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218 챕터

제151화

성수연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다. 심지경 또한 성수연이 감기에 걸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유재윤이 준 수건에 몸을 휘감은 채 구석 소파에 앉아 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사실 오랜 시간 심지경 곁에 있었던지라 이미 이런 상황에 너무 익숙해졌다.심지경이 위험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가장 먼저 뛰어들어야 했고 평소에는 행사에 동반하는 여자 비서로의 역할도 했으며 가문의 하인 역할도 해야 했다.그리고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애인까지...바람이 불던 태풍이 몰아치든, 아니면 생리 중이거나 고열이 나도 심지경이 오라고 하면 언제나 가야 했다.심지경을 한 번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 결국 이 남자가 그녀를 벼랑 끝에서 구해 주었고 외할머니의 목숨도 구해 주었으니까...빚을 졌으니 빚은 꼭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갚기 힘든 것이 바로 이런 빚이었다.“수연 씨.”정신을 차린 성수연은 눈앞에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이것 조금 마셔요.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성수연 앞에 서서 길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유리잔을 감싸 쥐고 있는 유재윤은 마치 다정한 오빠처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고마워요...”잔을 받아 든 성수연은 따뜻함이 손바닥에서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바로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조화로운 분위기를 깨뜨렸다.“성수!”순간 바짝 긴장한 성수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어깨에 걸친 수건이 미끄러져 떨어졌다.심지경이 앞쪽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스름한 빛과 그림자 속, 왼쪽 귀에 건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새까만 눈동자는 마치 얼음장이 한 겹 덮인 듯 아주 차가워 보였다.잘생기고 사악한 얼굴에 알아챌 수 없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지만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이쪽으로 와.”심지경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성수연을 향해 턱을 살짝 들어 올리자 성수연은 몸이 떨렸지만 도저히 걸음을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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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서정혁은 왼손을 슬랙스 주머니에 넣은 채 오른손으로 레드 와인 잔을 살짝 흔들며 유재윤 앞으로 다가왔다. 입체적이고 뚜렷한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두 사람이 한 걸음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서정혁은 시선을 살짝 내려 유재윤이 입은 고급스러운 원단의 갈색 정장을 훑어보았다.주름 하나 없이 반듯하며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정장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 왠지 모를 흉악함이 스쳤다.“하... 네 이 옷 괜찮네.”유재윤도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서 대표 안목도 괜찮군.”“하지만 안타깝군, 유변 출신과 기질로는 용포를 입는다 해도 황제처럼 보이지 않을 거니까.”서정혁이 코웃음을 쳤다.“이렇게 좋은 옷을 유변이 입으니, 옷이 아까워 보이는군.”그러고는 무표정한 태도를 유지한 채 손을 들어 유재윤의 왼쪽 어깨 위로 손을 올리더니 잔에 든 레드 와인을 그의 정장 위에 쏟아부었다.순간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서정혁!”눈빛이 흔들린 유재윤은 바로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유재윤이 모욕을 당한 모습을 본 성수연은 분노가 치밀어 앞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심지경이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뭐 하려고!”심지경이 이를 악물며 웃었다.“잘 들어! 한 번만 더 움직이면 네 다리 부러뜨릴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요!”성수연이 심지경의 눈빛을 응시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심하다고?”심지경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여자들도 불륜녀를 만나면 바닥에 짓눌러 때리잖아? 정혁이는 그냥 술 한 잔 쏟아부은 거야. 근데 뭐가 심한데? 저 새끼가 나한테 그랬으면 똥오줌 못 가리는 개보다도 못한 놈으로 만들었을 거야. 평생 자기 친엄마가 누군지 못 알아볼 정도로!”임지민 또한 매우 놀랐지만 이내 속으로 살짝 웃었다.‘거 봐, 강시원은 재수 없는 년이야. 강시원과 엮이는 남자는 다 재수가 없다니까!’유재윤 같은 젊은 인재, 연봉 수십억 원의 최정상 엘리트가 왜 강시원 같은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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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임지민은 너무 놀라 입을 가렸다.“정혁아!”