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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이번에 송하나는 매우 자각적으로 장에서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꺼내 소파로 걸어갔다.이강우가 방에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주먹만 한 얼굴이 푹신한 베개에 파묻혔고 이불은 몸을 단단히 감쌌다.이강우는 잠시 멈칫했다.예전 같으면 그가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송하나는 늘 침대에서 기다려주었다.오늘처럼 먼저 잠든 경우는 처음이었다.문득 최로운이 보낸 사진이 떠올랐다.혹시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자신과 거리를 두는 걸까?송하나는 쏴 하는 물소리에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 이강우가 헐렁한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허리에는 느슨하게 띠를 둘렀고 가슴 근육과 복근이 언뜻언뜻 보이며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송하나는 시선을 거두고 다른 자세로 다시 잠을 청하려 했다.이때 머리 위에서 낮고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나랑 함께한 시간을 생각해서 원하는 건 최대한 들어줄게.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이강우의 말은 송하나의 심장을 쿡 찔렀다.그가 말하는 ‘함께한 시간’은 잠자리를 가졌던 시간을 말하는 걸까?대체 그녀를 뭐로 생각하는 걸까 이 남자는?이런 것들이 물질적으로 계산될 수 있는 것들일까?“원하는 거 없어요.”송하나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여느 때보다 단호했다.주제도 모르고 거절하는 그녀 때문에 이강우는 짜증이 밀려왔다.4년 전, 그는 송하나와 잠자리를 가졌다.그날 밤 약을 탄 게 송하나의 계략이었든 아니든 다음 날 아침 침대 위에 남은 빨간색 흔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그것은 그녀의 첫 경험이었다.4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이강우도 이용당했다는 불만 때문에 관계를 가질 때 그녀에게 매우 거칠게 대했다.이 모든 것을 그는 돈으로 보상하고 싶었다.하지만 막상 송하나가 거절하니 되레 빚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강우는 차갑게 경고했다.“마지막 기회야. 생각 잘해.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후회 안 해요.”송하나의 대답은 단 다섯 글자였다.홀가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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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홍경자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운전기사를 보냈다.“사모님, 어디까지 모셔다드릴까요?”송하나는 기사에게 이강우와의 이혼 얘기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임의로 한 장소를 말했고, 그곳은 가정법원에서 약 7, 8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차에서 내린 송하나는 가정법원으로 걸어갔다.어젯밤에 비를 맞은 탓인지 그녀의 눈앞이 흐릿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이 이혼 절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송하나는 무심코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꼬집으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가정법원.이강우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보고 있었다.9시가 되기 1분 전인데 이 여자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최로운과 심성빈도 그가 이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하러 왔다.그들은 길가에 스포츠카를 세워두고 안에 앉아서 가정법원 방향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최로운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에 송하나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다던데, 그것참 희한하네. 어떻게 강우랑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거지? 설마 진짜 밖에 딴 남자가 생긴 거 아니야?”심성빈은 손에 든 잡지를 무심하게 넘겼다.“그냥 수를 쓰는 것뿐일 수도 있지.”최로운은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같은 생각이야. 저 여자가 어떻게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놓칠 수 있겠어. 분명 강우가 태리 씨랑 가까워진 걸 보고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일부러 이혼을 제기한 걸 거야. 아쉽게도 이런 식으로 감정적인 수를 쓰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데.”심성빈이 시계를 봤는데 어느덧 9시 5분이었다.그는 은은한 야유를 날리며 최로운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송하나는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있었다.고작 예쁜 얼굴 하나만으로 이강우를 휘어잡으려 했지만 정작 그는 오매불망 이혼만 바랐다.“두고 봐. 송하나 안 와.”그 시각.송하나는 가정법원에서 불과 200미터밖에 있었다.