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Bab 201 - Bab 210

435 Bab

제201화

“당신은 연아를 안기 힘들 테니 제가 안을게요.”아설은 연아를 문희에게 건네고서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저… 저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아람은 그녀를 끌어안고 달래 주었다.“미안하다, 설아.”만약 자신이 그녀들을 데리고 행관에서 도망치지 않았다면 산적을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아설은 그를 꽉 껴안으며 울먹였다.“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큰 수염쟁이가 언니를 목 졸라 죽일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그녀는 옆방에 갇혀 있었다. 문은 걸쇠로 잠겨 있었기에 벽에 난 작은 구멍으로 겨우 옆방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급하고 답답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속을 태우며 지켜보는 것뿐이었다.아람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괜찮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문희가 나섰다.“전하의 행렬과 함께라면 다른 건 몰라도 목숨 걱정은 없습니다.”아람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결국 입술만 다물고 아설의 어깨를 다독였다.“문희 아가씨 말이 맞다. 전하께서 우리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셨으니 더는 이런 위험은 없을 것이다.”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섰을 때, 동쪽 하늘이 희끗하게 밝아오고 있었다.행관 밖 마차 행렬은 모두 정비되어 있었고 당기봉을 제외한 관리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주목이던 시영은 당분간 자사의 직무를 대리하고 있었는지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이틀 내내 공포에 떨었는데 성왕이 떠난다는 소식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어젯밤 누군가 주목부에 잠입하는 바람에 그는 부인과 함께 침상 아래에 숨어 날이 밝을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졸음을 참느라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억지로 하품을 삼키고 있었다. 그가 눈물을 훔치던 순간, 성왕이 행관에서 걸어나왔다.잠시 멈칫하더니 시영은 얼른 달려가 말했다.“전하께서 이렇게 빨리 떠나시다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역시 조정 관리답게 대사는 술술 흘러나왔고 소매 끝에는 진짜 눈물까지 번져 있었다. 그 뒤의 관리들 역시 당황하여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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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경성.주종현이 막 집으로 돌아오자 콩뼈가 대문 밖까지 달려 나와 그를 반겼다.강시아 일행이 없는 지금, 콩뼈는 그와 함께 지내며 매일 오후마다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주종현은 꼬리를 흔들며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작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너도 이렇게 날 기다리는데… 그녀는 왜 이틀도 기다려주지 못했을까?”콩뼈는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 발치에서 두어 바퀴를 돌더니 몸을 붙여오며 끙끙 소리를 냈다.마치 왜 자기를 데려가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듯했다.그때, 향 유모가 다가와 아뢰었다.“세자 저하, 작은 마님께서 오시랍니다.”고 유모가 그 모습을 보고는 급히 말을 보탰다.“큰 마님께서 세자를 뵙고 싶어하시옵니다.”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종현은 콩뼈를 데리고 곧장 작은 뜰로 향했다.“요즘 일이 많아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구나.”“세자 저하…”고 유모가 뒤따라오려 하자 향 유모가 길을 막아섰다.“고 유모, 세자께서 바쁘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고 유모는 향 유모를 한번 바라보더니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서 큰 마님의 뜰로 걸어갔다.이 일은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큰 마님은 송하윤을 영국공부로 데려와 주종현에게 받아들이라고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 씨뿐 아니라 영국공마저 크게 노했다. 지금 송 가는 진흙탕이었고 규수라면 경성에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송하윤을 고집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큰 마님은 아들과 며느리가 말을 듣지 않자 둘을 건너뛰고 곧장 손자에게로 향했다. 요구도 낮아져 정실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부탁했다. 이에 조 씨는 분을 삭이지 못해 거의 피를 토할 기세로 화를 냈다. 큰 마님이 송 가를 돕겠다며 손자까지 희생시키려 한다는 생각에 그녀 역시 눈에 불을 켜고 며느릿감을 물색하는 중이었다.