정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하시윤은 평소 매우 정숙한 편으로 이런 것에 대해 갈망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야 이런 부분에 눈을 뜬 것인지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들이 가득했다.서지혁은 이쪽을 두 번 바라본 후 옆에 있는 사람들과 몇 마디를 나누었다.그러자 그 사람들은 예의 바르게 하나둘씩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그 후 하병우와 함께 다가왔다.하병우는 하시윤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에 그 자리에는 그릇과 젓가락이 놓여 있었다.서지혁은 한 번 훑어본 후 바로 하시윤의 옆에 앉았다.“여기서 뭐 하세요?”하병우는 급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시윤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어. 이 식당 음식이 괜찮다고 해서.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이 말은 듣자마자 바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모두들 비즈니스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어른이라면 누구나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지혁은 굳이 까밝히지 않았지만 하병우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은 채 하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화했는데 왜 받지 않았어?”하시윤은 순간 멈칫했지만 바로 말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어 둬서 못 들었나 봐. 무슨 일 있어? 정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서지혁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점심에 집에 올 줄 알았나 봐. 그런데 네가 오지 않자 조금 실망한 것 같아. 나에게 불평하더라.”하시윤은 한숨을 쉬었다.“내가 잘못했네. 오늘 정우에게 말한다는 게 까먹었어.”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자 한쪽에 있는 하병우는 왠지 소외된 기분이 들었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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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초대

점심 밥값을 계산한 하병우는 그 후 차를 몰아 하시윤을 회사로 데려다주었다.차에서 내린 하시윤은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회사로 향했다.하병우는 그 모습을 보고 급히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시윤아, 잠깐만.”회사 입구라 직원들이 오가고 있는 상황, 하시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또 무슨 일인데요?”하병우는 잠시 생각한 후 말을 꺼냈다.“별일은 아니고 그냥 몇 마디 더 하고 싶어. 너 지금 상태가 꽤 좋아 보여. 잘 생각해 봐.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열심히 노력해 봐. 너 자신을 위해서도 앞으로의 두 아이를 위해서도 말이야. 아빠 말 들으면 나쁠 거 없어. 다 너를 위한 거야.”하시윤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갑자기 물었다.“하민지는 아직 남자친구 없어요?”얼굴에 미소가 사라진 하병우는 무의식적으로 ‘응’하며 대답했다.그러자 하시윤이 말했다.“작은딸이 나보다 겨우 두 살 어릴 뿐인데 4년 전부터 내 결혼 문제를 계획했으면서 왜 작은딸에 대해서는 하지 않은 거예요? 아내가 부탁하지 않았나 봐요?”비꼬는 뜻이 다분한 말투에 하병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하시윤은 하병우에게 두 걸음 다가간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앞에서는 자애로운 아버지 행세를 하고 뒤에서는 나를 이용하는 거예요? 이 바닥에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아직도 연기를 제대로 못 하네요?”그러고는 하병우에게 손을 흔들며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그때 마침 식사를 마친 동료들이 구내식당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로비로 들어간 하시윤은 동료들의 옆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옆에 누군가가 말했다.“빨리 왔네요?”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린 하시윤은 윤근영이 온 것을 발견했다. 윤근영 옆에는 장지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돌아온 듯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하시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근영이 다시 말을 꺼냈다.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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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그냥 넘어갈 수 없을까?

퇴근 시간, 하시윤은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고 내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자마자 강수호가 로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전화를 하고 있는 강수호는 누구랑 통화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정이 다소 짜증스러웠고 말투도 좋지 않았다.“내가 그때 돈 안 줬어? 너도 받았잖아? 지금 그걸 가지고 무슨 소리야?”힐끗 쳐다본 하시윤은 1초도 머물지 않은 채 곧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걷던 강수호는 몸을 돌리다가 하시윤을 발견하고는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됐어, 됐어! 이만하자. 전에 다 얘기했잖아. 다시는 전화하지 마.”전화를 끊고 하시윤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차가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었기에 두 사람은 차에 탄 후 주차장에서 차례로 나왔다.길에 나서자마자 집에 가려면 다른 길로 가야 한 것이 생각났다. 그녀가 세 들어 사는 아파트와 서씨 가문으로 가는 길은 방향이 달랐다.2초 정도 망설인 하시윤은 세 들어 사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강수호의 차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서 계속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하시윤이 그의 집 근처를 지나칠 때 강수호는 속도를 늦추더니 도로변에 몇 초간 정차한 후에야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하시윤은 서씨 가문의 본가로 돌아가는 길로 가지 않고 계속 앞으로 차를 몰았다.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서는 먼저 관리사무소에 가서 열쇠를 받고 이후 위층으로 올라갔다.바뀐 현관문은 이전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안도 정리가 된 상태였고 안에 있던 물건들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아까 관리사무소에서 직원이 말하길 집안이 엉망진창이었다고 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자 집주인이 청소업체를 불러 손상된 물건들을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둘러보니 집안이 텅 비어 있었고 전에 가져다 놓았던 물건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그날 밤 하씨 가문 식구 셋이 화가 난 채로 찾아왔으니 분명 손을 썼을 것이다.한 바퀴 돌아봤지만 가져갈 만한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다행히 그렇게까지 필요한 것도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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