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231 - Chapter 240

678 Chapters

제231화

중현은 너무나 평온했다. 이 질문을 받고도 표정 하나, 감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그 평온함이 오히려 아연을 두렵게 했다.“내가 죽을죄를 짓지 않은 이상,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야.”중현은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네가 나를 구해줬다고 해도, 그럴 권리가 없어.”아연은 손을 점점 움켜쥐었다.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중현은 정상인이 아니다.감정이 아니라 논리로만 움직이는 인간이다.“더 할 말 있어?” 중현이 물었다.“없어.” 아연은 그 간단한 한마디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가.”중현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아연은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더 뜨겁게 타오르는 사실에 놀랐다.머릿속에는 계속해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솔이 가질 수 있는 거, 나도 가질 수 있어.’‘내가 아닌 강솔을 사랑하는 이유는 중현이 강솔을 먼저 만났기 때문이야.’‘강솔만 사라지면, 이 남자 다시 나에게 돌아올 거야.’‘그래, 맞아!’‘모든 게 강솔 때문이야.’아연의 눈이 서서히 변했다.중현은 병원을 나와서 예담아파트로 향했다. 먼저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강솔 집 문을 두드렸다.강솔은 문을 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 했다.하지만, 중현은 힘으로 밀어붙이며 들어갔다. “하아.”강솔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문에 CCTV를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이거 주거 침입이야, 알아?” 강솔이 말했다.중현은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경찰에 신고할 건가?”강솔은 말을 잇지 못했다.‘이 인간, 진짜...” 지안이 아니라면, 아마 100%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네, 할게요!” 지안이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키즈 스마트 워치에 대고 또박또박 말했다.“경찰 아저씨, 우리 집에 어떤 아저씨가 강제로 들어왔어요.”“엄마가 나가라고 하는데도 안 나가요.”강솔은 깜짝 놀라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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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중현은 걸음을 옮겨 아이 앞에 섰다.“너희 아빠는...”“나쁜 사람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신고하면, 안 된다고 안 가르쳤어?”“네. 가르친 적 없어요.” 지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리 아빠는 매일 다른 아줌마랑 노느라 나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거든요.”중현은 이를 갈며, 손을 뻗어 지안의 볼을 꾹 잡았다. “거짓말을 아주 입에 달고 살아.”“누가 그렇게 가르쳤니?”지안은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아야야야, 아파, 아파요!”“지금 뭐 하는 거야?” 강솔은 중현의 손을 잡아당겼다.오랜만에 접촉이었다.시선이 저절로 흰 손목에 닿았다. 그리고는 입에서 튀어나온 말. “피해자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가해자의 손을 잡나?”잠깐의 정적.지안은 못 본 척하며 짧게 말했다. “진짜 뻔뻔해요.”“뻔뻔하지 않았으면... 넌 이 세상에 없었어.” 중현은 천천히 대답했다.강솔과 지안, 둘 다 할 말을 잃었다.두 사람 모두 오늘의 중현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상한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전과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지안이 잠깐만 빌릴게.” 중현은 지안의 작은 손을 잡고, 강솔을 향해 말을 덧붙였다. “2 분, 2 분만.”강솔은 지안을 보았다.지안은 손으로 'OK' 사인을 보냈다.강솔은 중현의 말을 반복했다. “딱 2 분이야.”“응.” 중현은 일어나서 지안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지안은 그를 따라 바로 옆집으로 갔다.바뀐 인테리어를 본 지안은 조금 놀랐다.아이는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왜 날 데려왔어요?”중현은 서재로 들어가서 파일 봉투를 꺼냈다. “가족관계증명서야. 이걸 챙겨가야 해.”“경찰이 오면, 보여줘야지.”“근데, 왜 날 데려왔어요?”“네가 있어야, 있다가 엄마가 문 열어주지.” 중현은 서류가 담긴 파일을 들고, 다른 가방 몇 개도 집어 들었다. “경찰에 신고한 상태에서 또 무단 침입하면, 그땐 진짜 문제 되니까.”“비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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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중현은 경찰과 함께 내려왔다.건물 아래에 도착한 그는 바로 떠나지 않고, 차 안에서 강솔이 사는 건물을 바라보았다.약 10분 정도 뒤, 강 비서가 나타났다. “대표님.”중현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 “결과 나왔나?”“나왔습니다.” 강 비서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 봉투를 건넸다. “여러 기관에서 교차확인 결과, 강인호는 강솔 씨의 생물학적인 친부가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습니다.”중현은 자료를 하나씩 살펴보았다.결과는 강 비서가 말한 대로였다. 강솔은 강인호의 딸이 아니었다.“강솔 씨의 친부를 찾아볼까요?” 강 비서가 물었다.“필요 없다.” 중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강정숙 쪽 일이 이미 확인됐으니, 강인호에 대한 실마리도 곧 나올 것이다. 그는 문득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강정숙과 강인호가 결혼한 건 언제인가?”“4월에 혼인 신고했습니다. 강솔 씨의 생일이랑 5개월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강 비서는 하나하나 대답했다.그렇다면, 강인호는 강정숙이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조사해 봤습니다만, 주위에서 혼전 임신이라고 합니다.”“하지만, 강정숙이 임신한 시점에 관해 물어보면, 가족들의 증언이 각기 다릅니다.” 강 비서는 덧붙였다.중현은 손에 들고 있던 감정 결과서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강 비서는 이 기간 동안 조사한 내용을 계속해서 보고했다. “그리고, KS그룹은 보다시피 강정숙이 창립한 것이 맞습니다.”