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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431 - Chapter 440

642 Chapters

제431화

그렇다면 이 배후에 과연 어떤 사정이 숨어 있는 것일까?설마 서유준과 갈등을 빚은 걸까?아니면 또 다른 계획이 생긴 걸까?심성빈은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 기대앉아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하나 회사의 주주 구조, 등록 자본금이랑 주력 사업까지 싹 다 조사해봐. 소식 들어오는 대로 바로 보고해. 절대 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해.”“네, 대표님.”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날 밤, 송하나는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레나가 보낸 파일을 응시하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폴더 안에는 레나와 송종현의 은밀한 사진과 영상이 가득했다.어떤 것은 송씨 가문 별장의 침실에서, 어떤 것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찍힌 것이었다.화면 속 장면들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고 불쾌한 소리마저도 조용한 방 안에서 유난히 귀를 찔렀다.송하나는 마우스로 빠르게 스크롤하며 세세하게 보지 않았다. 단지 모든 영상에 송종현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고 그가 레나와 결혼하겠다고 맹세했던 말들이 짤막하게라도 녹음되어 있는지만 확인했다.이 자료들은 김지영의 심리적 방어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다만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다.송하나는 마치 불결한 것을 차단하려는 듯 폴더 창을 닫았다.이어서 레나에게 별도로 천만 원을 더 송금했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적 위자료였다.비록 레나가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지만 송종현 같은 늙어빠진 남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송하나의 마음속에 복잡한 연민이 스쳤다.그야말로 힘들게 벌어들인 돈이었다.송금을 마친 그녀는 레나에게 문자를 보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다음 단계 시작해요.]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속도를 내서 송종현을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 그곳은 그가 마땅히 가야 할 곳이니까.며칠 뒤, 송태리는 퇴근길에 송종현의 전화를 받았다.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받았다.“태리야, 저녁에 집으로 한 번 와라. 아빠가 엄청난 희소식 하나 알려줄게!”송종현의 목소리에 간만에 흥분이 묻어났다.송태리는 살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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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30분 후, 송태리는 송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문을 열었다.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식탁에는 풍성한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발걸음이 저절로 멈칫했고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엄마가 감옥에 가고 아빠가 레나라는 여자와 놀아난 이후로 이렇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어본 지가 얼마 만인가.“태리 왔니? 어서 와, 밥 먹자!”송종현이 앞치마를 두른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간만에 미소가 가득 찼다.“네.”송태리가 나지막이 대답하며 식탁으로 다가갔다.“음, 냄새 좋다.”바로 그때, 부엌문이 다시 열리고 레나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국그릇을 들고 나왔다.송태리는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아이고, 레나야.”이를 본 송종현이 재빨리 접시를 내려놓고 레나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에서 국그릇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여 레나를 애지중지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만히 앉아 있으랬잖아! 데면 어쩌려고 그래?”레나가 교태를 부리며 눈을 흘겼다.“괜찮네요. 뭐가 그렇게 귀하다고.”처음 보는 아빠의 낯선 모습에 송태리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아빠! 이년이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뭐? 이년이라니.”송종현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레나 내 사람이야! 앞으로 이 집의 안주인이니 너도 예의 차려!”“예의요? 남의 가정을 깨부순 상간녀가 우리 엄마 감옥에 가 있는 동안 뻔뻔스럽게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는데 대체 무슨 예의를 차려요? 이딴 파렴치한 년 앞에서!”송태리는 쌓였던 분노가 완전히 폭발하여 모진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닥쳐!”화가 난 송종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네 엄마는 자업자득이야! 감옥 가는 게 마땅하지. 레나는 네 엄마보다 백 배는 나아. 다정하고 배려도 깊은데 대체 네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레나랑 비교해?”부녀의 싸움이 점점 격렬해지자 레나가 때를 놓치지 않고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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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송태리는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고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흘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녀는 아빠를 향해 절망과 비웃음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그러니까... 전화로 말한 좋은 소식이 고작 이거였어?”“그래!”송종현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게도 드디어 아들이 생겼어. 태리 너도 남동생 생겼는데 얼마나 큰 경사야. 앞으로 집에 자주 들러서 동생이랑 정도 쌓고 누나 될 도리를 다해야지. 안 그래?”‘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송태리는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서늘한 한기가 차올랐다.