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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441 - Chapter 450

642 Chapters

제441화

“갈 거면 너나 가.”그 말을 끝으로 이강우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룸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머뭇거림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다.최로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엑스인 너도 신경 안 쓴다는데 아무 상관없는 내가 뭘 굳이...”룸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란이 순식간에 차단되었다.최로운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본인 잔에 술을 따랐다. 이내 참지 못하고 질문을 건넸다.“그나저나 송하나 대체 무슨 속셈일까? 레나한테 송종현이랑 찍은 야릇한 사진을 그렇게 잔뜩 보내놓고 가짜 임신 진단서까지 쥐여주더니 이제 와서 임무가 끝났다고 통보하는 거 있지? 벌써 며칠째 아무론 후속 조치도 없어. 도대체 무슨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이강우는 와인잔을 흔들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 역시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만약 송하나의 목적이 송종현을 파멸시키는 것뿐이라면 지금 송씨 가문은 파산 신청을 했고 송종현도 김지영의 그 유명한 카섹스 사건으로 체면이 바닥을 쳐서 더는 잃을 것도 없는데 설마...이강우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그녀가 원한 게 송종현의 파멸 그 이상이라면 짜놓은 판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가 있다.바로 그때, 밖에서 갑자기 격렬한 다툼 소리와 함께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최로운이 미간을 찌푸리며 부하 직원을 불렀다.“밖에 무슨 일이야?”부하가 허둥지둥 달려와 보고했다.“사장님, 밖에 손님이 술에 잔뜩 취해서 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말려도 소용이 없어요.”“누가 감히 내 구역에서 함부로 주사를 부려?”최로운이 씩씩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을 매만졌다.“강우야, 앉아 있어. 나 잠깐 나갔다 올게.”문을 열고 나서자 송종현이 한창 웨이터의 멱살을 잡고 비틀거리며 소리치고 있었다.“레나 어디 있어? 당장 레나 불러! 왜 며칠째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다 씹는 거야? 이년 어디 갔어? 또 다른 손님 접대 보냈지? 그런 거지?”웨이터는 난감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손님, 저희가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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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송태리는 무심코 고개를 들고 이강우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그는 마치 구경하는 사람처럼 덤덤하게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기만 할 뿐 도와줄 기미가 전혀 없었다.그 순간 송태리는 온몸의 피가 식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예전의 이강우는 그녀가 작은 억울함이라도 당하지 않게 지극정성으로 아꼈지만, 지금은 아예 낯선 이를 대하듯 눈빛에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이토록 극명한 대비는 좀 전에 맞은 귀싸대기보다 더욱 심장을 후벼팠다.최로운이 적절한 타이밍에 부하 직원에게 눈짓을 보냈고 곧바로 웨이터 몇 명이 비틀거리는 송종현을 부축하기 위해 나섰다.“송태리 씨, 저도 이만 볼일이 있어서 가볼게요.”최로운은 예의 바르지만 묘하게 거리를 두는 말투로 말하며 몸을 돌려 사라졌다.송태리는 그가 지금 일부러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과거 이강우가 그녀를 아꼈을 때, 그의 친구들조차 모두 지극히 관심을 보여줬고 이에 송태리는 자신이 정말 그들의 상류층 세계에 녹아들었다고 착각했다.하지만 이제 이강우가 그녀를 피하니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냉정하게 외면했다.송태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소위 ‘상류층’이라 하는 곳에 자신은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사실을.이강우가 없으니 그의 친구들도 저마다 송태리를 외면했다.“송태리 씨, 이만 가시죠. 저희 사장님이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했습니다.”직원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속뜻은 뻔했다. 송종현이 이곳에서 계속 난동을 부려 가게 장사에 피해를 줄까 봐 내보내려는 것이었다.두 명의 직원이 송종현을 양옆에서 부축해 밖으로 끌어냈다.송태리도 넋이 나간 채 그들 뒤를 따랐다.그런데 입구에 다다르자 송종현이 갑자기 직원들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안으로 쳐들어가려고 했다.“나 안 가! 레나 찾아야 해! 우리 레나 대체 어디 갔어? 내 아들 내놔. 어서 데려오란 말이야.”처참하게 무너지는 아빠의 모습과 횡설수설하는 취중 진담을 듣는 순간, 송태리는 억눌려 있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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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하여 내부 소식을 얻자마자 초조해하고 있을 송하나가 염려되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아니나 다를까 전화 너머의 송하나는 몇 초간 침묵했다.