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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71 - チャプター 680

772 チャプター

제671화

이미란은 주제 파악이 빠른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다.그럼에도 어떻게든 송남지를 위해 한마디 거들어주고 싶었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미란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사모님, 송씨 가문이 서경에선 평범한 집안이라지만 남지 씨 아버지는 청렴한 검찰 공무원이시고 어머니 또한 지식인이라 집안 내력이 참 곧고 깨끗합니다. 남지 그 아이는 말로 다 못 할 정도로 귀하고요. 다투거나 탐내는 법 없이 온화한 게 꼭 최상급 옥 같다니까요. 도련님이 재스민을 맡기셨을 때도 사업에 온 마음을 다해 전념하셨고요. 올해 재스민이 거둔 성적은 저조차 실감할 만큼 정말 대단했어요.”오가은이 손을 내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미란 씨가 무슨 말 하려는지 다 알아. 굳이 내 앞에서 남지 편들지 않아도 돼. 내 며느리인데 그 애 예쁜 걸 내가 왜 모르겠어?”이미란이 조금 멋쩍어하며 답했다.“사모님이 알아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오가은이 이미란의 손을 맞잡았다.“알다마다. 하지만 자식 복은 타고난다는 옛말처럼, 이건 결국 정훈이와 남지 두 사람의 문제라 우리도 나설 수가 없어.”...제야의 불꽃이 서경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찬란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채워갈수록, 창밖이 밝아질수록 송남지의 마음 한구석은 형언할 수 없는 허전함과 아쉬움으로 짙게 물들어갔다.반복되는 고열 탓에 그녀의 눈가는 늘 촉촉이 젖어 있었고 가벼운 기침 한 번에도 복부가 당기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하얀 베개에 기대어 옆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선 끝에는 찬란한 불꽃놀이가 걸려 있었다.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불꽃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화려하게 터져 올랐다.병실 안에 있어도 밖의 떠들썩한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세상이 소란스러울수록 그녀의 마음속 고독은 더욱 깊어만 갔다도시를 가득 채운 화려한 빛들은 오히려 그녀의 외로움을 여실히 증명하는 듯했다.어둑한 조명 아래, 송남지는 숨 쉬는 것조차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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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송남지는 코끝에 닿는 그의 향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셨다.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내음이 마침내 그녀의 호흡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눈가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송남지는 입술을 달싹이며 서운한 내색을 비췄다. 오래 떨어져 지낸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섞여 나오는 응석이었다.“그래도 제야라고 잊지 않고 돌아왔네요...”붉어진 눈가와 떨리는 목소리에 슬픔이 서렸다.하정훈을 향한 그리움이 컸던 만큼 그를 향한 원망도 그만큼이나 깊었던 것이다.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였던 불만과 서러움은 그에게 안긴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그저 그가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좋았다.송남지에게 하정훈의 등장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열쇠와도 같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하정훈에게 얼마나 깊이 의지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심지어 과거의 윤해진에게조차 이토록 의존한 적은 없었다.하정훈은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남지야, 새해엔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송남지는 그의 목덜미에서 풍기는 그만의 향기를 탐욕스럽게 탐닉했다. 우디향이 코끝을 스치자 마음속에 소용돌이치던 불안을 잠재워 주었다.그녀는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새해엔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반복되는 고열과 오랜 거식 탓에 송남지는 형편없이 쇠약해진 상태였다.그녀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처럼 하정훈의 팔을 붙잡고 함께 잠들기를 청했다.“우선 뭐라도 좀 먹자, 남지야.”하정훈의 권유에도 송남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안 먹을래요. 그냥 내 곁에 있어 줘요. 당신만 옆에 있으면 내 병은 금방 나을 거예요.”결국 하정훈은 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조심스레 파고들었다.송남지는 먼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이끌더니 자신의 아랫배 위에 가만히 올려두었다.“정훈 씨, 정말 보고 싶었어요. 동남아에서 무슨 일이 그렇게 바빠서 오래 있었던 거예요?