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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394 챕터

제301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차해연을 보았다.차해연은 온갖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는데 전부 허상미 등골을 빼먹은 것이었다. 송남지는 다시 허상미를 곁눈질했다. 그녀는 이제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제 가족에게 모든 걸 빨아 먹힌 껍데기일 뿐이었다.“자기 딸한테서 나는 썩은 내부터 치울 것이지, 어디 그 더러운 악취를 나한테 묻히려고 해요?”송남지는 싸늘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테이블에 앉은 모두를 내려다보았다.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였다. ‘누가 날 엿 먹이면 역시 똑같이 되갚아줄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덤터기를 씌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송남지의 말에 허상미는 바로 불쌍한 척 모드로 돌변해서 차해연 어깨에 기대 훌쩍였다.“엄마, 엄마가 안 왔으면 내가 이 집에서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몰랐을 거예요. 나 너무 힘들어요.”차해연이 허상미를 토닥였다.“괜찮아, 엄마가 왔잖니. 무슨 일이든 엄마가 해결해 줄게!”말을 마친 차해연은 송남지를 날카롭게 쏘아봤다.“우리 상미가 마음이 여려서 네가 평소에 괴롭혀도 우린 그냥 참았어. 그런데 어떻게 배 속의 아이까지 해칠 수가 있니? 그 아이도 윤씨 가문의 핏줄이잖아! 너도 한때는 윤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면서 양심이라는 게 없어? 아주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구나!” 차해연은 말할수록 기세가 등등해졌다.“너, 아예 윤씨 가문을 우습게 보는 거지? 오늘 같은 날에 잔칫집 온 것처럼 화려하게 차려입고 말이야.”송남지는 귓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실눈을 뜨고 차해연을 보았다.“원래부터 윤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었는데요. 윤해진 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그 날, 저와 그의 혼인 관계는 끝났어요. 저는 윤씨 가문을 떠났고 그 후로는 완전히 남남인데 제가 왜 윤씨 가문을 신경 써야 하는 거죠?”손윤영이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이를 갈았다.“송남지!”송남지는 시선을 손윤영에게로 옮겼다.“제가 뭐요? 전 허상미 씨처럼 윤씨 가문에게 받은 게 많아 찍소리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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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아무도 없는 작은 방에 들어서자 윤해진은 본색을 드러냈다.사람들 앞에서 지키던 위선적인 가면을 벗어 던지고 그는 조급하게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송남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전 현재 유부녀고 그쪽은 여전히 윤강현이에요. 선 넘는 행동은 하지 마세요.”윤해진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가 이내 천천히 거두어졌다.그의 눈빛에는 애원이 담겨 있었다.“남지야, 그 남자랑 이혼하고 다시 나한테 돌아와 주면 안 될까?”송남지는 그의 제안을 즉각 거절하는 대신 이전보다 한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그녀는 깨달은 것이다.아무리 강하게 맞서 부딪쳐도 윤씨 가문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힐 거라는 사실을.단순한 거절이 능사가 아니라면 이제 다른 길을 모색해야만 했다.송남지는 딱 알맞을 정도의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아련한 눈빛으로 윤해진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윤해진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이렇게 부드러운 송남지를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마치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시절로 회귀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송남지는 일부러 난처한 척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내가 이혼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당신은 여전히 윤강현이고 당신 곁엔 허상미가 있는데. 당신은 영원히 윤해진이 될 수 없잖아요.”말을 마친 송남지는 몸을 돌리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그러자 윤해진이 허둥지둥 그녀를 붙잡았다.“남지야, 난 윤해진이 될 수 있어. 난 원래 윤해진이었고! 허상미랑 그렇게 된 건, 그냥 형님의 대를 잇기 위해서였을 뿐이야!”송남지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녀의 연기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윤해진이 힘 조절도 없이 그녀의 손을 너무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원래 아픈 것에 약했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본 윤해진은 더욱 당황하며 걱정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남지야, 걱정 마. 이런 건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어. 네가 내 곁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 모든 걸 내가 깨끗하게 해결해 줄게.”