휴대폰을 쥔 손이 저도 몰래 미세하게 떨렸다.그녀는 이날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차정원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서둘러 당부했다.“오전에는 중요한 변론 준비가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어디도 나가지 말고 얌전히 집에만 있어. 마무리되는 대로 너한테 갈 테니.”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송하나가 일시적인 충동으로 홀로 송씨 저택에 찾아가는 일이다.그 집안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네, 알겠어요.”송하나는 나름 순순히 대답했다.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드레스룸에 들어가 신중하게 옷을 골라 입고 거울 앞에서 가볍게 화장까지 마쳤다.거울 속 그녀는 맑은 눈동자에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이 순간만을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절대 놓칠 수가 없지.송하나는 각성하여 가장 품위 있는 모습으로 원수들이 몰락하는 순간을 지켜봐야 한다.그녀는 가방을 챙겨서 별장을 나섰다.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옆에 천천히 멈춰 섰다.차창이 부드럽게 내려가자 차정원의 익숙하고 잘생긴 옆모습이 드러났다.“차 변호사님?”송하나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회의 중이라면서요?”“그러는 넌?”차정원은 각 잡고 차려입은 그녀의 옷차림을 보더니 무기력하게 되물었다.“얌전히 집에 있겠다고 했잖아. 어디 가는 건데?”그녀는 대뜸 말문이 막혔다. 이 상황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그때 차정원이 차 문을 쓱 밀었다.“타. 네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회의는 비서에게 맡겨뒀으니까 나랑 같이 가.”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전류가 흘렀다.이 남자가 진작 꿰뚫어 보고 있었다니.“고마워요.”송하나는 나지막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20분 후, 차가 송씨 저택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송하나는 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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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역시 너였어, 송하나!”송태리는 마침내 충격에서 벗어나 거대한 분노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당장이라도 송하나를 찢어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돌변했다.“너 진짜 독하다! 대체 왜 그랬어? 이렇게까지 하는 목적이 뭐냐고?”“목적?”송하나의 얼굴에 띈 가식적인 미소가 모조리 사라졌다.평온했던 눈빛 속에서 수년 동안 억눌러왔던 증오와 고통이 거세게 일렁였다.그녀는 한없이 차가운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다.“내 목적은 너희 가족 세 식구를 한 명씩 모조리 감방 보내는 거야. 거기 가서 비참하게 죽어간 우리 부모님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그녀의 눈빛에 서린 핏기 어린 증오심이 너무 낯설었다.송태리가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짜증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뭐야? 아침부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머리 아파 죽겠네!”송종현이 아래층의 소란에 잠을 깨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문 앞에 서 있는 송하나를 보자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확 구겼다.“하나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송하나는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원흉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차가운 곡선이 그려졌다.“삼촌, 오늘은 삼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잖아요. 조카로서 당연히 직접 와서 그 순간을 지켜봐야죠.”“얘가 뭐라는 거니?”송종현은 미간을 더 세게 구기고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옆에 있던 송태리는 분노에 겨운 목소리로 울부짖었다.“아빠, 쟤가 방금 다 인정했어. 레나라는 여자 쟤가 보낸 사람이야. 아빠 꼽 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라고.”“뭐? 레나 네가 보냈어?”송종현은 두 눈을 부릅뜨고 광기 어린 시선으로 송하나를 노려보았다.“당장 말해. 레나 지금 어디 있어? 내 앞으로 데려오란 말이야. 걔 지금 내 아이를 가진 몸이야. 무려 네 친조카라고, 하나야!”이 인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아들 꿈이나 꾸고 있다니.송하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삼촌은 이 나이가 돼서도 참 낭만적이시네요. 다만 감방에 있는 숙모가 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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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경찰관님, 이건 대체 무슨...”“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송종현 씨는 현재 고의 상해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하니 저희와 함께 서로 가주시죠”송종현은 그 순간 사색이 되었다.