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별이 되어 빛나리 / Chapter 271 - Chapter 280

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71 - Chapter 280

646 Chapters

제271화

다른 회사 간의 협상이라면 이익을 쥐꼬리만큼이라도 다투며 얼굴이 벌게지도록 싸우는 법인데 이 두 사람은 대체 왜 이런 판국이 벌어진 걸까?한쪽은 돈을 퍼주려 하고 다른 한쪽은 받기를 사양하고 있다니.도대체 무슨 꿍꿍이들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됐다.결국, 그 계약서는 기존의 조항대로 체결되었다.심성빈은 느긋하게 잔 속의 커피를 다 마셨지만, 회의실 밖에는 여전히 송하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펜을 집어넣고 재킷을 매만지며 서유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후, 떠날 채비를 했다.회의실을 나서고 복도 모퉁이를 돌다가 마침 실험실에서 나오는 송하나와 마주쳤다.홀가분한 표정을 보아하니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었다.임효민이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며 감탄을 연발했다.“언니 진짜 대단하세요! 엄청 복잡한 문제인데 바로 근원을 찾아내시네요!”송하나는 가볍게 웃으며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정면에서 걸어오는 심성빈과 눈이 마주쳤다.“심 대표님.”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심성빈 역시 자연스럽게 멈춰 서서 그녀의 부드럽고 차분한 얼굴에 시선이 머물렀다.“하나야, 제연에서 돌아온 이후로 줄곧 너랑 후속 협력 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네.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같이 밥 먹으면서 앞으로의 연구 개발 진척 상황을 논의하면 좋을 것 같은데?”그의 제안은 일적으로 볼 때 너무나도 합리적이지만 송하나는 혼자 병원에 있을 뭉치가 떠올라 마음이 약해졌다.그녀는 미안한 기색을 띠며 정중하게 거절했다.“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오늘 저녁은 이미 선약이 잡혔어요. 다음에 제가 따로 시간 잡아서 자세히 이야기 나누는 건 어떨까요?”심성빈의 눈가에 아주 희미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금세 평소의 여유로움을 되찾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다음에 봐.”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심성빈은 길가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 세단에 올라탔다.당장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명령하는 대신 차창을 내리고 담뱃갑에서 담배를
Read more

제272화

기사는 룸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보았다.늘 침착하고 고귀했던 대표님이 요즘 담배를 피우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혹시 무언가 고민거리가 있는 걸까?강현에서 가장 내로라하는 로펌.차정원은 손에 든 두꺼운 서류철을 덮고 손목에 찬 고가 시계를 힐긋 내려다보았다.송하나가 퇴근할 때까지는 아직 반 시간이 남아 있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두었던 정장 재킷을 집어 들었다.이때 여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는데 손에는 두툼한 자료 뭉치를 들고 있었다.“차 변호사님, 구영 그룹 장 대표님께서 방금 또 연락이 오셨는데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하십니다. 변호사님께서 장 대표님 아들 경제범죄사건을 맡아주기만 한다면 최종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변호사비로 10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셨고... 추가 금액도 상의할 여지가 있다는 의향을 넌지시 비쳤습니다.”이 사건과 더불어 엄청난 수임료는 이미 업계에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서 수많은 변호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동료들조차 이 사건을 따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판인데 차정원은 마치 중요하지 않은 소식을 들은 것처럼 계속 퇴근 준비를 하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거절해.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시간이 안 된다고 전해드려.”“네? 거절하라고요?”비서는 화들짝 놀라서 들고 있던 자료까지 떨어뜨릴 뻔했다.변호사님은 늘 소송 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토록 어마어마한 금액 앞에서도 단호하게 거절할 줄이야.그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는 차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비서는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차 변호사님을 모신 3년 동안, 퇴근 시간 전에 먼저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하물며 이토록 중요한 의뢰를 단호하게 거절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구는 걸까?설마 진짜 특별한 이유라도 생긴 걸까?현진 바이오테크 건물 앞.송하나가 회사 로비를 나서자마자 은은한 블랙의 고급스러운 세단이 한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차 옆
Read more