직접 요리하고 다정한 말투로 속삭였던 모든 따뜻함이 완벽하게 짜인 연극이었다니.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그녀를 집에 부른 이유는 부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녀 손에 있는 돈을 노리고 늦둥이 아들과 상간녀를 먹여 살리려는 속셈이었다!송태리는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얼음 파편만이 남았다.“하...”나지막한 웃음소리에는 슬픔과 증오가 가득했다.“지금 나보고 저 더러운 여자랑 사생아까지 내 돈 대면서 키우란 거야?”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닫고 뛰쳐나갔다.다음 날 아침.차정원이 송하나를 태우고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송하나는 창밖으로 희미해져 가는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우뚝 솟은 엄숙한 분위기의 철문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호흡이 미세하게 멈췄다.이런 곳에 발을 들이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긴장 풀어, 하나야.”차정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김지영이 입을 열지 않아도 우리가 확보한 증거만으로 송종현을 단죄하기엔 충분해.”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녀라고 왜 이 도리를 모를까?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증언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사건의 실체를 두 눈에 새기기 위해서였다.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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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네가 왜 여기 있어?”김지영의 갈라 터진 목소리에는 확연한 거부감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송하나가 미소 지으며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실망이 크신가 봐요?”“태리는? 종현 씨는 왜 안 보여? 다들 왜 안 오는 거야?”김지영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초조하게 물었다.“그 사람들이요?”송하나가 눈썹을 치키고 홀가분하게 말을 이었다.“지금쯤 아마 단란한 가족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숙모 생각할 틈이나 있겠어요?”“뭐?”김지영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바늘에 찔린 것처럼 펄쩍 뛰었다.“뭐가 또 단란한 가족 시간이야? 하나 너 똑바로 얘기해!”송하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차분하게 휴대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화면에는 송종현과 레나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은밀한 사진들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우리 숙모님께서 아직 모르고 계셨군요. 여기 들어온 다음 날부터 삼촌은 새 여자가 생겼어요.”송하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김지영의 심장을 찔렀다.“숙모 같은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곁에 없으니 삼촌이야 뭐,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지내고 계시죠.”김지영은 화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어 붉은 자국이 남았다.“아니야, 말도 안 돼! 이 사진 다 가짜야. 나 속일 생각 하지도 마!”송하나는 아무런 변명 없이 곧바로 영상 하나를 틀었다.흔들리는 화면을 들여다보니 배경은 다름 아닌 김지영의 안방, 그녀가 직접 골랐던 익숙한 침대였다!심지어 침대 시트까지 그녀가 직접 골라서 사 온 것이었다!송종현과 레나가 침대를 뒹구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하지만 화면보다 더 귀를 찌르는 것은 남자의 웃음소리와 느끼한 멘트들이었다.“애기야, 그 늙어빠진 년이 어떻게 너랑 비교가 되겠어? 난 진작 마누라한테 정떨어져서 꼴도 보기 싫어! 이제 감옥에 갇혔으니 잘됐지 뭐. 직접 내쫓을 필요가 없잖아. 그년은 감방에서 뒈져야 해.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다니까!”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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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여기서 아무리 고통받고 있어봤자 저들은 밖에서 호의호식하면서 숙모 몫까지 차지하려 하네요. 정말 이대로 괜찮겠어요?”김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걷잡을 수 없는 증오심으로 불타올랐다.“송종현 이 개만도 못한 놈! 내가 그 인간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걸 참고 살았는데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진술 바꿀 거야! 그놈도 감옥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맛보게 해줄 거라고!”“지금 당장 삼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면서 숙모도 감형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하나 있어요.”“뭔데 그게?”김지영이 간절하게 물었다.벌겋게 충혈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송하나가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우리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송종현이 철저히 계획한 살인이었어요! 숙모가 알고 있는 모든 전말을 말해줘요. 삼촌이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죽였는지 전부 말하고 법정에서 삼촌이 저지른 죄를 증언하세요.”수십 년간 묻어두었던 비밀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 오르자 김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천둥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격하게 몸을 떨더니 필사적으로 발뺌에 나섰다.“지금... 뭐라는 거야! 그런 일 없어! 난 몰라.”“이 지경이 됐는데도 삼촌을 위해서 피 묻은 그 비밀까지 감싸주려는 거예요?”송하나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아무리 감싸봤자 삼촌은 절대 숙모 안 구해줘요. 게다가 새로 만난 그 여자가 숙모를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오게 온갖 수작을 부릴 게 뻔하죠. 이번 생은 감옥에서 썩으면서 그 사람들이 숙모 돈으로 호강하는 걸 지켜봐야겠네요.”“잘 생각하고 대답해요, 김지영 씨! 이번이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김지영은 숨이 점점 가빠지고 가슴이 격하게 들썩거렸다. 