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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401 - Chapter 410

422 Chapters

제401화

송하나가 그에게 2억 원을 송금할 때 보였던 진지한 표정을 떠올리자 마음속의 불쾌감이 조금씩 사라지며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여태껏 송하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적이 없다.그녀에게 있어 차정원은 단지 ‘절친의 오빠’ 혹은 ‘믿음직한 변호사’ 정도일 것이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길 원했고 또 무슨 자격으로 그녀가 거리를 두는 것에 화를 내며 서운해했을까? 그런 명분 따위가 없는데 말이다.이 점을 깨닫자 차정원은 지체 없이 몸을 일으켜 의자에 걸친 정장 재킷을 집어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섰다.송하나가 복잡한 회사 관련 서류에 골머리를 앓을 때, 문득 초인종이 울렸다.문밖에 떡하니 서 있는 차정원을 본 순간, 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변호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흐릿한 복도의 불빛 속에서 차정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어. 송진 그룹 상황이 걱정돼서 너랑 얘기 좀 나눠볼까 하는데 잠깐 들어가도 될까?”“물론이죠, 들어오세요 얼른.”송하나가 옆으로 비켜 그를 맞이했다.거실 안, 노트북 화면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그 위에는 송진 그룹의 자료 페이지가 떠 있었다.차정원은 무심한 척하며 화면을 힐끗 보더니 속으로 이미 상황 파악을 마쳤다.예상대로 그녀는 회사를 되찾는 일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차 드릴까요, 커피 드릴까요?”송하나가 부엌으로 향했다.“물 한 잔만, 땡큐.”차정원은 소파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훑어보았다.송하나가 물컵을 들고 돌아오자 그제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송진 그룹 자료를 보고 있었네? 회사 되찾을 생각이야?”“네.”송하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다만 지금의 송진 그룹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정말 막막하네요.”차정원은 물컵을 들어 올리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종현이 며칠 전에 파산 신청을 했어. 빚을 회피하려고 파산 청산을 노리는 거지. 자신이 송진 그룹을 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빚쟁이들에게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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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송하나도 시간을 확인했는데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정원에게 말했다.“그럼 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부엌에 들어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돌아치다가 20분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두 그릇을 들고 나왔다.소박한 국수에 채소 몇 잎과 노릇한 계란 프라이가 곁들여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을 풍겼다.차정원은 젓가락과 그릇을 받아 들고 눈가에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두 사람은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저녁 식사를 했다.차정원은 이토록 평범한 일상의 온기가 새삼 탐났다.“변호사님,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송하나가 나지막이 일깨워 준 후에야 그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우아하게 입가를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했다.“국수 잘 먹었어. 너무 맛있다. 나중에 비서 시켜서 법률 문서를 작성해 보내줄게. 네가 경매 과정에서 속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지.”그 시각, 별장 밖 어둑한 가로등 아래, 이강우는 차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는 어둠 속에서 불빛이 은은하게 깜빡였고 옆에 놓인 휴지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따스한 불빛이 비치는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느덧 여기서 한 시간이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후에 회사 일을 마친 이강우는 송하나가 너무 그리워서 얼굴을 안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싸늘하고 단호했던 태도를 되새기며 섣불리 찾아갔다가 더 귀찮아할까 봐 겁쟁이처럼 이곳을 서성이고 있을 뿐이었다.시선이 닿은 곳에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순간 이강우의 눈빛이 한없이 음침해졌다. 그 차는 바로 차정원의 차였다.송하나는 오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차정원의 차에 올라탔다. 그 장면만 떠올리면 가슴이 찌릿하게 아려왔다.공적인 일이라면 밖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이 늦은 시각에 집으로 부른 걸까?한밤중에 남자 홀로 집에 들이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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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차정원은 앞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고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칼날처럼 이강우의 심장에 난도질했다.“이 대표님이 소중히 여기지 않아도 분명 누군가는 보물처럼 여길 겁니다. 이 세상에 하나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주 많거든요.”“고작 너 따위가?”이강우는 주먹을 불끈 쥐어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너 따위가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난 누구도 대신하려 한 적 없어.”차정원이 가볍게 웃었다.“적어도 난 너처럼 하나에게 상처 주지 않을 거고 그 아이의 모든 선의를 저버리지도 않을 거야.”그는 잠시 멈췄다가 무심한 척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아 참, 하나 요리 솜씨가 꽤 좋더라. 아쉽게도 이 대표는 앞으로 하나가 해준 음식 맛볼 기회가 없겠네?”이 말은 이강우의 정곡을 찔렀다.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등에 실핏줄이 튀어 오르고 눈가에는 거대한 분노와 고통이 소용돌이쳤다.