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면을 쓴 남편: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송남지는 허상미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허탈하게 웃음이 터졌다.윤씨 저택에서 허상미가 자신을 괴롭히고 모함할 때는 여자가 여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 없더니 이제 와서 궁지에 몰리자 그 말을 꺼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게다가 송남지는 돈이나 아버지 사건 때문에 억지로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 허상미의 동정 따위는 절대 필요하지 않았다.송남지는 허상미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불안하다면 윤씨 집안에서 돈을 더 모아 두세요. 그래야 훗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와 함께 편히 살 수 있을 테니까요.”분명 선의로 건넨 충고였는데 허상미의 귀에는 위협처럼 들렸다.허상미는 송남지가 한 말이 지금 자기가 돈을 더 챙겨 두지 않으면 언젠가 윤씨 집안에서 내쫓겨 거리로 나앉을 거라는 협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허상미는 이를 악물고 송남지를 노려보았다.“나는 분명히 너랑 좋게 좋게 말했어.”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좋게 말한 거라고?’대꾸도 하기 전에 허상미가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며 나무 난간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굴러떨어졌다.“꺅!”“으악!”순간 울려 퍼진 비명에 송남지는 혼이 반쯤 나가 버렸다.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허상미가 계단 밑에 처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잔치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술렁이며 일제히 시선을 모았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달려가고 멀리 있던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숨죽이며 지켜봤다. 심지어 따라온 경호원들마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송남지는 날카롭게 외쳤다.“뭐 하고 있어요. 얼른 부축해서 병원으로 가야죠!”그제야 경호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움직였다.뒤늦게 달려온 최미경은 바닥에 쓰러진 허상미와 송남지 사이를 번갈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허상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바닥에는 선명한 핏자국까지 번져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교활하게 빛났다. 송남지를 향해 흘긴 눈길은 마치 승자가 패자를 내려다보는 듯했다.송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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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송남지는 최미경이 걱정으로 떨고 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려왔다.최미경이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큰 풍파는 남편 송지환이 부패 사건에 연루된 일뿐이었다. 원래는 무탈한 가정주부로 살며 남편이 바깥일을 책임지고 자신은 집안을 돌보던 삶이었다. 일터의 갈등도 없었고 송지환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가정 문제로 속 썩일 일도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송남지는 최미경의 손을 꼭 잡으며 담담히 말했다.“엄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제가 약속할게요.”한편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이미 경호원들이 윤씨 가문에 연락했다.그래서 송남지가 도착하기도 전에 윤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송남지는 원래 경호원들이 허상미를 부축해 차에서 내릴 때 옆에서 도우려 했다. 경호원은 모두 남자였기에 괜한 오해를 피하려던 배려였다. 그러나 그 순간 손윤영이 다가와 다짜고짜 송남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차 밑으로 끌어 내렸다.“이 미친 계집애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지난번 백화점에서 이미 혼쭐을 내줘야 했는데 괜히 봐줬더니 이렇게 기고만장해졌구나!”손윤영은 원래부터 억지와 고집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분노가 더해져 손힘이 한층 거칠었다.머리카락이 뽑힐 듯 당겨지자 송남지는 눈앞이 아찔해졌다.그 순간, 틈새로 달려오는 윤해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윤해진은 곧장 송남지를 지나쳐 두 경호원에게서 허상미를 빼앗아 안아 올렸다.“너희 두 놈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사람 하나 제대로 못 지켜? 쓸모없는 것들!”윤해진이 경호원에게 퍼붓는 분노만큼 허상미를 향한 집착과 걱정도 분명했다. 그러자 윤해진은 송남지를 향한 시선은 단 한 번도 주지 않았다.송남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분노에 치민 손윤영의 힘에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머리채가 수북이 뜯겨 나가 흩날리며 그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흉하게 흐트러져 버렸다.