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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391 - Chapter 400

422 Chapters

제391화

차정원은 트렁크를 열고 짐을 싣는 동작을 핑계 삼아 곁눈질로 주변을 쭉 살펴보았다.아니나 다를까 백미러에 어떤 두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들을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차정원은 마침내 자신들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그는 마지막 쇼핑백을 트렁크에 넣고 쾅 소리를 내며 트렁크를 닫았다.몸을 돌리는 순간, 다정했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운전석에 타고 재빨리 안전벨트를 하고서 송하나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안전벨트 했지? 손잡이 꽉 붙잡아.”차분한 말투에 약간의 긴박감이 묻어났다.송하나는 그의 말대로 하면서도 의아함이 피어올랐다.“변호사님, 무슨 일 있어요?”“파리 새끼 두 마리가 달라붙었어.”차정원은 시동을 걸고 백미러를 훑어보면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내가 알아서 해.”“파리요?”송하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더니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그녀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가능한 용의자들을 떠올렸다.자신을 뼛속 깊이 증오하는 송씨 일가 외에는 누가 이런 짓을 할지 도무지 짐작이 안 갔다.설마 송씨 일가가 궁지에 몰려서 그녀에게 앙갚음하려고 사람을 보낸 걸까?“꼭 붙잡고 있어.”차정원이 낮은 목소리로 재차 당부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액셀을 꾹 밟자 차가 순식간에 주차장을 빠져나와 어둠의 도로로 합류했다.아니나 다를까 뒤따르던 검은색 승용차도 즉시 속도를 높여 맹렬히 추격해 왔다.차정원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평소 익숙했던 길을 이용해 몇 개의 교차로에서 유연하게 차선을 바꾸었다.한 코너를 돌자마자 시야에서 상대 차량이 사라진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급격히 방향을 틀어 인적이 드문 샛길로 진입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기다려. 문 꼭 잠그고.”차정원이 낮은 목소리로 일렀다.송하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문을 밀고 내려와 잽싸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뒤따르던 차는 모퉁이를 돌자 목표물을 놓쳤고 예상대로 길가에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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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차정원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살벌하게 따져 물었다.“끝까지 입 다무시겠다? 불법 미행에 불법 촬영, 거기에 타인의 사생활 침해까지 너희들 얼마든지 감방에 보낼 수 있거든. 그것도 평생 못 나오게 말이야.”두 남자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차정원의 매서운 시선 아래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행여나 일을 크게 만들까 두려워진 그들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그, 그게 실은 심 대표님이 시킨 겁니다...”“심 대표?”차정원은 인상을 구기고 눈가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심성빈 말하는 거야?’송하나도 마침 이 말을 듣고 얼굴에는 충격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방금 말한 심 대표님이... 심성빈 씨에요? 그분이 저를 미행하라고 보냈다고요?”“오해하지 마세요, 송하나 씨!”경호원은 황급히 해명했다.“대표님은 절대로 악의가 없으셨습니다! 단지 송하나 씨의 안위를 염려하셔서 몰래 뒤에서 보호하고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여 혹시라도 곤란한 일에 처하지 않도록 하려던 것뿐입니다...”송하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다들 이만 돌아가요. 가서 심 대표님께 꼭 전하세요. 저는 보호 같은 거 필요 없어요.”사진에 아주 노골적인 내용은 없었으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경호원들은 마치 큰 은혜를 입은 듯 황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송하나는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차 안의 분위기는 묘하게 고요했다.차정원은 심성빈이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차가 송하나의 별장 앞에 멈춰 섰다.차정원은 쇼핑백을 들고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주방에 재료들을 내려놓았다.“내가 뭐 도와줄까?”송하나가 앞치마를 두르며 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괜찮아요. 뭉치랑 놀아주세요. 저 혼자 다 할 수 있어요.”차정원은 거실 소파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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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어떻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먹은 걸까?