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에 서 있던 가정부 안정인이 즉시 앞으로 나섰다.“네, 어르신, 말씀하세요.”“당장 저년 내쫓아!”홍경자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물건들도 싹 다 버려!”송태리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할머니,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냥...”“오해?”홍경자가 냉소를 터트렸다.“우리 강우 결혼 생활을 망쳐놓은 내연녀 따위가 어딜 감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려? 뻔뻔한 것, 낯부끄럽지도 않아?”안정인이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송태리 씨, 이만 나가시죠.”송태리는 옷자락을 꽉 움켜쥐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쾅!병실 문이 굳게 닫히고, 그녀가 들고 왔던 과일 바구니와 영양제는 복도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바로 그때.송하나가 보온병을 들고 병실 문 앞에 이르렀다.송태리는 자신이 문전박대당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볼까 봐 매우 걱정했는데 하필이면 송하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오셨어요, 사모님!”아까 무표정했던 안정인은 송하나를 보더니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다.“어서 들어와요. 어르신께서도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안정인이 이토록 열성적으로 송하나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송태리는 기분이 확 잡쳤다.‘송하나, 수단 좋네 아주! 강우 씨 마음을 못 얻으니까 할머니라도 단단히 붙들어 매려는 거야?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할머니가 저렇게까지 콩깍지가 쓰였어?’“어르신, 사모님 오셨어요.”병상에 누워 있던 홍경자는 송하나를 보자마자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하나 왔니? 이리 와서 앉으렴.”송하나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할머니, 제가 국을 좀 끓여왔는데, 맛 좀 보시겠어요?”“그래. 마침 배가 고팠는데 잘됐다.”송하나는 국을 그릇에 담아 손수 홍경자에게 떠먹여 주었다.한 입 마시자마자 홍경자는 참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그녀는 야윈 손으로 송하나의 손을 꽉 잡았다.“하나야, 이 할미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송하나는 깜짝 놀랐다.“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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