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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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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서유준은 해외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엘리트였으며 현진 바이오테크의 창립자이기도 했다. 송하나는 그의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이강우는 냉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송하나, 참 대단하군.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수법이 참 좋아.'실험실에서는 송하나를 포함한 연구 개발팀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다.그들의 노력은 빛을 발해, 개발된 항암제는 98%라는 놀라운 종양 억제율을 기록했다.임상 데이터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환자 투여 과정 중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모든 부작용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서유준은 사무실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드러냈다.“여러분의 수고 덕분에 우리가 암 치료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약처에 이미 실험 보고서를 제출했고 승인만 나면 바로 출시할 수 있습니다. 이 신약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겁니다!”직원들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항암제 개발 성공은 회사를 업계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많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의미 있는 성과였다.현진 바이오테크의 항암제 개발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순식간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협력을 요청하는 제약사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진 바이오테크는 생산과 판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력 있는 파트너사를 찾아 협력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서유준은 한동안 매일 찾아오는 방문자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그러나 회사가 가장 주목받던 바로 그때, 열 명이 넘는 환자 가족들이 회사로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가장 앞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아들의 소매를 잡아 뜯으며 상처 난 팔을 드러내고는 절규했다.“양심도 없는 제약회사 같으니! 너희가 개발한 약을 먹고 우리 아이가 이 지경이 되었어! 이제 어떻게 책임질 거야!”다른 가족들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항암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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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누구나 알다시피 이런 상황은 대처하기 쉽지 않았다.서유준이 혼자 밖으로 나선다는 것은 모든 비난과 책임을 홀로 짊어지겠다는 뜻이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회사의 대표인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제가 책임져야죠.”서유준이 회사 문을 나서자마자 기자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현진 바이오테크의 서유준 대표님 맞는가요?”“개발하신 항암제가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단순히 수익만을 추구하며 환자의 건강을 도외시한 것은 아닙니까?”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서유준은 굳은 표정으로 침착하게 답변했다.“우리 회사는 창립 이래 늘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왔습니다.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모든 절차는 엄격한 규정을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임상실험 데이터는 투명하게 공개하겠으며 현재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반드시 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저 서유준이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헛소리하지 마! 책임 회피하려는 거잖아!”“맞아! 여러분, 이 무자비한 기업을 바로잡읍시다!”환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경비원의 제지를 뚫고 사무실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때, 한 남성이 의자를 들어 사무실의 컴퓨터를 내리치려 달려들었다.컴퓨터 안에 중요한 연구 자료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송하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던져 컴퓨터를 감쌌다.찰나의 순간, 서유준이 달려와 그 남자를 옆으로 밀쳐냈다.“괜찮아?”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아요.”서유준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몇 분 후 도착한 경찰의 도움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선배, 이 사람들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정말로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온 것 같지가 않고 일부러 사태를 키우려는 느낌이에요.”서유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그도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수상하다고 느꼈고 일이 생각보다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보도가 확산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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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다음 날 아침, 송하나는 출근하지 않고 직접 이원 그룹으로 향했다.출근 시간인 만큼 사람들이 북적이는 군중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프런트 데스크의 눈을 피해 이동했다.이원 그룹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대표이사실이 최상층에 위치한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결혼 초기 몇 차례 방문했던 기억은 이제 씁쓸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그때는 행복한 마음으로 이강우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찾아왔지만 그는 일에 방해만 된다며 냉정하게 꾸짖었고 그날 그녀가 만든 음식은 결국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었다.