정작 당사자인 아들은 집안을 피해 다니며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결국 주종현은 자신의 거처를 아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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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주종현이 말했다.“책망하려는 뜻은 아니다. 그냥 물어본 것뿐이다.”그제야 계소만은 마음을 놓았다.“몇 번 되지 않습니다.”“한 번은… 강 누님께서는 자기 같은 여인은 사기당할 까 두렵다며 진주를 옥보루에 맡겨 위탁 판매해 달라 부탁했습니다.”“진주를 위탁 판매했다고?”주종현의 미간이 좁게 찌푸려졌다.계소만은 기억을 더듬으며 덧붙였다.“태후의 생신 연회 전 일이었습니다.”주종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연무장에 가서 만천을 찾아오너라.”“예.”계소만이 나가고서야 주종현은 곁에 놓인 자수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노잣돈을 벌기 위해 이런 위험한 일까지 했다는 말이냐?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떠나려 한 것이냐?”그는 텅 빈 뜰을 바라보았다. 지금에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 강시아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았다.첫눈에 보았을 때부터 그랬다.집안의 희망을 짊어진 장자로서 그는 할아버지의 병상 앞에서 영국공부의 장래를 떠받들겠다고 다짐했다.아버지가 늘 그를 꾸짖던 시절, 그는 강시아를 만났다. 그의 신분조차 알지 못했던 강시아는 단번에 그의 눈 속에 깃든 피로를 알아보았다. 나이가 어렸던 그는 뜻밖에도 그 작은 소녀에게서 마음이 놓이는 안도감을 찾게 된 것이다.두 번째로 만난 것은 그 이듬해였다. 그때는 멀리서도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그녀 또한 자신의 정체를 알아본 듯했지만 그를 보자마자 몸을 돌려 피해 버렸다.그해 연회에서 강시아는 그의 사촌 형님의 눈에 띄었고 형님이 농담조로 데려가겠다 하자 그도 농담처럼 이를 막아섰다.그러나 그날 밤, 옷을 전해주러 가던 길에 강시아는 술을 마시려던 형님과 마주쳤고 이미 그녀에게 눈독 들이고 있던 형님은 결국 약을 먹이고 말았다.이를 눈치챈 그는 곧장 강시아를 데리고 나왔지만 약의 힘은 어마어마했으며 그 일로 인해 강시아가 아이를 갖게 되자 그는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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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주종현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성왕은 마음이 깊고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손안에 또 어떤 패가 숨겨져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폐하께서 성왕을 지방으로 내보낸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이에 위심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한 가지 더 보고드릴 일이 있사옵니다.”“무슨 일이냐?”위심은 잠시 주저했다. 자신이 과하게 의심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녕주에서 성왕에게 아 마님이라고 불리는 여인이 생겼고 아들도 하나 있다고 하옵니다.”“성왕에게 아들이 있다고?”폐하는 평생 자식이 없었고 성왕 역시 아내나 첩을 둔 적이 없었다. 그러니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 또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이 말이 사실이라면, 성왕은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었다.“그 마님의 신분은 조사해보았느냐?”위심은 고개를 저었다.“행관에서 알아낸 바로는 그 부인의 성이 아 씨이고 우주 출신이라는 것뿐이옵니다.”시아… 아 마님…주종현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한 번 덜컥 내려앉았다.그는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듯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다시 담담히 말했다.“아들이 있다면 흔적이 전혀 없을 리 없다. 계속 추적하거라. 또 한 가지. 경성 안에 적서와 길 문서를 조작하는 곳이 있더구나. 위조된 출성 기록은 모조리 조사해내거라.”“예.”주종현은 밀신들을 챙겨 들고 곧장 집을 나섰다.바쁘게 돌아다니기라도 해야 가슴 속 텅 빈 자리가 조금은 견딜 만해질 것 같았다.마차가 막 뜰을 벗어난 순간, 먼지투성이의 허름한 옷차림을 한 젊은이가 영국공부 대문 앞에 나타났다.“이보시게. 나는 내 누이를 찾으러…”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인이 그를 계단 아래로 몰아냈다.“저리 가시게! 여기가 아무나 와서 누이를 찾을 수 있는 곳인 줄 아는 겐가?”강세오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내 누이는 이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고 했네! 한데 내가 못 찾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하인은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그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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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그럼 내 누이의 시신은 어디 있는 겐가?”