송남지는 시선을 내리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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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그런데 이제 와서 단물만 쏙 빼먹고 허상미의 가치를 다 이용하고 나니 괴로웠다고 말하는 것이다.정말이지 개만도 못한 남자였다.송남지는 계속해서 역겨움을 참으며 거짓말을 했다.“사실 저도 요즘 많이 힘들었어요.”윤씨 가문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시달렸으니, 힘들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윤해진은 기뻐서 펄쩍 뛸 지경이었다.“정말? 남지야! 그럴 줄 알았어! 네 마음속에도 분명 내가 있었던 거야! 그냥 나랑 토라져 있었던 거지.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송남지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내렸다. 그녀는 윤해진이 계속해서 자기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정말 참을 수 없었다.집에 돌아가면 아주 박박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윤해진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송남지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오늘 윤씨 가문의 손님들이 모두 와 계시니, 이 기회에 모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건 어때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윤해진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스치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개자식, 방금 전까지만 해도 추문 따위는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놓고선 지금의 반응은 지극히 솔직하네.’그 모습을 본 송남지는 한발 물러서는 척하며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됐어요. 당신에게 어려운 부탁이라는 거 알아요. 그냥 지금처럼 지내요.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말고 허상미 씨와 잘 지내세요.”그 말을 듣자 윤해진은 초조해졌다. “당신 말이 맞아. 지금 손님들도 다 와 계시고 평생 형의 신분으로 사는 것보다 이번 기회에 내 신분도 되찾고 당신도 되찾는 게 맞아.”말을 마친 윤해진은 눈을 감고 송남지의 입술을 향해 다가왔다.송남지는 그런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막았다. 부드러워야 할 입술 대신 손가락이 닿자, 윤해진은 의아한 눈으로 송남지를 쳐다보았다.송남지는 잠시 말을 고르다 설명했다.“명분이 없는 건 싫어요. 당신은 아직 윤강현이잖아요.”이 이유는 꽤 효과적이어서 윤해진의 마음속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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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허상미는 순진하게도 윤씨 가문의 비밀 즉 그들의 추문을 알게 되면 그것을 빌미로 허씨 가문에 끊임없는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마침내 윤씨 가문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고 믿었던 것이다.하지만 그 생존 방식은 그녀의 눈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윤해진은 허상미를 똑바로 쳐다보며 송남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그의 눈빛은 확고했다.“나 미치지 않았어.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게 밝히려는 것뿐이야. 나는 네 남편이 아니라 송남지의 남편이라고!”윤해진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마침 그곳에 있는 모든 하객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장내가 술렁이는 가운데, 허상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허상미는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다고까지 생각했다.이 모든 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불과 며칠 전만 해도 손윤영은 윤해진의 가짜 죽음에 대해 발설하지만 않으면 윤씨 가문에서 계속 그녀를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심지어 윤해진과 아이를 또 낳게 해주겠다고까지 보장했다.그녀는 예전과 같은 생활이 계속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런데 단 한 순간에, 그녀가 의지하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허상미의 정신적 지주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넋이 나간 채 온몸에 힘이 빠져 옆으로 쓰러졌다.하지만 허씨 가문 식구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허상미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차해연과 허세준은 그녀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송남지를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었다.그들은 이 모든 파국의 원인이 송남지라고 단정했다.저 여우 같은 계집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윤해진이 가문의 치부를 드러내는 미친 짓까지 감행했을 거라고 몰아붙인 것이다.차해연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내다가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송남지! 