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141 - Chapter 150

218 Chapters

제141화

강시원은 이 집사와의 통화를 마친 뒤 바로 유재윤과 전화 연결을 했다.“선배, 안 바빠? 이른 아침부터 웬일이야?”강시원이 웃으며 묻자 유재윤도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바빠도 너에게 연락은 해야지. 우리가 누구처럼 무정한 것도 아니고.”유재윤이 말한 ‘누구’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서정혁 외에는 없었다.“시원아, 그 재수 없는 전 남편이 이틀 동안 너를 괴롭히진 않았어?”유재윤은 걱정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유재윤의 눈에 서정혁이란 인간은 그동안 접촉했던 형사 사건 범죄자들의 심리 상태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강시원은 어젯밤 서씨 가문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담담하게 몇 마디 내뱉었다.“그냥 평소처럼 대화했어.”“만약 또 너를 괴롭힌다면 꼭 바로 연락해야 해. 혼인 중 성희롱도 처벌받을 수 있어.”살짝 허스키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 유재윤은 목소리에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했다.“내가 경찰이 아니라 일개 변호사일 뿐이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내게 가장 소중한 우리 시원이를 지킬 거야.”고아였던 유재윤은 당시 강시원의 엄마 강부안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변호사가 될 수도 없었다.강부안이 세상을 떠난 후 강시원은 유재윤에게 유일한, 그리고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고마워. 선배. 하지만 나도 더는 선배에게 사탕 사 달라고 조르던 꼬마가 아니야. 나도 나를 지킬 수 있어.”늘 독립적인 성격의 강시원은 타인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았다.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애교를 부리지 않아 서정혁이 그녀에게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남자 앞에서 절대 눈물을 안 보이는 강시원과 달리 남자를 꼬시는 모든 능력을 갖춘 임지민은 그야말로 서정혁을 홀딱 반하게 하기 충분했다.하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만 했을 뿐 성격을 바꿀 수는 없었다.사이즈가 큰 액자에 그림이 맞지 않는다면 그냥 다른 그림으로 바꾸면 될 뿐이었다.굳이 일부러 서정혁의 비위를 맞추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시원아, 점심에 시간 좀 있어? 에스
Read more

제142화

유재윤의 눈에 강시원은 여전히 10여 년 전 그 사랑스럽고 어린 꼬마 아이였다....“재윤 오빠, 사탕 사 줘요!”강시원의 한 마디 유재윤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웃으면서 이야기하며 아이스크림을 다 먹은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배불리 식사까지 했다. 그 후 강시원은 유재윤을 데리고 1층 명품 남성복 매장으로 갔다.그날 배기훈의 트렌치코트가 어떤 브랜드인지 눈여겨봤던 강시원은 최고급 명품 브랜드인 걸 알았다.유재윤을 데리고 온 이유는 두 사람의 체형이 비슷하다고 생각했기에 유재윤이 입을 수 있다면 배기훈에게도 맞을 거라 여겼다.“시원아, 너 설마 그 빌어먹을 놈한테 옷을 사 주려는 거야? 와 너 진짜, 아무리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야지!”유재윤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강시원을 붙잡으며 말했다.“선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전 남편한테 옷 사 줄 정도로 그렇게 마음이 너그럽지는 않아. 수의를 사준다면 모를까.”강시원은 본인이 말하고도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도훈이가 그날 친구 부모님 옷을 더럽혔는데 빚진 것 같아서 같은 걸 하나 사드리려고.”예전에 강시원도 서정혁에게 옷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넥타이, 넥타이핀, 커프스 링크까지...이 남자를 너무 사랑했기에 마음속으로 늘 이 남자만 생각하면서 좋은 것이 있으면 늘 사주려고 했다.하지만 강시원이 선물한 걸 서정혁은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반면 매일 임지민이 선물한 서명용 펜을 사용했고 중요한 자리에는 임지민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었다.그런 나날을 강시원은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지냈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의 하루하루는 칼날로 살점을 베어내는 것과 같았다. 다만 이제는 이 남자를 위해 애쓰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강시원의 말에 유재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다행이야... 너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산다니까.”명품 매장에 들어섰지만 강시원은 아무리 찾아도 같은 제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점원을 불러 검은 트렌치
Read more