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찾아가도 만나주지도 않고... 정말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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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역시 숙면은 만병통치약이었다.그녀는 기분 좋게 눈을 떴지만 좁은 병상 옆자리에 하정훈은 없었다.설날 아침의 따스한 햇볕은 병실 구석구석을 비추며 음울했던 공기를 정화하고 있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이 누웠던 자리의 온기를 확인하며 마음까지 훈훈해졌다.어젯밤 내내 음식을 권하던 그였으니, 분명 죽 같은 가벼운 먹거리를 준비하러 나갔을 터였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송남지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번졌다.이런 웃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새해 첫날부터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았다.그때 병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노크 소리가 이어졌다. “들어오세요.”송남지의 목소리는 이전의 무거움을 털어내고 청아하게 울렸다.병실 문이 열리며 최보라가 작매를 든 채 오지훈과 선두로 들어왔고 곽지민, 유경태가 그 뒤를 이어 모습을 드러냈다.오지훈의 손에는 일반적인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온갖 희귀한 과일들이 담긴 거창한 과일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송남지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물었다.“내가 평소에 과일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최보라가 가장 먼저 들어오더니 웃으며 작매를 화병에 꽂아 창가에 두며 말했다.“네가 과일을 좋아하는지는 몰라도, 작매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잖아.”곽지민은 병상 곁으로 다가와 송남지의 안색을 살피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지훈이가 너 엄청나게 아프다고 해서 다들 걱정돼 죽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는 않네? 안색도 이 정도면 훌륭하잖아!”유경태도 거들며 최보라를 바라보았다.“상황을 너무 부풀린 거 아니에요? 남지 씨가 입원했는데 우리가 안 올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었잖아요.”최보라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진짜라니까요! 저번엔 정말 상태 안 좋았어요. 오죽하면 가정의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당장 입원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했겠어요. 경태 씨는 알고 있었잖아요.”유경태가 눈썹을 슥 올렸다.“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날 의사랑 같이 하씨 저택에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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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최보라는 흥분해서 침대맡에 앉으려다 하마터면 송남지를 누를 뻔했다.그러자 곽지민이 질겁하며 한마디 했다.“야, 조심 좀 해! 지금 남지는 감기일 뿐인데 네가 깔고 앉아서 다치게라도 하면 어쩌려고!”오지훈이 곽지민의 어깨를 두드렸다.“지민아, 남지 걱정 너무 대놓고 하지 마. 이제 정훈이 돌아왔으니까 그거 보면 또 너랑 틀어질지도 몰라. 요즘 변호사 사무실 일이 너무 잘 풀려서 좀 꼬였으면 좋겠다 싶으면 계속하던가.”곽지민은 머쓱한 듯 입을 다물었다.최보라는 신이 나서 물었다.“하정훈이 어젯밤에 온 거야? 병실에서 같이 잔 거야? 대박이다! 원래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깨가 쏟아진다는데, 어젯밤에 분명히 아주...”최보라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그런데 이 좁은 침대에서 둘이 어떻게 같이 잤대?”지금 최보라 혼자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기에도 비좁게 느껴지는 정도였다.송남지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확실히 하정훈과 둘이 눕기엔 턱없이 좁아 보였지만 어젯밤 그는 분명히 곁을 지켰었다.송남지는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천천히 입을 뗐다.“동남아 일이 꽤 까다로웠나 봐. 정훈 씨, 이번에 돌아왔는데 살이 정말 많이 빠졌더라고.”그 말을 들은 최보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살이 빠졌다고? 얘 좀 봐, 너보다 더 빠진 사람이 어딨니? 일주일 만에 족히 5킬로는 빠졌을걸. 여기서 더 빠지면 큰일 나.”송남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언니, 정훈 씨 이번엔 진짜 심각하게 빠졌다니까.”곽지민이 눈썹을 까닥이며 장난스럽게 거들었다.“바쁜 게 문제가 아니라, 아마 떨어져 있는 동안 남지가 보고 싶어서 애가 탄 거겠지. 그래서 하 대표가 그렇게 홀쭉해진 거야.”한 15분쯤 대화가 오갔을 무렵, 송남지는 최보라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꽃을 본다는 핑계로 창가에 선 그녀의 시선은 은근히 하정훈을 찾고 있었다.나간 지 한참이나 지났으니 슬슬 올 시간이 된 것이다.