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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작가: 강맹아
잠시 후, 호텔 앞에 멈춰 선 차에서 내린 진혁이 긴 다리를 뻗으면서 우산을 펼쳤다.

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하동규가 한마디 했다.

“식사 도중에 말도 없이 나가더니, 이제야 돌아왔구나?”

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

“처리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

계단을 올라오던 진혁의 시선이 이담을 스쳐 지나 곧 마동순에게 닿았다.

“할머니, 이담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당부했다.

“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

말없이 진혁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이담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동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정말 이혼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혁이 이담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차는 빗길을 조용히 달렸다.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던 이담은 속이 계속 울렁거리면서, 메스꺼움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

십여 분을 겨우 버티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차 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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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14화

    잠시 후, 호텔 앞에 멈춰 선 차에서 내린 진혁이 긴 다리를 뻗으면서 우산을 펼쳤다.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하동규가 한마디 했다.“식사 도중에 말도 없이 나가더니, 이제야 돌아왔구나?”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처리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계단을 올라오던 진혁의 시선이 이담을 스쳐 지나 곧 마동순에게 닿았다.“할머니, 이담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당부했다.“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말없이 진혁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이담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동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정말 이혼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혁이 이담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차는 빗길을 조용히 달렸다.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던 이담은 속이 계속 울렁거리면서, 메스꺼움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십여 분을 겨우 버티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차 세워요.”백미러를 본 안나가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토할 것 같아요.”안나가 급히 길가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담은 비틀거리며 화단 앞으로 달려가서 저녁에 먹은 걸 모두 토해냈다.생수 한 병을 꺼내들면서 안나가 나섰다.“제가 내려가 보겠습니다.”하지만 진혁이 생수를 받아들었다.“줘.”차에서 내려 이담의 뒤로 다가간 진혁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면서 타일렀다.“술도 약한데 무리해서 마시지 마.”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꺼번에 감정이 터져 나온 이담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였다.“당신이 뭔데 참견해? 예전에 내가 토할 때, 힘들어할 때 신경을 쓴 적이나 있었어?”잠시 당황한 진혁은 말없이 묵묵히 그녀의 화를 받아냈다.“네 눈엔 항상 문초연이랑 그 여자 아들밖에 없었어.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진혁이 조용히 대답했다.“생각해 봤어.”이담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네 눈에는 그 여자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13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에는 애써 감추려고 했던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쓸쓸하게 가라앉고 있었다.예전이었다면 진혁에게서 이런 표정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시선을 피한 이담이 입을 열었다.“나 화장실 갈 거야.”서둘러 돌아서면서 걸음을 옮긴 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또다시 그의 세계로 빠져들까 봐,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화장실 안.이담은 조금이라도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이게 세면대 앞에서 립스틱을 살짝 덧바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자, 이담은 들어온 중년 여성을 바라보았다.고급스러운 차림에 검은 레이스 베레모를 쓰고 화장도 단정하게 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무척 또렷하고 아름다웠다.그런데 어딘가 어색했다.시술을 받은 듯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눈매만큼은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여자가 먼저 미소를 건네자 이담도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곧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스쳐 지나가던 여자의 손가락에 낀 커다란 다이아 반지가 이담의 머리카락에 걸렸다.“앗...”머리카락이 당겨지면서 두피가 얼얼하게 아팠지만, 여자가 허둥지둥 사과했다.“죄송해요, 머리카락이 걸렸네요!”“어머, 어떡해...”잔뜩 당황한 여자가 어쩔 줄 몰라 했다.“우리 남편도 늘 저보고 덤벙댄다고 해요. 뭘 해도 남한테 폐만 끼친다면서...”“다 제 잘못이에요.”정작 머리카락이 당긴 건 이담인데, 울음은 상대가 먼저 터뜨렸다.괜히 자신이 사람을 울린 것만 같아서 난감해진 이담이 달랬다.“괜찮습니다. 화난 거 아니니까 울지 마세요.”여자는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아가씨는 정말 착하네요.”이담이 휴지를 내밀며 덧붙였다.“머리카락만 조금 걸린 거니 괜찮습니다.”잠시 멈칫하다 휴지를 받아 든 여자가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심이담입니다.”“이담...”“참 예쁜 이름이네요.”환하게 웃은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다.“전 송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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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순과 하동규는 강성시에 도착한 뒤 국제호텔에 머물렀다.이번 방문은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 관련 일정 때문이었다.이담과 진혁이 도착했을 때 이미 넓은 레스토랑에서 안데르 교수 연구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마동순 대신 외교관 출신인 하동규가 통역을 맡았고, 대화는 막힘없이 이어졌다.곁에 있던 사람이 뭔가를 귀띔하자, 두 사람을 바라본 마동순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이담아, 진혁아. 왔구나.”이담이 먼저 인사했다.“할머니, 아버님.”아직 진혁이 이혼 서류에 서명하지 않은 이상, 이담은 여전히 하씨 가문의 며느리였다.고개를 끄덕인 하동규가 물었다.“강성시에서는 잘 지내고 있었니?”“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마동순이 이담의 손을 잡았다.“이담아, 안데르 교수님은 이미 만난 적이 있지?”이담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네, 뵌 적이 있습니다.”안데르 교수도 웃으며 말했다.“저도 심 선생님을 아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나중에서야 고 교수님의 제자라는 걸 알게 됐죠.”“괜히 민망했습니다.”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모두 자리에 앉았다.식사가 시작되고 마동순이 문득 안데르 교수의 제자 이야기를 꺼내자, 이담이 슬쩍 눈을 들어 안데르 교수를 바라봤다.그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엄밀히 말하면 제자는 아닙니다.”“제가 높이 평가한 건 그 사람의 논문이었지만, 인성은 제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중얼거렸다.“그랬군요...”손끝으로 접시 위를 천천히 빙글빙글 문지르면서 웃음을 참던 이담이 덧붙였다.“문초연 씨 논문이 정말 뛰어나긴 하죠. 10년 전에 발표한 신경줄기세포 이식 논문도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앞서간 내용이니까요.”진혁은 말없이 이담만 바라봤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마동순이 되물었다.“뭐라고?”곧 안데르 교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교수님이 말씀하신 제자가 문초연이었습니까?”“맞습니다.”마동순이 피식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11화