제273화

“뭉치야!”송하나가 놀라움과 희열에 찬 목소리로 작게 탄성을 질렀다.그녀의 얼굴에 순간 화사하고 눈부신 미소가 피어올랐다.차정원은 옆에 서서 뭉치를 쳐다보긴커녕 안도감에 젖은 그녀의 옆모습만 조용히 바라봤다.송하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니 차정원도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갔다.간호사는 기뻐하는 송하나를 보면서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뭉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회복하고 있어요. 컨디션도 아주 좋으니 하루만 더 지켜보고 내일 이때쯤이면 집에 데려가셔도 될 것 같아요.”뭉치도 송하나의 목소리를 들은 듯 작은 코를 유리창에 쓱 비볐다.그 순간, 송하나는 마음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뭉치 지금 가서 안아봐도 될까요?”“물론이죠.”간호사가 관찰실 문을 열어주었다.송하나는 뭉치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는데 꼭 마치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보물을 다루는 듯했다.그녀는 뭉치의 보드라운 털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뭉치야, 너 때문에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괜찮다니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차정원은 조용히 곁에 서서 온화한 시선으로 그녀와 뭉치를 바라보았다.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자신이 그 언젠가 동물병원에서 서서 한 여자와 그녀의 품에 안긴... 토끼를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게 될 줄이야.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이 왠지 모르게 가치 있게 느껴졌다.같은 시각, 이원 그룹 대표이사실.송태리는 운송 케이스에 담긴 귤이를 보며 눈가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이강우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나긋하게 말했다.“강우 씨, 나 귤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랑 캔을 좀 더 사다주고 싶어요. 새집에 가서도 엄마에 대한 추억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도 될까요?”이강우의 시선은 줄곧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고 머리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비서한테 분부할게.”“우리가... 직접 가서 고르면 안 될까요?”송태리의 목소리에는
Read more

제274화

차정원이 통화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송하나 곁으로 돌아왔다.그는 송하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 걸 눈치채고 몸을 살짝 숙여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송하나는 재빨리 시선을 내리고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평온하게 유지했다.“아니에요, 아무것도.”다만 차정원은 방금 그녀가 바라본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더니 문 앞에 불청객 두 명이 서 있었다.송태리 역시 그들을 알아차렸다.특히 이강우가 송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볼 때, 그녀는 저도 몰래 이강우의 팔을 더 꽉 끌어안았다.송하나는 품 안의 뭉치를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며 온화하게 말했다.“내일 다시 와서 데려갈게요. 그럼 수고하세요.”이어서 차정원에게도 또렷하고 단호하게 말했다.“변호사님, 우리 이만 가요.”“그래.”차정원이 대답했다.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허리에 매너손을 올리며 그녀를 보호해 주려는 의도가 가득했다.두 사람은 이강우와 송태리 앞을 가로질러 곧장 지나쳤다.송하나는 두 남녀를 아예 공기 취급하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줄곧 제자리에 서 있던 이강우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남자가 송하나를 데리고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거기에 시종일관 자신을 무시하는 송하나를 보고 있자니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확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았다.‘젠장! 아주 잘해.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도 전에 남자를 밥 먹듯이 갈아타네 저거? 배짱도 두둑하지, 송하나!’그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주변 공기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송태리는 바로 옆에 서 있으니 남자의 몸이 경직되고 숨 막힐 듯한 저기압을 내뿜는 걸 고스란히 느꼈다.이강우는 송하나가 사라진 방향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두 눈에 분노의 불씨가 활활 타올랐다.이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있자니 송태리는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찔린 듯 아프고 씁쓸한 질투가 차올랐다.그녀는 이강우의 팔을 살짝 흔들며 부드러운 말투에 미묘한 도발을 섞어 말했다.“강우 씨, 하나랑 저 남자... 꽤 친밀해 보이는데.
Read more