제143화

서정혁이 별로 관심 없는 태도를 보이자 유창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던 임지민은 집중력이 분산되면서 갑자기 말을 버벅거렸다.“정혁아, 너 정말 아내를 다스리는 데 도가 텄구나. 네 아내가 지금 남성복을 보고 있어, 너한테 줄 옷을 고르고 있다고. 고르는 모습이 얼마나 꼼꼼한지, 옷을 하도 뒤집고 또 뒤집어서 새 옷이 해질 정도야.”심지경은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끝을 올렸다.“어떻게 길들인 거야, 이 친구한테 좀 가르쳐 줘.”‘강시원이 내 옷을 고르고 있다고?’서정혁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자 목젖이 똑바로 선 하얀 셔츠 칼라를 살짝 스쳤다. 그러더니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었다.“강시원 혼자야?”낮고 목쉰 목소리로 물었다.“왜, 아직도 내 말 안 믿어?”심지경이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그날 너희 둘 굉장히 험악하게 싸웠잖아. 강시원이 정말 기개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해. 감히 너와 맞서 싸우다니. 그런데 이제 보니 그저 소심한 애교부리는 개에 불과했네. 너에게 잘못했으니까 네가 화낼까 봐 서둘러 백화점에 와 너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있는 거잖아. 아무리 봐도 네 환심을 사서 서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제대로 다지려는 거야.”눈빛이 잔뜩 깊어진 서정혁은 임지민이 뒤에 한 말이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몇 초간 침묵한 후 얇은 입술로 약간 냉담하면서도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내게 강시원이 사준 옷 한 벌이 필요할 것 같아? 옷이 없어서 못 입는 것도 아니고.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으로 본인 능력 향상시켜서 당당한 서씨 가문 안주인 되는 게 낫겠다.”“에이, 네 옆에 있는 여자 임지민 하나만으로도 능력은 충분하잖아.”심지경은 강시원에 대한 경멸을 다분히 드러내며 말했다.“솔직히 강시원은 그저 서씨 가문에 손주를 낳아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잖아. 강시원에게 무슨 능력이 더 필요해? 아이를 낳을 능력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이 말에 마음이 불편해진 서정혁은 이마를 깊게 찌푸렸다.서정혁이
Read more

제144화

마음을 가다듬은 임지민은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서 대표님께서 요즘 너무 피곤하셔서 그래요. 어젯밤 한숨도 제대로 못 주무셨거든요. 괜찮아요. 우리도 회의 마무리하시죠.”모두들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왠지 들으면 안 되는 말을 들은 것 같았다.임 부장이 어젯밤 서 대표 곁에 없었다면 서 대표가 잠을 못 잤다는 사적인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강시원은 고르고 골라 결국 비교적 비슷한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구매했다.비록 배기훈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반인 기준에서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유재윤이 옷을 입어 봐 준 것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 매장에서 값비싼 정장 한 벌을 골라 선물했다.강시원이 돈을 쓰는 게 마음에 걸려 유재윤은 본인 돈으로 지불하려 했지만 강시원이 먼저 카드를 긁었다.그 순간 유재윤은 포스 기기에서 나온 것이 영수증이 아니라 행복한 거품처럼 느껴졌다.“아이고 손님 남자친구분께 정말 잘해주시네요!”매출을 올린 점원은 두 사람이 분명 커플이라고 생각해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여자친구가 남친을 정말 많이 아껴 주나 보네요. 평생 잘해 드리세요!”강시원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유재윤은 낮은 소리로 부드럽게 웃었다.'그럴게요.'강시원은 더 이상 해명하기 귀찮아 그저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유재윤과 함께 매장 문을 나섰다.“차 몰고 온 거야?”유재윤이 젠틀하게 강시원의 손에 있는 쇼핑백을 들어 주었다.“아니.”“이제 어디로 갈 거야? 내가 태워다 줄게요.”강시원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그럼 선배한테 또 신세를 지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화려한 백금색 머리를 한 심지경이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여유로운 자세로 그들의 길을 막았다.순간 눈빛이 어두워진 유재윤은 심장이 조여들었다.심씨 가문의 아들은 경시 상류사회에서 난봉꾼 방탕자로 품평이 극히 나빴다. 듣는 말에 의하면 자기 엄마와 자기 여자 외에 다른 사람들은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고 지독하게 굴었다.회사 대표이사가 매
Read more

