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처음에는 빅토르가 양보해서 차정원이 송하나의 유해라도 챙겨갈 수 있게 했건만 겁도 없이 또다시 덤벼들 줄이야.감히 그를 죽이려 든다면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빅토르는 어깨의 상처를 천천히 문지르며 차갑고 오만한 말투로 내뱉었다.“그놈이 그렇게 죽고 싶다니 기꺼이 상대해주지. 과연 얼마나 덤빌 수 있을지 지켜볼 거야!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날 죽일 수 없다는 걸 똑똑히 보여줘야겠어!”그는 그렇게 말하며 음침한 눈길로 집사를 올려다보았다.“계속 추적해서 그놈 산 채로 내 앞에 데려와. 내가 직접 ‘접대’해줄 거니까!”“네, 보스!”집사는 즉시 대답하고 몸을 숙여 자리를 물러났다.빅토르의 수하들은 조사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무리가 차정원을 은밀히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분석 결과 그들은 [더 시걸] 소속일 확률이 높았다.보고를 들은 빅토르는 눈썹을 치키고 눈가에 묘한 흥미가 스쳐 지나갔다.[더 시걸]?아무래도 누군가가 먼저 움직여서 이번 일을 꾸민 자가 차정원임을 알아채고 그를 잡으려는 모양이었다.빅토르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싸늘한 어조로 명령했다.“막을 필요는 없어. 그자들의 모든 움직임을 은밀히 주시하도록 해.”[더 시걸]은 오랜 세월 추적과 실종자 수색을 전문으로 해왔기에 그들의 수법은 자신들보다 훨씬 전문적일 터였다.[더 시걸]만 끈질기게 감시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차정원을 찾아낼 수 있다.며칠 후.[더 시걸]의 사람들이 마침내 어느 외진 곳에서 차정원의 흔적을 찾아냈다.그와 이글이 한창 새로운 공격 계획을 세우던 중 갑자기 문밖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왔다.차정원은 즉각 경계 태세를 갖추며 허리에 찬 무기를 움켜쥐었다.몇 명의 용병들도 전투 준비를 마친 채 문 쪽을 빤히 노려보았다.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수수한 차림의 중년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용병들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두 남자를 순식간에 벽에 밀어붙이고는 차가운 총구를 그들의 머리에 겨누었다.이글이 낮은 목소리로 다그쳤다.“누가 보냈어? 말해!”
집사는 곧바로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즉시 사람들 보내서 수색하겠습니다. 수상한 인물은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해안가 소도시.심성빈은 송하나와 함께 이곳에 며칠간 머물렀다.낮에는 그녀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며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고 웃게 해주려 애썼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상태가 더 나빠졌다.연 며칠 그 낯선 남자에 관한 꿈만 꾸었고 심지어 빈도가 점점 잦아졌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남자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뼛속 깊이 파고드는 익숙함과 그리움이 온 마음을 휘감아버렸다.일상적인 만남을 넘어 더욱 은밀한 장면들까지 꿈에 나왔다.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송하나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심성빈에게 묻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니 낮에는 당연히 기운이 없고 퀭한 눈빛도 감출 수 없었다.심성빈은 그녀의 눈 밑에 옅게 드리운 다크서클을 보고는 나지막이 물었다.“제대로 못 잤어? 안색이 안 좋아 보여.”송하나는 움찔하더니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충 핑계를 둘러댔다.“호텔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그런가 봐요.”심성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묵묵히 사람을 시켜 그녀의 방 매트리스를 좀 더 단단한 거로 바꾸었다.낮에는 그녀를 해변의 파라솔 아래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밤이 되자 송하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매트리스가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문득 따스한 온기가 샘솟았다.심성빈은 언제나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듣고 성심껏 응해주었다.그녀가 별생각 없이 던진 말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겼다.꿈속에서 그녀와 그토록 친근했던 남자는 단순한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일까.그 사람은 과연 심성빈일까?한편 심성빈이 제 방으로 돌아왔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더 시걸]의 연락책에서