    강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유담이 물었다.“누구세요?”“연락을 드린 사람입니다.”“아... 그쪽이었군요.”한쪽으로 비켜선 강준이 안내했다.“이쪽으로 오시죠.”강준의 뒤를 따라 걷던 유담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이렇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처음이었다.‘경매장 사람들도 하 대표님만큼 부자인 건가?’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유담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그 엽전이 대체 얼마나 하는 건데요?”“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웃으면서 대답하는 강준의 말에 유담은 더 헷갈렸다.‘비싼 거야, 아닌 거야?’룸 문이 열리자, 병풍 너머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강준은 병풍을 돌아 안으로 들어가고 유담도 뒤따라 들어섰다.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유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요즘 운이 왜 이렇게 좋지? 잘생긴 남자를 벌써 두 명이나 보네.’은호 옆에 선 강준이 보고했다.“도련님, 송유담 씨입니다.”커피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유담을 바라본 은호가 물었다.“엽전은 당신 겁니까?”유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었습니까?”의아한 표정을 지은 유담이 되물었다.“아니... 경매장 사람이 아니었어요? 왜 그런 것까지 물으세요?”강준이 대신 설명했다.“송유담 씨. 저희는 경매장 사람이 아니라 권씨 가문 사람입니다.”“가지고 계신 엽전은 권씨 가문의 가보입니다.”그대로 얼어붙은 유담이 더듬거렸다.“가... 가보요?”“맞습니다.”“저희는 권씨 가문의 아가씨를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엽전을 어떻게 갖게 되셨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혹시 기억나는 게 있으십니까?”권씨 가문의 아가씨.며칠 전 하씨 가문 정원에서 우연히 들었던 대화가 떠오른 유담은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그렇다면 그 고물이 권씨 가문의 가보였다고?’‘그럼 왜 아빠가 가지고 있었던 거지?’순간 머릿속이 번쩍였다.‘설마 내가 송씨 집안의 친딸이 아니었던 거야?’그제야 모든 게 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10화