깜짝 놀란 심지경은 이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서정혁과 신분 차이가 큰 유재윤인지라 아무리 손해를 봐도 그저 무능하게 화만 낼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이 자식이 감히 손을 쓰다니?! X나 대단하네!’흥분한 성수연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르려다가 참았다. 강시원의 친구도 강시원만큼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순간 서정혁은 눈앞이 어지러워 몸을 휘청거렸다.눈이 붉게 충혈되어 서정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유재윤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죽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운 듯했다.“날 모욕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시원이 준 선물을 더럽혔다면... 그건 절대 용서 못 해!”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진 서정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우아한 행동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그러더니 바로 더 강한 힘으로 유재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늘 우아한 품격을 유지하던 남자가 도도한 가면을 버리고 사람들 앞에서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평소 복싱과 격투기로 트레이닝을 하던 서정혁인지라 유재윤이 이내 밀리기 시작했다.“심 대표님, 얼른 경호원 불러와서 말리세요!”당황한 임지민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필요 없어, 저 자식은 정혁이를 이길 수 없어. 게다가 이참에 정혁이도 그동안 쌓은 앙금을 풀 수 있고 좋잖아.”심지경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다섯 개 세기 전에 저 자식 반드시 쓰러질 거야. 하나, 둘, 셋, 넷...”마지막 숫자를 길게 끌며 내뱉은 순간 유재윤은 마침내 서정혁의 강력한 주먹에 맞아 쓰러졌다.심지경은 체면을 지킨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서정혁은 전혀 멈출 기색이 없었다.살기가 불타오른 듯 유재윤 위에 올라타 샌드백을 치듯 주먹을 높이 들었다.성수연은 당장이라도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듯했다.분노에 정신을 잃고 이성을 상실한 서정혁을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서정혁! 당장 멈춰!”한 차례 절규 같은 외침에 정신을 차린 서정혁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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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내가, 비열하다고?”서정혁은 분노로 가득 찬 강시원의 아름다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이를 갈며 내뱉었다.“강시원, 사람 편드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유재윤이 먼저 날 때렸어. 나도 다쳤다고! 안 보여? 여기 있는 사람들이 증명할 거야!”“하... 서 대표가 경시에서 얼마나 권력이 있는 사람인데 서 대표가 물으면 당연히 서 대표 편을 들지 않겠어?”강시원이 차가운 시선으로 서정혁을 바라보자 화가 난 서정혁은 주먹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힘이 잔뜩 들어갔다. 온몸은 폭발 직전의 화약통 같았다.강시원은 서정혁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얼음장처럼 차갑고 칼날처럼 예리한 강시원의 눈빛은 지난날의 정이라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강시원은 유재윤을 무조건 적으로 믿었다. 예전에 이 모든 것을 누렸던 사람은 서정혁이었는데...“선배가 먼저 손을 썼을지 몰라도 선배는 절대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릴 성격이 아니야. 당신이 먼저 도발하고 사람을 모욕했겠지!”강시원의 얼굴에는 짙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했다.“시원아...”유재윤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강시원이 이렇게 믿어 주다니... 몇 대쯤 얻어맞아 죽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너 정말 사람 보는 눈이 말이 아니구나!”연약한 모습으로 자기 아내 품에 기대어 있는 유재윤의 모습에 서정혁은 당장이라도 찔러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유재윤이 대체 뭐라고 오자마자 유재윤 편을 드는 건데... 네게 더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구분 못 해?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 못 하냐고!”주변 사람들이 서로를 번갈아 봤다.하늘이 무너져도 얼굴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은 서 대표가 지금 이 순간 한 여자 때문에 멘탈이 붕괴될 지경이니...‘이 여자 대체 누구지? 설마, 서 대표의 신비주의 결혼 생활 상대인 아내인가? 설마... 그 여자 오래전에 서 대표와 이혼했고 출신도 별로라고 들었는데... 그런 여자가 서 대표님에게 맞설 리가...’속으로 코웃음을 친 강시원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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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강시원이 심지경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밤 수연이는 그쪽과 같이 가지 않을 거예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데려갈 거예요.”