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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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장시범의 부모가 아들을 데리고 다시 집을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선물까지 사 들고 임유경을 보러 왔다는 것이다.임씨 가문 어르신들은 여전히 장시범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그의 행동은 그들에게 있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도와주지 않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굳이 자신의 입장까지 공개적으로 밝혀 임유경을 한 번 더 짓밟은 건 용서할 수 없었다.하여 장씨 가문 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모두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었지만 장희연은 그들의 태도를 일부러 모른 체하고 여전히 예전처럼 집안 이야기를 끌어내며 시간을 끌다가 마지막에야 비로소 본론을 말했다.“설 연휴에 우리 두 집에서 함께 여행을 가는 건 어때요? 젊은 사람끼리 접촉할 기회도 좀 주고요.”“그럴 필요 없어요.”임수찬이 단호하게 말했다.“왜요? 이미 다른 일정이라도 있으신가요?”장희연이 웃으며 물었다.“네. 우린 해성으로 갈 거라서요.”“해성이요?”장희연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것도 좋네요. 마침 잘 됐어요. 시범이가 예전에 해성무용단에서 활동했잖아요. 저희는 늘 출장으로만 가서 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없었거든요.”“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이미 약속이 있어서 함께 가는 건 어려울 것 같네요.”임수찬은 마음속에 남은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거절만 반복했다.“그럼 해성에 친척이라도 계신 건가요? 예전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요.”장희연은 아들을 위해 체면을 내려놓고 집요하게 물었다.사실 그녀의 말은 틀린 것도 아니었다.두 집안은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내왔고 서로의 친척 관계쯤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없어요.”임수찬은 일부러라도 장씨 가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는 갑작스레 친척 관계를 꾸며낼 수도 없었기에 그냥 내키는 대로 말을 뱉었다.“크로시 그룹 대표인 가브리엘 씨가 해성으로 온대요. 우리 가족을 초대했거든요. 유경이도 함께 갈 거고요.”“가브리엘이요?”장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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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임수찬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질렸다.“뭐라고? 그게 말이 돼? 강지연의 부모는 도박꾼에다 탐욕스러운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형제는 무능한 남동생 하나뿐이라고 했잖아.”“사촌 오빠예요. 강지연의 사촌 오빠가 가브리엘이라고요. 가브리엘은 그 사촌 동생을 공주처럼 아껴주거든요. 그런데...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된 건데요?”임시현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임수찬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곧바로 정찬우를 노려보았다.“이 봐, 자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일부러 날 웃음거리로 만든 거야?”곰곰이 생각해 보니 장시범은 그 집 사위가 될 뻔했던 사람이었기에 이 사실을 정찬우가 몰랐을 리 없었다.체면이 완전히 짓밟혔다는 생각에 임수찬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망신을 당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정찬우 앞에서 망신당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그는 버럭 화를 내며 당장이라도 그들을 내쫓으려 했다.그때 장희연이 급히 나서며 말했다.“우리 두 집안은 알고 지낸 지 벌써 몇십 년이에요. 굳이 이런 일로 얼굴 붉힐 필요까지 있나요? 두 사람 젊을 때부터 티격태격 싸우며 지내오셨잖아요. 우리 남편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사람이 왜 이러세요?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 막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임수찬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정 씨,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오?”정찬우는 이번만큼은 장희연을 실망시키지 않고 재빨리 받아쳤다.“난 그저 예전처럼 계속 잘 지내고 싶을 뿐이오. 우리 우정이 몇십 년인데, 아이들 사이에 오해가 생겼으면 풀면 되는 거 아니겠소? 우리가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겠소.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만 하시오. 수십 년 풍파를 함께 넘긴 사이가 이 정도 일로 무너질 수는 없잖소.”임수찬의 표정은 그제야 조금은 풀린 듯했지만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유경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오. 그런데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해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으니. 지금은 내가 용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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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장시범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바보네. 나 뭐든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임유경도 오래 침묵하다가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날 좋아하지 않는 그 마음 빼고는 다 좋아.”장시범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잖아. 사과하러 왔다고.”임유경은 몸을 돌리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가 말을 덧붙였다.“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휴대전화를 제대로 챙겨야 했어. 그랬다면 네가 그 영상을 보고 따라 배울 일도 없었겠지. 애초에 표절 같은 사건 자체는 생길 수가 없었어.”임유경은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훔쳐 배운 건 나야. 오빠랑은 아무 상관 없어!”“결국은 내가 묵인한 거잖아.”장시범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에게도 미안하고 강지연에게도... 전부 다 내 잘못이야.”그 말에 임유경은 겨우 억눌렀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왜 또 강지연이야! 오늘 나한테 사과하러 온 거라며! 