제275화

“그런 건 아니고요... 나 그 사람 곁에서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미 싹 다 체념했어요.”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 창밖의 먼 곳을 응시했다.“이제 이강우한테 마음 없어요. 일말의 미련도 없어요. 그저 이해가 안 될 뿐이에요... 딴 여자랑 아이까지 있으면서 대체 왜 이렇게 이혼을 질질 끄는 걸까요? 이혼을 안 해주는 이유가 뭔지, 뭘 더 원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이것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마치 무언의 통제이자 고문처럼 느껴졌다.게다가...송태리는 그녀의 원수 집안의 딸이다.이강우가 송태리를 챙겨주고 보호해 주는 건 송하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거나 다름없다.송태리를 향한 증오와 더불어 이강우에게도 더는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고 오직 혐오와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뿐이었다.차정원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렌즈 너머의 그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차분했다.이강우가 오늘 송하나를 바라보던 눈빛은 아무 감정도 없는 여자를 보는 눈빛이 절대 아니었다.그 안에 끓어오르던 분노와 숨길 수 없는 소유욕을 대놓고 표출했으니까.차정원 역시 궁금했다.이강우가 갖은 수단을 써가며 재판을 계속 지연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단순히 송하나를 괴롭히기 위해서?아니면 본인조차 정리하지 못한 더 깊고 복잡한 감정이 작용하는 것일까?차정원은 잠깐 고민에 빠져 있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방법이 있긴 해. 이혼에 빨리 동의하게 만들 방법 말이야.”“뭔데요 그게?”송하나는 그를 바라보았다.차정원은 안경을 고쳐 쓰고 은근히 혹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남자친구를 사귀는 거지. 네 옆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보면 이강우 씨 성격상 자존심 때문에라도 홧김에 이혼에 응할 확률이 높아.”송하나는 멍해졌다.“남자친구요?”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반박했다.이강우를 화나게 하려고 진심도 아닌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그건 본인에게나 상대에게나 너무 무책임하고 황당한 일이었다.한편 차정원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꼭 진
Read more

제276화

그녀는 커튼을 내리고 더욱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이 대표님, 우리 사이엔 이혼 말고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다고 보는데요. 만약 이혼 얘기라면 제 변호사랑 직접 연락하시고 다른 일이라면 죄송하지만 들어줄 시간이 없네요.”말을 마친 송하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칼같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수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통화 종료음이 울렸다.이강우는 휴대폰을 꽉 잡고 잠시 멍하니 넋을 놓았다.송하나가 이런 식으로 먼저 전화를 끊을 줄이야. 이 현실이 도통 믿어지지 않았다.이강우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갑고 기계적인 기계음뿐이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통화 중이니 잠시 후에 다시...”한 번, 두 번, 세 번...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오직 이 차가운 거절의 제시음 뿐이었다.송하나는 그를 차단했다!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강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모든 자제력이 산산이 조각났고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 같았다.“그래, 송하나! 아주 좋아! 진짜 대단해.”그는 이를 악물고 이 몇 글자를 쥐어짰다.주먹으로 핸들을 세게 내리치니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이강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송하나는 한때 온 세상이 이강우였다. 그가 아무리 냉랭하게 굴어도 꿋꿋이 옆에 있어 주던 여자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걸까?차갑고 삭막하고 뾰족한 가시가 되어 그의 마음을 쿡쿡 찌르고 있다니...심지어 필사적으로 이강우를 피하며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기회를 안 준다.극심한 괴리감과 철저히 통제를 잃은 상실감은 단순한 분노보다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고 얼마 남지도 않은 이성을 모조리 태워 없앨 지경이었다.분노의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려 할 때, 냉혹한 건강검진 보고서가 불쑥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반년 전, 송하나는 자궁외임신으로 대출혈을 겪었다.이강우의 소홀함과 냉담함 때문에 그녀는 혼자서 두 번이나 수술실에 실려 갔고 죽음의 문턱을 헤맸었다.애써 깊숙이 묻어두었던 죄책감과 자괴감이 갑자기
Read more

