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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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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극도의 실망감과 슬픔이 또다시 송하나를 집어삼켰다.뭉치가 아니었다...하긴, 뭉치일 리가 없지.뭉치는 이미 김지영 일당에게...이것은 차정원이 그녀를 위로하려고 일부러 구해온 똑같은 비주얼의 다른 토끼일 것이다.다만 어떤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빈자리를 메꿀 수가 없다.송하나는 천천히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변호사님 호의는 고맙습니다만 이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뭉치가 아니잖아요.”차정원은 슬픔을 억지로 참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저릿하고 씁쓸해졌다.그는 토끼를 가져가지 않고 되레 송하나에게 들이밀며 침착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하나야, 잘 봐봐. 얘 진짜 뭉치야.”송하나는 머리를 번쩍 쳐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토끼를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익숙한 눈빛, 귀 끝의 미세한 작은 점, 그녀의 손바닥에 비비는 습관적인 움직임... 자잘한 것까지 이 아이가 정말 뭉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아니 어떻게...”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마침내 차정원이 입을 열었다.“실은 어젯밤에 널 바래다준 뒤에도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송씨 집안 사람들이 행여나 몰래 나쁜 짓을 할까 봐 내가 다시 동물병원으로 가서 뭉치를 바꿔치기한 거야.”“그러니까 뭐냐면 김지영 일당이 해친 건... 다른 토끼였어. 네가 기르는 뭉치는 다른 관찰실에서 줄곧 안전하게 있었어. 봐봐, 멀쩡하잖아.”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희열이 바로 이런 걸까? 따뜻한 전류가 송하나의 마음을 흠뻑 적셨다.그녀는 뭉치를 품에 꼭 껴안았다.따뜻하고 부드러운 작은 몸이 자신에게 다소곳하게 기댔고 약하지만, 콩닥콩닥 뛰는 심장 박동이 보드라운 털을 통해 선명하게 느껴졌다.눈물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더 이상 절망의 차가움이 아닌 마치 새로 태어나는 듯한 뜨거운 홍수였다.차정원은 곁에 서서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그때 시간이 너무 늦어서 네가 쉬는 데 방해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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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병실 안에서 그 갑작스러운 포옹은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송하나는 이내 흥분과 감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행동이 선을 넘었음을 깨닫고는 서둘러 손을 떼었다.차정원의 팔 역시 늘 신사적으로 그녀를 허공에 감싸고 있었을 뿐 실제로 힘을 줘서 잡고 있지는 않았기에 그녀가 물러서자 자연스럽게 놓아주었다.병실에 미묘한 정적이 감돌았다.차정원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깨뜨렸다.“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고프겠다.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그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갔다. 송하나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같은 시각, 이원 그룹 대표이사실.비서실장이 공손하게 서류 한 부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이건 병원에서 보내온... 송하나 씨 진료 기록 사본입니다.”이강우는 고개를 들고 그 서류를 들여다보았다.긴 손가락으로 종이를 펼치다가 [중증 우울증 재발]과 [감정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시도]라는 진단을 보았을 때,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머릿속에서 어제의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쳤다. 송하나의 공허하고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 그리고 그녀가 주저 없이 칼끝을 손목에 댔던 장면들까지...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쥐어진 듯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다.그는 문득 자신이 송하나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친척 집에 얹혀살았다는 것만 알 뿐 그 모든 과거가 그녀에게 이렇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결혼 후, 이강우는 그녀가 가끔 흰색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보았었다.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심지어 여성용 비타민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은 아마도 송하나가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병마와 싸우기 위한 약이었을 듯싶었다.