윤해진이 허상미를 품에 안은 채 병원 안으로 달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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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아가씨, 지금 출발할까요?”택시 기사가 고개를 돌려 묻자 송남지는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어 올라탔다.“네. 출발해 주세요.”전화기 너머에서 윤해진의 다급한 고성이 쏟아졌다.“상미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네가 제일 먼저 백 선생님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상미는 분명히 네가 밀었다고 했어. 그러니 이 일은 네가 해결해야 해! 지금 상미 상태가 위중하니까 더 이상 나를 자극하지 말아.”‘협박이라니?’송남지는 고개를 떨군 채 씁쓸하게 웃었다.그동안 윤씨 가문이 해온 짓에 비하면 저런 말은 오히려 약한 축에 불과했다.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불빛을 바라보는 눈빛은 전보다 더욱 단단했다.“아주버님, 제 남편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 순간부터 윤씨 가문의 일은 저와 아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허상미를 위해 송씨 집안의 인맥을 팔지 않을 겁니다. 만약 정말 제가 밀었다고 한다면 증거를 내놓으세요. 전 지금도 집안 잔치를 치르는 중이니 근거 없는 말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세요. 증거가 있다면 증거로 말하면 될 일입니다.”윤해진은 숨이 턱 막히듯 움찔했다.“잔치? 무슨 잔치라고?”송남지는 입가에 선명한 웃음을 번졌다.“내 결혼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 말입니다.”윤해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러나 곧 다시 닫힌 수술실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허상미 뱃속의 아이가 더 급했다. 아이만 무사하다면 몇 달 뒤면 다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결국 다 돈 때문이잖아? 늙은이랑 결혼한다며? 얼마가 필요해? 액수가 크지 않으면 다 줄게. 그 돈이면 송씨 가문도 체면은 세울 수 있잖아.”송남지는 참다못해 눈을 굴리며 속으로 비웃었다.‘누가 늙은이라고 했지? 하정훈 같은 사람이 어찌 늙은이와 비교되겠어.’“미안하지만 그 인맥은 값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송씨 집안을 팔 생각이 없어요. 그게 제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예요.”단호하게 말을 마친 송남지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택시 기사도 거울로 송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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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그렇지만 윤씨 가문 사람들은 일을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있었다.백 선생님이 소문난 건 그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라 불러내기 어렵기로도 유명했기 때문이다.윤해진은 여러 차례 인맥을 동원했지만 백 선생님의 측근조차 만나지 못했고 하물며 그를 설득해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시간은 촉박했고 윤해진은 방법이 없어 송남지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결국 송남지는 윤해진의 전화를 차단 목록에 넣어 버렸다.수술실 밖은 아수라장이었다.손윤영은 격분을 주체하지 못해 송남지를 욕하랴 백주현을 원망하랴 난리였다. 욕설이 길어지자 병원의 직원들조차 가까이 오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윤해진이 나서서 겨우 손윤영을 제지했다.“어머니,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허상미의 울부짖음은 끊이지 않았고 듣는 이들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고민하던 윤해진은 끝내 방법을 생각해 냈다.“어머니, 가은 아줌마를 찾아가 보십시오. 가은 아줌마는 백 선생님과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예요.”손윤영은 즉시 거절했다.“아니야, 내가 가느니 차라리 죽이는 편이 낫지!”윤강현의 눈가가 붉어졌고 애써 설득했다.“어머니, 지금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요. 개인감정이나 체면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줌마는 성격이 너그럽습니다. 찾아가서 사과드리면 분명 우리를 도와주실 거예요.”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아무리 그래도 이 아이는 어쨌든 윤씨 가문의 핏줄입니다. 아줌마도 모른 척하지 못하실 거예요.”손윤영은 처음엔 강하게 거부했지만 끝내 마지못해 소가은을 찾아가기로 했다.그 과정에서 손윤영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다. 송남지에 대한 배신감과 원한이 폭발했고 차라리 송남지를 찾아가서 찢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송남지만 아니었다면 상미도 다치지는 않았을 텐데...’손윤영은 이 모든 게 송남지 탓이라며 버럭 화를 냈다.병상에 누운 허상미는 창백했고 가느다란 손으로 이불을 꼭 쥔 채 신음 때문에 목이 쉬어 있었다.땀에 젖은 얼굴로 윤해진을 보며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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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송씨 저택에 막 도착한 송남지는 갑자기 크게 재채기했다.