너 내 사위한테 무슨 약을 먹였길래 쟤가 저렇게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야?”차해연의 이 말은 그저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다.누가 봐도 윤해진의 정신은 지극히 멀쩡해서 누구에게 홀린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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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손윤영의 얼굴이 다시 팔레트처럼 변하기 시작했다.만약 하객들 앞이 아니었다면 송남지는 손윤영이 분명 길길이 날뛰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손윤영도 체면은 차려야 했다.그녀는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며 서로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비꼬았다.“양심에 찔린다고? 애초에 죽은 척하자고 제안한 것도 너고, 네 형수랑 잠자리를 가진 것도 너야. 이제 와서 허상미 얼굴이 저 꼴이 되니까 양심에 찔린다는 소리가 나와?”손윤영은 이를 갈며 이런 아들을 낳은 자신을 원망하고 싶었다.그녀는 말을 이었다.“남자들이 다 예쁜 여자 좋아하는 거 알아, 그게 본능이지. 허상미가 지금 송남지 그 계집애랑 비교가 안 되는 건 맞아. 하지만 우리 윤씨 가문은 돈이 있잖아. 네가 원하면 어떤 여자인들 못 구하겠어?”윤해진은 송남지의 손을 꽉 잡고 마치 그녀 앞에서 무언가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손윤영에게 목소리를 높여 대꾸했다.“전 송남지 하나면 돼요!”그 말에 송남지는 소름이 돋았다.정말이지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하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강현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몸이 안 좋으면 병원에 가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윤해진은 사람들을 한번 쓱 둘러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의기양양함마저 서려 있었다.그는 단호하게 강조했다.“전 윤강현이 아닙니다. 저는 윤해진입니다. 그 비행기 사고에서 죽은 건 제가 아니라, 제 형님인 윤강현입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내에서는 날카롭고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폭발했다.“윤해진이 안 죽었다고? 죽은 게 윤씨 가문 큰아들이었어?”“그럼 허상미가 임신했던 건 뭐야? 애가 곧 나온다고 했었는데 대체 누구 애였던 거야?”“막장이다, 완전 막장이네. 동생이 죽은 척 돌아와서 자기 형수랑 붙어먹었다고?”“이거 완전 손윤영이 윤해진 시켜서 벌인 짓이네! 윤해진 와이프 애 못 낳는다고 소문났었잖아. 손윤영 그 여자가 손주 보고 싶어서 미쳐 돌아가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분명 큰아들은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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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송남지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윤해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이 행동은 윤해진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그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객들을 보며 말했다.“비행기 사고 이후, 윤씨 가문은 남지가 임신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어머니는 상의 끝에, 제가 형님인 윤강현을 대신하여 윤씨 가문의 대를 잇기로 결정했던 겁니다.”윤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장에서는 시끄러운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오늘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윤씨 가문의 친척이나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충격적인 소식 앞에서는 모두 인간성을 지키며 도덕적인 입장에서 윤씨 가문의 소행을 질타했다.손윤영은 위태롭게 테이블에 몸을 의지했다. 숨이 가빠와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평생을 오만하게 살아오며 단 한 번도 굴욕을 겪어본 적 없던 그녀가 오늘 이렇게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것은 그녀의 얼굴을 땅에 대고 발로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은 정말 며느리를 못살게 구네, 무슨 씨받이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그러게 말이야,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무슨 왕위라도 물려줄 거 있다고 저렇게 자식에 목을 매?”“맞아! 예의염치는 어디다 갖다 버렸나? 죽은 남편한테 부끄럽지도 않은가?”“역시 집안에 저런 여자가 있으니 평안할 날이 없지. 큰아들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것도 다 저 여자의 업보일 거야!”악담이 파도처럼 손윤영에게 밀려들었다.“지난 시간 동안 제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뉘우치는 데는 늦음이 없다고 합니다. 제 본처인 송남지에게 갑절로 잘해주며 제 잘못을 갚아나가겠습니다.”송남지는 손윤영의 기막힌 얼굴을 감상하느라 바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사람의 표정이 이토록 변화무쌍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 것이다.그 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이것이 바로 손윤영이 받아야 할 업보였다.