다만 법적 남편인 그가, 가장 가까운 배우자로서 일부러 눈을 감고 모른 척했던 것이다.이강우는 보고서를 덮고 눈을 감았다. 가슴속에서 격하게 요동치는 이 감정을 억누르려고 모진 애를 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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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오빠는 안 들어가요?”“응.”차정원은 굳게 닫힌 방문을 한 번 쓱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너무 늦었잖아. 내가 여기 있으면 괜히 더 불편할 거야.”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빛이 짙어지며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게다가 지금 처리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남았어.”김지영과 송종현...그는 이 두 사람을 결코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차설아는 갑자기 얼음장처럼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변한 오빠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지금 이 표정은 너무나 익숙했다.이제 누군가는 크게 잘못될 터였다.차설아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걱정 마요. 하나는 내가 잘 챙길게요!”차정원은 곧장 자리를 떠났다. 그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금세 사라졌다.이어서 차설아가 음식 상자를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하나야.”“설아야.”침대에 기대어 있던 송하나가 그녀를 보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웬일이래?”“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왔지! 네가 아프단 말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차설아는 성큼성큼 병상으로 다가가 날렵한 손놀림으로 도시락을 열면서 끝내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쏟아냈다.“하나야, 다음부터는 절대로 멍청한 짓 하지 마! 칼을 휘두른다 해도 그 인간쓰레기들을 찔러야지 왜 자해하고 있어?”송하나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지만 동시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그녀는 차설아가 가져온 음식을 얌전히 다 먹어치웠다.얼마 후, 간호사가 노크하고 들어와 저녁에 복용할 약을 건넸다.차설아는 송하나가 항우울제를 한 움큼씩 차분하게 털어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는 문득 가슴이 아파져 눈가가 붉어졌다.송하나의 우울증은 한때 정성스러운 치료 끝에 거의 다 나았고 약물 복용량도 최저로 줄였던 상태였다.하지만 이강우와의 가슴 시린 결혼 생활 때문에 다시 기분이 가라앉더니 가끔 약을 먹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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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이강우가 아무런 반박도 못 하니 차설아는 울화가 더 세게 치밀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송하나가 너무 안쓰러웠다.이강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손에 든 보온병을 앞으로 내밀었다.“하나가 좋아하는 거예요. 따뜻할 때 먹여요.”차설아는 정교한 도시락을 내려다보았지만 일말의 감동도 없이 오히려 야유만 스쳤다.“아직도 모르겠어요?”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이 대표님이 가져다주는 그 어떤 것도 하나에겐 보상이 아니라 모욕이에요. 과거에 자신이 자청했던 우스꽝스러운 시간들이 얼마나 가엾었는지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거라고요. 지금 우리 하나가 제일 필요 없는 게 바로 대표님의 뒤늦은,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배려예요. 알겠어요?”“제발 부탁이니 이제 그만하시고 하나 앞에 다신 나타나지 말아요. 그게 지금 대표님이 하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 더 이상 하나 괴롭히지 말아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네?”이강우의 손이 허공에 붕 떴다.그의 시선은 차설아를 넘어 굳게 닫힌 병실 문으로 향했다.이제는 심지어 송하나의 연약하고 창백한 얼굴이 상상되고 그녀가 자신을 외면하는 모습마저 짐작이 갔다.아주 잠깐 침묵이 흐른 뒤, 이강우가 자리를 떠나갔다.그의 주변에 감돌던 차가운 기운은 가시지 않았지만 결국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하고 보온병을 옆 의자에 내려놓은 채 몸을 돌려 떠났다.차설아는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재빨리 쓰레기를 버리고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면서 다시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그 시각, 송하나는 한창 뭉치를 품에 안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인기척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설아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그게 실은 마침 간호사랑 마주쳐서 네가 약물 복용 하는 주의사항을 몇 가지 여쭤봤거든.”