화가 난 심지경은 이를 갈았지만 강시원이 결국에는 서정혁의 아내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유재윤을 바라본 성수연은 목이 메었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 성수연이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할 뿐만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편을 들어주며 오히려 자신을 불구덩이로 내몰았다.하지만 성수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심지경의 은혜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의지한 그날부터 이미 나락에 떨어졌다. 그리고 한 번 또 한 번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이때 달려온 한수현은 서정혁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자 몹시 걱정했다.“서 대표님, 차 대기 시켰고 병원 쪽에도 연락해 놨습니다.”눈을 가늘게 뜬 서정혁은 음산하고 위압적인 시선으로 유재윤의 얼굴을 스친 뒤 자리를 뜨기 위해 긴 다리를 옮겼다.“서정혁! 선배한테 사과해!”바로 그때 강시원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분노 가득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사과? 강시원,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서정혁이 코웃음을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대체 뭘 믿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야?”임지민도 본인이 상위자인 척 서정혁의 팔짱을 낀 채 옆에 서서 그들을 바라봤다.“사과? 웃기지 마! 꿈 깨! 오늘 유재윤에게 똑똑히 알려줄 거야. 오늘 밤 일어난 일이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숨이 턱 막힌 강시원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아, 맞다. 내 팔찌...”임지민이 갑자기 팔찌가 생각난 듯 미간을 꽉 찌푸리자 성수연은 손에 쥐고 있던 수정 팔찌를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안색이 잔뜩 어두워진 강시원은 성수연의 손에서 팔찌를 빼앗아 천천히 임지민 앞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펼쳤다.임지민이 자랑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막 받으려 할 때 강시원이 갑자기 손을 휘둘러 팔찌를 분수 연못 속에 던져버렸다.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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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옆으로 축 늘어뜨린 두 손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 강시원은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5년 동안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치며 자기 삶과 미래를 희생했지만 얻은 것은 남자의 차가운 한 마디뿐이었다.‘싸움꾼.’하지만 별로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낭비한 5년이 너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정혁.”걸음을 멈춘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앞으로 당신 여자 잘 돌봐, 머릿속 물 다 빠지면 내 옆에 있는 사람 건드리지 말라고 전해.”강시원의 목소리는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다음에 한 번도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강시원과 성수연은 급히 유재윤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일련의 검사를 한 후 의사는 유재윤이 젊고 몸도 튼튼해서 다행히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나이가 더 든 사람이었다면 이런 외상 충격에 갈비뼈가 쉽게 부러졌을 것이라고 했다.“X발! 나쁜 놈! 손이 너무 매운 거 아니야?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네, 짐승! 개보다도 못한 짐승!”화가 난 성수연은 가장 악독한 말로 서정혁을 욕했지만 화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물이 허리까지도 안 닿는데 그년 허우적대는 거 봤어? 뒤집어진 자라처럼! 서정혁은 그런 거에 속아 넘어가고! 오늘 긴장한 얼굴 좀 봐, 정말 토 나올 지경이야!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처음 물에 들어갔을 때 거기에 오줌 한 번 누는 건데, 그러면 그년이 제 발로 뛰어나왔을 거야!”“그럼 공짜로 온천욕 시켜주는 거잖아요?”유재윤은 온몸이 아픈 와중에도 한마디 끼어들었다.“푸하! 십원, 네 선배 유머 감각 있네. 너보다 더 대단해! 마음에 들어!”통쾌한 듯 한마디 한 성수연은 배를 끌어안은 채 뒤로 넘어갈 지경으로 웃었다.강시원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유머 감각은 있는데 가끔은 입이 너무 독해서 탈이라니까.”유재윤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성수연을 바라보았다.단지 이 순간 눈앞의 성수연이 심지경 곁에 있을 때의 화려한 여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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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임지민이 서정혁의 목숨을 구했다 해도 뭐? 