“나도 모르지. 그건 오직 세자께서만 알고 계시네.”“그럼 세자는 언제 돌아오는 겐가?”“세자께서 언제 돌아오실지는 나 역시 알 수 없네.”강세오는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보따리에는 지난 세월 동안 어렵게 모은 은전이 가득했다. 모두 누이의 몸값을 마련하기 위한 돈이었다. 그는 이 먼 길을 오는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미행을 당하기도 했고 이유 없이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혹여 몸값을 잃을까 두려워 일부러 길을 돌아 겨우 그들을 따돌리고 경성까지 올라왔건만 이 사람들은 그의 누이가 죽었다고 말했다.그럴 리가 없었다.그의 누이가 어떻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강세오는 밤이 새도록 대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집사는 여러 차례 나와 그를 지켜보았으나 강세오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문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세자는 근래 몹시 바빠 그림자조차 보기 어려웠다. 며칠씩 집에 들르지 않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이렇게 기다려도 소용없네. 몸만 상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큰 손해 아니겠나?”강세오는 천천히 돌계단을 짚으며 일어서더니 바짝 마른 입술로 말했다.“내 누이는 죽지 않았네. 나는 다시 돌아와 당신들을 찾을 것이네.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네.”쉰 목소리는 혼잣말처럼 새어나왔다.하인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집사님, 마님께 알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집사는 그를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세자께서는 지금 강 마님의 일로 작은 마님과 큰 마님께 모두 등을 돌리신 상태다. 이 사실을 알렸다가는 저 사람은 경성에서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강세오가 유 씨 저택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그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마침 지나던 여서린의 마차가 그를 발견했다.“멈춰라. 사람이 쓰러져 있다.”여서린은 아직 상중이라 쉽게 마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환이는 가서 문을 두드리고, 마 할아범은 저 사람을 시원한 곳으로 옮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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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강세오가 말했다.“가봤다. 한데 그들이 뭐라 했는지 아느냐? 시아가 세자의 첩이라 하더구나. 그리고 이미 죽었다고 해... 말도 안 되지! 석 달 전에도 시아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시아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무슨 첩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없단 말이다!”문틈으로 들어오던 여서린이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유한석이 시선을 피하자 그녀는 입술을 꾹 눌렀다.“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방금 의원 말로는 강 공자께서 오는 길 내내 고생한 탓에 기력이 쇠했다 하니 몸부터 챙기셔야지요. 먼저 드세요.”강세오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영국공부에 한 번 더 가보겠습니다!”식탁에 앉자 강세오는 오히려 말이 많아졌다. 오던 길에 겪은 험난함과 앞으로의 희망, 그리고 누이에게 좋은 날을 살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까지.모두 힘겹게 쌓아둔 기대였다.반대로 유한석은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강세오의 말에 무엇으로 대답할 것인가? 그 기대들을 망쳐놓은 장본인이 바로 자신인데.그는 한 잔, 또 한 잔 술을 들이켰다.마치 취해버리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듯이.“그만 마시세요.”여서린이 견디다 못해 조용히 말했다.강세오가 젓가락을 멈추며 중얼거렸다.“왜 두 사람 다 이리 이상합니까? 마치 저를 똑바로 마주 보지도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유한석의 손이 크게 떨렸다. 그는 눈가가 벌게진 채로 술잔을 탁자에 내려쳤다.“더 찾을 필요 없습니다. 강시아가 형님에게 편지를 남겼거든요.”“무슨 편지…?”강세오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말 한마디가 터트릴 듯한 슬픔으로 부풀어 올랐다.여서린이 다급히 나섰다.“오라버니…”유한석은 강시아가 남긴 물건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채, 그것을 꺼내 강세오의 손에 쥐여주었다.“강 형님… 제가 당신을 저버렸습니다. 저를 베든 가르든 마음대로 하십시오.”강세오는 손에 쥔 것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그대로 무너져내리는 듯 손끝이 떨리고 또 떨렸다.