투명하게 빛나며 떨어지는 눈꽃을 바라보며 송남지가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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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곽지민이 한마디 거들었다.“하정훈 그 친구가 남지한테 요리하게 내버려 둘지도 의문이네. 워낙 성격이 유별나잖아. 분명 자기도 아직 못 얻어먹어 봤는데 우리가 먼저 먹는 건 안 된다고 난리 칠걸? 그런데...”곽지민은 기대에 부푼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송남지를 쳐다보았다.“네 요리 솜씨가 어느 정도일지 진짜 궁금하긴 하다.”송남지는 눈꼬리를 휘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오빠, 정훈 씨를 너무 속 좁은 사람 만들지 마요. 그나저나 제 요리 솜씨는 기대하지 마세요.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게 딱 제 성격처럼 평범하거든요.”그러자 오지훈이 맞장구를 쳤다.“평범한 게 최고죠! 중용의 도라는 게 평생을 바쳐도 깨닫기 힘든 경지잖아요.”한참 동안 수다가 이어지던 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송남지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반색하며 직접 문을 열러 달려가려 했다.그때 문가에 가까이 있던 유경태가 먼저 나섰다.“남지 씨, 내가 열게요. 남지 씨는 좀 더 쉬고 있어요.”송남지는 내심 의아했다. 계속 창가를 지키고 서 있었는데도 하정훈이 병원 입구로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모두의 기대 속에 유경태가 문을 활짝 열었다.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모두가 기다리던 하정훈이 아니었다.송남지의 얼굴에서 기대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들어온 이는 회진 중인 주치의였다.의사는 서 있는 송남지의 모습에 사뭇 놀라며 인사를 건넸다.“사모님, 오늘 안색이 몰라보게 좋아지셨군요.”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수척해 보이긴 했지만 표정만큼은 확실히 생기가 돌았던 것이다.“아침에 확인해 보니 열도 내렸고 어지러운 것도 없어요. 저 이제 퇴원해도 되겠죠?”의사는 연신 싱글벙글하며 기뻐했다.“열도 내리고 어지럼증도 가라앉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어제만 해도 증상이 반복돼서 심해질까 봐 조마조마했거든요. 역시 친구분들이 와서 말동무도 해주고 기분을 북돋아 준 덕분인가 보네요.”최보라가 남몰래 미소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꿍얼거렸다.“우리가 저렇게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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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송남지는 오렌지를 받아 들고 의아해하며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이상하네. 아침을 사러 간 사람이 왜 이렇게 안 오지?”오지훈이 짓궂게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정훈이 성격에 남지 씨 먹일 아침을 대충 사 오겠어요? 내 생각엔 직접 요리해 주려고 집까지 달려간 게 틀림없어요.”유경태가 웃음을 터뜨리며 오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네가 정훈이 하나는 잘 안다니까.”송남지는 눈을 들어 미소 지었다. 하정훈이라면 정말 그러고도 남을 일이었다.그녀는 오렌지를 다시 최보라에게 건네며 말했다.“언니가 먹어. 난 정훈 씨가 해주는 아침 맛있게 먹으려고 위장을 좀 비워둬야겠어.”그 말에 병실 안은 순식간에 놀려대는 소리로 가득 찼고 그 왁자지껄한 소란은 병실 문밖의 기척마저 삼켜버릴 듯했다.그때 오가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활기 넘치는 풍경과 부쩍 기운을 차린 송남지의 모습을 보더니 그녀의 얼굴에도 보기 드문 미소가 번졌다.“남지야, 새해 복 많이 받으렴. 다들 병문안을 와줄 줄은 몰랐구나. 이따가 내가 다 같이 식사할 자리를 마련하마.”오가은의 뒤를 따른 이미란 역시 송남지의 안색이 좋아진 것을 보고 진심으로 기뻐했다.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처치 곤란한 신세가 되지 않아도 되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송남지는 오가은의 등장은 예상했으나 이미란까지 함께 온 것에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이미란이 웃으며 탁자 위에 보온 도시락을 내려놓았다.“작은 사모님, 오늘 안색이 정말 좋으시네요. 보양에 좋은 전복죽을 좀 쑤어왔는데 오늘은 좀 드실 수 있겠죠?”송남지는 당황한 기색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미란 이모, 이 죽 정훈 씨가 만든 거예요?”갑작스러운 하정훈의 언급에 오가은과 이미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오가은이 먼저 입을 뗐다.“아니야, 왜 갑자기 정훈이가 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훈이는 아직 동남아에 있고 귀국도 안 했어.”그 순간 송남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쾅 하고 터지는 듯한 충격이 일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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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송남지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결연한 눈빛으로 오가은에게 다가가 그 손을 꽉 붙잡았다.