주먹을 꽉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들 기세였다.송종현의 매정한 얼굴이 떠올랐고 또한 본인이 감옥에서 겪는 지긋지긋한 고통도 되새겼다.모든 감정이 뒤섞여 그녀를 폭발 직전으로 몰아붙였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김지영의 눈에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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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하지만 기대했던 후련함은 기어이 찾아오지 않았다.송하나는 약간 피곤한 듯 좌석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한편 차정원은 그녀의 무거운 침묵과 지친 기색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부모님의 복수라는 집념이 그녀의 심장에 거대한 돌덩이처럼 얹혀 있었음을.치밀하게 계획했던 복수는 기력뿐만 아니라 삶을 지탱해오던 기개마저 갉아먹고 있었다.승리가 코앞에 닿았지만, 그 승리의 대가로 송하나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차정원은 그녀를 흘끗 돌아보며 상대를 이끌어주려는 듯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집에 돌아가기 전에 나랑 누구 한 분 만나고 갈까?”송하나가 눈을 뜨고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사건 관계자예요?”“응.”차정원은 앞서가는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여든이 훌쩍 넘은 어르신인데 사건 자체는 복잡하지 않으니 잠시라도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전혀 예상 밖의 제안이었으나 묘하게 끌렸다.송하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남자는 방향을 틀어 집으로 가는 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이내 산 좋고 물 맑은 산기슭에 멈춰 섰다.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은 집 한 채가 그 자리에 고요히 서 있었다.집 앞 정갈한 마당에는 은발의 할머니 한 분이 바위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쬐고 계셨다.발치에 엎드려 있던 누렁이는 나른하게 꼬리를 흔들었다.“할머니.”차정원이 다가서며 평소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차 변호사 왔네?”진영선 할머니는 그를 보자마자 주름진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이내 송하나를 바라보더니 눈가에 자애로운 호기심이 담겼다.“이 아가씨는 누구야?”“송하나라고 합니다.”차정원이 자연스럽게 소개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그래. 참 예쁘게도 생겼네.”진영선은 웃으면서 송하나의 손을 잡아 옆에 있는 바위에 앉혔다. 어르신의 메마른 손바닥에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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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기근이 닥친 해, 어린 동생들을 굶어 죽게 할 수 없어 열여섯 살의 그녀는 자신을 늙은 남자에게 팔아넘겼다.그 늙은 남자는 성적으로는 무능했지만, 그 대신 극심한 변태성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남자에게 학대당하다 죽을 뻔했다.후에 운 좋게 도망쳐 나와 두 번째 남편을 만났는데 그는 그저 우직한 농부였다.집은 비록 찢어지게 가난했으나 다행히 남편이 부지런한 데다 그녀에게도 살갑게 대해주었다.이제야 고생 끝에 낙이 오는가 싶더니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은 저수지 보수 공사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홀로 아들을 키워냈건만 아들마저 일찍 병들어 세상을 떠났고 어린 손자 하나만 남았다.간신히 손자를 어른으로 키워놨더니 이번에는 그 손자가 그만 마을 이장의 아들과 시비가 붙어 두들겨 맞아 죽었고 그것마저도 사고사로 위장되었다.그 이장은 동네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고 위로는 든든한 뒷배까지 있어 안하무인 격이었다.글자도 모르는 노인이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어디란 말인가.송하나의 마음은 그의 이야기와 함께 서서히 조여 왔다.한 노인이 그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탱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그러다 마침내 할머니는 모두가 상상조차 못 할 일을 벌였어.”차정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내 모두를 충격에 빠트릴 그 사실을 천천히 털어놓았다.“손자의 손을 잘라서 법원으로 가져갔던 거야.”송하나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고 손끝은 차갑게 얼어붙었다.엄숙하고 장엄한 법정에 잘린 손이 등장했을 때 어떤 파문이 일었을지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감돌았다.“그날 마침 법원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할머니가 꾸러미 속에서 그 손을 꺼내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차정원의 시선은 아득히 멀리 향했다. 마치 숨 막히던 그 장면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변호사로 지낸 오랜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날만큼은 역시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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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의 하얀 셔츠 위로 얼룩덜룩한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송하나는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늘 정장 차림에 침착하고 신중하던 차 변호사에게 이런...뜻밖의 면모가 있을 줄이야.“조심해요!”나무 밑에 선 그녀는 저절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왔고 두 손은 무심코 그의 재킷을 움켜잡았다.“받아.”차정원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그는 손목을 살짝 돌리더니 가장 탐스럽고 붉은빛이 도는 감 몇 개를 톡톡 따서 가볍게 던졌다.송하나는 황급히 옷깃을 오목하게 모아 감을 받았다.감은 묵직했고 햇살이 매만진 듯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졌다.그 온기는 실낱처럼 가늘게 스며들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해졌다.산길을 내려올 때, 그녀는 양손 가득 감을 안고 있었다. 흙먼지가 묻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차정원의 옆모습을 바라보자 마음 한구석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정원으로 돌아온 그들은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는 할머니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못내 아쉬워하는 할머니의 눈빛을 뒤로한 채 그들은 차를 몰아 출발했다.