최미경은 서둘러 다가와 눈가에 걱정이 가득한 채 물었다.“남지야, 괜찮니?”집 안에는 여전히 하객들이 남아 있었으나 최미경이 정성껏 맞이하자 아까의 소동은 잊힌 듯 분위기가 다시 안정돼 있었다.송남지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저는 괜찮아요.”잠시 망설이던 최미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허상미는?”허상미라는 이름이 나오자 송남지의 눈빛에 짙은 혐오가 스쳤다.“엄마, 제가 괜찮으면 됐지요. 다른 사람 일까지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송남지는 곧 허상미가 가져온 축하 선물을 택배로 윤씨 저택에 돌려보냈다.그 일을 마친 뒤, 최미경은 송남지와 함께 남아 있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나눴다.송남지는 익숙한 어른들을 보자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고 그 모습은 한없이 단정하고 온화했다.그러던 중, 어른들 사이의 은밀한 대화가 송남지의 귀에 들어왔다.“손윤영이 소가은 씨에게 찾아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더군. 꼴이 얼마나 통쾌하던지... 그 장면을 찍어놔야 했는데.”송남지는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손윤영이 소가은을 찾아갔다고?’손윤영처럼 오만한 사람이 직접 사과를 했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더구나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했다고?’송남지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뒤섞였다.하지만 굳이 더 듣지 않아도 속사정은 뻔히 짐작할 수 있었다.소가은의 남편은 유명한 외과 의사로 백주현과도 분명한 친분이 있을 터였다.송남지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병원 앞에서라도 태도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렸다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끊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야 손윤영도 스스로 뿌린 씨앗을 거두는구나.’소가은은 본래 성품이 온화했다.젊은 시절 약혼자를 빼앗기고 모욕까지 당했지만 소가은은 모든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스스로 삶을 일궈온 사람이었다.그런 성격이라면 이번에도 결국 손윤영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송남지는 굳이 나서서 윤씨 가문이 자초한 화를 소가은에게 알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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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손윤영은 윤강현을 죽은 줄로 속여 윤해진으로 대신 살게 한 일에 대해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송남지가 아이를 낳을 수만 있었다면 아무도 두 사람을 갈라놓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잘못은 결국 송남지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있었다.만약 송남지가 정상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면, 하씨 집안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손윤영이 굳이 소가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수치스러운 상황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분노로 이를 악문 손윤영은 핸드백을 움켜쥐고 운전기사를 불러 병원을 박차고 나갔다. 그 순간 윤강현은 무언가에 골몰해 있었기에 이상한 기색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손윤영이 곁에서 사라진 뒤였다.병원에서 송씨 저택까지 달려가는 동안 손윤영의 분노는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순간, 그 감정은 터질 듯 정점에 이르렀다.송남지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면, 그 치욕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손윤영은 독기 가득한 얼굴로 송씨 집안 대문을 넘어섰다. 금세 집안은 조용해졌고 떠들던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손윤영에게 쏠렸다.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감히 대놓고 뭐라 하는 이는 없었다. 하씨 집안 때문이 아니라, 손윤영 특유의 악다구니 같은 성격을 견디기 어렵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시각 송남지는 혼수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며칠 전 하정훈과 백화점에서 고른 물건 외에도 최미경이 직접 마련한 살림살이가 한가득이었다. 혹여 딸이 하씨 집안에서 홀대받을까 싶어 어머니가 마음을 다해 챙긴 것이다. 그 정성을 떠올린 송남지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러나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불청객처럼 들어선 손윤영을 본 순간, 송남지는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 따뜻했던 표정 대신 차갑고 단단한 기세가 자리 잡았다.손윤영은 하객들을 뚫고 곧장 송남지 앞으로 걸어왔고 하객들은 알아서 비켜 길을 터주었다.