차설아는 웃으며 걸어와 자연스럽게 침대 시트를 정리해 주었다.“멍 때리지 말고 얼른 누워서 좀 쉬어.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푹 쉬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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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그래, 태리야. 지금 온 집안의 운명이 너한테 달렸어! 송진 그룹은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잖아!”송태리 또한 안색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그날 밤 송하나가 끌려간 이후, 이강우도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 뒤로 줄곧 송태리를 피했고 그녀의 전화와 메시지에는 일절 응답이 없었다.송태리는 불만 섞인 어조로 말했다.“아빠, 엄마도 참! 내가 분명 말했잖아요. 그냥 그 계집애 따끔하게 혼내라고 했지 누가 토끼를 아예... 이제 강우 씨까지 이 모든 일이 내가 시킨 거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고 전화도 안 받아요. 뭐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김지영은 가슴 찔린 듯 멋쩍게 말했다.“우리도 어떻게 알았겠니? 고작 토끼 한 마리 가지고 하나 그 계집애가 그렇게까지 정신 나갈 줄은 몰랐지... 태리야, 지금은 이런 말들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강우가 널 예뻐하잖아. 이제 임신도 했으니 우리 집안을 나락으로 보내진 않을 거야. 아직 홧김이라 흥분한 것 같으니 네가 가서 잘 말해봐. 애교도 부리고 예쁜 말 좀 하면 분명 마음이 누그러질 거야!”“우리 집안이 이원 그룹 덕분에 겨우 살만해졌는데 또다시 진흙탕으로 떨어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셈이야?”송태리는 그날 밤, 이강우가 송하나를 바라보던 애틋한 눈빛을 떠올리자 마음속에 독침 하나가 박힌 듯했다.그녀는 치밀어 오르는 시샘과 원한을 억지로 눌렀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찾아가 볼게요.”송태리는 차를 몰아 이원 그룹 본사로 향했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공손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그녀를 막아섰다.“죄송합니다, 송태리 씨.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셔서 오늘은 따로 손님을 뵙지 않으십니다.”“비켜요! 급한 일로 찾아왔단 말이에요! 강우 씨가 어떻게 날 안 봐요?”송태리는 억지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비원들이 단호하게 막아섰다.“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송태리 씨.”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하자 이강우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뚜렷해졌다.송태리는 이원 그룹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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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이번 일은 엄연히 이강우의 역린을 건드렸다.그는 더 이상 송태리를 감싸주고 눈감아줄 수가 없었다.이강우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업무에 몰입했다.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송태리는 하이힐을 신고서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두 시간 가까이 서 있었다.다리는 이미 저릿하다 못해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이강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주변의 수군거림과 따가운 시선은 그녀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분노는 이제 정점에 치달았다.송태리는 이를 악물고 큰 결심을 내리더니 일부러 몸에 힘을 빼면서 다리를 휘청거렸다.가식적으로 내뱉은 힘없는 비명과 함께 그녀는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이 소식이 곧장 대표이사실에 전해졌고 비서실장이 다시 한번 급히 사무실로 들어섰다.“대표님, 송태리 씨가... 쓰러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내려가 보셔야...”마침내 이강우가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지만 싸늘하고 짙은 눈동자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구급차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처리하고.”비서실장은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이내 이강우의 의도를 파악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고는 자리를 물러섰다.“네, 대표님.”같은 시각, 병실 안.차설아가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잃어버렸던 뭉치까지 되찾으니 송하나의 기분도 한결 안정되었다.그녀는 언제 꺼뒀는지 모를 휴대폰을 다시 켜자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 알림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일부는 그녀가 충동적으로 송씨 저택에 달려갔을 때 걸려온 차정원의 전화였고 또 일부는 서유준한테 온 메시지인데 무슨 일은 없는지, 왜 회사에 나오지 않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송하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서유준에게 답장을 보냈다.