펼쳐보지만 않는다면 죽었다는 말이 모두 거짓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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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강세오는 손에 쥔 주머니와 편지를 꼭 움켜쥐었다.“참으로 그럴듯한 가면을 쓴 도둑놈 같은 유 대인이로군! 오늘 시아의 넋을 달래기 위해 너를 죽이지 못한다면 나 강세오의 이름을 거꾸로 써도 좋다!”강세오가 이성을 잃은 것을 본 여서린은 혹시 진짜로 유한석을 해칠까 두려워 밖으로 뛰어나가 사람들을 불렀다.“어서! 빨리 저자를 끌어내거라! 대인께서 맞아 죽게 생겼다!”집안 하인들이 달려들어 강세오를 끌어내 밖으로 내던졌다. 그 과정에서 강세오의 편지와 주머니는 땅바닥에 흩어졌고 그가 그것을 주워 들었을 때 뒤의 대문은 철컥 하고 잠겨 있었다.“유한석! 이 간사한 자식아!”강세오는 경성이 이런 형편일 줄은 몰랐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분명히 돈을 모으면 바로 누이를 구하러 오겠다고 다짐했었다.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편지지를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편지지가 가로로 돌아가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첫 두 마디에 네 글자가 숨겨져 있었다.“살아있음.”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이건 우연인가, 아니면 정말 누이가 남긴 메시지인가?강세오는 떨리는 손으로 누이가 남긴 주머니를 다시 열었다. 안에는 두툼한 은표 한 뭉치와 또 다른 편지가 들어 있었다. 강시아가 발생한 모든 일을 편지에 적어 그에게 알린 것이었다.누이는 죽지 않았다. 읽는 순간 순간마다 뼈저린 아픔이 솟구쳤다.참 많은 일을 겪었구나.아무리 위세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 작은 하녀에서 체면 있는 강 마님으로 변했을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목숨조차 마음대로 지킬 수 없었다. 게다가 옥구슬처럼 귀여운 딸아이까지 두었다니!강세오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이 바보 같은 계집애는 항상 자기 마음대로 큰일을 벌이고 자신과는 단 한 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 애당초 스스로를 팔아 하녀가 된 것도, 현재 이렇게 큰 일을 혼자 저지른 것도 그와 상의하지 않았던 것이다.강세오는 분노와 후회에 스스로 두 뺨을 세게 후려쳤다.조금만 더 일찍 출세했더라면 누이가 이렇게 많은 고통을 겪었을 리도 없었을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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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꼬박 여섯 날을 지내서야 마침내 성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주의 관원들은 성 밖부터 일찍이 영접 준비를 하고 있었다.마차 행렬이 잠시 멈춰 쉴 때, 누군가 아람을 맨 앞의 주차로 불렀다. 숨을 고르며 가리개를 들어올렸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성왕 전하께서는 어디 계시냐?”아람이 뒤돌아 외치자 경 총관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전하께서는 상한으로 인해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우시니 모든 응대는 마님께 맡기라 하셨습니다.”그녀는 텅 빈 마차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전하께서는 언제부터 없으셨던 것이냐?”경 총관은 말이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질문을 바꾸었다. “그럼 저 관원들이 전하를 뵙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남장을 하고 성왕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경 총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아람을 힐끗 보더니 앞쪽 수레 행렬을 향해 걸어갔다.세상에 자기만큼 운이 나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생사를 오가는 동안 돈을 벌기는 커녕 도리여 빚만 늘어났으니 말이다.주차는 작은 집처럼 호화로웠다. 앞칸 난로에서는 차를 끓이고 물도 데울 수 있었고 안칸의 침상은 푹신해 마차의 흔들림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아람은 즉시 뒤 수레에 있던 아설, 문희, 연아를 모두 불러 모았다. 비록 오래 누릴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황가의 마차를 즐길 수 있으니 후회는 없었다.아설은 바깥칸에 웅크린 채 감탄하며 둘러보았다.“여기선 죽도도 끓일 수 있습니다!”연아는 축 늘어진 채 아람에게 기대어 있었다. 평소처럼 활발하지도, 새 마차에 호기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아람은 혹시 몰라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지만 열은 없었다.“연아야, 어디가 불편한 것이냐?”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저었다.“배가 이상합니다.”아람은 그녀를 안아 토닥이며 물었다.“혹시 뒷간에 가고 싶은 것이냐?”하지만 연아는 또 고개를 저었다.문희가 다가와 그녀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장거리라 힘들었겠지요. 