난 오빠가 다른 여자한테 잘해 주는 거 절대 못 참아! 오빠가 다른 사람이랑 있는 것도 싫단 말이야! 오빠가 강지연이랑 만난 뒤로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혼이 다 빠진 채 돌아왔을 때도 내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아냐고! 난 오빠가 아까워서 화 한 번 제대로 못 냈어! 그런데 강지연은 왜 그렇게 제멋대로 오빠를 괴롭히는데!”임유경은 오열하면서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말을 모조리 쏟아냈다.장시범은 그녀의 울음소리에 당황한 듯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휴지를 내밀었다.그러나 임유경은 그 손을 거칠게 쳐내며 말했다.“난 그냥 강지연을 망치고 싶어! 복수할 거라고! 오빠를 빼앗아 가놓고 제대로 대해주지도 않았잖아!”장시범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되든... 그건 강지연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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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장시범은 모든 책임을 혼자 감당하려 했고 인터넷의 쏟아지는 비난과 화살은 모조리 그의 몫이 되어버렸다.“남자라면 당연히 이 정도 책임감은 있어야지! 겨우 이 정도로 감동 받은 거니?”손미연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버려가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널리고 널렸어.”임유경은 휴대전화를 확 낚아채며 반박했다.“그래요, 남자가 널렸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장시범은 단 하나뿐이라고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어디 가는 건데? 너 또 장시범 만나러 가기만 해 봐! 내가...”손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유경은 이미 문을 나서고 있었다.임유경은 정말로 그를 찾으러 간 것이었다.그녀는 곧장 장시범의 회사로 향했고 마침 그는 회의 중이었기에 사무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장시범은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있는 임유경의 모습을 보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여기까지 왜 찾아온 거야?”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그대로 달려와 그의 품에 안기며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장시범은 두 손을 들며 말했다.“너 지금 미쳤어?”“고마워.”임유경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뭐가 고마운데?”장시범은 그녀를 밀쳐내며 냉정하게 말했다.“얼른 나가! 나 지금 엄청 바쁘거든.”“나 다 알아. 나한테 늘 이렇게 냉정해도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날 생각해 주는 거잖아.”임유경은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장시범은 그녀가 자신이 올린 게시글을 봤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착각하지 마. 난 겉으로도 너한테 냉정하지만 마음도 똑같아.”임유경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웃으며 말했다.“근데 오늘 이 옷 입으니까 진짜 대표님 같긴 하네.”“당장 나가!”장시범은 귀찮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진짜 이대로 나가라고? 난 다른 사람 일로 할 말이 있어서 온 건데.”그가 별로 궁금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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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설 연휴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비록 해외에 머물고 있었지만 강지연 집안사람들에게 설은 여전히 중요한 명절이었다.특히 홍순자는 이 시기만 되면 설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강희라의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이 하지 못하는 음식들은 결국 강지연 남매의 몫이었다.강지연은 아직 개학 전이었기에 홍순자를 도와드릴 시간도 넉넉했다.그들은 아침부터 음식 준비에 바빴다.일단 갈비찜에 쓸 고기를 손질하고 밀가루 반죽을 밀어 고기만두를 빚을 준비를 했고 식후 디저트로 수정과도 만들기로 했다.그리고 전날 밤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순두부를 만들 계획이었다.누구도 사서 먹으면 되는데 왜 굳이 번거롭게 해 먹냐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홍순자의 요구를 기꺼이 존중하며 무엇보다 진심으로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강시우는 특히 맷돌이라는 물건에 큰 흥미를 보였다.그는 인터넷으로 사용법을 찾아본 뒤, 아침 일찍 일어나 직접 콩을 갈아 두유를 짜내고 순두부도 만들어보았다.“수제니까 맛도 다르네요? 이 두부는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요. 시중에서 파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되네요.”그 말에 홍순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저녁에는 그 콩비지로 요리까지 해 주었다.강시우는 처음 보는 요리에 당황한 듯 물었다.“이게 뭐예요? 처음 보는 요리네요.”그리고 그날, 콩비지로 만든 요리를 혼자 반 그릇이나 먹어 치웠다.꽃처럼 밝게 웃는 홍순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강지연도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큰 행복이었다.설 준비는 분주했지만 차분하게 이어졌고 강지연과 홍순자의 일상적인 동선도 늘 규칙적이었다.마트에서 집으로, 백화점에서 집으로, 혹은 시장에서 집으로 그게 전부였다.그날도 앨런의 동행하에 백화점에 들렀고 쇼핑을 마친 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강지연이 막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안나에게서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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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강지연은 바닥에 쓰러진 온하준과 경호원을 한 번 뒤돌아보더니 가슴이 조여오는 듯 숨이 막혔지만 결국 앨런을 따라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총성에 놀란 보안요원들이 사방에서 달려 나왔고 그들을 보자마자 앨런이 다급하게 외쳤다.“얼른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 불러주세요!”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조금만 버텨요. 제가 차를 밖으로 빼고 바로 로시 씨한테 연락할게요.”홍순자는 극도의 충격에 몸을 떨고 있으면서도 강지연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그녀를 달래주었다.“지연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이제 안전해. 의사랑 경찰이 곧 올 거니까 저 세 사람도 괜찮을 거야.”