어두운 밤, 두 남자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한 명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도 어찌할 바를 몰랐고 다른 한 명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쉴 새 없이 정곡을 찔렀다.차정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차를 몰아 떠나갔다.홀로 남겨진 이강우는 제자리에 선 채 눈가에 후회와 쓰라린 패배감으로 가득했다.여전히 불이 켜진 창문을 바라보면서도 끝내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깊은 밤, 송하나가 또다시 익숙한 꿈에 빠졌다.꿈속은 어린 시절의 따스한 장면이었다.아버지는 운전대를 꽉 잡고 계셨고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밖의 햇살이 차 안을 가득 채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하고 행복한 장면이지만 순식간에 와장창 무너지고 모든 것이 불길 속으로 변했다.부모님의 모습은 자동차 폭발음 속에서 점차 희미해졌다.“안 돼...”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고 가슴은 격렬하게 오르내렸다.송하나는 머리맡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새벽 4시의 미약한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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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송하나는 몸의 균형을 잡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뒤를 돌아보았다.“고맙습...”감사의 인사를 다 건네기도 전에 시야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놀랍게도 심성빈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검은색 캐주얼 차림의 심성빈은 훤칠한 몸매와 고고한 기품을 자아내며 채 가시지 않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여기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이야. 송하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그녀는 심성빈이 자신에게 경호원을 붙여 미행하게 된 사실을 알아버렸다.나중에 심성빈은 그녀의 집 앞에서 밤새 기다리며 정중하게 사과했었다.그리고 지금, 행여나 그녀가 또다시 오해할까 봐 늘 침착했던 얼굴에 미세한 당황함이 스쳤다.그는 송하나의 허리를 감싸던 손을 제때 풀고 반걸음 뒤로 물러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후 설명을 이어갔다.“최근 회사에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 절이 영험하다고 들어서 프로젝트가 잘 되길 기원하는 마음에 한 번 와봤어. 여기서 널 만날 줄은 몰랐네.”송하나는 당연히 그의 말을 믿어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이렇게 또 보네요.”그녀의 태연한 반응을 보며 심성빈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이른바 프로젝트는 핑계일 뿐이다. 이 사실은 오직 심성빈만 알고 있겠지...실은 어제 회사 여직원들이 이 절이 인연을 맺어주는 데 특히 영험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소원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그는 홀린 듯 이 말을 마음속에 새겨두었고 오늘 아침 일찍 이곳으로 차를 몰고 왔다.송하나와의 인연을 빌고 싶어서...하지만 산기슭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편안한 캐주얼 차림의 그녀는 홀로 산에 오르고 있었는데 뒷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그녀를 발견한 순간, 차오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며칠 동안 만나지 못해 연락할 핑계를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다니.그 순간, 이런 우연한 만남마저 하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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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얼마나 다쳤는지 한번 볼게. 심각한지 확인해 봐야겠어.”송하나는 본능적으로 발을 뒤로 뺐다.“괜찮아요, 대표님. 뼈는 안 다친 것 같으니 좀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심성빈은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동작을 멈췄다.차오르는 걱정을 꾹 짓누르고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주면서 침착한 눈길로 바라봤다.“여기서 산 정상까지 멀지 않지만 너 이 상태로는 절대 못 걸어갈 거야. 나한테 업혀. 일단 정상에 도착해서 편히 쉬어야지.”다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건 안 되죠...”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대신 이따 저 좀 부축해 주실래요?”송하나가 고집을 안 꺾으니 심성빈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녀가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자 남자는 팔을 내밀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천천히 걸어. 너무 아프면 얘기해. 잠시 쉬었다 가도 되니까.”심성빈의 손은 시종일관 그녀의 팔을 안정적으로 지탱했고 힘의 강도도 적당했다.그녀에게 필요한 지지력을 주면서도 불쾌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다.송하나는 다친 발을 거의 땅에 댈 수 없어 체중 대부분을 그에게 의지해야 했다.“이제 곧 도착해. 조금만 참아.”심성빈은 평소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송하나는 알겠다고 가볍게 대답한 후 모든 신경을 다친 발목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옮겼다.통증은 계속 은은하게 전해졌고 그녀는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이 짧은 길이 지금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심성빈이 의도적으로 걸음을 늦추어 자신의 속도에 완벽하게 맞추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발이 살짝 미끄러지거나 비틀거릴 때면 심성빈은 감싸 안은 팔을 즉시 수축하며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지지력을 제공했다.마침내 산꼭대기의 넓은 터에 발을 디디자 눈앞이 탁 트였다.고즈넉한 사찰의 붉은 벽과 검은 기와가 햇살 아래 우뚝 서 있었고 향로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졌다.송하나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심성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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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말을 마친 심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금방 올게.”