이런 상황에 이르러서까지 손윤영은 고인의 생일을 빌미로 송씨 가문을 압박하고 자신을 협박하려 들었으니 정말이지 그녀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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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윤해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더니 나직이 속삭였다.“남지야, 아까 뒤편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잖아.”뒤편이라는 말이 나오자 송남지는 애써 눈물 두 방울을 쥐어짰다.그녀는 서러운 듯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먹였다.“아까 뒤쪽에서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이제 남편이 있는 몸이니, 저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요. 그런데도 여기가 윤씨 가문이라며 강제로 덮치려고 하니 너무 무서워서...”미인의 눈물은 가짜라 해도 애처로워 보이는 법이었다. 하객들의 시선은 안타까움에서 분노로 바뀌었다.“윤해진이라는 작자도 좋은 놈은 아니었군. 완전 인간말종이잖아. 진짜 역겹다. 아내를 버리고 형수랑 붙어먹다가 형수 얼굴 저렇게 되니까 이제 시집간 전처한테 또 찝쩍대네, 쯧쯧.”윤해진은 이제 완전히 멍해졌다.그는 멍하니 송남지를 쳐다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송남지는 윤해진의 얼굴을 보며 방금 전 그가 입 맞췄던 자신의 손가락을 떠올리고는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저 진짜 험한 꼴 당하면 우리 남편 얼굴 어떻게 봐요? 제발요, 윤 대표님. 저 좀 놔주세요!”송남지는 진짜 자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 처음 알았다.윤해진은 완전히 굳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결코 잡을 수 없는 송남지 사이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윤영을 바라보았다. 이런 아수라장은 손윤영의 인생에서도 처음이었다.그녀는 제 아들이 이토록 아둔하여 가문의 치부를 제 손으로 만천하에 공개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분노에 피가 거꾸로 솟은 손윤영은 킹크랩 위로 검붉은 피를 토하며 그대로 고꾸라졌다.“세상에! 사람 죽네!”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송남지는 나란히 쓰러진 손윤영과 허상미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혼란을 틈타 윤씨 가문을 빠져나왔다.목적은 완수되었고 이 더러운 곳에 더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윤해진은 혼란에 휩싸인 연회장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손윤영이 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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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윤씨 가문을 나서자 송남지는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그녀는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정훈을 한눈에 발견했다.‘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하정훈은 줄곧 저 자리에 서 있었던 걸까?’송남지가 그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자 하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송남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다.그 빛나는 눈을 보자, 송남지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그녀는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면 하정훈은 분명 두 팔을 벌려 방금 막 승전고를 울리고 돌아온 승리자를 안아주듯 그녀를 안아줄 것이고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칭찬해줄 것이다.송남지는 그렇게 생각했고 발걸음은 참지 못하고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정훈의 눈에 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언젠가 송남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두 팔을 벌려, 송남지가 자신의 품으로 뛰어드는 그 충격 감을 기다렸다.하정훈이 오랫동안 기대해왔던 순간이었다.묵직한 충격과 함께 익숙하고 은은한 치자꽃 향기가 밀려왔다. 달려오면서 바람에 흩날린 그녀의 머리카락이 하정훈의 얼굴을 간질였다.그 가벼운 간지러움이 이 순간을 더없이 현실적으로 만들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의 품에 뛰어들며 무척이나 흥분한 모습이었다.송지환과 최미경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착한 딸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순종적이지는 않았지만, 오늘 같은 일을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송남지는 흥분한 채 하정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옷을 입었을 땐 말라 보이지만 벗으면 근육질인 그의 몸을 느끼며 그녀는 신이 난 아이처럼 재잘거렸다.“정훈 씨! 방금 윤씨 가문은 정말 볼만했어요. 당신도 봤어야 했는데! 쓰러질 사람은 쓰러지고 피 토할 사람은 피 토하고, 정말 속이 다 시원했다니까요!”하정훈은 송남지를 잘 알았다. 