너도 서정혁 목숨 구해줬잖아!”강시원보다 더 억울해하는 유재윤은 결국 마음속에 오래 눌러둔 비밀을 털어놓았다.“그때 네가 그 꼬맹이 낳으려다... 목숨을 잃을 뻔했어, 병상에서 죽을 뻔했다고!”“선배! 그만해!”순간 옛 생각이 난 강시원이 눈시울이 시뻘게진 채 유재윤을 말리자 그 모습을 본 성수연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잔뜩 긴장한 안색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야? 죽을 뻔했다니... 십원, 그때 너 태아 상태가 좀 안 좋을 뿐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목숨까지 잃을 뻔했단 말이야?!”시선을 살짝 내린 강시원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난산이었어요.”유재윤은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아픔에 힘겹게 침대 머리에 기댔다.“그때... 시원이가 분만실에서 출산할 때 친정 식구가 한 명도 곁에 없었는데 서씨 가문에서 분만실을 철통처럼 지키고 있어서 문병 가려 해도 복도 가까이조차 가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서씨 가문에서 그렇게 한 건 만약 사고가 나면 바로 소식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오면 서정혁 엄마, 김설연 그 늙은이 성격상 분명 시원이를 희생하고 아이를 살리려 했을 거예요.”“개새끼... 짐승 같은 놈들!”강시원을 와락 끌어안은 성수연은 어깨를 떨며 자책감에 눈물을 쏟아냈다.출산하기 며칠 전 성수연은 심지경을 따라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총에 맞아 병상에 누워 반 달 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졌었다.나중에는 강시원이 말하지 않아서 이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전혀 몰랐다.“됐어, 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 나 멀쩡하잖아.”강시원은 성수연을 달래며 어깨를 토닥였다.가볍게 넘어가는 한마디 말 뒤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숨어 있는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분노가 치민 유재윤은 눈빛마저 사납게 변했다.“시원이 운이 좋아서 산 거지, 만약 버티지 못했다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겠죠!”성수연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서씨 가문을 위해 그렇게나 많이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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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초조한 듯 붉어진 유재윤의 얼굴을 바라본 강시원은 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시원아, 내 말이 조금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지만... 넌 결국 연약한 여자야. 서정혁과도 사이가 안 좋아졌으니 네 곁에 돌봐 줄 남자는 있어야 해.”긴장한 유재윤은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목의 핏줄도 툭 튀어나왔으며 숨소리도 무거워졌다.“내가 네 곁에 있어 주고 싶어... 너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순간 온몸이 굳은 강시원은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유재윤도 마찬가지로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모태 솔로로 거의 30년을 산 유재윤은 청결을 지키는 승려처럼 여자와 거리를 두었다. 심지어 비서나 어시스턴트로도 절대 여자를 두지 않았다.그동안 강시원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유재윤은 여전히 강시원을 잊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구애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만 있을 줄 알았지만 오늘 예상 밖으로 이렇게 털어놓자 심장이 터질 듯 빨리 뛰었다.“선배, 이혼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야. 지금은 법치 사회야. 나도 나를 잘 돌볼 수 있어. 서씨 가문도 쉽게 나를 방해할 수 없어.”유재윤의 고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강시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게다가 남자가 왜 꼭 곁에 있어야 하는데? 지난 5년 동안, 나 혼자 나를 돌봤어. 혼자서도 얼마든지 완벽히 해낼 수 있어.”침을 꿀꺽 삼킨 유재윤은 수많은 말이 목구멍에 맴돌아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오늘 밤 일, 내 생각에 서정혁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살았는데 선배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손을 썼으니 아마 엄청난 치욕이라고 생각할 거야.”강시원이 진지하게 서정혁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중에 서정혁이 선배를 괴롭히면 반드시 제일 먼저 나에게 말해. 혼자서 버티려고 하지 말고.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서정혁은 임지민을 병원의 VVIP 최고급 병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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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무심하긴 뭐가 무심하다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잘못인 거지! 