분명 맑고 화창한 날씨임에도 그녀는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눈앞의 길까지 서서히 뒤틀리는 듯했다.건널목을 건너던 중, 송하나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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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송하나, 정말 그녀였다!눈은 꼭 감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서유준은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았는데 불덩이처럼 뜨거웠다.‘열나잖아!’서유준은 즉시 그녀를 안아 들고 병원으로 직행했다.접수, 채혈, 링거...그녀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유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문득 파트너사의 전화가 걸려왔다.“서 대표님, 늦으시네요.”“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요. 괜찮으시다면 다음번에 제가 직접 찾아뵙고 사죄드리겠습니다.”가정법원.이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분노를 담고 있었다.30분!그 누구도 이강우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사람은 없다.이제 정말이지 말과 행동이 다른 송하나에, 겉과 속이 다른 송하나에 지칠 대로 지쳤다.이강우가 가정법원을 나서자 최로운은 행여나 들킬까 재빨리 차창을 올렸다.“강우 기분 별로야. 괜히 엮였다가 불똥 튈라. 어서 가자.”원래는 이강우가 이혼하면 그의 싱글 라이프를 성대하게 축하해 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희망이 없어 보였다.이 결과는 심성빈의 예상과 완전히 일치했다.송하나가 얼마나 계략이 많은 여자인데 이리 쉽게 이혼해줄 리가 있을까?가정법원을 나온 이강우는 곧바로 이원 그룹으로 향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어두웠다. 이에 모든 직원들이 몸을 사렸고 행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전전긍긍했다.회사의 분위기는 저기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태리가 케이크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섰다.“강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그녀를 본 비서가 반갑게 인사했다.“네, 계세요. 태리 씨, 이쪽으로 오세요.”모두가 송태리와 이강우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이제 그녀가 왔으니 시한폭탄 같은 대표님의 기분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겠지?사무실에 들어선 송태리는 이강우의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최로운에게 듣기로 이강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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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심성빈은 약간 의아했다.그녀는 어쩌다 이곳에 있는 걸까?때마침 간호사가 그녀의 링거를 바꾸고 나왔다.심성빈은 재빨리 그 간호사를 불러 세웠다.“저 환자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아시는 분이세요? 여기 온 지 한 시간 좀 넘었어요. 가정법원 근처에서 쓰러졌다가 어떤 착한 분이 데려다주셨어요.”“열이 40도 가까이 되는데도 밖에 돌아다니다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자기 몸을 너무 안 아껴요.”간호사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심성빈은 잠시 멍해졌다.그녀가 아까 가정법원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열로 쓰러져서 갈 수 없었던 거였다.‘혹시 우리가 송하나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닐까?’심성빈은 그녀를 사진 한 장 찍고는 이강우에게 보낼지 말지 망설였다.바로 그때, 209호 병실의 보호자가 나왔다.“성빈아? 어서 들어와.”심성빈은 손에 든 꽃과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삼촌께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 왔어요.”그는 병실에서 어른분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사진 찍은 일을 까마득히 잊었다.그 시각.서유준은 복도에 나와 전화상으로 회사 업무를 지시했다.또한 겸사겸사 인사팀에 송하나에게 이틀간의 휴가를 내주라고 통보했다.인사팀은 이 상황이 조금 수상했다. 송하나가 대표님과 어떤 관계이길래 대표님이 직접 휴가를 처리해주는 걸까?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표님의 사적인 일이라 감히 캐묻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통화를 마치고 서유준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거의 정오가 다 되어서야 송하나가 눈을 떴다.눈을 뜨자 시야는 온통 순백색이었다.“일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송하나는 고개를 들어 서유준과 눈을 마주쳤다.“대표님...”그녀는 힘겹게 일어나려 했지만 서유준이 다시 눕혔다.“아직 링거 맞고 있잖아. 일어나지 마.”송하나는 약간 의아했다.“제가 왜 여기 있는 거죠?”“오늘 오전에 내 차 앞에서 쓰러졌어. 