강지연은 차창에 몸을 기댄 채 점점 멀어지는 세 사람과 늘어나는 보안 인원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의 머릿속은 벌떼가 몰려든 것처럼 윙윙 울렸고 심장은 누군가가 커다란 북을 들고 미친 듯이 두드리듯 쿵쿵거렸다.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심장 박동이 귀와 머리까지 울려 퍼졌다.강지연은 가슴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들이마신 뒤 애써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괜찮아요. 무섭지 않아요. 할머니는요? 어디 다치신 데 없어요?”“할머니는 괜찮아. 다만...”홍순자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차는 이미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있었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세 사람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홍순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는지 아니면 계획된 살인이었는지.강지연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장면만 또렷이 남아 있었다.차창이 열렸을 때 보였던 낯선 남자의 얼굴,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시야가 밝아지며 차는 마침내 지하 주차장을 벗어났다.계속 통화를 시도하던 앨런은 마침내 연결된 듯 서둘러 말했다.“로시 씨,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가씨와 할머님은 무사하시지만 온하준 씨와 제인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현재 상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 경찰 신고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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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눈을 감으면 조금 전의 총성과 자동차의 요란한 엔진음이 다시 귓속을 파고들었고 눈앞에는 사람이 차량에 부딪혀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장면과 총에 맞은 경호원이 쓰러진 바닥 위로 서서히 번져 가던 핏자국만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때 안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안나의 목소리는 몹시 다급했다.“지연 씨, 지금 어디예요? 얼른 집으로 돌아가요. 누군가 해치려고 해요.”조금 전 안나가 전화를 걸어왔던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다.강지연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모든 소리가 목구멍에서 막혀 버린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안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온하준이 지연 씨 찾으러 갔는데 못 봤어요? 아무 일 없죠? 괜찮아요?”안나는 몹시 초조해 보였고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물론 온하준의 행방 또한 걱정되었던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강지연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그저 망설이기만 했다.“안나 씨...”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꽉 막혀 있었다.“온하준이... 미안해요. 온하준이... 차에 치였어요...”그 말을 내뱉는 순간 강지연은 간신히 붙잡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미안해요, 안나 씨. 정말 미안해요...”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으려 했다.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듯 안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참을 지나서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온하준은 지금 어디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저도 몰라요...”강지연은 입을 틀어막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잠시 가라앉힌 뒤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저도 방금 집에 도착했어요. 그때 가해자가 미친 듯이 달려들어 총을 쐈고 차로 온하준을...”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차에 치여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온하준의 모습이 다시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던 것이다.전처일 뿐인 자신 때문에 온하준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강지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녀는 과연 어떻게 안나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지금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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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강지연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안나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하지만 화면 위의 글자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눈물이 한 방울씩 화면 위로 떨어지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시야가 이미 눈물로 완전히 흐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지연은 서둘러 눈물을 닦고 휴대전화 화면까지 닦아 낸 뒤에야 다시 안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사람들은 이미 병원으로 이송됐고 어느 병원인지는 아직 확인 중이에요.]그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장시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이 시간에 장시연이 왜?’“언니, 지금 어디예요?”장시연의 목소리 역시 초조했다.“집이야.”강지연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아, 그럼 다행이네.”장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언니, 요즘은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마세요. 꼭 나가야 하면 경호원도 많이 데리고 나가고요.”“너... 왜?”장시연 역시 무언가를 아는 듯했다.“언니, 누가 언니를 해치려고 해요. 성이 이 씨라는 사람이래요. 그러니까 진짜 조심해야 해요.”“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강지연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그게... 제가...”장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화는 갑자기 끊겨 버렸다.강지연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왜 갑자기 끊은 거지?