부주의하게 손을 베어 다쳤던 그날의 상처는 아직도 손가락에 흉터로 남아 있었다.엘리베이터 도착 소리와 함께 송하나는 생각에서 헤어 나왔다.최상층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대표이사실 앞으로 걸어가 단호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사무실 안은 비어 있었지만 소파 위에서는 주황색 작은 고양이가 캐시미어 담요를 발로 차며 장난치고 있었다.그때 젊은 비서가 다가오며 말했다.“누구십니까? 대표이사실은 무단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송하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저는 이 대표님의 아내, 송하나입니다.”“대표님의... 아내라고요?”비서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녀는 예전에 선배들에게서 이강우가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직원들 사이에서 송하나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전혀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그녀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전해 들은 적이 없었다.송하나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강우의 결혼 사실조차 다들 잊고 있을 뻔했다.“안쪽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대표님이 회의를 마치시면 곧 돌아오실 겁니다.”비서는 담담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사무실 안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저 고양이도요. 대표님이 매우 아끼는 아이니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저희가 책임질 수 없습니다.”말을 마친 비서는 종종걸음으로 사무실을 나갔고 송하나는 멍하니 서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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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법무팀?”송하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왜요? 변호사로 저를 협박하시겠다는 건가요?”이강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넌 내가 그런 하찮은 수단으로 너를 상대할 거로 생각해?”“아니라는 말이에요?”송하나는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지난번에 분명히 후회하게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하고 바로 이런 일이 터졌는데 우연이라고 보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나요? 아니면 일을 저지르고 이제 와서 발뺌하려는 건가요?”자존심이 상한 이강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마지막 기회야. 지금 조용히 나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줄게.”송하나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두려운 거예요? 제가 무슨 증거를 찾아낼까 봐?”이강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뼈가 부러질 듯 세게 움켜쥐었다.“송하나,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손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눈가가 붉어졌지만 송하나는 고개를 꼿꼿이 들어 그를 응시했다.“대표님은 위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시나 봐요.”이강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손목을 잡은 팔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며 흰 셔츠 소매 너머로 푸른 혈관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송하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싶어? 그 결과가 어떨지 상상해 봤어?”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에는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내가 정말 현진 바이오테크를 무너뜨리려 했다면 일주일 안에 파산시키는 방법이 백 가지는 더 있어. 이렇게 조잡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겠어?”송하나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와 그의 억눌린 분노를 고스란히 느꼈다.순간, 자신이 그를 오해한 것은 아닌지 흔들리기도 했다.그때 가방에서 휴대전화가 울리며 청아한 벨 소리가 긴장된 공기를 갈랐다.“받아.”이강우는 손에서 힘을 풀고 한 걸음 물러서서 소매를 정리했다.송하나는 화면에 뜬 ‘서유준’이라는 이름을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하나야, 지금 어디야? 약을 조작한 범인을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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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던 송하나는 갑자기 푹신한 물체를 밟아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이강우의 넥타이를 꽉 움켜쥐었다.야옹!고양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소파에 넘어졌고 정신이 아찔해졌다.이강우의 큰 체구가 그대로 그녀 위로 무너지듯 내려앉아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손 떼.”그의 낮고 깔린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송하나는 자신이 여전히 그의 넥타이를 움켜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손을 놓았다.송하나가 이강우를 밀어내려는 순간, 이상한 감촉이 전해졌다.이강우의 오른손이 우연히도 그녀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있었다.얇은 셔츠 너머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빠른 심장 박동에 이강우는 동작을 멈춘 채 놀란 눈빛으로 송하나를 바라보았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멍하니 있던 송하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이강우, 손 치워!”이강우가 급히 손을 떼려는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며 최로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우야, 지난번에 논의한 그 협력 건에 대해...”세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미묘한 자세를 본 최로운은 깜짝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어, 방해해서 미안! 아무것도 못 봤으니까... 하던 거 마저 해!”문을 닫고 나간 최로운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송하나가 왜 저기에 있어? 