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이겸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유지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풀 데 없는 분풀이를 하듯 이겸에게 다다가서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처음부터 강씨 집안 딸이랑 결혼했으면 우리가 이런 모욕을 당할 일도 없었어. 이겸이 너는 정말 유씨 집안의 죄인이야.”이겸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수지의 마음도 함께 움츠러들었다.유지강은 너무 강압적이었다. 이겸에게는 늘 자신의 말이 곧 명령이었다.하지만 유지강은 잊고 있었다. 이겸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이었다.이겸이 진심으로 맞서려 했다면 유지강이라고 해서 막아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다만... 이겸은 너무 무르고, 또 너무 큰 그림만 보려는 사람이었다. 늘 자기 몫의 상처를 먼저 감수했다.수지와 결혼한 뒤에도 그랬다. 이겸은 자기 자신을 억눌렀고, 수지도 함께 눌렀다.그래서 결국 오늘 같은 결말에 다다른 거였다.자기 혼자만 남은 채로.“맞아요. 제가 유씨 집안의 죄인이에요.”이겸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소리에는 여태 없던 분노와 서러움이 뒤엉켜 있었다.“유씨 집안이 잘되면 영광은 다 아버지들 몫이고, 유씨 집안이 흔들리면 죄는 전부 제 탓이죠. 그러니까 지금 저는 아내도 잃고 아이도 잃게 생겼잖아요. 앞으로는 저를 유씨 집안 족보에서 빼 주세요. 아버지도 저 같은 자식 낳은 적 없다고 하시고요.”“너, 너, 너...”유지강은 손끝까지 떨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이제 좀 컸다고 대드는 거냐? 네가 아내도 붙잡지 못해 놓고서 우리 탓을 해? 네가 아내 잃고 아이까지 잃게 된 건 네 무능 때문이지, 우리가 네 아내를 쫓아냈냐?”“아니에요?”이겸이 소리쳤다.“아버지가 맨날 수지 씨한테 신장 내놓으라고 물고 늘어졌잖아요. 아버지가 날마다 수지 씨를 못마땅해하면서, 누구 잡아먹을 상이니 뭐니, 온갖 말을 다 했잖아요.”“아버지, 아버지가 끝까지 수지 씨를 사람 취급 안 했으니까 제가 이렇게 된 거예요. 아버지가 원인이에요.”“너...”유지강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문을 열었다.“정말 나 안 들어가도 돼?”은택의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할게.”“그럼 나 밖에서 기다릴게. 무슨 일 있으면 꼭 불러. 혼자 버티지 말고.”“알았어.”유씨 집안 본가의 문은 열려 있었다.수지가 올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듯했다.마당 안은 어딘가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담벼락 아래 돋아난 여린 새순들은 또다시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배수지 씨, 오셨군요.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집사가 손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수지를 안내했다.유씨 집안 본가의 거실은 넓었다.유지강은 늘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서 자식들을 매몰차게 몰아세우곤 했다.수지는 이제 다시는 유지강과 마주할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거실로 들어서자, 유지강도 있었고, 진화란과 이겸도 앉아 있었다.‘그렇다면 미소를 데려간 일이 이겸의 뜻이었거나, 적어도 묵인한 일이란 말이야?’수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안은 채, 가까운 쪽의 편한 의자를 끌어와 유씨 집안 사람들 맞은편에 앉았다.“제 딸 어디 있죠?”“배수지 씨, 내가 지금 분명하게 말해 두마. 미소는 이제 우리 유씨 집안 사람이야. 미소에겐 이제 아버지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 엄마는 더 이상 없어.”유지강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마치 모든 걸 쥐고 흔드는 사람처럼 자기 말이 곧 법이라는 식의 표정이었다.수지는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절로 주먹부터 쥐어졌다.“지금 저랑 농담하시는 거예요? 유 회장님, 저 막말하게 만들지 마세요. 제 딸 내놓으세요. 지금 돌려주면 나도 여기서 더는 문제 삼지 않을게요. 근데 안 내놓으면, 여기 있는 누구도 편하게 못 넘어갈 줄 아세요.”수지가 세게 나오자 유지강은 비웃듯 웃었다.수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였다.“막말? 네가 여태까지 막말한 게 얼마나 많은데. 네가 이미 원씨 집안에
“아기가 자라는 속도가 좀 더디네요. 산모가 잘 드셔야 해요. 그리고 화내면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보호자분도 산모 감정부터 잘 살펴 주셔야 해요.”“화를 내면 자궁 수축이 올 수 있고, 태동에도 영향이 가요. 지금은 유산 조짐이 조금 보이는 상태예요.”의사는 곧바로 처방전을 적기 시작했다.은택은 그 말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제 아내가... 약을 먹으면 큰 문제는 없는 거죠?”“약 잘 드시고 안정을 취하면서, 기분도 편하게 유지하면 괜찮습니다.”“감사합니다, 선생님.”다행히 큰일로 이어지진 않아서, 수지도 그제야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런데 두 사람은 아직 병원 문도 벗어나기 전이었다.집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도련님, 도련님하고 사모님 얼른 들어오셔야겠어요. 미소 아가씨한테 일이 생겼어요.]“무슨 일이에요?”은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목소리도 저절로 높아졌다.전화기 너머로 지순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유씨 집안에서... 