몸이 좀 안 좋았고 휴대폰까지 잃어버려서 답장이 늦었다고 말할 뿐 다른 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곧장 송하나와 함께 병원에 가보자고 관심 조로 말했다.하지만 송하나는 굳이 선배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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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차설아는 화들짝 놀라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오빠, 손이 이게 뭐예요? 잠깐만, 이 음식들 혹시... 오빠가 직접 만들었어요?”차정원은 흔들림 없이 손을 빼내 그릇을 송하나의 손에 안정적으로 쥐여주고는 여전히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시판은 아무래도 내가 직접 하는 것만 못하지. 맛은 괜찮을 거야. 한번 먹어봐.”적당히 따뜻한 국그릇을 받아 든 송하나는 그의 손등에 남은 희미한 상처를 바라보자 마음이 살짝 울컥했다.“고마워요, 변호사님.”“오빠!”차설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뉘앙스와 강한 질투심이 서려 있었다.“난 살면서 오빠가 끓여준 라면도 한 젓가락 못 먹어봤는데 지금 하나를 위해서 요리를 했다고요? 나도 먹을래!”차정원은 그런 동생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그릇을 하나 더 챙겨와 그녀 몫까지 덜어주었다.차설아는 곧장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을 반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와, 진짜 맛있다! 느끼하지도 않고 너무 시원해요. 오빠 완전 숨은 실력자였네!”그녀는 국을 마시면서 의미심장하게 감탄을 연발했다.“우리 집 차 변호사님은 법정에서도 카리스마 넘치고 요리 솜씨도 아주 끝내주네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 미래의 올케는 진짜 복 받았어요.”그 시각, 병원의 VIP 병동은 정반대의 풍경이었다.송태리는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이강우는 최고급 의료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직접 얼굴을 비춘 건 오직 그의 비서실장뿐이었다.“강우 씨는요?”그녀의 목소리는 힘없이 떨렸고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왜 나 보러 안 와요?”예전 같으면 조금만 불편해도 이강우는 수중의 업무를 마다한 채 곧바로 달려와 곁을 지켜주곤 했다.비서실장은 침대 옆에 서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송태리 씨, 대표님께서 지금 긴급한 업무를 처리 중이십니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대신 전달하겠습니다.”“이딴 식으로 전달받고 싶지 않다고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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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태리야, 강우가 아무리 화났어도 아기는 죄가 없잖아. 아이까진 외면할 수 없을 거야.”그녀는 말하면서 송태리의 평평한 아랫배에 시선을 두었다.그러고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약봉지를 꺼냈다.“어차피... 네 배 속에 있는 애도 강우의 씨가 아니니 언젠가 정리해야 할 걸 차라리 미리 일을 만드는 게 어때? 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강우도 분명 마음 아파할 거야.”이 약은 원래 송하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준비해 둔 것인데 이렇게 빨리 쓰일 줄이야.송태리는 하얀 알약 두 개를 보며 내심 갈등했다.“그런데... 자칫하다 애까지 없어지면 난 앞으로 뭘 믿고 이씨 가문에 발을 들여요? 이 아기는 내게 남은 마지막 패나 다름없다고요.”“걱정 마. 엄마가 알아서 조절할게. 딱 반 알만 먹으면 유산까지 안 가고 적당히 아프기만 할 거야.”김지영은 단호하게 말하며 딸에게 약을 건넸다.송태리는 그 약을 내려다보다가 이를 악물고 끝내 반 알을 슬쩍 삼켜버렸다.약효는 생각보다 빠르게 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배를 감싸 쥐고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격렬한 자궁 수축 통증에 몸을 웅크리자 침대 시트에 섬뜩할 만큼 선명한 피 얼룩이 번지기 시작했다.“태리야, 너 왜 그래? 엄마 놀라게 하지 마!”김지영이 황급히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울부짖었다.곧이어 병실 문밖을 향해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여기요, 사람 살려요! 의사 선생님, 빨리 의사 불러!”문 앞에 서 있던 비서실장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안으로 들어섰다.송태리의 하반신에서 피가 쏟아지는 참상을 보자 그의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김지영은 비서실장의 팔뚝을 잡아채며 통곡했다.“빨리 강우한테 연락해요. 태리가 갑자기... 갑자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요. 아이가 위험할지도 모르니 강우 당장 불러와요.”