최미경이 송남지를 지키려 다가갔지만 손윤영이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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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손윤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당당했다. 오늘 여기 온 이유는 딱 하나, 송씨 집안 잔칫날을 망쳐놓겠다는 것. 사람들 앞에서 소동이 클수록 좋았다.그래야 송남지가 감히 자기에게 대들 수 없을 테니까. 괜히 당한 수모를 그대로 삼킨다면 그게 손윤영이 아니었다.손윤영은 비웃음을 흘리며 최미경을 노려봤다.“딸 하나 똑바로 못 가르쳤으면서 창피하단 생각은 안 드나요? 이제 와서 체면 걱정은 되나 보네요? 당신 딸, 제가 윤씨 집안에서 몇 년을 잡아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얼마나 제멋대로 굴고 다녔을까요?”송남지는 숨을 깊게 고르며 손윤영을 똑바로 응시했다. 세상에 이렇게 뻔뻔스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최미경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졌다. 손윤영이 성격이 사납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잔칫날 대놓고 송씨 집안을 욕보일 줄은 몰랐다.최미경이 다시 나서서 좋게 달래려는 순간, 송남지가 그녀 앞에 나섰다. 그리고 살짝 돌아 미소 지으며 말했다.“엄마, 손님들 챙겨야죠. 끝까지 잘 대접해야 하잖아요.”최미경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손님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그제야 송남지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께 사과할 생각이 없으시다면 저도 더 이상 말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지금 바로 경찰을 부르죠.”경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든 없든, 손윤영이 감당할 몫이었다. 하지만 송남지가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해내야 했다.손윤영은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디까지 가든 오늘의 목적은 기어이 이루고 갈 생각이었다.송남지가 전화를 꺼내자 손윤영이 목소리를 높였다.“이년, 독한 심보 한번 봐라!”송남지가 낮은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했다.“네, 여기 집에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어요. 와서 처리 좀 해주세요.”전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손윤영은 연극을 시작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소리를 높였다.“이 집에 시집와서 3년 동안 애 하나 못 낳은 건 사실이지! 병원도 안 가고 버티는 걸 우리가 다 참아줬어! 해진이가 죽자마자 곧바로 재혼할 때도 우린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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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손윤영은 훨씬 더 대담해졌다. 오늘 여기 온 목적은 단 하나, 송남지의 앞날을 망가뜨리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소란을 크게 만들수록 좋았다. 그래야 송남지가 감히 자신에게 맞서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당한 수모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각오가 확고했다.그 말에 최미경은 기진맥진한 기색이 더해졌고 거의 기절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송남지는 입술이 창백해질 정도로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손윤영을 단단히 응시했다. “윤씨 집안 대가 끊긴다니요? 결국 중요한 건 아이 아버지가 누구냐잖아요. 제가 못 낳으면 허상미가 낳으면 되고 그것도 안 되면 다른 여자에게서 낳으면 되죠. 어차피 다 윤씨 집안 자식 아닙니까?”주변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지만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었다. 손윤영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송남지가 무슨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손윤영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번졌고 순간의 흔들림을 간신히 수습한 뒤 그녀는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설령 송남지가 무슨 사실을 꿰뚫어 봤다 한들, 누가 그녀의 말을 믿겠는가. 그 생각에 손윤영은 다시금 안심하는 기색을 보였다.손윤영은 시선을 최미경 쪽으로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당신이 딸을 그렇게 키워놓으니 말이야, 입에서 나오는 게 다 헛소리야. 그런 천박한 말이나 하고 다니니 부끄러움을 모르는구나.”송남지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때 최미경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주변 하객들이 재빨리 달려가 최미경을 받쳐 일으켰다.송남지는 더는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했고 먼저 친척들에게 최미경을 방으로 데려가 달라고 시켰다. 그런 다음 다시 손윤영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동생이 형을 가장해 못된 짓을 저질러서 형님이 임신했다면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아이의 아버지는 결국 윤씨 집안 사람이잖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은 순식간에 술렁였다.