제145화

화가 잔뜩 난 심지경은 입꼬리까지 떨렸다.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온몸이 활활 타오를 것 같았다.여태껏 자신에게 함부로 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강시원에게 이렇게 당하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유재윤은 강시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리여리한 여동생으로만 여겼는데 이런 말을 할 줄이야!빌어먹을 서정혁 그놈을 떠나니 깡말랐던 강시원이라는 나무에 꽃이 핀 것 같았다.이혼은 역시 사람들의 머릿속을 더 맑게 하는 것 같았다.“선배, 가자.”강시원은 심지경이 화를 내든 말든 무시한 채 유재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강시원 씨, 정혁과 임지민 사이에 끼어 있는 사람은 강시원 씨가 아닌가?”심지경이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강시원을 힐끔 쳐다보았다.“서로 달콤하게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강시원 씨가 억지로 끼어들었잖아. 먼저 목숨을 내던지며 정혁에게 시집가려 해놓고 이제 찬밥 신세가 되니 적반하장이야? 본인 스스로 고생길을 찾아서 걸은 거잖아? 그런데 무슨 염치로 피해자인 척하며 정혁이를 비난해? 정혁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잖아?”시선을 아래로 내린 강시원은 심장이 차가운 바닷물에 던져진 것처럼 온몸에 한기가 감돌았다.‘내가 목숨을 내던진 걸까? 하긴...’목숨을 내던지고 서정혁에게 시집갔을 뿐만 아니라 목숨을 걸고 서정혁의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목숨을 내던지면서 서정혁의 목숨을 구했다.이 남자와 가까워진 후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다시 한번 되돌아간다면 그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에 모든 것을 내던지며 이 남자의 목숨을 구할까?’답은 역시 똑같았다.또다시 그렇게 하겠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이 남자에게 시집가지 않을 것이다.강시원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정곡이 찔린 것이라고 생각한 심지경은 경멸하고 방자하게 웃었다.“내가 볼 때 정혁이는 충분히 할 만큼 했어. 강시원 씨와 아이까지 낳고 여
Read more

제146화

강시원이 웃으며 넘겼다.“괜찮아. 선배. 광견병 백신 맞았어.”유재윤이 피식 웃었다.“다행이네.”두 사람 사이에 한참이나 침묵이 흐르자 유재윤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네 단짝, 그 성수연 씨, 심지경과 단순한 상하 관계가 아닌 것 같아. 아주 친한 사이로 보여.”눈빛이 어두워진 강시원은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유재윤이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라는 표현으로 성수연과 심지경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은 것은 성수연을 심지경이 데리고 노는 여자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심씨 가문의 후계자이지만 여자는 부모도 없고 배경도 아무것도 없는 재벌 집 도련님의 인간 방패 역할을 하는 여자 경호원일 뿐이기 때문이었다.유재윤뿐만 아니라 강시원 역시 두 사람이 평범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어쩌면 각자 필요할 걸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인 흥분에 들떠 만나는 사이일 뿐이라고 여겼다.“시원아, 나중에 시간 날 때 성수연 씨에게 조언이라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너는 서정혁 그 자식과 이혼하고 서정혁 친구들과도 사이가 안 좋은데 성수연 씨가 심지경과 가까이 지낸다면 너만 더 난처해지고 어색하지 않을까?”“응. 선배, 조언 고마워.”잠시 멈칫한 강시원은 다시 차분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수연이가 누구를 좋아하는 건 본인 선택이고 자유야. 내가 아무리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수연이 인생 간섭할 권리는 없어. 나는 그저 수연이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운전대를 잡고 있는 유재윤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 순간 본인이 너무 옹졸하게 느껴졌다.강시원은 마음이 넓은 바다처럼 너그럽고 포용력 있고 깊었다. 이 여자의 경지를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강시원을 정말 좋아했지만 이 여자에게 자신보다 백배, 천배 더 훌륭한 남자가 어울린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 참. 선배.”“응?”“오늘 선배한테 사준 옷 부담 갖지 말고 입어.”따뜻한 강시원의 눈빛과 태도에 유재윤은 자기
Read more