송하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는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복도 모퉁이로 사라지는 남자의 늠름한 뒷모습을 보며 송하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그에게 점점 더 많은 신세를 지고 있었으니까...잠시 후, 심성빈이 돌아왔다. 손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생수 몇 병과 사찰 기념품점에서 산 듯한 깨끗한 얇은 수건 한 장이 들려 있었다.그는 송하나 옆에 앉아 수건으로 차가운 물병을 감싸 간단한 냉찜질 주머니를 만들었다.“좀 차가울 거야. 조금만 참아.”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부어오른 발목 위에 냉찜질 주머니를 부드럽게 올려놓았다.갑작스러운 차가운 기운에 송하나는 움찔거렸지만 이내 냉기가 화끈거리는 통증을 완화해 훨씬 편안해졌다.“고마워요, 성빈 씨.”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순간 냉찜질 주머니를 잡고 있던 남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송하나는 항상 그를 ‘심 대표님’이라고 부르다가 간만에 이름을 불러줬다.어쩌면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심성빈에게 조금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협력 관계를 넘어선 무언가를 느낀 게 아닐까?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알겠다며 나직이 대답했지만, 심장은 깃털로 살짝 간지럽힌 것처럼 설레고 짜릿했다.약 15분간 냉찜질을 하자 발목의 부기와 통증이 눈에 띄게 줄었다.심성빈은 더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야 침착하게 말했다.“좀 나아졌어? 천천히 걸어봐. 내가 부축해 줄게.”그가 팔을 내밀었다.송하나가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팔뚝에 손을 살짝 얹고 그 힘에 의지하며 일어섰다.발목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심성빈은 든든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아주 느린 걸음으로 장엄하고 엄숙한 대웅전을 향했다.대웅전 안에는 불상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있었고 향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나지막한 불경 소리가 세상의 모든 번뇌를 씻어주는 듯했다.송하나가 향 세 개를 받아 들고 두 손을 이마까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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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어쩌면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심심풀이로 가봤을 수도 있겠지.송하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저 이제 다 됐어요. 대표님은 향 피우실래요?”심성빈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조금 전 그녀가 무릎 꿇고 기도했던 방석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표정은 전례 없이 엄숙하고 진지했다.눈을 감고 합장할 때, 심성빈의 마음속으로 빌었던 것은 그녀가 방금 소원했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그 젊은 여자들은 심성빈과 송하나가 나지막이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특히 화장기 없는 얼굴마저 아름다운 송하나의 옆모습을 보자 그녀들은 순식간에 맥이 빠졌다.“저분이 여자친구인가 봐.”“정말 예쁘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두 사람 서 있는 모습이 그림 같네.”“관두자, 관둬. 괜히 가서 망신당하지 말고.”기도를 마친 심성빈은 주지 스님을 찾아가 상당한 금액의 시주를 올렸다.행여나 송하나가 너무 많은 소원을 빌어 부처님들이 한꺼번에 돌보기 어려울까 봐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녀에게 더 많은 축복을 주고 싶었다. 그녀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주지 스님은 합장하며 연거푸 말했다.“아미타불, 시주의 공덕은 한량없습니다. 보살님은 반드시 시주님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입니다.”대웅전을 나서는 송하나가 빙긋 웃었다.“통 크게 시주하신 걸 보니 대표님이 말씀하신 프로젝트가 정말 중요하긴 한가 봐요.”심성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고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말에 맞장구쳤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는 자신이 시주한 돈이 프로젝트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오직 그녀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실직고할 리가 없었다.바로 그때, 회색 승복을 입은 동자승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두 손을 합장하고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미타불. 절에서 공양할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두 시주님께서 저를 따라 소박한 사찰 밥이라도 드시고 가십시오.”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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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이강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박 대표의 안내를 따랐다.다른 한쪽에서는 심성빈이 송하나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동자승을 따라 해탈문 같은 둥근 달 모양의 문을 지나 공양간으로 향하고 있었다.공양간에 가까워질수록 참배객이 많아져 길이 비좁아졌다.문 앞에 다다르자 인파가 몰려들었다.심성빈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고 송하나의 허리 뒤쪽을 가볍게 감싸는 듯 보호막을 만들며 그녀를 붐비는 인파로부터 분리했다.이 본능적인 보호 동작은 어떤 각도에서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친밀함을 풍겼다.멀지 않은 곳에서 박 대표가 눈썰미 좋게 심성빈을 발견하더니 흥분 조로 말했다.“이 대표님, 저기 심 대표님 아닌가요? 오늘은 참 좋은 날이네요. 두 분을 한꺼번에 뵙다니.”그는 송하나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아양을 떨면서 추측에 나섰다.“그럼 저분은 심 대표님 여자친구겠죠?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요.”이강우는 박 대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던졌다. 두 남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는 표정이 얼어붙었다.