“죄송해요. 너무 짜네요 수프가!”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며 그릇을 치우려 했다.하지만 차정원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고는 수프를 한 입 더 먹었다.“괜찮아. 난 원래 좀 짜게 먹는 편이라서.”“의사 선생님이 음식 담백하게 드시라고 했잖아요.”“며칠 동안 담백하게만 먹었으니 가끔 이렇게 입맛을 바꿔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그는 기어이 모든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고 심지어 그 짜디짠 수프까지 한 그릇 뚝딱했다.식사가 끝난 후, 송하나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자 차정원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선명한 팔뚝을 드러냈다.“내가 할게.”“어떻게 그래요? 변호사님은 손님이신데...”그녀가 본능적으로 사양하니 차정원이 가볍게 웃었다.“나한테 이렇게까지 예의 차릴 필요 있어?”그는 다짜고짜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늠름한 뒷모습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송하나는 부엌 문가에 기대어 차정원을 바라봤다. 싱크대 앞에 서서 열심히 설거지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잠시 넋을 잃었다.법정에서 거침없이 활약하던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이렇게 살림을 하는 모습이 사뭇 낯설었다.주방 정리를 마친 차정원은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떴다.차에 타자마자 넥타이를 풀더니 생수병을 열어 벌컥벌컥 절반 이상을 들이켠 후에야 간신히 그 지독한 짠맛을 누를 수 있었다.차창 너머 별장 창가에서 따스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 광경을 본 차정원은 저도 몰래 마음이 온화해졌다.어두운 밤, 그는 별장 앞에서 잠시 머문 뒤에야 차를 몰고 떠났다.다음 날 아침,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았을 때 송하나가 문을 열고 나섰는데 뜻밖에도 심성빈과 마주쳐버렸다.남자는 옅은 안개 속에서 꼿꼿하게 서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몸에서 아침의 찬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밤새 잠을 설친 듯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졌다.이 모습을 본 송하나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심 대표님? 왜 여기에 계세요?”심성빈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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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차 안은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이윽고 현진 바이오테크 건물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송하나가 안전벨트를 풀고 문고리를 막 잡으려는데 심성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것도 은근한 긴장감이 섞인 톤이었다.“하나야...”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심성빈을 바라봤다.“네?”남자의 손은 여전히 핸들에 걸치고 있다가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더 세게 잡았다.목소리도 아까보다 한 층 더 가라앉았다.“이번 일로 민폐 끼쳐서 정말 미안해. 다만 전에 했던 고백도 진심이야.”그는 낮고 절제된 목소리로 계속 이어갔다.“물론 너한테 부담 줄 생각도 없고 선 넘을 행동은 더더욱 안 해. 내가 바라는 건... 우리가 친구로라도 지냈으면 좋겠어.”그녀를 바라보는 깊은 눈동자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만약 언젠가 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다면 그때 너무 성급하게 날 거절하지 말고 공평하게 경쟁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말했다. 아주 느릿하면서도 또렷하게 말했다.송하나는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남자의 솔직한 고백은 잔잔한 봄바람 같아서 그녀 마음속의 찝찝한 감정을 서서히 흩날렸다.그녀는 이 감정을 받아줄 수가 없지만, 한때 심성빈이 목숨 걸고 자신을 구해준 일, 소리 없이 몰래 도와준 일까지 되새기노라면 단 한 번의 실수로 그의 모든 좋은 점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성빈 씨.”그녀는 남자의 이름을 나직이 부르며 말투가 누그러졌다.“그동안 절 위해 해주신 모든 일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물론 이번 일도 방식은 동의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받을게요.”송하나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저도 성빈 씨 같은 친구가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절대 마다하지 않을게요.”