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주종현이 막 집으로 돌아오자 콩뼈가 대문 밖까지 달려 나와 그를 반겼다.강시아 일행이 없는 지금, 콩뼈는 그와 함께 지내며 매일 오후마다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주종현은 꼬리를 흔들며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작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너도 이렇게 날 기다리는데… 그녀는 왜 이틀도 기다려주지 못했을까?”콩뼈는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을 알아들은 듯 발치에서 두어 바퀴를 돌더니 몸을 붙여오며 끙끙 소리를 냈다.마치 왜 자기를 데려가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듯했다.그때, 향 유모가 다가와 아뢰었다.“세자 저하, 작은 마님께서 오시랍니다.”고 유모가 그 모습을 보고는 급히 말을 보탰다.“큰 마님께서 세자를 뵙고 싶어하시옵니다.”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종현은 콩뼈를 데리고 곧장 작은 뜰로 향했다.“요즘 일이 많아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구나.”“세자 저하…”고 유모가 뒤따라오려 하자 향 유모가 길을 막아섰다.“고 유모, 세자께서 바쁘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고 유모는 향 유모를 한번 바라보더니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서 큰 마님의 뜰로 걸어갔다.이 일은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큰 마님은 송하윤을 영국공부로 데려와 주종현에게 받아들이라고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 씨뿐 아니라 영국공마저 크게 노했다. 지금 송 가는 진흙탕이었고 규수라면 경성에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송하윤을 고집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큰 마님은 아들과 며느리가 말을 듣지 않자 둘을 건너뛰고 곧장 손자에게로 향했다. 요구도 낮아져 정실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부탁했다. 이에 조 씨는 분을 삭이지 못해 거의 피를 토할 기세로 화를 냈다. 큰 마님이 송 가를 돕겠다며 손자까지 희생시키려 한다는 생각에 그녀 역시 눈에 불을 켜고 며느릿감을 물색하는 중이었다.정작 당사자인 아들은 집안을 피해 다니며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결국 주종현은 자신의 거처를 아예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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