난 또 네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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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새끼 고양이는 장난스럽게 이강우의 커프스 링크를 물었다.기분이 상해 있던 이강우는 무심결에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서 들어 올렸다.옆에 있던 송태리가 재빨리 고양이를 건네받았다.“강우 씨, 살살 해요!”농염하면서도 투덜거리는 듯한 여자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송하나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그녀는 움찔 놀라면서 할 말을 잃었다.상대는 바로 송태리였다.두 남녀가 대낮부터 못 참고 그런 짓을 벌이다니!송하나는 이제 이강우와 송태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그들의 은밀한 소리를 듣고 있자니 여전히 가슴이 움찔거리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갈 지경이었다.이강우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자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말해 계속.”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었다.“방해하지 않을게요, 대표님.”결국 이 한마디만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끊긴 통화 연결음에 이강우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송하나,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이제 전화도 끊어? 이 결혼, 반드시 끝내고 말 거야!’서유준이 돌아와서 안색이 창백해진 송하나를 보더니 열이 또 오른 줄 알고 체온을 재봤지만 그리 높지는 않았다.그는 포장해온 음식을 탁자에 차려놓았다.“의사 선생님이 너 많이 허약해서 담백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대.”호박죽, 연어구이, 샐러드와 미역국까지 음식마다 양은 많지 않지만 영양 균형에 꽤 신경 썼다.“고마워요, 대표님.”송하나가 나직이 고마움을 표했다.“다만 제가 지금 입맛이 없어서요.”이강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으면서 송태리와 그 짓거리를 했다는 걸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났다.서유준은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알았어. 그럼 배고플 때 말해.”병원에서 이틀을 보낸 후, 열이 완전히 내리자 송하나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그녀는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며칠간의 적응 기간을 거치자 송하나는 새 업무에 능숙해졌다.오전에 방금 한 세트의 실험을 마치고 이제 막 실험실에서 나오다가 윤태오한테서 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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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뭐라고?”자초지종을 다 들은 차설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강우 진짜 쓰레기네! 송태리한테 자리 내주려고 너한테 소송까지 걸어?”송하나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러거나 말거나.”“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데?”“변호사 선임해서 이혼 절차 맡길 생각이야.”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좋겠다. 변호사가 나서서 그 인간들 상대하면 너도 기분 잡칠 일 없고 좋지 뭐.”“아참, 하나야!”차설아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우리 사촌 오빠가 변호사인데 이참에 이혼 소송 오빠한테 맡겨볼래?”“나야 좋지.”“그럼 주말에 약속 잡아줄게!”“오케이.”다음 날 오전.현진 바이오테크 회의실.프로젝트 핵심 멤버들이 긴 책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무거운 분위기가 회의실을 감돌았다.“4차 임상 데이터가 또 실패했어요. 표적성이 여전히 부족해요. 벌써 반년이 넘었는데 프로젝트는 아무런 진전도 없네요.”프로젝트 책임자는 주민규, 30대 초반 남성분이고 마른 체형에 안경을 썼으며 이 회사의 신약 개발 엔지니어였다.그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으니 회의실에는 침묵만 흘렀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이 항암제는 회사의 미래가 걸린 핵심 프로젝트였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약물 전달 효율에 발목이 잡혔고, 그 결과 효능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송하나는 깊은숨을 몰아쉬고 입을 열었다.“혹시 나노 입자의 표면을 개질해보는 건 어떨까요?”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시선이 순식간에 그녀에게 쏠렸다.주민규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죠?”송하나는 과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생각을 공유했다.“현재 사용되는 나노 입자는 알파 인테그린 표적 설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종양 미세 환경의 산성 환경에서 나노 입자가 조기에 분해됩니다. 만약 pH 반응성 물질로 나노 입자를 감싸는 방식을 사용한다면...”