연신 뒷걸음질 치면서 횡설수설하며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니요, 저 그런 적 없어요!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누가 저를 음해하려는 수작이라니까요!”두 명의 경찰이 앞으로 다가와 양쪽에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음해인지 아닌지는 경찰서에 가서 조사하면 밝혀질 겁니다. 가시죠!”송종현이 발버둥 치려 했지만, 어깨를 단단히 눌려 제압당했다.차가운 수갑이 찰칵 소리를 내며 그의 손목에 채워졌다. 서늘한 감촉이 닿자 송종현은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경찰에게 끌려가면서도 내내 억울하다며 울부짖는 이 남자...“레나야, 내 아들...”이때 송하나가 타이밍을 노리고 유난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삼촌, 걱정 말아요. 레나 임신 같은 거 안 했어요. 그 임신진단서는 가짜예요.”“뭐라고?”송종현은 아직도 자신의 핏줄이 생겼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 한마디가 모든 희망을 산산조각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나를 속여?”송종현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미친 사람처럼 송하나에게 달려들어 따지려 했으나 경찰들이 어깨를 꽉 짓누르고 거칠게 경찰차에 밀어 넣었다.“아빠!”송태리는 그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려 했지만, 경찰에게 저지당했다.“공무 집행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경찰차가 굉음을 내며 멀리 사라졌다.송태리는 몇 걸음 쫓아가다 다리에 힘이 풀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맥없이 쓰러졌다.손바닥이 깨진 돌멩이에 긁혀 쓰라렸지만, 이까짓 고통은 가슴속의 절망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엄마가 감방에 갇힌 마당에 아빠까지 경찰서로 끌려가다니.이제 이 집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나버렸다.그리고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사람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송태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송하나를 노려보았다.“너지? 네가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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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간신히 평정을 되찾은 송하나가 숨을 고르고 송태리 앞으로 다가섰다.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보고 있자니 수년간 가슴속에 억눌렸던 감정이 모조리 폭발하고 말았다.“내가 독하다고? 너희 가족들이 한 짓은 생각 안 해? 나보다 백 배, 천 배는 더했어! 알아?”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우리 아빠는 너희 아빠 친형이야. 애초에 너희 가족 시골에서 어떻게 살았어? 우리 부모님이 시내로 데려와서 집도, 일자리도 다 알아봐 주셨지! 그런데 너희 가족은 무슨 짓을 했지? 우리 집 회사에 재산까지 다 차지하려고 외간 남자랑 손잡고 우리 부모님을 죽였잖아! 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지다 보니 그녀는 송태리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시골에서 언니가 온다고 하길래 내가 가진 장난감이랑 과자를 전부 꺼내서 너한테 줬는데 정작 넌 뭐 했어? 내가 없는 사이에 가장 아끼던 인형을 무너트리고 공주 드레스도 전부 가위로 잘라놨잖아. 태리야, 너희 가족은 뼛속부터 못돼먹은 인간들이야. 남이 베푸는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어!”“너희 가족들이 누리고 있는 화려한 삶은 우리 부모님의 피와 목숨으로 얻어낸 거야! 난 지금 단지 너희가 가진 모든 걸 잃는 기분이 어떤 건지 느끼게 해주려는 것뿐이야. 천벌 받을 짓을 저질러서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뭐가 독하다는 거지?”그녀는 후회와 원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바닥에 주저앉은 송태리를 내려다보았다.“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건 너희 가족의 본모습을 왜 진작 알아채지 못했느냐는 거야. 너희가 내 부모님 해칠 걸 알았다면 애초에 절대 우리 집으로 들이지도 않았어. 너희 같은 인간들과는 처음부터 엮이지 말았어야 했다고!”송하나의 심장에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말을 마치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적셨다.차정원은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안경 너머 눈가에 희미한 연민이 스쳤다.그는 딱히 방해하지 않고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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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이대로 관둘 순 없어. 절대 안 놔줄 거야!”돌아오는 차 안에서 송하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줄곧 침묵했다.지금 그녀에게는 말을 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차정원 역시 운전에만 집중하며 그녀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었다.꽃집 앞을 지나칠 때,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차 변호사님, 잠시만 세워주세요.”