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조수석에 앉은 송하나가 마스크와 선글라스 너머로 뒷좌석의 그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바로 이 남자였다! 7년 전, 그녀 부모님의 차에 손을 대서 그녀의 세상을 완전히 무너뜨린 자.손톱이 손바닥에 깊숙이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눈썰미가 예리한 차정원이 옆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가볍게 팔을 두드리며 무언의 힘을 전달했다.차가 서서히 정비 공장을 벗어나 교외의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길가의 미루나무들은 어느새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로 바뀌었다.차가 점점 외딴곳으로 가자 장도훈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사장님,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친구분 차가 대체 어디 있다는 겁니까?”차정원은 룸미러로 그와 시선을 맞추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서두를 거 없어요. 바로 앞이에요.”차는 어느 한 폐기된 창고 앞에 멈춰 섰다.차정원은 고개를 돌려 송하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차에서 기다려. 난 기사님이랑 먼저 내려서 상황 좀 볼게.”송하나는 그의 의중을 바로 이해했다.그녀 역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차정원에게 짐이 될까 두려웠다. 끝내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가락은 무의식중에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차정원이 먼저 문을 열고 내렸다. 장도훈이 따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차 문을 철컥 잠가버렸다.곧이어 몸을 돌려 변호사신분증을 보여주었다.“변호사 차정원입니다.”장도훈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본능적으로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차 고치러 온 거 아니었어요?”“맞아요.”차정원은 다시 변호사신분증을 집어넣었다.“이 핑계가 아니면 어떻게 단독으로 만날 수 있겠어요, 장도훈 씨!”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내뱉은 순간, 장도훈은 완전히 당황했다.“당신들 대체 정체가 뭡니까? 원하는 게 뭐요?”차정원은 매우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7년 전, 강현의 한 기업가 부부가 불행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죠. 사후 조사 결과, 누군가 브레이크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별안간 그의 목소리가 싸늘해졌
그녀는 불필요한 인사를 생략하고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장도훈 어디 있어요?”“하나 씨.”안재준이 휴대폰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이건 저희가 방금 교외의 한 자동차 정비 공장에서 몰래 찍은 사진인데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장도훈입니다.”마흔 남짓으로 보이는 남자는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부품을 수리하고 있었다.“기사님, 이 사람 확실해요?”송하나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또다시 헛된 희망일까 봐 두려웠다.“네, 확실합니다.”안재준이 사진을 가리키며 결연하게 말했다.“예전 동료들에게 들었는데 젊었을 때 술 마시고 일하다가 오른손 검지 일부를 기계에 잘렸다고 합니다. 이 특징은 속일 수 없어요. 사진 속 남자 오른손 검지 한 마디가 짧은 거 보이시죠?”그녀가 황급히 사진을 확대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오른손 검지가 눈에 띄게 짧아져 있었다.장도훈, 그 사람이 맞았다.신창현이 곁에서 한 마디 덧붙였다.“그 사람 옆에 동료들이 더 있어서 우리가 선뜻 다가가 말을 걸면 의심할까 봐 사진만 찍고 바로 나왔어. 하나야, 이제 어떻게 할까?”송하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바로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차 변호사님, 장도훈 찾았습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차정원은 팀원들과 사건을 논의 중이었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회의실 밖으로 나와 침착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어디야? 위치 보내고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금방 갈게!”전화를 끊은 송하나가 차정원에게 위치를 전송했다.그녀는 갑자기 또 다른 중요한 일이 떠올라 두 어른을 향해 몸을 돌리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기사님, 창현 삼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송진 그룹이 지금 파산 신청을 했지만 제가 그룹의 핵심 기술을 되사 와서 새로 회사를 설립하고 싶어요. 두 분께서 돌아와서 저와 함께 회사를 일으켜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 저와 함께 해주시겠어요?”이 말을 들은 두 남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서로 마주 보는 눈빛에 흥분과 벅찬