이미 이혼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나? 방금 그 장면은 대체...'송하나는 있는 힘을 다해 이강우를 밀쳐내고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부랴부랴 정리했다.이강우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비웃음을 터뜨렸다.“다 본 걸 못 본 척하는 게 더 어색해. 예전에는 네가 나한테 매달리던 것 아니었나?”이강우의 말에 송하나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만큼 셔츠를 꽉 움켜쥐었다.“이강우! 적당히 해!”송하나의 떨리는 목소리에 이강우는 여유롭게 넥타이를 고쳐 매며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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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송하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무언가를 삼키며 그녀는 빠른 속도로 회사를 뛰쳐나갔다.사무실 안에 남은 이강우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난 네가 생각하는 만큼 더러운 인간이 아니야. 방금 그 일은 정말 우연이었어.”최로운은 살짝 어깨를 으쓱였다.“그래, 우연이었다 치자.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송하나 성격은 둘째치고 몸매와 얼굴은 정말 일품이잖아.”그의 말투에는 이강우를 향한 은근한 질투와 부러움이 스며들어 있었다.주변을 맴도는 송태리나 송하나는 웬만한 인플루언서나 모델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빼어났으니 말이다.이강우는 전면 유리창 앞에 멈춰 서서 비틀거리며 길거리로 뛰어나가 택시를 부르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아까 우연히 닿았던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남아 그를 무심코 과거로 이끌었다.송하나는 늘 그를 조심스럽게 맞춰 주었고 그가 조금만 굳은 얼굴을 해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수그리던 사람이었다.그런 그녀가 이제는 다른 남자 때문에 자신과 맞섰다는 생각에 이강우는 가슴 한구석이 찢어지는 듯한 불편함에 휩싸였다.손에 쥔 만년필이 부러지며 잉크가 하얀 셔츠 소매 위로 번지며 퍼져 나갔다.깜짝 놀란 최로운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 예전에 네 말이라면 고분고분 따르던 아내가 생각나서 그래?”이강우의 날카로운 눈빛이 최로운을 향했다.“할 일 없어?”“알았어, 알았어. 조용히 할게.”최로운은 손가락으로 입술을 따라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더니,=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근데 솔직히 지금의 송하나는 예전보다 훨씬 멋지지 않아? 전에는 너무 고분고분해서 물맛이더니 지금은 완전...”이강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빙하처럼 얼어붙었다.“어쩌자고? 내가 이혼하면 한번 꼬시려고?”“아니, 절대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정말이야.”최로운은 진심으로 부인했다. 아무리 그라도 한때 친구의 아내를 넘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송하나가 회사로 돌아왔을 때, 서유준은 핵심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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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송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대표님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해요. 이 정도 작은 일은 제가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요.”회의가 끝난 뒤 그녀는 병원으로 향했다.그곳에서 송하나는 자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선 신현숙을 만났다.신현숙의 남편은 말기 폐암 환자로 현진 바이오테크의 신약 임상실험에 참여한 지 보름이 지난 상태였다.“연구원님, 제 남편이 현진에서 개발한 약을 먹은 이후로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신현숙은 눈가가 촉촉해진 채 송하나의 손을 잡으며 감격스럽게 말을 이었다.“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어요. 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에요.”송하나는 가슴 깊이 따뜻함이 퍼져오는 것 같았다.“아주머니, 지금 우리 회사가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거 아시죠?”“저도 다 봤어요!”신현숙은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지어낸 거잖아요! 제가 지금 바로 영상을 찍어서 진실을 알릴게요!”송하나는 쉬지 않고 열 명이 넘는 환자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진행했다.그중 절반 이상이 기꺼이 현진 바이오테크를 위해 증언해 주겠다고 나섰다.“우리 가족은 암 때문에 말 그대로 사람 구실도 못 하는 삶을 살아왔어요. 매일 하늘을 찌를 듯한 치료비를 내면서도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어렵사리 나온 약이 우리에게 생명의 희망을 주었는데 누군가 이를 함부로 훼손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요!”“맞아요, 연구원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드릴게요!”기자회견은 다음 날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결정되었다.서유준은 밤을 거의 새우며 모든 증거를 다시 점검했고 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꼼꼼히 확인 작업을 거쳤다.다음 날, 송하나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서유준은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고 있었는데 그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선배, 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쉬세요.”서유준은 눈을 뜨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실험 과정을 한 번 더 점검해야 해.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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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생중계 채팅창은 폭발하듯 댓글이 쏟아져 들어왔다.[와, 이게 무슨 반전이야?][내가 말했잖아! 현진 약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거라고!][저런 거짓말한 사람들 너무 악랄하지 않아? 환자 목숨을 두고 장난이야?]서유준은 무대 아래 충격에 빠진 기자들을 향해 담담하게 다시 리모컨을 눌렀다.대형 스크린에는 임상 시험에 참여한 환자 가족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남편이 현진 약을 먹은 이후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어머니께서 드디어 밥을 드실 수 있게 되셨고 정신도 맑아지셨다고요!”