차정원은 의아했지만, 길가에 멈춰 섰다.“왜?”“꽃 좀 사서 부모님께 들르려고요.”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변호사님은 먼저 가보셔도 돼요. 이제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차정원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길가에 있는 꽃집을 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나랑 같이 가.”송하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는 송하나와 함께 신중하게 꽃을 두 다발 고르고 교외의 묘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이원 그룹 대표이사실.비서가 일상 업무 보고를 마친 뒤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대표님,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송태리 씨 아버님 송종현 씨가 오늘 오전에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이강우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그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송하나가 이토록 오랜 시간 판을 짰으니 이제는 그물을 걷을 때도 되었으니까.“죄목이 뭐야?”이강우가 무심코 물었다.그저 단순한 경제 문제나 레나와 얽힌 스캔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비서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듣기로는... 고의 상해 혐의라고 합니다. 경찰 쪽 이야기로는 사람 목숨이 관련된 일이라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합니다.”“뭐?”이강우는 멈칫하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최로운은 레나라는 여자아이가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했는데 이 살인 사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자세히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야?”그의 목소리에는 거절할 수 없는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비서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한 글자도 빠짐없이 보고했다.“경찰이 흘린 정보에 따르면 그 사건은 7년 전... 송하나 씨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망 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 교통사고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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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그곳에 찾아가니 저택에서 송태리가 걸어 나왔다. 이강우는 그녀가 바로 돌아간 하준 형이 부탁한 여자아이라고 제멋대로 단정했다.하지만 지금...송하나야말로 이 저택의 진정한 주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그렇다면 죽은 형 이하준이 임종 직전에 간곡히 부탁하며 돌보라고 했던 여자도 송하나일 가능성이 컸다.이 사실을 깨닫자 이강우는 온몸의 피가 식어버리고 얼음 구덩이에 빠진 기분이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손에 쥔 서류철을 모조리 찢어버릴 기세였다.그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송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모든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그 시각, 송하나는 막 묘원 입구에 도착했다.이강우의 부재중 전화가 뜨자 미간을 확 구기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변호사님은 차에서 기다려주세요. 저 금방 다녀올게요.”차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녀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송하나는 홀로 묘원 안으로 들어섰다.휴대폰이 다시 울렸는데 여전히 이강우였다.그녀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를 바라보며 입가에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이렇게까지 서둘러 그녀를 찾는 건 혹시 송종현이 감옥에 간 것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려는 걸까?송하나는 아예 전원을 꺼버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부모님의 묘비로 걸어갔다.[전원이 꺼져 있어...]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멘트에 이강우는 착잡해서 심장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그는 즉시 비서에게 명령했다.“지금 당장 송하나 위치 추적해! 얼른!”비서는 감히 지체할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기다림의 매 순간이 고문이었다.이강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차 키를 집어 들고 송씨 저택으로 달려갔다.초인종 소리에 송태리는 퉁퉁 부은 눈을 하고 문을 열었다.떡하니 서 있는 이강우를 보자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곧 구명줄이라도 잡은 듯 그에게 달려들었다.“강우 씨! 역시 날 외면하지 않았네요. 아빠가 경찰에 연행됐어요. 제발 아빠 좀 구해줘요...”한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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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이어서 이하준의 묘비 앞으로 걸어가 해바라기꽃 한 다발을 내려놓았다.