아이가 아직 어리니 성에 들어가 하룻밤 푹 쉬면 내일은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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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뜰에는 시중드는 하녀 두 명만 남아 있었는데 하녀 명옥이 배가 아프다며 잠시만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 그 짧은 시간이 그녀의 평생을 뒤바꾸어 놓았다.술에 약을 탄 사람이 주종훈이었다는 사실은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그로 인해 그녀는 주종현의 첩이 되었고 다른 하녀는 주종훈의 통방이 되었다. 오직 명옥만이 화를 피한 셈이었다.그 후 주종훈은 외지로 부임해 떠났고 그녀는 다시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다시 마주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문희는 그녀의 이상한 기색을 눈치챘으나 주 가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킬까 두려워하는 것이라 오해하고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주 대인은 주 가 둘째의 장자라 하더군요. 하주에서 오래 관직에 있었다 하니 문발을 가리고 앉아 있으면 알아볼 리 없을 겁니다.”아람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주에는 며칠 머무를 예정입니까?”문희가 답했다.“전하께서 아직 말씀이 없으십니다. 아마 길문서를 받으면 바로 떠날 수 있을 겁니다.”그러자 아람이 급히 말했다.“그럼 문희 아가씨께서 총관님께 언제 길문서를 받을 수 있는지 좀 물어봐 주세요.”아설은 내막을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아이가 염려되어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며칠째 내리 달렸으니 연아도 버티기 힘들 것이고 언니 뱃속 아기도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아람은 잿빛 얼굴을 한 딸아이를 바라보며 당장 떠나야 할지 아니면 며칠 머무를지를 고민했다. 한참 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성왕 전하도 아프다 하시는데 나라고 아프지 말란 법이 있느냐? 우리도 아픈 걸로 하자꾸나. 다 같이 아픈 것이다. 전하 같은 대장부도 병이 나는데 우리처럼 연약한 여인이 왜 병이 나면 안 되는 것이냐?”하주의 행관은 응주보다 작고 한층 더 낡아 있었다.행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리 사람을 보내 수리해 두지 않았는지라 밖에 큰비가 내리면 행관 안에도 작은 빗물이 새어 들었다.이쯤 되니 소휘는 고의로 떠난게 분명하다. 사람이 살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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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주종현과는 달리 주종훈에게는 이미 아들딸이 네 명이나 있었다.주종현은 어린 시절부터 이 사촌형이 늘 자신과 비교하길 좋아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게는 과거 급제와 관직 진출부터, 작게는 의식주에 관련된 사소한 것들까지 모든 면에서 그랬다.그는 이러한 모든 행동이 둘째 숙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응어리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아버지와 숙부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였고 한때는 숙부가 관직도 높고 앞길도 더 밝았다. 그러나 조부는 이유를 알 수 없게도 평범한 아버지를 가문의 후계자로 선택했다.어린 시절에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와서는 알 수 있었다. 경중에는 공훈이 뛰어난 귀족들이 여럿 있었으나 근래 들어 끊임없이 몰락과 견제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상태였다. 반면 특별히 돋보이는 점이 없는 평범한 아버지는 그런 세력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숙부는 과거 경왕의 횡령 사건에 연루되어 한때 백성 신분으로 떨어지기까지 했고 선제 말년에 이르러서야 의혹을 벗고 신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주종현은 가볍게 눈을 들어 말했다.“이번에 온 것은 전마 때문입니다. 급한 용건이 있으니 형님께서 편의를 좀 봐주시길 바랍니다.”주종훈은 바깥의 비가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형이 함께 가주마.”그러다 말끝을 살짝 낮추며 말을 이었다.“마침 성왕 전하의 마차가 방금 행관에 도착해 안치되어 있다. 먼저 가서 뵈어야 하지 않겠느냐?”주종현은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 주종훈은 두 사람 사이의 원한을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말했다.“나도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니 너도 함께 가자.”그때 아람이 갑자기 크게 재채기를 했다.아설이 상자에서 망토를 꺼내 그녀의 어깨에 둘렀다.“이게 뭡니까? 어디 이런 엉터리가 있단 말입니까? 하주는 성왕을 이렇게 대접한답니까?”망토를 두르고 한참 뒤에서야 기운이 조금 돌아왔다.아람은 무심코 자신에게 둘러진 망토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이건 성왕 전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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