“다만 3개월만 참여하고, 이후 전부 강인호에게 넘겼습니다.”“강정숙의 지분은?” 중현은 KS그룹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없습니다.” 강 비서가 답했다.중현의 눈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이로 봐서, 지난번에 강솔과 강인호가 나눈 대화는 사실일 확률이 높다.강정숙은 회사를 만들어주고, 강인호는 그 대가로 무언가를 약속했다.그게 딸을 키우는 조건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강정숙... 친구가 한 명 있었던 것 같은데...” 중현은 과거의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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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네, 알겠어요.] 강솔이 대답했다.전화를 끊고, 강솔은 달력을 한 번 훑어보았다.한 달이라는 시간,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며칠 후면, 숙려 기간이 끝난다.중현과 법원에 이혼 확정서를 받으러 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지금 강솔은 직장인이라, 사전에 연차를 써야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여러 생각을 하던 중, 그녀는 하중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목요일에 시간 있어?]중현은 집에 도착해서야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 메시지의 의미를 알고 있지만, 답장은 하지 않았다.저녁이 될 때까지 강솔은 여전히 답장받지 못했다.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며, 토니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중현이 만약 이혼 안 해주면?”그 말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에 불편함이 밀려왔다. 지안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강솔은 전화를 걸었다. 인사말 한마디 없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내가 보낸 메시지 봤어?”그 시각, 중현은 시후, 레미와 함께 와인바에 있었다.그는 테이블 위의 술을 보며 답했다.[봤어.]‘봤으면, 답해야지.’그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그녀의 메시지에 반드시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니까.괜히 말했다가 오히려 말꼬리를 잡혀서 실수할 수도 있다.“수요일은 숙려 기간 마지막 날이야. 목요일에 이혼의사확인서 받을 수 있어.” 강솔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목요일에 시간이 괜찮으면, 회사에 월차 내고 함께 가려고.”중현의 눈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강솔은 정말 이혼을 원하는 것 같았다.시후와 레미는 중현의 감정 변화를 감지했다. 레미는 시후를 힐끗 바라보며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 “누구야? 말 한마디로, 하중현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사람?”‘강솔 외에 누가 있겠냐?’하지만 시후는 말할 수 없었다. 괜히 불똥이 자기한테 튈 수 있기 때문이었다.“듣고 있어?” 강솔은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중현은 입술을 깨물며, 가슴 속 어딘가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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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네가 뚫을 수 있다면.” 중현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젠장.’‘처음에 그렇게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말아야 했는데...’지금은 뚫으려고 해도 너무 어렵다.“강정숙의 자료는 굉장히 수준 높은 해커가 막아놨어.” 레미는 다시 한번 설명했다. 시후가 중현에게 전달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내가 뚫으려면, 대개 두 시간 정도 걸릴 거야.”예전이었다면, 아마도 버거웠겠지만, 지금의 레미에게는 쉬운 일이다.“해.” 중현은 그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시간은 조금씩 지나갔다.방 안에는 레미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했다.타닥, 타닥.시후는 그 자리가 좌불안석이었다.나가기도 애매하고, 남아 있자니 심심했다.술도 안 마시고, 대화도 없고,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내가 왜 불렀지?’“하 대표.” 시후는 여러 번 고민하다가 대화를 시도했다. 계속 이렇게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화인게임즈 10주년 기념행사 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거야?”“오후에 네 부모님이 병원에 갔다더라, 하도현 만나러.”“똥 싼 놈이 치우겠지.” 중현은 대충 답했다. 지금 중현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강솔을 어떻게 붙잡지?’강제로 붙잡으면, 아마 ‘소프트 가든’을 다 부숴 버릴지도 모른다.속임수나 협박도 절대 통할 리 없다.시후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지금 정신 딴 데 있지?”“너 중학생 때, 여사친이랑 연애소설 꽤 읽지 않았어?”중현이 갑자기 물었다.레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시후를 쳐다봤다.“뭔 소리야?! 내가 언제?!”시후는 절대로 그 추한 과거를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세계 명작 소설만 봤어, 연애소설 따위 유치해서 전혀 안 봤어!”중현의 깊고 차가운 시선으로 시후를 응시했다.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압박감이 강했다. 시후는 몇 번이나 고민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가벼운 기침을 하며 말을 바꿨다. “그냥 딱 한 권 봤어, 많이 읽은 건 아니야.”“음.”‘음?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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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일하는 거랑 해킹 대결하는 거랑 같냐?” 레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말했다. “너희들이 어떻게 이 고수의 마음을 이해하겠니?”그 말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와인바를 나섰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택시를 잡아탔다.