빅토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에 의구심이 스쳤지만 이내 음침한 기운으로 바뀌었고 몸을 돌려 차 안으로 들어갔다.다음 날 오전, 빅토르의 차량 행렬이 성마리아 병원을 향해 움직였다.여섯 대의 경호 차량이 앞뒤로 호위하며 삼엄한 경계를 유지했다. 중앙 차량은 주문 제작된 검은색 방탄 승용차였고 빅토르가 그 안에 앉아 있었다.차정원은 저 멀리 은폐된 곳에서 망원경을 들고 검은색 승용차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차량 행렬이 매복 지점으로 진입하자 이글이 이어폰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하나, 둘, 셋... 폭파!”쾅 하는 엄청난 굉음이 귀청을 때렸다. 굽은 길목에는 순식간에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거센 불길이 하늘을 찔렀다. 선두 차량과 후미 차량이 순식간에 폭발해버린 것이다.주 차량은 통제력을 잃고 마치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길가의 가드레일을 세게 들이받았다.차정원은 망원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시선은 주 차량에서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고 차량의 파손 상태를 확인했다.빅토르의 차는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차인지라 차체가 마치 움직이는 요새처럼 두꺼웠다. 비록 차체가 뒤틀리고 유리가 깨졌지만, 핵심적인 방어력은 손상되지 않았다. 빅토르는 아마도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을 터였다.“올라가서 마무리해! 반드시 끝내!”이글이 다시 명령을 내리자 용병 소대가 양쪽 숲에서 뛰쳐나왔다.무기를 든 용병들은 주 차량을 향해 빠르게 접근하며 미친 듯이 총격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빅토르의 경호원들은 지독히도 빨랐다. 살아남은 이들은 재빨리 부서진 차들을 엄폐물 삼아 촘촘한 방어 대형을 구축했다. 총알이 빗발치듯 용병들을 향해 쏟아졌고 본 차량에 접근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양측은 순식간에 치열한 총격전에 휩싸였다.두 명의 용병이 피하지 못하고 총탄에 맞자 이글이 즉시 명령을 내렸다.“철수! 당장 철수한다!”차정원은 망원경 너머로 지켜보았다. 빅토르가 피로 뒤덮인 채 찌그러진 차체에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와 대기 중이던
그 시각, 차정원과 이글은 빅토르의 차량이 병원으로 향하는 길목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굽은 길목마다 매복 지점의 시야 확보, 폭파 범위 예측, 그리고 탈출 경로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암살 계획의 완벽한 실행을 준비했다.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이글이 조수석에 앉아 차정원을 돌아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정원 씨,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폭발물 설치와 무기 확보 모두 완료되었으니 내일부터 바로 작전에 돌입할 수 있어요.”이에 차정원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배치는 그가 직접 감독했다. 굽은 길목은 시야가 좁아 빅토르 차량의 필수 코스이자 최고의 매복 지점이었다. 예정된 시간에 폭발시킨다면 무조건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터였다.차량이 천천히 움직이며 무심코 송하나가 살았던 아파트 건물을 지나쳤다.그 순간, 차정원은 동공이 아찔거리고 옛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쳤다.전에 그는 매달 송하나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날아왔었다.때로는 그녀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미리 알리지 않고 찾아가기도 했다.아파트 아래에 서서 꽃다발을 안고 바로 저 현관문 앞 우편함 근처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그녀가 퇴근하고 돌아와 멀리서 차정원을 발견하면 두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품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어 안겼다. 양팔로 남자의 허리를 꽉 감싸 안으며 나긋나긋하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었지...“정원 씨, 오면 온다고 말해줬어야죠.”한참을 꽉 껴안고 난 후 차정원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손을 잡고 나란히 위층으로 올라가곤 했다.과거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이제는 그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마음이 잠시 흐릿해진 차정원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차 세워요!”말을 내뱉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심하게 쉬었는지 깨달았다.이글은 영문을 몰라 뒤돌아보며 물었다.“왜 그러세요, 정원 씨?”차정원은 문손잡이를 꽉 잡고 대답했다.“잠깐 내려주세요.