심성빈은 송하나의 허리를 감싸듯 손을 얹었고 그녀는 심성빈에게 살짝 기대고 있었다. 이 광경이 이강우의 눈에 한없이 확대되고 왜곡되어 결국은 이 여자가 내 여자라고 선언하는 포옹으로 변질되었다.뜨거운 분노가 순식간에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가슴이 답답해져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주위의 공기마저 순식간에 응고되는 듯했다.박 대표는 이 갑작스러운 저기압에 위축되어 온몸에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그제야 이강우와 심성빈의 불화설, 심지어 살벌한 견제가 오가던 상업 전쟁이 떠올랐다.물론 나중에 휴전하게 됐지만 지금 보니 앙금이 사라지지 않았을뿐더러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박 대표는 입이 방정이었다고 후회하며 황급히 수습하려 했다.“이 대표님, 저... 저쪽에 샛문이 있는데 우리 그쪽으로 한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강우는 긴 다리를 뻗으며 송하나와 심성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걸음마다 억누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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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심성빈은 이 한 마디에 상황을 명확히 설명했고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이유와 친밀한 자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이로써 이강우는 다짜고짜 행패를 부리는 처지가 되었다.“칫, 발목을 다쳐?”이강우는 피식 웃더니 한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눈길로 두 남녀를 번갈아 보다가 끝내 송하나에게 시선이 멈췄다.그러고는 조롱으로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굳이 심 대표 몸에 딱 붙어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정도였어? 하나 너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지?”그는 일부러 부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두 남녀의 애틋한 관계만 비꼬았다. 말투가 하도 날카롭다 보니 옆에서 존재감을 지우려 애쓰던 박 대표마저 몸을 움츠렸다.송하나는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강우의 말에 수긍해서가 아니라 인정사정도 봐주지 않는 악의적인 비난에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심호흡하고 반박하려는 순간, 심성빈이 한발 앞서서 아까보다 더욱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야, 이강우!”그가 이례적으로 이강우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위의 미세한 소음을 뚫고 선명하게 전달되었다.“말 가려서 해!”이름에 성까지 붙이며 경고 조로 쏘아붙이자 세 남녀 주위에 살벌한 기운이 감돌았다.이강우는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이제 막 폭발하려던 찰나, 아까 그들을 안내했던 동자승이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두 손을 합장한 채 앳된 얼굴에 약간의 불안감이 비쳤다.“아미타불, 시주님들, 불가의 청정 도량입니다.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다투지 마십시오. 공양 음식이 준비되었으니 소승과 함께 들어가 소박한 사찰 밥이라도 드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그는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완화하려 애썼다.심성빈은 더 이상 이강우를 상대하지 않고 송하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발 조심해.”그러고는 그녀를 부축하며 동자승을 따라 안으로 걸어갔다.이강우의 가슴속 분노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심성빈이 송하나를 부축한 손에 꽂혀 있었고 당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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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박 대표는 자신의 앞에 나란히 놓인 세 그릇의 사찰 밥을 바라보았다. 그중 두 그릇은 강현의 최정상에 있는 두 남자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그는 죽상이 되어 겨우 미소를 지었는데 차라리 우는 게 더 예뻐 보일 법했다.이 자그마한 네모형 테이블이 마치 화산의 분화구 같았고 양옆의 거대한 산맥처럼 느껴지는 두 사람의 압박감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왜 먼저 이강우에게 말을 걸었는지 뼈저리게 후회했다.두 ‘상전’들의 싸움에 당하는 건 오로지 자신뿐이었다.아무리 절에서 주는 공덕이 담긴 밥일지라도 이런 식으로 먹을 순 없을 터...박 대표는 결국 대식가가 아니었다.아주 짧은 거리였지만 송하나에게는 걸음을 내딛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그제야 이강우도 비로소 그녀의 발목 부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성빈은 줄곧 송하나를 바라보다가 대뜸 이강우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분하게 물었다.“강우야, 너 이렇게까지 하나 괴롭히는 이유가 뭐야?”이강우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냉소를 터트리며 반박했다.“심 대표가 틈새를 공략해서 하나한테 잘 보이려는 수작, 진짜 감탄스럽네?”심성빈은 전혀 화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둘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한편 박 대표는 이 두 거물 사이의 살벌한 기 싸움을 느끼며 매 순간이 고통스러웠다.그는 그릇 안의 사찰 밥을 필사적으로 입안에 쑤셔 넣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그저 이 고문 같은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송하나가 음식을 들고 자리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그 시각, 박 대표는 거의 다 먹은 상태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대표님! 심 대표님! 저... 저는 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지금 바로, 반드시, 당장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세 분 편히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박 대표는 마치 맹수라도 뒤쫓아오는 것처럼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도망치듯 허겁지겁 공양간을 빠져나갔다.송하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그릇 속의 소박한 사찰 밥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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