제277화

그때 마침 병원에 반려동물과 함께 진료를 보러 온 손님들이 몇 명 있어서 간호사들은 접수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이 두 사람의 수상한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들은 몰래 관찰 구역으로 들어가 한 명이 재빨리 뭉치가 있던 케이지 문을 열더니 발버둥 치는 작은 토끼를 한 번에 안아 넓은 코트 안에 숨겼다.다른 한 명은 문 앞에서 망을 보다가 일을 마친 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빠져나갔다.CCTV 화면을 본 간호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동물병원에 와서 토끼를 훔치다니?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옷을 꽁꽁 싸매서 누가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송하나는 화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상대가 얼굴을 완벽하게 가렸을지라도 그 여자의 체형과 걸음걸이, 그리고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비비는 작은 습관까지 절대로 착각할 리가 없었다.두 사람은 바로 김지영과 송종현, 그녀의 잘난 삼촌, 숙모였다.거기에 송태리 그 천한 년까지!어제 펫샵에서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오늘 그녀의 부모가 정확히 찾아와 뭉치를 훔쳐 가다니.송태리가 뒤에서 지시하지 않았다면 대체 누가 또 이런 짓을 꾸밀 수 있을까?인간들이 어떻게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복수하려 드는 거지?송하나는 말할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길옆에서 택시를 잡고는 곧장 송씨 저택으로 향했다.차 안에서 그녀는 주먹을 꽉 쥐어서 손톱이 살을 파고들 지경이었다.이 인간들이 감히 뭉치를 털끝 하나 건드린다면...오늘 기필코 송씨 저택을 풍비박산 내버릴 것이다.택시가 송씨 저택 입구에 도착하자 송하나는 즉시 뛰어내려 문 앞으로 달려가서 문짝을 세차게 두드렸다.“문 열어! 김지영, 송종현, 당장 나와!”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김지영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에는 가식적인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동자 속엔 노골적인 야유와 득의양양함이 가득 찼다.“어머, 난 또 누구라고, 하나 왔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하나가 여기까지
Read more

제278화

송하나는 몸을 홱 돌리고 눈빛만으로도 김지영을 찢어발길 기세였다.“무슨 뜻이야? 김지영! 대체 뭉치한테 무슨 짓 한 거냐고!”이에 김지영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고작 토끼 한 마리가 얼마나 한다고. 네 삼촌이 갑자기 토끼찜이 먹고 싶다고 해서 우리가 그냥... 하나 너도 이참에 남아서 같이 저녁 먹자. 숙모 요리 솜씨도 맛보고 말이야.”“뭐... 뭐라고?”송하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이건 마치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그녀는 곧장 미친 사람처럼 부엌으로 돌진했다.진하고 기름진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가스레인지 위의 냄비에서는 여전히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김이 솟고 있었다.옆에 놓인 쓰레기통 안에는 더러워진 하얀 토끼 털 몇 가닥이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본 순간, 송하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머리가 백지장이 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온 세상이 뒤틀리고 끔찍한 혈막으로 뒤덮이는 것 같았다.뜨거운 눈물이 예고도 없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파르르 떨며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우리 뭉치를... 뭉치를 죽였어?”“그럼 또 뭐? 어차피 짐승 새끼잖아.”김지영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경멸 가득한 어투로 대답했다.“그리고 말이야. 설령 우리가 그랬다는 걸 알면 뭐해? 너 증거 있어? CCTV 속 두 사람이 우리란 걸 누가 증명할 수 있는데? 지금 이 냄비 속의 고기가 네가 기르는 토끼라는 걸 누가 증명할 수 있냐고?”“하... 증거?”송하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은 어느덧 시뻘겋게 충혈되었다.수년간 쌓여온 원한과 지금 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한 고통이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송하나는 미쳐버렸다.드디어 철저하게 미쳐버렸다.그녀는 펄펄 끓고 있는 냄비를 확 들어 올리더니 모든 절망과 분노를 담아 김지영에게 가차 없이 내리쳤다.“으아악...”돼지 멱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김지영은 비록 대부분 공격을 피했지만 뜨거운 국물이 다리에 튀어 살
Read more

