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화내지 마세요.”송하나는 조심스럽게 홍경자의 등을 토닥였다.“의사 선생님께서 화내시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홍경자는 송하나의 손을 꼭 움켜쥐며 눈시울을 붉혔다.“하나야, 할머니가 미안하구나. 그때 내가 무리하게 너희를 억지로 맺어주지 않았더라면 너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할머니, 그건 전혀 할머니 탓이 아니에요.”송하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그냥... 강우 씨와의 인연이 다한 거뿐이에요. 저는 이제 다 내려놨어요.”송하나는 숟가락에 국을 떠서 조심스럽게 홍경자한테 먹여주며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시간이 흘러 홍경자가 잠이 들자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복도 구석에서 송태리가 벽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송하나, 우리 얘기 좀 해.”송태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여전히 도도한 어조로 말했고 송하나는 그녀를 무심한 시선으로 스쳐보며 대꾸했다.“너랑 할 얘기 없어.”송하나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송태리가 한 걸음 내디디며 앞을 가로막았다.“방금 분명히 봤잖아. 강우 씨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할머니께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날 데리고 온 거야.”“그래서?”“그래서라니? 눈치가 있다면 빨리 강우 씨와 이혼하는 거지. 이렇게 질질 끌면 다들 피곤하지 않겠어? 특히...”송태리는 일부러 병실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할머니를 이런 일로 계속 자극하는 것도 좋지 않을 테고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송하나는 잠시 말없이 송태리를 응시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송태리, 그렇게나 서둘러 신분을 바꾸고 싶은가 봐? 안타까워서 어떡하니? 내가 이혼하지 않는 한 넌 영원히 내연녀에 불과해.”송태리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너!”송하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아, 맞다. 다음에 할머니 뵐 때는 향수 좀 바꿔.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 강한 향을 제일 싫어하거든.”말을 마친 송하나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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