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돈 쓸 일이 뭐가 있겠니. 어차피 이건 다 써야 할 돈이야. 쓸 땐 쓰는 게 맞지.”송남지는 엄마의 팔을 끼고 따뜻하게 웃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자마자 눈앞에 낯익은 얼굴 두 쌍이 마주쳤다.송남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최미경의 팔을 붙잡았다.“엄마, 우리 다른 데부터 둘러봐요.”최미경 역시 손윤영과 허상미를 알아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돌아서려던 순간, 손윤영의 목소리가 먼저 날아왔다.“아니, 이게 누가 오셨나. 내 사돈 아니신가?”최미경은 예의를 지키려는 미소를 띠며 답했다.“사돈어른, 안녕하세요. 참 우연이네요. 쇼핑하러 오셨어요?”손윤영의 표정에는 오만이 가득했다. 마치 목을 쭉 빼고 날개를 펼친 공작새 같았다.“사돈 소리는 제가 감히 못 듣겠네요. 강현의 말로는 송남지가 곧 재혼한다던데요?”허상미는 눈길을 흘리며 모녀를 훑었다. 송남지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었고 최미경은 연둣빛 치마 차림이었다. 두 사람 다 수수하기만 해 허상미 눈에는 한껏 초라해 보였다.더군다나 얼마 전 윤해진이 경찰서에 불려 간 일까지 겹쳐 송씨 집안은 눈에 든 가시처럼 미웠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윤강현의 유품을 가져다주며 송남지를 위로하려 했는데 정작 송남지는 뻔뻔하게도 재혼을 준비한다니. 게다가 송씨 가문은 그걸 빌미로 출셋길을 찾는 것처럼 보였고 더 나아가 윤강현을 한밤중 괴롭혔다고 고소까지 했다.허상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씨 가문의 노인네한테서 받은 혼수 덕에 이렇게 쇼핑이나 하러 온 거겠죠?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의외로 욕심이 많으시네요. 해진 씨가 떠나고 나니까 이제는 가식도 안 부리시네요?”송남지와 최미경이 말을 잇기도 전에 손윤영이 맞장구쳤다.“남지야, 예전에도 우리 집이 널 허투루 대한 적 없잖니. 부잣집에서 곱게 자란 아이는 눈앞의 푼돈에 쉽게 눈이 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네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참, 그동안 우리 집에서 연기하느라 고생 많았겠다.”송남지는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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