그녀는 비교적 내성적인 사람으로 지금처럼 감정이 북받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마침내 그도 송남지의 성장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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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자세히 보니 윤해진이었다.송남지 역시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하정훈에게 안긴 채로 고개를 돌렸다.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저절로 아래로 내려갔다.윤해진의 시선은 송남지를 포착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남지야!”그는 달려오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윤해진이 달려오는 것을 본 송남지는 마치 개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정훈도 반사적으로 송남지를 조금 더 꽉 껴안았다.윤해진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질책이 담겨 있었다. 그는 하정훈의 품에 안긴 송남지를 응시하며 물었다.“뒤쪽 거실에서 나한테 약속했잖아! 내가 가짜 죽음에 대해 전부 밝히면 너도 나랑 같이 있겠다고!”윤해진의 말을 듣고 하정훈은 송남지가 어떤 방법으로 안의 사람들을 쓰러지고 피를 토하게 만들었는지 즉시 깨달았다.그의 눈빛에는 칭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그의 여자가 드디어 이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배우게 된 것이다.송남지는 하정훈의 품에서 나와 윤해진을 비스듬히 쳐다봤다.그녀는 손윤영이 피까지 토했는데 윤해진이 자신을 쫓아 나올 정신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손윤영이 피를 토한 건 과장된 게 아니라, 토할 만했다.“어머? 제가 당신한테 그렇게 약속했었나요?”송남지는 시치미를 떼며 생각하는 척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그럼 제가 예전에 당신을 거절했던 말들은 전부 무시한 거예요?”윤해진은 연거푸 충격을 받았다.그의 마음속 송남지는 절대로 이런 수법을 쓸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질책 어린 시선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고는 송남지 곁의 하정훈을 경멸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원래 거짓말 같은 거 못 하는 사람이었잖아. 이런 인간이랑 어울리니까 당신도 똑같아진 거야.”하정훈은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어? 나 같은 인간? 나 같은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윤해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정훈을 쳐다봤다.“돈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인간. 네까짓 수법으로 남지를 속일 순 있어도, 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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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윤해진의 세계관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기품 있고 위압적인 분위기의 하정훈을 쳐다보았다.그리고 하정훈의 곁에 서 있는 송남지를 보았다.윤해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송남지가 이토록 고결하고 눈부신 하정훈의 곁에 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미대를 갓 졸업했을 때의 송남지라도 택도 없을 텐데 하물며 윤씨 가문을 한번 거쳐온 송남지는 하정훈에게 더욱더 어울리지 않았다.하정훈은 눈앞의 윤해진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정확한 답을 주었다.“그래. 확실해.”윤해진은 멍하니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의 눈빛은 혼탁하기 그지없었다.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정훈의 손을 잡았다.“우리 그냥 가요.”이런 사람과 더는 어떤 말도 섞을 필요가 없었다.하정훈은 조금 놀란 듯했다.그는 고개를 숙여 송남지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는 격동으로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스물여덟의 나이에 하정훈은 정말이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언젠가 누군가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가슴이 벅차오를 줄은....윤해진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호화로운 차는 이미 아주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귓가에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의료진이 들것을 들고 윤씨 저택으로 들어갔다.윤해진은 그제야 갑자기 손윤영이 피를 토하던 순간을 떠올렸다.그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윤씨 저택으로 달려 들어갔다.하객들이 손윤영을 둘러싸고 있었고 윤해진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의료진을 도와 손윤영을 들것에 옮겼다.귓가에는 허씨 모자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현아, 송남지 그 계집애 때문에 사돈어른께서 저렇게 됐는데 사돈은 내버려 두고 그 계집애를 찾으러 뛰쳐나가? 너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내가 보기엔 송남지는 어느 구석 하나 상미에게 비할 바가 못 돼. 상미가 그 계집의 모함에 빠져 화를 입지만 않았더라도...”허씨 모자는 마치 약속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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