이에 집주인은 송하나가 이미 귀국했을 거로 여겼다.다행히 처음에 비상 열쇠를 남겨두어 제때 새 세입자를 구해서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이 집 보세요. 위치가 정말 좋죠. 지하철역에서 겨우 몇백 미터 떨어졌고 주변에 마트나 병원도 다 갖춰져 있어요. 교통도 아주 편리하답니다.”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에게 집을 소개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아파트 문 앞에 다다른 그는 능숙하게 비상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하지만 이제 막 방 안에 들어서서 집 구조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 몇 명이 불쑥 들이닥쳤다. 그들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집주인과 세입자를 에워쌌다. 손에 든 총이 날카롭게 드러나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이어서 빅토르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투명할 지경이었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방 안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집주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벌벌 떨었고 손에 쥔 열쇠가 철컥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는 더듬거리며 물었다.“다들... 누구세요?”“꺼져.”빅토르의 목소리는 옅었지만, 그 안에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살벌한 한기를 품었다. 마치 목구멍 깊은 곳에서 짜내듯 나온 소리였다.옆에 있던 젊은 커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여자는 남자의 팔을 꽉 움켜쥐었고 남자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저기... 이 집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희 계약 안 할래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여자친구를 끌고 문밖을 뛰쳐나갔다.집주인은 황급히 도망치는 세입자들을 바라보다가 눈앞의 험악한 경호원들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빅토르를 보며 마음속의 공포가 점점 더 커졌다.그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제집이에요. 등기부 등본도 있다고요! 왜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오는 겁니까?”다만 빅토르는 그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눈가에 살기가
그날 밤, 차정원은 용병 조직의 대장 이글과 비밀리에 만났다.방 안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고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만이 손전등 불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빅토르는 매주 수요일 오후, 성마리아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고 있고 이동 경로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저택에서 병원까지 총 세 개의 길이 있는데 빅토르는 매번 이 길만 이용합니다.”이글이 지도 위에 붉은 선을 그었다.“이 길은 거리는 가장 짧지만, 커브가 제일 많습니다. 따라서 도로 양옆으로 최소 여섯 대의 경호 차량이 수행합니다. 현재 우리는 두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플랜 A는 커브마다 원격 조종 폭탄을 미리 설치해 두고 빅토르의 차량이 지나갈 때 선두 차량과 후미 차량을 먼저 폭파시켜 중간의 주 차량을 멈추게 한 뒤 즉시 화력으로 제압하여 속전속결 하는 작전입니다.”“이 계획의 장점은 신속하고 오차 범위가 적어 우리 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타이밍이 정확하게 들어맞아야 해요. 1초라도 어긋나면 빅토르가 눈치채고 도망갈 수 있습니다.”“그럼 플랜B는요?”차정원이 물었다.순간 이글의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고 말투에 분명한 망설임이 묻어났다.“의료진으로 위장하여 병원에 잠입하고 혈액 투석실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병원은 빅토르의 사유지라서 내부 보안이 매우 철저하여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실내 작전은 쉽게 포위될 수 있으며 만약 실패하면 탈출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계획은 예비 책으로만 고려하고 있어요.”차정원은 루트 지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그럼 원계획으로 합시다.”애초에 이글도 A 작전을 우선으로 생각한 터라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충고를 남겼다.“정원 씨는 여기서 저희 소식 기다리시면 됩니다. 실행은 저희가 하겠습니다. 이곳은 은폐가 아주 잘 되어 있어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굳이 직접 위험을 감수하실 필요가 없거든요.”차정원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그놈 죽는 꼴을 똑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