“그 더러운 년 얘기는 꺼내지도 마.”송종현이 발끈하며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송태리는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다 네 엄마가 자초한 거야.”송종현은 험상궂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온 강현 사람들 앞에서 날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밖에서 여자 몇 명 노는 게 뭐? 뭐가 문젠데? 내가 네 엄마랑 이혼 안 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계단을 붙잡고 비틀거리면서 겨우 제 방으로 들어갔다.송태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뺨의 통증보다 시린 이 마음을 더 주체할 수 없었다.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좀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어떻게 딸을 술집녀로 착각할 수 있지? 생각만 하면 속이 뒤집혀서 토하고 싶었다.옛날에는 더없이 화목한 한 가족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져 버린 걸까?문득 송하나라는 이름 석 자가 바이러스처럼 머릿속에 쫙 퍼졌다.‘다 너 때문이야! 네가 죽은 토끼를 물고 늘어지지만 않았어도 우리 엄마 감방 갈 리가 없고 아빠도 이렇게 타락하진 않았을 거야. 너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어!’송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기분이 들었다.송태리는 서러움과 무기력함이 점차 사라지고 광기에 가까운 증오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며칠 후, 현진 바이오테크 회의실.송하나가 회의에서 프로젝트 보고에 집중하고 있을 때, 휴대폰 화면이 켜지더니 안재준에게서 온 메시지가 떴다.[하나 씨, 장도훈 찾았어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만나서 얘기해요.]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어지고 온몸의 피가 뜨겁게 들끓었다.장도훈...부모님의 교통사고에서 가장 결정적인 인물을 드디어 찾아냈다니.[네, 괜찮아요. 주소 보내주세요. 바로 갈게요.]재빠르게 답장한 후, 그녀는 휴대폰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놓았다.회의가 계속되는 동안 송하나의 집중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서유준은
괜히 이 여자가 나중에 절박한 상황에 부닥쳐서 무턱대고 서두르다가 또 최로운을 찾아올 수 있으니 미리 차단해버렸다.한편, 송하나와 차설아는 오늘 밤 이대로는 소득이 없을 것 같아 잠시 더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막 문을 나서려던 참인데 레나가 그녀들을 쫓아왔다.“잠깐만요.”송하나는 그녀를 뒤돌아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레나는 약한 담배를 한 대 뽑아 불을 붙이고는 우아하게 연기를 뿜어냈다.“아까 말씀하신 거 다시 의논해 볼까요? 저희 같은 일 하는 사람들은 돈만 되면 누구랑 자든 상관없거든요.”작정하고 돌직구를 날리는 레나였다.“얼마나 주실 수 있어요?”“얼마를 원하시는데요?”“4천만 원요. 가격 흥정 안 합니다.”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계좌번호 대요. 선금 먼저 넣고 일 끝나는 대로 잔금 처리할게요.”레나는 망설임 없이 연락처를 남기고는 다시 송종현을 상대하러 갔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이강우는 멀어져가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저번에 김지영의 추문도 이런 수법을 썼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나왔다.하지만 송씨 가문의 체면은 지난번에 이미 바닥을 쳤는데 송하나가 이번에는 과연 뭘 원하는 걸까?가녀린 뒷모습이지만 누구보다 억척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강우의 차가운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최로운은 두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강우 이 자식... 송하나한테 마음이 깊어진 거야?’별안간 심성빈이 또 생각났다.그 역시도 송하나에게 일편단심이었다.네 조건에 무슨 여자인들 못 찾겠냐고, 왜 그렇게 송하나에게 목매냐고 수없이 설득했지만 심성빈은 듣는 척도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강우도 마찬가지였다.최로운은 속절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두 녀석의 친구로서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깊은 밤, 송씨 가문 별장.송종현이 비틀거리며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짙은 술 냄새가 집안에 가득 퍼졌다.의자가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소리에 2층에서 얕은 잠을 자던