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그녀는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번에 전화를 받은 건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였다.“선배.”장시범이었다.“네가 왜 여기까지 왔어?”강지연이 당황해하며 물었다.“선배...”장시범은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선배 때문에 온 거죠. 방금 시연이가 한 말 꼭 기억하고 있어요. 난 절대 선배한테 무슨 일 생기게 안 할 거니까.”“오빠... 일은 이미 생긴 것 같은데...”장시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그리고 이내 통화는 또다시 끊겨 버렸다.지금 이 순간, 장시범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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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강지연과 안나는 응급실 앞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뎌냈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그들은 차례로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가장 먼저 나온 사람은 총상을 입은 경호원 제인 이었다.어깨에는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의식은 또렷했고 얼굴이 다소 창백해 보일 뿐 상태는 비교적 괜찮아 보였다.그는 강시우를 보더니 자신은 괜찮다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병실로 옮겨졌다.그 뒤로 차량에 치였던 경호원이 한쪽 다리는 석고로 단단히 고정된 채 실려 나왔다.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강지연은 그 석고에 시선이 닿는 순간 갑자기 오래전 기억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며 가슴을 옥죄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강시우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저분... 나중에 장애가 되는 거 아니죠?”경호원도 사람이지 기계는 아니었다.위험한 일을 하는 직업을 선택했을 뿐인데 그 대가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면 너무도 가혹 했다.과거 같은 경험을 했던 그녀에게 석고로 감긴 다리는 유독 더 아프게 다가왔다.강시우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린 뒤 직접 의사에게 상황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말했다.“의사 말로는 이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강지연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중한 사람이 온하준일 거라고는 그때까지 미처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을 들어보니 차량이 첫 번째 사람을 치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액셀을 더 세게 밟았기에 온하준 씨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차에 부딪혀 날아올랐다가 기둥에 다시 한번 부딪치며 큰 충격을 받았고 바닥에 떨어진 뒤에는... 차량이 그대로 깔고 지나갔다고 합니다.”의사의 말에 강지연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그녀는 그 순간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곧 보게 될 온하준의 모습이 어떤 상태일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웠다.예전에 자신이 그를 구해냈을 때처럼일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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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온하준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건 이제 당분간은 그를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강시우가 몇 번이고 설득한 끝에 안나와 강지연은 결국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강지연은 자신보다도 안나가 더 걱정되었다.안나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흐리멍덩한 표정이었고 아직 온하준의 현재 상태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강지연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맴돌았다.사과, 다짐, 약속...그러나 그 어떤 말도 끝내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병동을 벗어나자 안나는 곧장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갔고 함께 온 차를 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안나 씨.”강지연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안나는 느릿하게 뒤를 돌아보았다.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강지연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우리 집에 와서 며칠이라도 함께 지내는 건 어때요?”강지연은 안나가 혼자서 이 상황을 버텨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하지만 안나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 미소가 오히려 강지연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안나 씨.”강지연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랑 같이 있어요. 서로 의지하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요.”안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집으로 갈게요.”그녀가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자 강지연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럼 데려다줄게요.”안나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하철 타면 돼요.”그 말을 남기고 안나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안나 씨!”강지연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다시 불러 세웠다.“안나 씨, 제가 원망스럽죠?”온하준이 자신을 구하려다 다쳤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의 전처라는 사실은 안나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지도 몰랐다.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분명 사실이었다.그러나 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강지연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다정하게 정리해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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