유씨 집안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미소 아가씨가 자기네 집안 핏줄이라고... 말도 안 통하고 막무가내로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회장님이랑 큰사모님도 안 계셨고, 저희 같은 사람들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끝에 가서는 울음이 터질 듯 목이 메인 목소리였다.은택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알겠어요. 우리가 바로 갈게요.”“무슨 일이야?”수지는 단숨에 은택의 팔을 붙잡았다. 손끝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무슨 일 생긴 거야?”은택은 목이 바짝 말랐다. 말은 입 안에서 좀처럼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당신... 일단 너무 놀라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 유씨 집안에서...”이렇게까지 말을 더듬는 은택은 드물었다.수지의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가면서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바로 말해.”은택은 마른침을 삼켰다.“유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내서... 미소를 데려갔어.”“뭐?”수지는 귀 안쪽이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조금 전
이나의 말에 수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새어머니가 의붓자식 학대해서 죽게 만든 일은 적은가요?”정말 유씨 집안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다 사고방식이 비슷한지 알 수가 없었다.“언니는 인터넷 영상 같은 거 좀 덜 보고, 차라리 연구를 더 하시는 게 좋겠어요. 제가 보기엔...”수지는 비웃음이 살짝 어린 기색만 남기고 돌아섰다.밖으로 나오자 아랫배가 은근하게 당기듯 아파 왔다.수지는 자기가 너무 화를 냈다는 걸 알았다.‘아까 그렇게까지 흥분하지 말 걸.’괜히 후회가 밀려왔다.혹시라도 뱃속으ㅣ 아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겁이 났다.수지는 핸드폰을 움켜쥔 채 은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나 좀 데리러 와. 병원에 가고 싶어.”[기다려.]은택은 이유도 묻지 않았다.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은택은 가장 빠르게 수지에게 왔다.수지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은택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무슨 일이야? 누구랑 다퉜어?”“맞아. 엄청 심하게 다퉜어.”수지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은택은 수지를 한 번 바라본 뒤 손을 꼭 잡았다.“누구랑 싸웠는데. 나한테 말해. 내가 가서 정리해 줄게.”“이나 언니. 유이겸 씨 누나.”수지는 속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이나 언니가 저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줄은 정말 몰랐어.”은택은 대강 짐작이 간다는 듯했다.“왜? 설마 또 당신이랑 유이겸을 엮으려고 했어?”“그거였으면 이렇게까지 화내진 않았을 거야.”수지는 맥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미소를 자기들한테 돌려달래.”“뭐? 미소를 데려가겠다고 했어?”은택은 크게 놀랐다.“당신 설마 그러겠다고 한 거 아니지?”“그럴 리가 있겠어? 미소는 내가 낳았고, 내가 키웠어. 유씨 집안이 무슨 자격으로 데려가겠다는 건데? 난 절대 안 보내.”은택은 고개를 끄덕였다.수지가 싫다고 한 이상 더이상 그 일로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당신이 싫다는데 저 사람들이 무슨 수로 데려가. 그러니까 화내지 마.”말은 그렇게 해도
남자에게는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그건 이겸에게도 끝내 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교통사고, 긴 혼수상태, 거기에 수지의 마음까지 얻지 못한 채 무너진 시간들이 겹치면서 이겸의 몸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수지가 자기 곁을 떠난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고.적어도 수지가 이름뿐인 결혼 생활에 묶여 살아가지는 않아도 되니까.오씨 집안 그 딸에 대해서 이겸은 별다른 마음도 없었다.“나는 그 말을 못 하겠어.”이나가 말했다.“네가 그 말을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 말할게. 수지는 원래 철이 든 애잖아. 네 사정을 알게 되면 분명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야.”이겸이 좋다 싫다 말이 없자, 이나는 그걸 허락으로 받아들였다.몇 달 뒤.이나는 수지에게 따로 만나자고 연락했다.그때 수지는 임신 4개월째였다. 원래 마른 편이라 겉으로는 아직 배가 많이 나온 티가 나지 않았다.“이건 임신 중에 먹어도 되는 영양제야. 이겸이가 너 보기가 좀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전해 달라고 하더라.”이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수지야, 네가 지금 이렇게 행복해 보여서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수지는 가볍게 웃으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감사해요, 언니.”“너희 오빠가 아는 병원 쪽 사람들 많잖아. 검사해 봤어? 아들인지 딸인지 나왔어?”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정기검진 받을 때 들었어요. 아들이래요.”“정말 잘됐다. 원씨 집안에서 얼마나 좋아하겠어?”이나는 갈수록 이겸이 더 안쓰러워졌다.“우리 이겸이는 그런 복이 없네. 너희는... 인연이 너무 짧았나 봐. 수지야, 언니가 오늘 좀 염치없는 부탁 하나 하려고 해...”