제147화

성수연을 발견한 임지민은 활짝 웃고 있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오늘 밤 모임이 자신만의 무대가 될 거라 생각했던 임지민은 심지경이 이토록 화려한 여자를 데려올 줄 몰랐다. 얼굴과 몸매 모두 임지민에게 뒤지지 않는 여자라니...승부욕이 강하고 다른 여자와 비교하는 걸 좋아했기에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몹시 불편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임지민은 검고 반짝이는 별빛 같은 성수연의 눈과 마주쳤다.얼굴이 화려한 성수연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사나운 모습으로 임지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눈동자 속에 숨어 있는 맹수가 기회를 틈타 바로 튀어나와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어? 지민이도 왔네.”심지경이 환하게 웃었다.사실 오늘 밤은 서정혁과 심지경 두 사람 친구끼리의 모임이었지만 약속을 잡을 당시 서정혁 곁에 있던 임지민은 같이 모임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최근 연구개발팀 일로 바쁘게 보내던 임지민이 퇴근 후 서도훈까지 돌봐 준 점을 고려해 서정혁은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데리고 왔던 것이다.워낙 서정혁과 임지민 ‘커플’을 응원하고 있던 심지경인지라 오늘 강시원과의 서로 기 싸움을 한 후에는 더더욱 그들을 응원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임지민을 진짜 형수처럼 대해 주며 열정적인 태도를 보였다.“정혁아, 너랑 지민이 정말 잘 어울려. 네 곁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는 여자는 지민이 말고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친구야, 이제야 영원한 사랑을 하는구나.”볼이 붉어진 임지민은 수줍은 모습으로 서정혁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더할 나위 없이 직설적인 말에 긴장되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서정혁이 뭐라고 할지 기대하게 되었다.“지민이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 마음도 착하고 능력도 뛰어나.”잠시 멈칫한 서정혁은 태연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나도 익숙해졌고.”임지민은 입술을 살짝 다문 뒤 꽃처럼 환하게 웃었다.옆에 있는 성수연은 이를 꽉 악문 채 피에 굶주린 호랑이 같은 시선으로 개 같은 남녀의
Read more

제148화

...“내 몸만 필요로 하는 남자는 싫어요...”매끈한 몸을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 성수연은 비단 같은 검은 생머리가 침대 옆에 흘러내리면서 하얀 얼굴을 감싸 부드러움이 더 해지면서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쳇, 내 애인이라도 되겠다는 거야? 넌 자격도 없어.”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남자의 모습은 뜨거운 열정이 지나간 후의 냉담함과 오만함만이 남아 있었다.“사람 시켜 조사해 봤는데 네가 경호원 회사에서 실력이 상위 3위라며? 내 곁으로 와서 내 경호를 해줘.”심지경은 성수연더러 자기 곁으로 오라고 했다. 성수연 또한 그 말에 따랐다.선택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도 기꺼이 그러고 싶었다.고개를 숙인 채 순종하는 성수연의 모습에 임지민은 경멸 가득한 얼굴로 냉소를 지었다.‘이제 보니 심지경의 애인이 아니라 그저 하찮은 부하 직원일 뿐이네. 천박한 년, 역시 끼리끼리라는 말이 맞네.’심지경이 서정혁과 임지민을 예약한 룸으로 데리고 걸어가자 성수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아이고!”가던 길 임지민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이내 풍덩 소리와 함께 임지민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서도훈이 선물한 수정 팔찌가 분수 연못 속으로 떨어졌다.“왜 그래?”서정혁 또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임지민을 바라보았다.“오빠, 큰일 났어!”눈시울이 붉어진 임지민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조금 전에 손을 휘둘렀는데 서도훈이 준 수정 팔찌가 손목에서 빠져나가 분수 연못에 떨어졌어!”심지경이 태연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에이, 그깟 수정 팔찌, 럭셔리 보석도 아닌데 잃어버린 게 뭐 어때서. 정혁이한테 부탁해서 비취 팔찌 하나 사 달라고 해.”이 말에 성수연이 잔뜩 싫증 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도훈이가 생일 선물로 준 거예요. 내 마음속에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물이기도 하고 가장 아끼는 액세서리이기도 해요.”얼굴이 하얗게 질린 임지민은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안 되겠어... 내가 직접 들
Read more