“어머니, 정훈 씨가 휴대폰 소리를 못 들은 게 분명해요...”오가은의 얼굴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고통과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송남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럽게 타일렀다.“남지야, 착하지. 정훈이가 보고 싶은 네 마음은 잘 알지만, 그 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다.”최보라는 눈시울을 붉히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송남지를 바라보다 그녀의 손을 꼭 맞잡았다.“남지야, 우선 마음 편히 먹고 병부터 고치자. 다 나으면 내가 북유럽으로 스키 타러 데려가 줄게. 그러면 창작 영감도 더 잘 떠오를 거야.”송남지는 최보라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모두에게 설명하려 애썼다.“어젯밤에, 어젯밤에 정훈 씨가 정말 왔단 말이야. 같이 제야를 보냈고 새해에는 꼭 건강해야 한다고 당부도 했어. 못 믿겠으면 직접 봐!”송남지는 흥분한 기색으로 침대 곁으로 다가가 외쳤다.“어젯밤 정훈 씨가 여기 오른쪽에 누워 잤어. 여기 흔적도 남았잖아.”그 모습을 지켜보는 오지훈 일행의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오가은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미란 씨, 남지 친구들을 잠시 밖으로 모셔. 남지랑 단둘이 할 말이 있어.”며느리가 친구들 앞에서 더는 처량한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하지만 송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베개의 자국을 가리키며 고집스럽게 우겼다.“여기 분명히 그 사람이 누웠던 자리가 있단 말이에요. 베개에 자국도 남았는데...”오가은이 눈짓하자 이미란은 서둘러 일행을 병실 밖으로 이끌었다.복도로 나오고서야 곽지민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울분을 터뜨렸다.“하정훈 그 자식,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사람이 상사병으로 미쳐가는데 어떻게 코빼기도 안 비칠 수가 있냐고!”평소 하정훈을 두둔하던 유경태조차 이번만큼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병실 안 송남지의 모습은 너무나도 처참했기 때문이다.정말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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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다만 송남지의 확신에 찬 눈빛은 오가은의 눈에 그저 슬픔에 깊이 매몰된 광기로 보일 뿐이었다.오가은은 차오르는 연민을 억누르며 만약 그때 하정훈과 송남지의 혼사를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이 아이가 이토록 망가지지는 않았을지 자책했다.시어머니의 얼굴에서 여전한 불신을 읽은 송남지는 입술을 깨물며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어머니, 어젯밤에 정훈 씨가 정말 왔었어요. 그의 체취를 제가 모를 리 없잖아요. 침대 위에도, 베개 위에도 여전히 그 사람의 기운이 남아 있는데... 베개에 남은 머리카락까지 다 진짜인데 왜 안 믿어주세요? 분명 사정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는 것뿐이지, 오지 않았던 게 아니라고요.”오가은은 격양된 송남지를 진정시키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남지야, 그래, 믿으마. 내가 다 믿어. 하지만 네 말대로 정훈이가 돌아왔을 때 네가 건강한 모습이어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않겠니?”송남지는 오가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격해진 감정 탓에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1분 정도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가 천천히 입을 뗐다.“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제가 얼른 기운 차려야죠! 잘 먹고 푹 쉬고 있어야 정훈 씨가 왔을 때 제 모습 보고 안심할 테니까요.”오가은은 그제야 안도하며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래, 장하다. 정훈이도 정훈이지만 너를 아끼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기운을 내렴. 몸 잘 추스르고 연휴가 끝나면 업무도 챙겨야 하니 일하면서 어려운 거 생기면 언제든 말하렴. 알았지?”송남지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어머니.”오가은이 마지막으로 제안했다.“남지야, 오늘은 설날이잖니. 이렇게 북적이며 가족들이 모이는 날에 굳이 병원에 있을 거 없단다. 집으로 가서 명절을 쇠는 게 어떻겠니?”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병원에 말해서 의사 몇 명을 집으로 보내 대기시키라고 하면 되니까.”송남지는 뒤돌아 하얀 병상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젓고 거절했다.“번거롭게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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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하지만 모든 전화는 하나같이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는 표시만 남겨져 있었다.