돌아가는 길, 창문을 살짝 내리자 산바람이 시원하게 차 안으로 밀려들었다.송하나의 가슴께에 켜켜이 쌓여 있던 답답함이 신선한 산바람을 타고 조금씩 흩어져갔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도 엉켰던 머릿속이 점차 맑아졌다.‘맞아, 사람은 늘 과거에 갇혀 살 수는 없어.’부모님의 원수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하지만 더는 증오와 고통에 스스로를 잠식당한 채 끝없는 슬픔과 분노 속에 갇혀 살 수는 없었다.이제 그녀 자신도 앞으로 나아가 새로운 풍경을 보아야 했다.“올 때 미리 할머니께 뭐라도 좀 챙겨왔어야 했는데.”송하나가 나지막이 말했다.빈손으로 온 탓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걱정 마.”차정원은 전방을 주시하며 평온하면서도 안심이 되는 말투로 대답했다.“내가 매달 사람 시켜서 할머니께 정기적으로 생활필수품을 보내드리고 있어. 부족함 없이 지내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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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악독하고 무자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편히 잠들어 있던 송하나 부모님의 묘소를 건드렸고 곧이어 이강우의 눈앞에서 감히 송하나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만약...그날 송하나가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면...지금 어떤 꼴이 되었을까.“걔 지금 어디 있어?”이강우의 목소리는 억눌린 분노로 인해 끔찍할 정도로 낮게 깔렸다.바뀐 약 때문에 송하나는 하마터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뻔했고, 훼손된 부모님 묘비 앞에서 절망에 휩싸여버렸다. 그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이강우는 마음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송태리 씨는... 아직 병원에 출근 중인 거로 압니다.”비서가 이강우의 분노를 건드릴세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병원 측 경영진은 아직 이 일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대표님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습니다.”이강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당장이라도 송태리의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규정대로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비서는 옆에 서서 논리정연하게 분석했다.“의료 인력으로서 고의로 환자 약품을 바꾼 행위는 중하게 볼 때 독극물 살인 미수에 해당하여 형사 처분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며 가볍게 보더라도 심각한 직업윤리 위반과 직무유기이므로 즉각적인 직무 정지와 의사 면허 취소 조치가 불가피합니다.”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이강우는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송태리가 저지른 두 가지 일 중 어느 하나만 꺼내도 족히 감옥에서 몇 년은 보낼 터였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이강우는 벌써 상대에게 가장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평생 나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머릿속에 문득 돌아가신 형님의 마지막 부탁이 스쳤다.이강우는 입술을 꽉 깨물고 끓어오르는 살의를 간신히 억눌렀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손을 휘저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비서는 그의 의중을 즉시 파악했다.가장 가혹한 징계를 내리되 법적인 선에서는 그녀를 완전히 매장하지 않고 한 줄기 여지를 남긴다는 뜻이었다.“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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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그녀가 수년간 쌓아 올린 학업과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사방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이 마치 수많은 가느다란 바늘처럼 그녀의 몸을 촘촘히 찔러댔다.“세상에, 지난번 그 환자가 갑자기 쇼크가 온 게 송태리 짓이었어?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야 진짜!”“송태리 이런 사람이었어? 겉으로는 늘 고고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저토록 악독했을 줄이야...”“이런 인간이 무슨 의사야! 환자 목숨으로 장난치잖아!”“...”예전에는 그녀에게 친절하기만 하던 동료들이 이제 대놓고 노골적인 경멸을 드러내며 째려봤다.환자 가족들은 송태리가 무슨 전염병 바이러스라도 되는 양 아예 멀찍이 피했고 그녀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격리 구역이 생겨났다.애써 쌓아 올렸던 이미지, 자랑스러워했던 커리어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원장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보았지만, 눈빛에는 동정심이라고는 요만치도 없었고 오직 차가운 혐오감만이 서렸다.“송태리! 지금 당장 개인 물품 챙겨서 병원에서 나가! 형사 책임을 질지는 피해자 측에서 더 이상 고소를 진행하느냐에 달렸을 거야.”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했고 남은 것은 끝없는 공포와 억울함뿐이었다.달랑 상자 하나를 들고 외래동을 걸어 나올 때, 눈을 찌르는 햇살에 송태리는 잠시 현기증이 났다.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이 광경은 과거 이강우의 동행 아래 화려하게 입사하던 때와 잔혹하리만치 대비되었다.그때 그녀는 만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미워하고 멀찍이 피하는 쥐새끼만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네가 바로 송태리야?”이때 인파들 속에서 대뜸 한 중년 여자가 튀어나와 송태리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채며 소리쳤다.송태리는 눈앞의 낯선 여자를 바라보았다.“누구세요?”“누구냐고?”그녀는 미처 어쩔 새도 없이 짝하는 소리와 함께 귀싸대기를 얻어맞았다.“내가 바로 너 때문에 죽을 뻔했던 그 환자의 아내야!”여자는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고 목소리도 다 쉬었다.“네가 내 남편 약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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