비서실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체없이 의사를 불렀고 그와 동시에 이강우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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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송하나 씨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비서실장이 대답했다.하지만 그 찰나의 망설임과 말끝의 떨림을 심성빈은 놓치지 않았다.그는 두 눈을 번쩍 뜨고 금세 엄숙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무슨 일이야? 사실대로 말해!”비서실장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는 마지못해 가장 간결하고 객관적인 단어로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송하나의 토끼가 송태리 부모에게 도둑맞아 토끼찜이 돼버린 일, 송하나가 송씨 저택에 쳐들어가 소동을 벌였던 일, 그리고 결국 우울증이 재발해 손목을 긋는 바람에 입원하게 된 것까지 낱낱이 보고했다.심성빈은 조용히 듣기만 할 뿐 얼굴에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하지만 손에 쥔 펜을 더 세게 움켜쥐며 끓어오르는 분노와 그녀를 향한 걱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비서실장의 보고가 끝나자 실내는 순간 정적에 잠겼다.몇 초 후, 심성빈이 입을 열었다.차가운 목소리에 억눌린 분노와 질책이 섞여 있었다.“며칠 전에 일어난 일인데 왜 지금 보고하는 거야?”그는 평상시에 비인간적으로 엄격한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송하나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만큼은 마지노선이 소름 끼치도록 명확했다.비서실장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대표님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협상이 가장 중요한 단계라 밤낮없이 매달려 계셔서... 괜히 방해가 될까 봐, 결정에 영향을 줄까 봐 차마 보고드리지 못했습니다.”그는 주저했지만 결국 더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예를 들어 송하나가 곤경에 처했던 그 날 밤, 자신들의 지원팀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호천사’가 먼저 나타났다는 사실, 차 변호사라는 분이 그녀의 일에 대해 극도로 신경 쓰며 당장 병원에 실어다 주었고 사소한 것까지 아주 섬세하게 곁에서 챙겼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심성빈의 기분이 더 나빠질까 봐 차마 입밖에 내뱉지 못했다.“아주 제멋대로네! 다음 분기 보너스 취소야!”비서실장이 자신의 보너스를 아쉬워하기도 전에 심성빈의 명령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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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송태리는 우느라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다.“우리 아이가... 아이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나 너무 무서워요...”이강우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꽉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남자의 짙은 시선에 담긴 속내를 도통 알아챌 수가 없었다.그는 소리 없이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 움직임에는 미련 같은 걸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죽은 형에 대한 의리, 그리고 그녀 배 속에 있는 핏줄 때문에라도 이강우는 완전히 모른 척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이 그녀와 송씨 가문 사람들의 만행을 용서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그가 손을 빼낸 순간, 송태리는 마음이 덜컥했고 처절한 울음을 터트렸다.“강우 씨, 미안해요. 정말 잘못했어요...”그녀는 울먹이는 조로 겨우 변명했다.“그날 펫샵에서 돌아왔을 때... 단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몇 마디 툴툴거린 것뿐이에요... 하나가 토끼를 안고 있는데 강우 씨 눈빛이 줄곧 걔한테 꽂혀있으니 너무 속상하고 싫었거든요. 하지만 맹세해요! 정말 그냥 투정만 부린 거지 부모님께 그런 짓 하라고 시킨 적은 절대 없어요!”송태리는 자신을 ‘사랑에 눈이 멀어 질투심을 느낀 순진한 여자’로 포장하며 애써 변명했다.“강우 씨를 너무 사랑해서, 잃을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그렇게 극단적이고 끔찍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그녀는 모든 책임을 교묘하게 부모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하나가 보물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인데, 무려 살아있는 생명인데 대체 어떻게...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에요, 강우 씨. 제가 주제넘게 질투하고 투정 부리지 말았어야 했어요.”“절 꾸짖고 원망해도 달갑게 받아들일게요. 하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면 바로 그렇게 할게요. 뭐든 다 할 테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말을 마친 송태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올리고 시선을 올리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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