송남지가 다시 한번 그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나 묵묵부답이었다.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고 삐 소리가 울리자 송남지는 몇 초간 멈칫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정훈 씨, 나 아프다고 속이려 들지 마요. 어젯밤에 내 곁에 있었던 거 다 아니까. 왜 왔다가 또 그렇게 비겁하게 숨어버리는 건데요? 당신도 나 그리웠던 거 맞죠? 그냥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뿐이죠? 날 사랑한다면 이제 도망치지 마요. 무슨 일이든 우리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어요.”어젯밤을 겪으며 송남지의 생각은 명확해졌다.하정훈이 정말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어젯밤 몰래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송남지는 이제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붙들 생각이었다.하정훈이 스스로 나타나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송남지는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음성 메시지를 남긴 송남지는 결연하게 휴대폰을 옆으로 밀어두고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입맛이 없다면 억지로라도 만들어낼 기세였다.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회복하는 일이었고 기운을 차려야만 꼬인 상황들을 처리할 에너지도 생길 터였다.송남지는 이미란이 가져온 음식을 남김없이 비웠고 이례적으로 하씨 저택에 전화를 걸어 다음 끼니로 먹고 싶은 메뉴까지 직접 주문했다.하지만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병실 문이 열리며 불청객이 들이닥쳤다.송남지는 예고도 없이 문을 쑥 열고 들어온 은지영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은지영 씨, 최소한의 예의도 없나요?”은지영은 잠시 주춤하더니 병실 밖으로 나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형식적인 노크를 마친 뒤 다시 들어온 그녀의 화사한 얼굴엔 경멸이 가득했다.“거봐요. 남지 씨는 꼭 이렇게 영양가 없는 일에만 집착하잖아요. 내가 노크를 하든 안 하든 결국 들어올 건데 말이죠.”송남지는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할 말 있으면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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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은지영은 송남지의 쌩쌩한 모습에 내심 놀랐다. 병실에 누워 사네 죽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기운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기세가 등등했으니 말이다.심지어 말대답하는 폼이 환자가 아니라 어디서 영양제라도 제대로 맞고 온 사람 같았다.은지영은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송남지를 유심히 살폈다.사실 조금만 대조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송남지의 정신력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창백한 낯빛과 가냘픈 체구는 은지영의 화려함에 미치지 못했다.은지영은 내심 우월감을 느끼며 짐짓 가느다란 눈매를 휘어 미소 지었다.“행여나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계실까 봐 마음이 쓰여서 말이죠. 천억이라는 돈이 적은 액수는 아니잖아요? 특히 하정훈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에요.”은지영은 비릿한 조롱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대놓고 송남지를 빤히 쳐다봤다.하지만 송남지 역시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은지영을 정면으로 받아쳤다.큰 병을 치른 탓에 몰라보게 야위고 안색도 투명하리만큼 창백했지만, 눈동자 속에 깃든 독기만큼은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은지영 씨는 정훈 씨가 나를 돕지 않을 거라 단정 짓고 있군요. 그래서 재스민의 주인이 바뀔 거라고, 내 손에서 재스민을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이때 보안팀장이 사람들을 이끌고 다급히 병실로 들이닥쳤다.하지만 무단침입한 당사자가 은씨 가문의 영애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기세등등하던 보안 요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풀이 죽어버렸다.하씨 가문 사모님도, 은씨 가문의 영애도 어느 하나 감당하기 버거웠던 보안 요원들은 그저 서로 눈치만 살피며 망연자실 서 있을 뿐이었다.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입을 뗐다.“됐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하실 일은 없어요. 제가 이 사람 하나 처리하지 못할 만큼 나약한 사람은 아니니까요.”그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서 있던 보안 요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그러고는 천천히 은지영을 응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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