“말도 안 되는 소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민규가 차갑게 웃으며 툭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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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원심분리기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가운데 송하나는 화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이터를 응시하며 목이 바짝 말랐다.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 공정 검증이었다.앞서 몇 차례는 모두 불안정한 유화 과정에서 실패했다.연이은 실패로 모두의 사기가 저하되었는데 이번에도 실패한다면...이 방안은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다.“pH 값 기준치를 달성했습니다!”흥분한 외침과 함께 실험실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화면 속 완벽한 피크를 보며 주민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안경을 고쳐 썼다.“뭐야? 약물 탑재량이 예상보다 5%나 더 높잖아...”대표이사실.서유준은 실험 성공 소식을 듣자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교수님이 그녀를 잘못 보신 게 아니었다.송하나는 역시 천재였다!그날 밤.송하나는 퇴근 후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던 참인데 몇 걸음 가지 않아 옆에서 경적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서유준이 눈앞에 나타났다.“타. 데려다줄게.”“아니에요, 대표님. 저기 앞에 가면 차 잡기 쉬워요.”“업무 관련해서 얘기할 거 있으니까 얼른 타.”송하나는 차 문을 열고 안에 올라탔다.차 안에 에어컨을 조금 세게 틀어놓은 탓에 그녀는 무심결에 팔을 만졌다.서유준은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고 조용히 에어컨 온도를 약간 낮췄다.“하나야, 네 덕분에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어. 회사를 대표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저야말로 감사해야죠. 대표님이 저의 제안을 믿고 한낱 신인에게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널 믿었다기보단...”서유준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칭찬이 가득했다.“단지 묻혀 있던 보석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야.”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유준은 차를 천천히 몰았다.“다음 주면 스승의 날이라 친구 몇 명 불러서 장 교수님 뵈러 학교 갈 생각인데 너도 같이 갈래?”서유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송하나는 잠시 멈칫했다.‘내가 장 교수님 제자라고 말한 적 있었나? 대표님이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내가 순조롭게 입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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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는 빳빳한 양복을 차려입고 금테 안경까지 걸쳤지만 눈 밑에 드리운 여유로움은 예전 그대로였다.이토록 강렬한 대비에 송하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양아치도 무섭지만, 가방끈 긴 양아치가 더 무서워...’송하나는 차설아에게 슬쩍 다가갔다.“너희 사촌 오빠 믿을 만한 사람이야? 아니면... 그만둘까?”차설아가 한때 그녀에게 묘사했던 차정원은 건달들과 싸워 상대방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무릎 꿇려 빌게 했던 인물이었다.그 기억이 유독 인상 깊게 남아서 송하나에게 트라우마가 될 지경이었다.‘혹시 법정에서도 기분이 잡친다고 무력으로 해결하려 들진 않겠지 설마...’차설아는 눈을 깜빡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 마. 우리 오빠 승소율 높아. 변호사들 중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야. 네 이혼 소송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오빠, 이쪽은 내 절친 송하나예요. 그럼 두 사람 얘기 잘 나눠요. 난 방해 안 할게요.”말을 마친 차설아는 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가버리니 송하나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차 변호사님.”그녀는 이를 악물고 불렀다.차설아가 말한 변호사 사촌 오빠가 차정원일 줄 알았더라면 대리 변호사로 선임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정원은 안경을 고쳐 쓰고 입을 열었다.“설아한테 들었는데 위자료 포기하고 빈손으로 나갈 생각이라면서?”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왜 포기하려는 거지?”“원래 이씨 가문의 것이었으니까요.”차정원이 팔짱을 꼈다.“하나 너도 알다시피 결혼 존속 기간에 이강우가 번 돈은 절반이 네 몫이야.”차정원 앞에서 송하나는 마치 취조당하는 초등학생 같았다.“알아요. 하지만...”처음부터 이강우가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꿋꿋이 강행했다.결혼 생활 4년 동안, 이강우는 이원 그룹의 규모를 몇 배로 불렸고, 재산도 크게 늘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그런데 이혼할 때 기어코 그의 성취를 나눠 가지려 한다면 이게 오히려 도리에 어긋나는 법이다.