손윤영은 얼굴빛이 창백해지며 버티려 애썼고 목소리가 전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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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손윤영이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 송씨 가문의 잔치는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송남지는 차분하게 하객들을 배웅하고 마지막으로 친척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그들의 걱정을 달랬다.모든 걸 정리하고 나니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히 드러났다.방 밖에는 조금 전까지 최미경을 돌보던 송해인이 서 있었다.“남지야, 네 엄마가 방금 정신을 차리셨어. 나도 이제 그만 가봐야겠구나.”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운 미소를 짓더니 송해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이모님, 오늘 정말 감사드립니다. 멀리까지 오셔서 축하만 받아주시면 되는 날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괜히 고생만 하셨어요. 결혼식 날은 꼭 일찍 와 주세요. 제가 편히 모실게요.”송해인은 눈앞에서 의젓하게 말하는 송남지를 보며 감회가 깊었다.“네가 유씨 집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아직 앳된 소녀 같았는데 어느새 어른처럼 이런 일까지 감당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구나.”송해인의 얼굴에 서린 안쓰러움을 보고 송남지는 눈시울을 가늘게 뜨며 웃어 보였다.“저 늙었다는 말씀은 금지예요. 저 아직 소녀랍니다.”송해인이 다정하게 송남지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그래, 그래. 아이만 안 낳았으면 다 소녀지. 애 낳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렇게 예쁘게 소녀로 사는 게 훨씬 낫지 않겠니.”분명 손윤영이 퍼뜨린 소문을 의식하고 건네는 위로였다.송남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미소를 되찾았다.“이모님 말씀이 맞아요.”혹여 송남지가 상처받을까 싶어 송해인은 말을 이었다.“사람마다 타고난 복이 있는 법이야. 이제 세상이 달라졌잖니. 여자가 꼭 애를 낳아야 사는 게 아니야. 요즘은 젊은 부부 중에 일부러 아이 안 낳는 경우도 많아. 그게 더 근사한 선택일 수도 있고.”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송해인은 방 안을 가리키며 덧붙였다.“네 엄마가 방금 깨어나셨지만 아직 기운이 없어 보이셔. 늘 강단 있게 살아오신 분이니 네가 곁에서 잘 달래드리면 곧 괜찮아지실 거야. 괜히 속상해하시다 몸 상하지 않게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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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최미경의 눈에 비친 송남지는 아직 스물네다섯밖에 안 된 어린 딸이었다. 그런 송남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하지만 송남지는 최미경의 걱정보다 훨씬 단단했다. 송남지는 최미경의 베개를 바로 잡아주고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며 나직하게 말했다.“엄마, 조금만 더 쉬세요. 저는 혼자 가도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집에서 기다려 주시면 돼요.”그 시각, 하씨 저택.하정훈 옆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놓여 있었고 하인들은 분주히 저녁 식사 음식을 내오고 있었다. 오가은은 휴대폰을 탁 내려놓으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사람들이란 참, 배불리 먹고 할 일 없으니 남의 집 이야기만 퍼 나르며 떠드는 게 낙인가 봐.”신문을 내려놓은 하종현은 코끝에 걸친 안경 너머로 아내를 바라봤다.“또 무슨 기사야? 우리 집 얘기야?”그가 보기에는 분명 하씨 집안과 관련된 소문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오가은이 이렇게 흥분할 리 없었다.오가은은 화가 치밀어 탁자를 탁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제야 하정훈이 고개를 들어 눈살을 찌푸렸다.“또 내가 무슨 병이 있다는 둥 그런 얘깁니까? 저는 신경 안 씁니다. 엄마, 그런 건 그냥 넘기세요. 괜히 속만 상하시잖아요.”헛소문에 마음을 흔드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지만 오가은은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아니야. 요즘은 기자들이 영리해져서 하씨 집안은 감히 못 건드리거든. 대신 송씨 집안을 붙잡고 떠들어대더라.”그 순간, 하정훈의 표정은 단숨에 굳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태연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앉은 자세까지 바짝 긴장되었다.“뭐라고 했어요?”오가은은 이를 악다물며 말했다.“그 손윤영이라는 여자가 오늘 송씨 집안 잔치에서 난리를 쳤대. 남지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둥, 유씨 집안 핏줄을 끊으려 한다는 둥... 듣기만 해도 속이 터져 죽겠더라니까.”하종현도 안경을 벗으며 얼굴을 굳혔다.“손윤영은 정말 막무가내군. 깨끗하게 정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집안 얘기를 밖으로 떠들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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