그러고는 몸을 등받이에 기댔다.그러자, 방금 전 확인한 내용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하얀 페이지에 떠오른 끔찍한 이미지.그리고...그 이름.전부 스승님과 닮아 있었다.만약 강정숙이 온라인에서 10년 가까이 알고 지냈던 스승님이라면, 그럼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그리고 이름을 바꾸고, 과거까지 완전히 지워버린 이유는 무엇일까?그 과거가 고통을 주었기 때문일까?아니면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일까?만약 그 방어막을 뚫는다면...모든 게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수많은 생각들이 스쳤다.결국 결론을 내렸다.내일 강솔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그녀와 직접 얘기해 보고 방어막을 뚫고 자료를 꺼낼지 말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레미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시후의 의문을 자아냈다. 시후는 테이블 위에 놓인 술을 보며 중현에게 물었다. “오늘 레미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어?”가장 좋아하는 술도 거의 손대지 않았고, 아무 예고 없이 갑자기 떠났다. 예전에는 항상 끝까지 있다가 가는 스타일이었는데...“강정숙 관한 자료... 뭔가 좀 건진 것 같아.” 중현은 침착하게 분석했다.“그 자료가 본인이랑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과 관련이 있거나.”“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어?” 시후가 물었다.“레미는 선을 지킬 줄 아는 애야.” 중현은 일어나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 “말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야. 우리는 기다리면 돼.”시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고백했다. “만약 끝까지 말 안 하면?”“그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라는 뜻이야.” 중현은 모든 일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레미가 돈도, 우리와의 관계를 다 포기하면서도 숨길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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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5년 전에 하중현과 결혼식에서 만났었는데.” 레미가 문밖에 서서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기억 안 나?”강솔은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때 내가 너 꼬셨었는데... 하중현이 날 엄청나게 째려보고...”레미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결혼식, 날 꼬셨다고?’‘이게 뭔 소리야?’레미는 핸드폰을 꺼내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을 강솔에게 건넸다. “이거 봐, 기억 안 나?”강솔은 사진 속 인물들을 유심히 살폈다.사진 속에 어깨까지 자른 단발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목에는 이어폰이 걸려 있었고, 웃는 모습이 활기차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느낌이었다.그 순간, 강솔 머릿속 기억의 스위치가 켜졌다.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레미를 바라보았다. “너... 레미야?”강솔의 눈이 커졌다.“어때? 지금 내 모습이 더 멋있지?” 레미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다 예뻐.” 강솔은 그녀를 집 안으로 초대했다. “어서 들어와.”강솔은 레미와 결혼식 이후, 몇 번 만난 게 다였다.그때의 레미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모두.그래서 강솔은 레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예전에는 쿨내 진동하는 멋진 소녀였다면, 지금은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미소년이었다.집에 들어온 레미는 방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살던 곳보다 훨씬 좁은 방을 보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중현이 너랑 지안이 이런 데서 살게 둔 거야?”“내가 선택한 거야.” 강솔이 대답했다.레미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하중현과 강솔의 이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중현과 소아연과의 스캔들이 터지고, 강솔과 이혼 절차를 밟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집에 커피 우유랑 차밖에 없어. 뭐 마실래?” 강솔이 물었다. 레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중현과의 관계는 좋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굳이 번거롭게 하지 마, 그냥 물이나 한 잔 줘.”레미는 강솔이 건넨 물컵을 받아서 들었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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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그건... 그 사람이 번 돈이니, 나한테 나눠줄 이유 없어.”강솔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의 의미를, 레미는 잘 알아들었다.강솔 집을 나온 레미는 바로 중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레미가 들어서자, 중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좀 나왔어?”“아니.” 레미는 간단히 답했다.중현은 의아해했다.레미는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조금은 느긋한 자세로 말했다. “어젯밤에 인터넷 좀 뒤져봤거든. 너랑 강솔 이혼 얘기.”“보는데, 너무 불쾌해서 조사하기 싫어졌어.”중현은 아무 말도 못 했다.레미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너, 강솔이 빈손으로 내보낼 생각이라며?”“그런데 사실 바람피운 건 너잖아.”“바람?” 중현이 입을 열었다. 강솔과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오해가 바로 이 말이었다.“너 소아연하고 같이 있잖아? 워터사이드 리조트에서 밤도 보냈다면서?”레미는 인터넷에서 본 것들, 그리고 일부는 강솔과 시후가 알려준 정보였다.중현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나 그런 적 없는데?”“이건 뭐, 다들 알고 있는 얘기 아니야?”“너희들이 본 건, 그냥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뿐이야.” 