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은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얘야, 네가 아줌마의 뜻을 잘못 알아들었구나. 네 아줌마가 말한 건, 우리가 널 맞이할 준비를 못 했다는 뜻이지. 정훈이 말로는 네가 마당에서 한참 헤매다 들어왔다던데... 우리가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거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렴.”하정훈은 송남지에게 낮은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남지야, 긴장 풀어. 여기에는 남이 없어.”오가은도 곧장 거들었다.“손님들은 이미 다 보냈어. 이제 너 하나만 편히 있으면 돼. 저녁 아직 안 먹었지? 뭐가 먹고 싶니? 내가 직접 해 줄게.”하정훈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여 송남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남지야, 우리 엄마께서 직접 요리해 주는 건 흔치 않은 일이야.”송남지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괜찮습니다. 사모님, 저는 오늘 생일 축하하러 온 것뿐이에요. 어머니와 함께 준비한 선물도 전해드렸고요.”그러자 하종현도 오가은을 다독였다.“여보, 너무 서두르지 마. 아직도 모르겠어? 남지는 어릴 적처럼 낯가림이 심하니 몇 번 더 오가면 그때는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도 함께할 수 있을 거야.”그러자 오가은은 더는 권하지 않았다.“좋아요. 남지가 낯을 가린다니 내가 괜히 억지 부르면 안 되죠. 그러면 정훈아, 어서 선물이나 열어 보아라.”송미경이 준비한 것은 옥 액세서리 한 쌍이었다. 비록 최고 등급의 품종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귀한 비취였다.하정훈은 장식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웃었다.“아줌마께서 이렇게까지 정성을 쓰시다니요.”이에 비해 송남지가 준비한 선물은 다소 소박해 보였다. 사적인 친구 사이에서나 어울릴 법한 향수였다.송남지는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이런 걸 내가 왜 선물로 준비했을까... 너무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닐까.’하지만 의외로 하정훈은 그 향수에 진심 어린 반가움을 보였다.상자를 열자마자 곧장 손목에 뿌린 것이다.하정훈은 손목을 들어 코끝에 가까이 대고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이내 미간이 풀리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정말 향이 좋구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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