다 듣고 난 최로운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알았어. 나가 봐.”레나의 눈가에 실망감이 스쳤다.새로 온 사장과 좀 더 많은 접촉을 바랐으나 고작 몇 마디 묻고 끝났다니, 내심 아쉬웠다.그녀가 떠난 후, 최로운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재미있네. 조카가 돈을 주고 삼촌이 방탕하게 노는 증거를 모으다니. 꽤 볼만 하겠어.’그는 룸으로 돌아가 여전히 술만 마시고 있는 이강우를 보면서 일부러 말을 걸어 궁금증을 유발했다.“강우야, 나 방금 누구 봤게?”이강우는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말에 대꾸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한편 최로운은 느긋하게 말을 이어갔다.“송하나.”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이강우는 술잔을 쥐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는 미간을 구기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발목 삐었다는 애가 이런 데는 왜 와?”곧장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최로운이 손을 들어 가로막았다.“서두르지 말고! 송하나 방금 뭐 했는지 안 궁금해?”이강우는 빙빙 돌려 말하는 최로운이 꼴 보기 싫어서 차갑게 쏘아붙였다.“말해 당장!”그제야 최로운은 레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부 전달했고 마지막엔 턱을 쓸며 분석했다.“대체 왜 굳이 그런 추악한 증거들을 모을까? 분명 좋은 일은 아니겠지? 송하나랑 송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얼마나 깊은 거야? 그 집안에 대한 적대감이 엄청 강해 보이던데. 혹시 너 때문은 아니겠지?”이강우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송하나와 송씨 가문은 상극이라 만날 때마다 날카롭게 맞섰다.특히 지난번 토끼 사건 이후로 송하나는 그 집안 사람들을 더욱 증오하게 되었다.며칠 전 재판에서 김지영만 구속되고 송종현은 요행히 빠져나갔다.송하나가 이를 불만으로 여겨 송종현도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수작일까?최로운은 이강우를 바라보며 슬쩍 떠보듯이 물었다.“하나 씨 내가 한번 도와줄까? 레나 내 사람이야. 말만 하면 기꺼이 도울걸.”그는 이강우가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 궁금했다.
송하나는 줄곧 그녀의 동향을 살피고 있던 터라 여기까지 뒤쫓아와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고스란히 엿들었다.“레나 씨.”송하나가 그녀의 등 뒤에서 불렀다.고개를 돌린 레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을 꽁꽁 싸맨 낯선 여자를 보자 여느 손님의 아내가 찾아온 것으로 여겼다.종종 남편들이 못된 짓을 하면 엉뚱하게 자신들에게 와서 화풀이하는 아내가 있으니까.레나는 경계하는 눈길로 그녀를 훑어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사모님 혹시 남편 찾으러 오셨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저 술 시중만 들지 남자들의 사적인 일에는 관심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떠나려 했지만 송하나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오해하셨어요. 저 지금 돈 드리러 온 거예요.”“네?”레나가 순간 멈칫했다.머릿속에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제가 뭘 해드리면 될까요?”레나가 물었다.“아까 그 남자 즐겁게 해주세요. 저는 제가 원하는 것만 얻으면 되니까 가격은 레나 씨가 부르세요.”송하나가 명확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레나는 즉시 그녀의 의도를 파악했다.저 늙은 남자의 추악한 몰골을 끄집어내라는 뜻이었다.둘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원한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나가 직감하건대 이 진흙탕 싸움에 절대 발을 들여선 안 되었다.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바닥에서 내게 해가 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야말로 생존의 법칙이니까.“죄송하지만 그쪽들 사정에 끼어들고 싶지 않네요.”단호하게 쏘아붙이고 송하나를 에돌아 자리를 떠나려는데 최로운이 마침 바람 쐬러 룸에서 나왔다.복도 끝에서 모자를 눌러쓴 가녀린 몸매의 여자가 레나와 대화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혹시 송하나 아냐?’최로운은 의아했다.송하나가 어쩌다 레나 같은 여자와 아는 사이일까?그는 자신이 착각했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부스 구역을 흘겨봤는데 우연히 구석에 앉아 있는 차설아를 발견했다.그는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가 사장 포스를 내뿜으며 인사를 건넸다.“설아야,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