제279화

그리고 이 폐허 속에 송하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손에 차가운 도끼 칼을 꽉 쥐고 있었고,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으며, 가슴이 격렬하게 들썩였다. 꼭 마치 벼랑 끝에 몰린 짐승 같았다.“강우 씨!”송태리는 즉시 이강우의 등 뒤로 숨어서 앙칼진 목소리로 외치며 눈물을 흐느꼈다.“송하나 쟤 미쳤어요. 우리 엄마 아빠를 죽이려고 해요!”한편 김지영과 송종현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오며 순식간에 겁에 질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강우야, 태리야, 두 사람 드디어 왔네!”김지영이 울부짖었다.“얘가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다짜고짜 우리한테 칼을 휘둘렀어. 우리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니까.”송종현도 재빨리 아내를 거들면서 뼈 있는 소리를 덧붙였다.“그래, 강우야, 하나 이러는 거 정말 너무 위험해. 얘가 전에도 병이 도져서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 이제 정말 정신병원에 연락해야 할 것 같아. 안 그러면 나중에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이강우의 시선은 그들을 넘어 송하나에게 단단히 고정되었다.그녀는 가슴이 격하게 떨렸고 맑고 영롱했던 눈동자는 공허함과 절망만이 남았다. 그 모습을 본 이강우는 심장이 무언가에 세게 쥐어뜯기는 듯 먹먹하고 아팠다.그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말했다.“하나야, 칼 내려놔.”송하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입가에 싸늘하고 처량한 미소가 걸렸다.“왜? 이제 당신까지 와서 정의를 구현하게? 날 잡아서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거야?”그녀의 눈빛은 무뎌진 칼처럼 이강우의 심장을 조금씩 베어냈다.격렬한 분노와 모든 걸 찢어발길 듯한 액션이 지나간 후, 거대한 공허함과 절망이 휘몰아치면서 차가운 해일처럼 송하나를 완전히 집어삼켰다.그녀는 부모님도 지키지 못했고 이제 뭉치마저 지켜주지 못했다.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온몸을 짓눌렀고 이 세상이 소리 없는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그래, 어쩌면 나... 병이 다시 도졌을지도 몰라.’송하나는 손목을 살짝 돌리
Read more

제280화

송하나의 흐릿했던 시선이 점차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고 팽팽했던 신경이 조금씩 풀려나갔다.손가락에 힘이 빠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동시에 그녀도 몸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을 잃은 채 뒤로 쓰러졌다.이강우와 차정원은 거의 동시에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나갔다!결국, 차정원이 한발 앞서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아 안았다.그는 송하나를 안아 들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잠깐!”이강우가 길을 막아서며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억눌려 있었다.“내 와이프야. 나한테 넘겨!”차정원은 걸음을 멈추고 날카로운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이 쓰레기 같은 가족을 도우면서 하나를 괴롭히고 이 지경까지 몰아세울 땐 전혀 아내라는 생각을 안 했나 보지? 야, 이강우! 너 따위가 지금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기어코 하나가 네 눈앞에서 죽는 꼴을 봐야 만족하겠어?”이강우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꽉 막혀버렸다.송하나의 창백한 얼굴과 손목에 흘러내리는 선홍빛 핏물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칼에 베이는 듯 아팠고 더는 그녀를 가로막으려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결국, 그저 차정원이 자신의 명의상 아내를 안고 한 걸음씩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분이었다.차정원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차에 태우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송하나의 손목에 난 상처는 그리 깊지 않지만 너무나 끔찍했다. 의사는 우선 손목 상처를 치료하고 전반적인 검사도 진행했다.진단 결과는 과도한 감정적 동요로 인한 혼미와 함께 심각한 우울증 재발이었다.송하나가 또다시 자해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야 한다고 의사가 신신당부했다.차정원은 병실에서 그녀 곁을 밤새워 지켰고 다음 날까지도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그 사이 노트북으로 긴급한 업무만 처리했을 뿐, 시선은 침대 위 창백하고 연약한 그녀의 잠든 얼굴에서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다음 날 저녁 무렵.해 질 녘 노을빛이 커튼 사이로 병실 안에 스며들 때,
Read more
PREV
1
...
2627282930
...
6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