‘친구’라는 두 글자에 심성빈은 마음이 씁쓸했지만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완전히 그녀의 세상에서 밀려나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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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그 학생의 기억으로는 정자 채취 과정이 매우 은밀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김지영 씨나 송태리 씨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으며 심지어 현재까지도 그들의 신원이나 목적을 모른다고 합니다.”“하.”고요한 사무실 안에 그의 싸늘한 조소가 유난히 날카롭게 울렸다.이강우는 천천히 가죽 의자에 기대앉았다.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지고 눈빛 속에는 섬뜩하리만큼 무서운 폭풍이 고여 있었다.“그렇구나... 어쩐지 흔적을 찾을 수 없더라니.”그는 이를 악물고 나직한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바람도 아니고 의외의 사고도 아닌 철저하게 계획한 사기극이었어.”사기극이라는 세 글자에 유난히 힘을 주어 뱉어냈다. 그 속에는 치솟는 분노와 매정한 야유가 담겨 있었다.“날 닮은 제공자를 공들여 골라 정자를 사서 임신시키고 그 잡종을 내 핏줄이라고 속이려 했던 거야...”그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송태리, 김지영... 정말 대단한 판을 짜놨네!”별안간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로 다가갔다.햇살이 그의 몸을 황금빛으로 감쌌으나 눈가의 서늘한 기운은 끝내 녹여내지 못했다.이씨 가문에 빌붙으려고 송씨 일가는 이렇게까지 치밀한 계략을 꾸몄다.오랜 시간 이강우와 이씨 가문 전체를 감쪽같이 속이고 손바닥 안에서 농락했던 것이다.하마터면 이 완벽한 사기극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는 생각과 근본도 모를 아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지난날을 되새기자 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비서는 조용히 옆에 서서 지시를 기다렸다.그도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격노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눈가에 서린 냉기는 보는 사람을 살얼음으로 만들 기세였다.비서는 숨을 죽인 채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오랜 침묵 끝에 이강우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차오르던 분노를 모조리 추스르고 얼굴에는 사업가 특유의 냉철함과 결단력만이 남아있었다.“이 증거들 전부 정리해서 보관해둬.”목소리도 평소의 덤덤함으로 돌아왔지만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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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송태리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앙칼진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우리 엄마 아빠가 자그마치 널 몇 년이나 거두어줬는데 고작 이딴 식으로 보답해? 어떻게 네 손으로 그분들 감옥 보내냐고? 네가 그러고도 편하게 발 벗고 잠잘 것 같아? 너희 부모가 일찍 죽은 건 다 네 업보야. 네가 자초한 거라고.”짝!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태리는 가차 없이 귀싸대기를 얻어맞았다.송하나는 화끈거리면서도 저릿한 손바닥을 천천히 거둬들였다.그러고는 송태리에게 바짝 다가서서 한없이 차가운 눈길로 째려봤다.“너 같은 건 우리 부모님 언급할 자격 없어!”그녀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겨우 쥐어짜 냈다.부모님의 죽음은 언제나 그녀 마음속의 가장 깊은 상처였다. 모든 단서가 송씨 일가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해 복수를 머뭇거리고 있었다.안재준 쪽에서도 조사는 하지만 줄곧 진척이 없어 송하나는 아직도 부모님의 원한을 갚지 못했다.“진정 은혜를 모르는 게 누군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 거야!”잔잔한 목소리로 내뱉은 말은 비수가 되어 송태리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우리 부모님 회사를 빼앗고, 우리 집 별장을 강탈하고, 우리 부모님 등골이나 파먹으면서 잘 먹고 잘사는 너희 송씨 가문 인간들이야말로 싹 다 지옥에나 떨어져야지.”“감히 날 때렸어?”송태리는 순식간에 부어오른 뺨을 감싸 쥐며 눈빛이 광기로 가득 찼다.“이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그녀는 미친 짐승처럼 달려들며 손톱으로 송하나의 얼굴을 할퀴려 했다.이때 줄곧 조용히 서 있던 차정원이 쏜살같이 앞으로 나서서 송하나를 자신의 등 뒤로 단단히 감싸 안았다.금테 안경 너머로 서늘한 한기가 번뜩였다.“송태리 씨, 진정하시죠.”남자의 차분한 목소리에는 변호사 특유의 위협적인 힘이 실려 있었다.“혹시 그 댁 어머님과 빨리 재회하고 싶으신 거라면 저도 굳이 말리진 않을게요.”가볍게 내던진 그 한마디에 송태리는 순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그녀는 이를 박박 갈며 차정원을 노려봤지만, 감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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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이 대표님 덕분에 저도 상기할 점이 생겼네요.”차정원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저희가 법원에 제출한 이혼 소장 말입니다. 