송하나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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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는 커피를 마시며 송하나가 옆자리의 남자와 어색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이유도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송하나, 그녀는 정말이지 줄곧 이강우의 인내심을 시험에 빠뜨리고 있었다.“잠시만요, 차 변호사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송하나는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이에 이강우도 커피잔을 내려놓고 함께 일어섰다.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벽에 밀쳐졌다.등은 차가운 벽에 닿았고, 눈앞에는 남자의 거대한 실루엣이 그림자가 되어 완전히 뒤덮어버렸다.송하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남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강제로 얼굴을 들어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그제야 송하나도 눈앞의 사람이 이강우임을 알아차렸다.“경고했지! 이혼 절차 마무리하기 전까지 넌 내 사람이라고. 자꾸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라.”이강우의 중저음의 목소리에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두 눈은 무시무시한 분노로 불타올랐고 마치 그녀를 재로 만들어 버릴 기세였다.송하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애써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아득히 깊은 그의 눈동자를 말이다.“대표님,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그래?”이강우가 쓴웃음을 짓더니 그녀의 턱을 더 세게 잡아서 뼈가 으스러질 지경이었다.“이혼은 질질 끌면서, 밖에서는 소개팅이나 하고 다니는 거야? 너 원래 이런 애였어? 진짜 놀랍네!”“4년을 같이 살았는데 이씨 가문 며느리가 이렇게 남자 밝히는 애일 줄은 몰랐어.”이강우의 경박하고 비꼬는 말은 칼날이 되어 그녀의 심장에 난도질했다.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나지막이 읊조렸다.“역시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곧이어 송하나는 용감하고 당당하게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이강우 씨, 결혼 기간에 외도를 저지른 건 당신이에요. 난 단 한 번도 이 결혼을 배신한 적 없어요. 방금 말한 소개팅은 어처구니없는 소리고요!”이강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지만, 곧 더욱 냉혹하게 변했다.“지금 나더러 그 말을 믿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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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차정원이 고개를 들자 마침 이강우와 송태리가 화장실 쪽에서 걸어 나왔다.이강우는 적의에 찬 시선으로 이쪽을 쳐다봤다.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차정원은 어찌 된 영문인지 바로 알아챘다.저 사람이 바로 송하나의 남편 이강우겠지.버젓이 내연녀와 각종 장소에 함께 다니며 그녀에게 굴욕감을 안겨주다니. 이런 상황에서도 송하나는 참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 참 그녀의 참을성에 [좋아요]를 눌러줘야 할 판이었다.“자, 뭐 좀 마셔.”차정원이 송하나에게 커피를 건네주며 일부러 무심한 척 쏟아버렸다. 곧이어 검은 커피 액체가 그녀의 옷에 묻었다.송하나는 재빨리 휴지를 뽑아 닦았지만, 전혀 지워지지 않았다.“미안.”차정원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양복을 벗어 자상한 제스처로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가자, 집까지 바래다줄게.”송하나는 다른 남자의 옷을 입는 것이 좀 어색했다.하지만 치마에 얼룩이 크게 졌으니 이대로 나가는 것은 곤란할 터였다.결국 차정원이 어깨를 감싸주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커피숍을 나왔다.뒤에서 이강우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눈에 뜨거운 불씨가 활활 타올랐다.이 여자는 그야말로 거짓말쟁이였다.한편 송태리는 이강우의 분노와 불쾌감을 눈치채고 옆에서 쐐기를 박듯 말했다.“하나는 주변에 남자가 꽤 많네요. 벌써 대시하는 사람이 생겼나 봐요.”커피숍에서 나온 뒤, 차정원은 송하나를 데리고 고급 백화점으로 향했다.“차에서 잠시만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차정원은 그렇게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송하나는 그가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슬쩍 도망칠까 망설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정원이 돌아왔는데 손에 봉투 하나를 들고 있었다.“얼룩진 옷 이거로 갈아입어 봐봐.”봉투 속의 여성복을 본 송하나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괜찮아요. 그냥 좀 얼룩진 것뿐인데요 뭘.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실 필요 없어요.”차정원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미 다 샀는데 그럼 내가 입어?”송하나는 어쩔 수 없이 봉투를 받아 들고 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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