“언니...”수지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이겸이가 사고가 난 뒤에 일 년이나 의식 없이 누워 있었잖아. 그래서 몸 상태가 전반적으로 너무 안 좋아졌어. 특히... 그쪽이. 의사가 그러는데, 이겸이가 자기 아이를 다시 갖는 건 많이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이나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나 당신 믿어.”수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약국 가서 임신 테스트기 하나 사다 줄래? 나 확인해 보고 싶어.”“임신 테스트기...?”은택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임신한 거야?”“확인해 보는 게 제일 정확하잖아.”은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수지를 번쩍 안아 올린 채 빙글 돌았다.“무슨 테스트기야. 바로 병원 가자.”“싫어. 혹시 아니면 괜히 헛기대만 하게 되잖아.”“임신이 아니어도 위가 안 좋은 건지 봐야지. 이렇게 불편하면 병원은 가야 해.”은택은 수지를 안은 채 끝내 내려놓지 않았다.다이닝 룸 앞을 지날 때, 원씨 집안 어른들이 다 모여 있었다.수지는 조금 민망해졌다.“얼른 내려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은택은 듣지 않았다. 부모를 향해 말했다.“아버지, 엄마, 수지가 몸이 안 좋아서요. 제가 병원에 데리고 다녀올게요. 먼저 식사하세요. 저희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지순이 막 끓인 국을 들고 나왔지만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사모님, 제 말 맞죠? 작은 사모님... 분명 아이를 가진 거예요.”정미희는 원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새아가가 참 기특하지. 이번에는 틀림없이 우리한테 손자를 안겨줄 거야.”“손자든 손녀든 나는 다 좋아.”원 회장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자기 잔에 술을 한 잔 더 따랐다.“은택이한테도 시간을 좀 더 내서 새아가 옆에 있으라고 해. 당신도 말이야, 미소 돌보는 일 제대로 맡아. 새아가가 걱정 없이 몸을 챙길 수 있게.”“그걸 꼭 당신이 말해야 알아? 나는 미소도 친손녀처럼 생각해.”그 점은 원 회장도 인정했다.다만 그 아이는 결국 유씨 집안 핏줄이었다.언젠가 유씨 집안에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나설까 봐 그게 마음에 걸렸다....병원에서 수지는 임신 초기 검사를 받았다.예상대로 임신이었다. 그리고 거의 두 달 가까이 됐고, 시기를 따져 보면 은택과 처음 관계를 가졌던 때와 맞아떨어졌다.“나도 참... 이렇게 임신이 잘 되는
별아는 여전히 가볍게 웃었을 뿐, 강준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재환이 차를 몰고 와 두 사람을 태웠고,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전용기였기에 길은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강준은 별아의 작은 손을 마치 잃어버릴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꽉 붙잡고 있었다.“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가슴이 계속 뛰어.”강준은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별아는 조용히 강준의 손등을 토닥였다.“바람 피우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아니지.”“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가는 거야. 돌아오면 다 얘기할게.”“그래.”시간은
하지만 ‘와럴’에서 마신 술은 달았다. 입에 닿는 순간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맛이었고,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경진은 그렇게 병 하나를 비우고 또 한 병을 새로 열었다.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시정의 가슴을 짓눌렀다.본능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이것저것 검색하기 시작했다.“경진아, 너 거기서 그냥 술만 마신 거지? 다른 짓은 안 했지?”경진은 눈을 피했다. 말끝이 흐려지고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아, 아니... 뭐... 어쨌든 술 마신 게 대부분이긴 했어.”시정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길한
“됐어, 그만 좀 해.”별아는 웃으며 강준을 가볍게 밀어냈다.“오늘 중요한 고객 만나기로 했잖아. 늦지 마. 너는 지금 하산그룹을 대표하는 사람이야.”“그럼 오늘은 좀 일찍 들어올게.”“응.”...오후가 다 되었다.별아의 핸드폰이 울렸다.재환이었다.두 사람은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사모님, 이쪽으로 앉으시죠.”자리에 앉자마자 재환은 서류가방을 열었다.“여기 상가 이전 계약서입니다. 대표님께서 최대한 빨리 전달하라고 하셔서요. 한 번 보시고, 골라 주시면 됩니다.”재환은 계약서 세 부를 모두 꺼내
강준의 눈빛에 잠시, 체념과 미련이 동시에 스쳤다.강준은 알고 있었다.별아는 이제, 무엇도 탐내지 않는다는 것을....유이겸과 강주은의 약혼식은 유씨 가문이 매우 공을 들인 자리였다.K시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대거 초대되었다.재계, 법조계, 언론계까지.사교의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겸과 강준은 사석에서는 이미 심하게 틀어진 사이였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여전히 예의를 지켰다.서로를 향해 웃으며 의미 없는 덕담과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았다.대부분의 하객 역시 오늘의 약혼식을 축하의 자리가 아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