부디 신속하게 응소해 주셔야 제 의뢰인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걸 방해받지 않겠죠.”이강우의 표정이 순간 음침하게 돌변했다.두 남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공기 속에도 싸늘한 기운이 드리웠다.송하나는 본인 때문에 차정원이 이강우와 척을 지는 것을 원치 않아 나직이 입을 열었다.“변호사님, 일단 차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제가 금방 따라갈게요.”차정원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그가 떠나자 송하나가 비로소 고개를 들어 이강우를 쳐다보았다.“이 대표님,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그녀의 공적인 태도는 조금 전 차정원에게 보였던 온화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이강우는 심장을 쿡 찌르듯 아팠지만, 겉으론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진심 어린 어조로 말했다.“나 송태리랑 안 잤어. 그날 밤은 전부 걔가 꾸민 자작극이었고 배 속의 아이도 내 아이가 아니라 걔가 돈 주고 정자를 사서 임신한 거야.”송하나의 눈가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그녀는 송태리가 이씨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이런 터무니없는 짓까지 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래서요?”이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 제 가슴에 얹었다.“너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내가 잔 여자는 오직 너뿐이야. 마음을 준 사람도 너 말곤 없어.”송하나는 자신의 손을 힘껏 빼내고 삭막한 말투로 말했다.“자중하시죠. 이강우 씨, 우리는 이미 끝났어요. 강우 씨가 누구랑 잤든 마음에 누굴 품었든 이제 나랑은 아무 상관 없다고요.”그녀의 손끝이 이강우의 손바닥에 차가운 감촉을 남겼다.거부하는 태도와 단호한 눈빛을 바라보자 이강우의 마음속에 은은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들었다.말을 마친 송하나가 자리를 떠나려 할 때, 이강우가 대뜸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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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배려가 넘치는 그의 시선에 송하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만약 정말로 송종현이 그녀의 부모를 해친 증거를 찾아낸다면 향후 법적 절차에는 전문 변호사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할 것이다.하여 차정원에게 내막을 알려주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그녀는 차정원의 진심 어린 시선에 화답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신세 좀 질게요, 변호사님.”두 사람은 나란히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안재준이 즉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하나 씨.”그의 옆에는 낡아서 색이 바랜 재킷을 입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한창 초조하게 손을 비비고 있었다.송하나는 이 사람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지만 어디서 봤던지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기사님, 이분은 누구시죠?”“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하나 씨. 이분은 송진 그룹의 전임 부대표님이셨던 신창현 신 대표님이십니다.”“창현 삼촌이시라고요?”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사람을 찬찬히 살폈다.비록 예전에 아버지 회사의 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신창현 부대표는 기억하고 있었다.인상 속에서 그는 늘 빳빳한 양복을 입고 머리도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빗어 넘겼으며 두 눈은 항상 빛났고 일 처사가 능숙한 중년 남성이었다.또한, 아버지가 가장 신임하고 중용하던 인물이었다.하지만 짧디짧은 몇 년 사이에 어쩌다가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이게 된 걸까?머리도 절반 이상 희끗희끗해졌고 허리마저 굽어 기억 속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삼촌, 대체 왜...”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자 송하나의 마음이 아려왔다.신창현이 씁쓸하게 한숨을 쉬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하나야, 그해 송 회장님이 사고 나신 지 얼마 안 돼서 송종현이 핑계를 둘러대고 우리 같은 오래된 임원들을 모조리 회사에서 내쫓았어. 요직에는 전부 자기 심복들로 갈아치운 거지.”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다.“난 그때 이미 마흔이 넘은 나이라 늙은 부모님에 어린 자식들까지 있었어. 회사에서 쫓겨나니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도 소식이 없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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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정말 잘됐네요!”송하나의 눈가에 순간 한 줄기 희망이 차올랐다.