“이 약은 우리에게 희망 그 자체였어요. 절대 이런 약이 모욕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영상이 끝나자 회의장은 숙연한 정적에 휩싸였다.그때, 신현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침대에만 누워계시던 우리 남편이 현진 약을 먹고 이제는 조금씩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어요! 거짓말 퍼뜨린 사람들 양심이 있기는 한 겁니까!”그녀의 외침은 불씨가 되어 순간 회의장 안은 분노와 지지의 함성으로 뜨거워졌다.다른 환자 가족들도 하나둘씩 일어나 거짓 소문을 퍼뜨린 이들을 규탄하기 시작했다.기자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었고 생중계 채팅창은 완전히 뒤집혔다.[환자 가족들 보니 너무 안쓰럽네요.][현진 약 진짜 효과 있는 거였구나! 거짓말한 놈들 처벌해야 해!][현진 화이팅! 지지합니다!]무대 뒤에 서 있던 송하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환자와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확고하게 그들의 편에 서 줄 줄은 몰랐다.자신의 믿음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으면서 모든 고됨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기자회견은 큰 성공으로 끝이 났고 여론은 완전히 반전되었다.그간 쏟아지던 비난과 의혹은 사과와 응원의 물결로 바뀌었고 네티즌들은 앞다퉈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현진의 신약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급반전된 여론을 지켜보던 서유준은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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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사모님이 바쁘신 건 어르신도 잘 아시죠. 그런데 너무 보고 싶으신가 봐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어르신께서 방금 약도 드셨고 기운도 좋으시답니다.”송하나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홍경자는 침대에 기대어 신문을 보고 있었다.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홍경자는 순간 눈이 반짝이며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하나야!”“할머니.”송하나는 서둘러 걸어가 홍경자가 내민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몸은 괜찮으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네가 이렇게 보러 와주니 모든 병이 다 나은 것 같구나.”홍경자는 환하게 웃으며 송하나의 손을 다정하게 두드렸다.“한동안 안 오길래 할머니는 우리 하나가 이 늙은이를 잊은 줄 알았단다.”“그럴 리가요.”송하나는 웃으며 가방에서 정교하게 포장된 상자를 꺼냈다.“할머니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약과예요. 일부러 성남에 있는 오래된 가게에서 사 왔어요. 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홍경자의 눈이 반짝였다.“역시 우리 하나가 제일 다정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항상 이렇게 챙겨주고. 강우 그 녀석은 나를 화나게만 만드는데.”이강우 이야기가 나오자 홍경자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송하나처럼 좋은 손주며느리를 이씨 가문에 두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송하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뒤돌아본 송하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강우가 화려하게 치장된 송태리의 허리를 감싼 채 문 앞에 서 있었다.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했다.“할머니.”이강우는 홍경자를 향해 담담히 인사하며 모르는 사람을 보듯 송하나를 스치듯 훑어보았다.홍경자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쟤를 왜 여기 데리고 와?”송태리는 이강우의 팔에서 살짝 벗어나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살피려고 왔어요. 강우 씨가 할머니께서 최근 혈압이 불안정하시다고 하셔서...”“"필요 없어!”홍경자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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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송하나는 조심스럽게 홍경자의 등을 토닥였다.“의사 선생님께서 화내시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잖아요.”홍경자는 송하나의 손을 꼭 움켜쥐며 눈시울을 붉혔다.“하나야, 할머니가 미안하구나. 그때 내가 무리하게 너희를 억지로 맺어주지 않았더라면 너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할머니, 그건 전혀 할머니 탓이 아니에요.”송하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그냥... 강우 씨와의 인연이 다한 거뿐이에요. 저는 이제 다 내려놨어요.”송하나는 숟가락에 국을 떠서 조심스럽게 홍경자한테 먹여주며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시간이 흘러 홍경자가 잠이 들자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복도 구석에서 송태리가 벽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송하나, 우리 얘기 좀 해.”송태리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여전히 도도한 어조로 말했고 송하나는 그녀를 무심한 시선으로 스쳐보며 대꾸했다.“너랑 할 얘기 없어.”송하나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송태리가 한 걸음 내디디며 앞을 가로막았다.“방금 분명히 봤잖아. 강우 씨가 나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할머니께서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날 데리고 온 거야.”“그래서?”“그래서라니? 눈치가 있다면 빨리 강우 씨와 이혼하는 거지. 이렇게 질질 끌면 다들 피곤하지 않겠어? 특히...”송태리는 일부러 병실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할머니를 이런 일로 계속 자극하는 것도 좋지 않을 테고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송하나는 잠시 말없이 송태리를 응시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송태리, 그렇게나 서둘러 신분을 바꾸고 싶은가 봐? 안타까워서 어떡하니? 내가 이혼하지 않는 한 넌 영원히 내연녀에 불과해.”송태리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너!”송하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아, 맞다. 다음에 할머니 뵐 때는 향수 좀 바꿔.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 강한 향을 제일 싫어하거든.”말을 마친 송하나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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