서 대표 마음에 드는 여자가 따로 있는데 어떻게 전혀 사랑하지 않는 여자에게 잘해줄 수 있겠어? 지금까지 이혼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체면을 준 거야.”...임지민은 종합 검진을 받았다. 주치의는 약간 놀랐을 뿐 큰 이상은 없으니 집에 가서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서정혁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러나 그날 밤 임지민은 계속 심장이 불편하다며 소리치면서 서정혁의 손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오빠... 심장이 너무 아파... 제발... 내 곁에 있어 주면 안 돼?”5년 전, 임지민이 서정혁을 구하기 위해 과다 수혈로 장기를 다친 후부터 몸에서 자주 문제가 일어났다.서정혁은 그녀를 데리고 세계 각지의 명의를 다 찾아다녔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없었다.그래서 임지민에게 항상 빚진 느낌이 들어 무슨 요구를 하든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안 갈 거니까 이만 자.”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서정혁은 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오빠, 약속해 줄 거지... 언니 탓하지 말아 줘. 응?”임지민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유언을 남기듯 말했다.“언니는 내가 성수연을 괴롭혔다고 생각해서 나를 밀친 거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친자매야, 내가 나중에 따로 설명하면 돼...”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남자는 잘생긴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친자매는 개뿔!”잘생긴 얼굴에 잔뜩 그늘이 진 채 병실 안으로 들어오던 심지경은 문을 민 순간 때마침 임지민의 말을 들었다.“지민아. 넌 너무 착해, 너는 그 사람들 생각해 주는 마음뿐인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든 너를 괴롭히려 하잖아. 강시원은 네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너를 물속으로 밀쳤어, 이게 고의적 살인이 아니면 뭔데? 정혁아, 강시원이 사람들 앞에서 난동을 부리고 또 지민이 몸이 허약한 걸 이용해 일부러 괴롭혔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너를 망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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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다음 날 오전, 서정혁은 회사 회의에 참석한 뒤 급히 병원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바로 임지민을 만나러 가지 않고 무려 6년 동안이나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찾아갔다.소리 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서근호는 머리가 어느새 희끗희끗했으며 눈과 두 볼도 움푹 들어가 있었다. 비록 가장 비싼 영양제를 맞으며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밥을 먹지 않아 사람이 야위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아버지, 아들이 또 왔습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아버지의 마른 손을 꼭 잡은 서정혁은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또 수척해졌네요. 그래도 여전히 예전의 풍채는 잃지 않으신 것 같아요. 아버지는 여전히 경시 재벌가들 중 가장 잘생긴 남자입니다.”사실 서정혁은 어젯밤에도 왔었다. 매달 시간을 내어 아버지에게 회사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말했다. 이 바닥에서 늙은 여우들과 어떻게 지혜와 힘을 겨루는지 이야기했다.“아버지,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시원이가 저와 이혼하려고 합니다.”서정혁의 어두운 눈빛에는 얇은 분노까지 머금고 있는 듯했다.“사실 요 며칠 강시원 데리고 아버지 보러 오려고 했어요. 서씨 가문에 시집온 지 5년이나 되었는데 아버지를 공식적으로 한 번도 뵙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런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서근호는 당연히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때 제가 강시원이 아닌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면 지금 같은 귀찮은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제가 제 발등을 찍은 것 같아요...”서정혁은 아버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임지민의 병실로 돌아왔다.“서 대표님.”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한수현의 모습을 보니 서정혁을 꽤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서정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양서연 단서에 따라 오 이사를 조사하라고 하셨던 거... 확인해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부 역시 한통속이었습니다. 양서연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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