장도훈만 찾아내면 그날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고 송종현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터였다.“안 기사님, 창현 삼촌, 두 분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송하나는 가방에서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 그들 앞에 내밀었다.“여기 4천만 원이에요. 일단 가져다 쓰세요.”안재준과 신창현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황급히 사양했다.“아닙니다. 이건 받을 수 없어요.”“두 분께서 저희 부모님 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느라 돈 쓸데가 많을 겁니다. 사양하지 마시고 얼른 받아주세요.”송하나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안 돼. 이건 받을 수 없어.”“저는 월급도 적지 않고 모아둔 돈도 좀 있으니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모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일이라면 돈은 얼마든지 써도 아깝지 않아요.”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을 마주하며 안재준은 차마 더 사양할 수 없어 은행카드를 꽉 움켜쥐었다.“걱정 마세요, 하나 씨. 회장님께 받은 은혜는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장도훈을 찾아서 회장님의 원을 풀어드리겠습니다!”안재준, 신창현과 작별한 후 차정원과 송하나도 카페를 나섰다.그녀를 바래다주는 차 안에서 차정원이 핸들을 쥔 채 또렷한 목소리가 고요한 정적을 깨트렸다.“장도훈만 찾으면 이후의 증거 확보와 법정 증인 출석까지 전부 나한테 맡겨. 감히 확신하는데 그 녀석을 증인석에 세워서 모든 진실을 말하게 할 거야.”그녀는 자신의 가장 깊은 상처까지 과감하게 보여주었다. 차정원은 이러한 믿음에 마음이 살짝 뭉클했다.그는 당연히 이 소중한 부탁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송하나는 감격에 겨운 눈길로 그를 돌아보았다.“변호사님...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조작했다.곧이어 차정원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는데 2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였다.그녀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2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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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차 안에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차정원은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송하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곁눈질하면서 의아한 마음을 달랬다.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크게 화내는 걸까?차가 그녀의 별장 앞에 멈춰 설 때까지도 차정원은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이었다.“고마워요, 변호사님. 조심히 들어가세요.”송하나가 나지막이 작별 인사를 했다.이에 차정원은 덤덤하게 응하고는 쌩하고 떠났다.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차설아의 전화가 걸려왔다.“하나야! 김지영이 형을 받았다고? 진짜 축하해. 또 한 번 복수에 성공했네!”“응, 드디어 진전이 좀 생겼어.”송하나는 소파에 앉아 미간을 문질렀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음... 송진 그룹을 되찾고 싶어.”이 대답에 차설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하나 너 예전엔 이런 경영 쪽에 관심이 전혀 없었잖아?”이 또한 사실이었다.예전의 송하나는 오로지 연구 개발에만 몰두했고 회사 경영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하지만 오늘 신창현의 초라한 몰골을 보고 있자니 그가 평생을 바쳐 회사에 헌신하고도 결국 이런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에 송하나의 가슴속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깔린 것만 같았다.부모님의 노고가 허투루 버려지는 것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지금은 회사가 엉망진창일지라도 반드시 이 빈 껍데기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요즘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송하나가 나직이 대답했다.“아빠, 엄마의 노력을 헛되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두 사람은 잠시 더 수다를 떨다가 별안간 송하나가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설아야, 너희 오빠 소송 건 하나 맡으면 보통 변호사 비용으로 얼마나 받아?”“갑자기 그건 왜?”차설아가 멈칫하며 되물었다.“오빠가 너한테 돈 받았어?”“그건 아니고...”송하나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변호사님께 도움을 하도 많이 받아서 착수금 명목으로 2억 원을 보내드렸는데 별로 썩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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