    그 순간 뒤에서 강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생각에 잠겨 있던 은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알겠어요. 제가 직접 만나 볼게요.”전화를 끊은 은호가 돌아서서 바라보자, 앞에 멈춰 선 강준이 보고했다.“도련님, 경매장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이미 들었어.”놀란 표정을 지은 강준이 되물었다.“벌써요?”목에 걸친 수건을 내려놓으며 은호가 지시했다.“그 여자 정보부터 가져와.”“네.”은호는 핸드폰 화면을 천천히 훑어본 뒤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차 준비해.”강성대학병원.함께 ICU를 찾아 송인성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 이담과 정우는, 침대 곁에 앉아 남편에게 밥을 먹여 주고 있는 송미연을 발견했다.이담이 다가가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환자분, 몸은 좀 어떠세요?”이담을 힐끗 바라보던 송인성은 금세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퇴원하면 안 될까요?”송미연도 얼른 거들었다.“그러게요, 선생님. 요 며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있어요.”“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 오래 입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정우가 차분히 설명했다.“보호자분, 퇴원 여부는 환자분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합니다.”“환자분이 원하신다고 바로 퇴원하실 수 있는 건 아닙니다.”“혹시 퇴원 직후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도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송미연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뭐라고 하려는데, 송인성이 먼저 물었다.“그럼 얼마나 더 있어야 합니까?”차트를 넘겨보며 정우가 대답했다.“내일까지 지금 상태를 유지하시면 일반 병실로 옮기실 수 있습니다.”“그리고 닷새 뒤 실밥을 제거하고, 그동안 합병증만 없으면 퇴원 절차를 진행해 드리겠습니다.”송미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그럼 그렇게 하죠.”적어도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 알게 됐으니, 송인성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ICU를 나온 뒤 정우가 문득 입을 열었다.“며칠 전에 지훈이 아버님한테 혼이 났다면서요?”웃어넘긴 이담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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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함께 집을 나서던 이담과 소연은 마침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지훈과 마주쳤다.“고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소연이 먼저 인사하자, 지훈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두 사람 너머로 현관문에 기대선 진혁이 눈에 들어왔다.“고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진혁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지만,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시선만 던질 뿐이었다.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이담은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반면 슬쩍 뒤를 돌아본 소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지훈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굳이 사람 신경을 긁으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진혁은 태연하게 옷깃을 정리했다.“제가요?”지훈이 피식 웃었다.“아주 티가 납니다. 서원 오피스텔을 통째로 사들이고, 심지어 제 옆집으로까지 이사를 오셨잖습니까?”“절 견제하려는 거 아닙니까?”진혁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지훈을 바라보더니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를 천천히 매만졌다.“전 아직 이혼하지 않았는데, 고 선생님은 틈만 나면 제 아내에게 다가오시잖아요.”“이 정도면 경계할 수밖에 없죠.”지훈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하 대표님도 불안하신가 보군요.”말끝에 비꼼이 묻어났다.“지금의 심 선생님과 예전의 하 대표님을 바꿔 생각해 보시죠.”“심 선생님이 초연 씨를 경계하던 그때, 하 대표님은 단 한 번이라도 심 선생님을 안심시켜 준 적이 있었습니까?”순간 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지만, 지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전 하 대표님의 전 여자친구보다는 선은 지킬 줄 압니다.”“심 선생님이 아직 이혼하지 않은 이상, 절대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겁니다.”말을 마친 지훈은 그대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복도에 홀로 남은 진혁의 얼굴은 불빛 아래에서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아 보였다. 주변의 공기마저 싸늘하게 식을 정도로....유담은 팔찌에 달려 있던 엽전을 시내 전당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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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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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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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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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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