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따뜻한 위로를 건넸으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 남자의 묘비 앞에서 송하나는 한참 동안 조용히 서 있었다.첫사랑의 설렘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제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나마 추모하고 있었다.차정원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곧장 묘원을 떠났다.차가 막 떠나려던 찰나, 쌩하니 달려오던 검은색 세단 한 대와 스치듯 지나쳤다.이강우는 오직 송하나에게 달려가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 스쳐 지나간 차량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가 헐떡이며 묘원에 도착했을 때, 송하나 부모님 묘비 앞에 싱싱한 국화 한 다발이 놓여 있었고 친형 이하준의 묘비 앞에는 여전히 익숙한 해바라기가 놓여 있었다.이강우는 해바라기 꽃을 집어 들었다.문득 예전에 제사를 지내러 왔을 때도 똑같은 꽃이 놓여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지난번 송하나의 부모님 묘비가 훼손되었을 때, 바닥에 흩어져 있던 국화와 해바라기까지...모든 단서가 이 순간 하나로 연결되었다.그는 마침내 확신했다.매번 이곳에 와서 형님에게 꽃을 두고 가는 사람은 바로 송하나였다!그렇다면 형님이 임종 직전 자신에게 돌보라고 부탁했던 사람 역시 송하나임이 분명했다.이강우는 천천히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눈이 어느새 시뻘겋게 충혈되었다.“형... 내가 잘못한 거겠지? 형이 부탁한 사람은 송하나였잖아. 그런 거잖아!”그녀에게 지독할 정도로 가혹하고 송태리에겐 갖은 배려를 베풀었던 지난날을 되새기자 후회와 원망이 파도처럼 덮쳐들었다.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이강우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형의 유언을 지키기는커녕 마땅히 소중히 다뤄져야 할 소녀에게 온갖 고통과 서러움을 감내하게 하다니.이제 남은 것은 죄책감과 후회뿐이었다. 돌아가신 형님 묘비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었다.차가운 묘비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고 숲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만이 형님의 조용한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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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이곳은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이강우는 전에 항상 이곳을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방에 들어설 때마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비통한 기억들이 밀려왔으니까.하지만 오늘은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와야만 했다.방 안을 쭉 훑어보다가 마침내 책상 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작은 나무 상자에 시선이 멈췄다.상자 위에는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모양이다.조심스럽게 꺼내 보았더니 안에는 가죽 표지의 일기장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일기장을 펼치자 형 이하준이 병에 시달리던 마지막 몇 달간의 기록이 적혀 있었다.7월 15일, 흐림.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심하게 기침했고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병원에 재검진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의사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내 병은 이미 말기라서 치료 가능성이 없고 길어야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한다.할머니는 내 앞에서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돌아서니 몰래 눈물을 훔치셨다.한 달이라...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을까?7월 20일, 맑음.서서히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무섭지만은 않은 듯하다. 다만 할머니와 강우가 마음에 걸릴 뿐이다.오늘 묘원을 몇 군데 둘러봤다. 조용하고 쾌적한 곳을 찾고 싶었다.성서 쪽에 있는 묘원이 풍경도 괜찮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시야도 확 트였다. 그러면 거기로 결정해야겠다.7월 25일, 맑음.‘새집’에 미리 적응해 보려고 오늘 또 성서 쪽 묘원에 갔다.잔디밭에 누워 꾸벅꾸벅 졸았다. 따스한 햇살이 얼굴에 쏟아져 너무 아늑하니 깨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그때 갑자기 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처음에는 작은 흐느낌 속에 짙은 억울함이 묻어났고 뒤로 가며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녀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울었다.그렇게 오래 우는 사람을 처음 봤다.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더는 들을 수가 없어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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