중현은 더 이상 길게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암튼 난 바람피운 적 없어.”소아연과 한 침대에 누운 적도 없고, 그녀에게 감정을 느낀 적도 없었다.레미는 혀를 찼다. “남자란...”중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어제 그녀의 이상한 행동과 오늘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낸 것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너 오늘 오전에 강솔을 찾아갔었어?”“아니.”레미는 바로 부정했다.중현이 물었다.“강정숙 얘기 물어봤지?”레미는 순간 약간의 답답함을 느꼈다. 너무 똑똑한 사람과 친구가 되면, 개인적인 일 하나도 숨기기도 힘들다.“강정숙의 신분이 특별한 거야?” 중현이 말했다.“그 정도는 아니고...”레미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그냥 강솔에게 해커 고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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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중현은 레미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전화 좀 받고 올게.” 그러고는 창가로 걸어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 늘 그렇듯 여전히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어제 물어본 거 아직 확답 안 줬잖아.]강솔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그와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이혼?”[응.]“목요일은 안 돼.” 사실이었다.HS그룹 대표, 화인게임즈 대표.겹친 역할만큼, 일정도 빽빽했다.마음만 먹으면 비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매일이 ‘바쁜 날’이었다.[그럼, 대체 언제 시간이 돼?] 강솔은 그가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는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시간을 정해야, 나도 월차 내지.]“월요일에 사무실로 와.”중현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강 비서에게 이번 주와 다음 주 스케줄표 받아서 같이 맞추자.”강솔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회사에서 하중현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싫으면, 강 비서한테 시간 정리해서 보내라고 할게.” 중현은 두 번째 옵션을 제시했다.강솔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내일 사무실로 갈게.]강 비서의 연락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언제 될지 모른다. 차라리 시간을 자기가 조정하는 편이 덜 귀찮을 것 같았다.“좋아.” 중현은 짧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강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일정들을 꽉 채워달라고 지시했다.시간은 금방 월요일로 다가왔다.아침 회의는 여느 때처럼 시작되었고,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다.“회의 끝!”참석자들은 자신의 물건을 챙기며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강솔은 일부러 물건을 정리하는 속도를 늦추며 중현 쪽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중현, 지금 날 붙잡아줘.’회의실이라면, 덜 부담스럽다.하지만 그녀가 물건을 들고 나가려 할 때까지, 중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의실엔 아직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더 이상 늦으면, 너무 티가 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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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와 소아연 사이의 모든 일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너도 알잖아, 난 너랑 이혼하고 싶지 않아.” 중현은 강솔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지금까지도 네 기분 맞춰준 거였고...”“나,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니거든.” 강솔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중현이 되물었다.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그 순간, 강솔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만약 하중현이 정말로 이혼을 안 해주면, 어떡하지?’이혼 소송? 불륜 증거를 모은다는 건 아예 불가능에 가까웠다.다른 방법은 더더욱 없다.상대가 하중현이니까.“그래도 여기까지 날 불렀다는 건, 아직 대화할 여지가 남았다는 거잖아.” 강솔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너의 요구가 뭐든지 말해, 어떻게 해야 이혼해 줄 거야?”“난 이혼할 생각 없어.” 중현이 다시 말했다.강솔은 화가 갑자기 폭발했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중현은 그녀를 계속 바라보며 말했다. “난 잘 알고 있어. 너 외엔 다음 강솔을 찾을 수 없다는 거.”“놓치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그래서?” 강솔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워터사이드 리조트에서 그 여자랑 같이 있을 때는, 그런 생각 안 했어?”“재산을 빼돌릴 때는, 내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 안 했고?”“내 가치를 부정할 때는, 내가 너를 평생 미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네가 이유를 듣고 싶다면, 다 말할게.” 중현은 차분하게 말했다. 강솔은 고집이 세다. “필요 없어.”“이제 와서 그런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중현은 강솔의 흥분한 상태를 보며 생각했다.‘지금 이혼을 안 받아들인다고 하면, 강솔은 정말 무슨 행동을 할지도 몰라.’하지만 이혼은, 절대 안 된다.“다음 주 금요일 오후 3시.” 중현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강솔은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중현이 다시 말했다. “이혼하자.”강솔은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의심의 눈초리가 그에게 쏟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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