제149화

물이 축축이 묻은 채 얼굴을 든 성수연은 남자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놀라 멈칫했다.“유... 유변?”“멀리서 보니 왠지 성수연 씨인 것 같아서 부른 건데 진짜 성수연 씨일 줄은 몰랐어요.”온몸이 흠뻑 젖은 채 몸 절반이 차가운 물에 잠겨 있는 성수연의 모습에 유재윤 또한 많이 놀랐다.“수연 씨, 왜 물속에 있어요? 발을 헛디뎌서 빠진 건가요?”“저...”성수연이 머뭇거리자 유재윤이 비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설마 물장난치고 수영하러 온 건 아니죠?”성수연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유변 눈에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나요?”“할 일이 없다기보다 술 마신 후에는 무대에 오를 정도로 퍼포먼스가 화려하니까요.”잠시 침묵하던 두 사람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성수연에게 뭔가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유재윤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연못가에 쪼그려 앉아 한 쪽 무릎을 꿇은 뒤 신사처럼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도와줄까요?”“감사합니다.”성수연이 유재윤의 손을 잡았다.유재윤이 가볍게 당겨준 덕분에 성수연은 쉽게 물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성수연이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가 완전히 젖어 가는 허리를 타이트하게 감싸자 마치 인간으로 변신한 인어 같았다.“수연 씨, 잠시만요.”말을 마친 유재윤은 뒤돌아선 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성수연은 너무 추워 이까지 떨렸지만 유재윤의 말대로 고분고분하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재윤은 손에 넓은 목욕 타올을 든 채 뛰어왔다.“빨리 닦아요. 감기 걸리겠어요.”그러고는 목욕 타올을 성수연의 손에 쥐어 주었다.늘 강한 이미지를 유지하던 성수연이었지만 이 순간 저도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큰일도 아닌데 뭘 그리 예의를 차려요. 수연 씨는 시원이 가장 친한 친구잖아요.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못 본 척하고 지나갈 수 없잖아요.”유재윤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었다.“그날 밤 수연 씨가 많이 취한 것
Read more

제150화

“내가 왜 두 사람 사이에 자야 해? 정혁아, 너랑 내 우정만 봐도 난 충분히 따로 방 하나 받을 자격 있잖아?”임지민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심지경을 바라봤다.‘심 대표님, 이런 머리로 어떻게 그렇게 큰 심씨 가문 사업을 물려받았을까?’“심지경, 넌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눈꺼풀이 심하게 떨린 서정혁은 와인잔을 쥔 손가락 뼈마디마저 하얗게 질렸다.심지경이 입을 삐죽 내밀며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정혁아, 그런 여자를 왜 아직도 곁에 두는 건데? 지민이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 그냥 이혼해. 너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오늘 사람들 앞에서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지도 않았겠지? 지민이 좀 생각해 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마음과 눈에 너 하나뿐이잖아! 지민이는 강시원과 비교할 수도 없어. 누가 봉황이고 누가 집에서 키우는 닭인지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잖아!”눈시울이 붉어진 서정혁은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내 앞에서 강시원 이름 꺼내지 마, 듣기 싫어.”“심 대표님, 두 사람 사이에... 약간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자리에서 일어난 임지민은 심지경에게 술을 따르며 귀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언니와 함께 자랐어요. 언니는 평소에도 꽤 상냥하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지민아, 너 ‘상냥’이라는 단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구나. 진짜 상냥한 사람은 너야, 강시원? 그냥 싸가지가 바가지인 거야!”술에 취한 심지경은 막무가내로 내뱉었다.“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잖아. 강시원이 정혁이도 속였는데 너를 못 속이겠어. 게다가 지민아, 너는 강시원과 함께 자란 게 아니잖아, 너 열 살 넘어서 임씨 가문에 들어갔는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이 말을 들은 임지민은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한순간에 굳었다.그녀가 임씨 가문에 나중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을 임지민은 극도로 싫어했다.비록 임성호가 밖에서는 항상 임
Read more
PREV
1
...
1314151617
...
2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