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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Penulis: 루에나
주승현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라고?’

중현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병실을 나와 곧장 꼭대기 층에 있는 자기 사무실로 올라갔다.

의자에 앉은 중현은 통유리 너머로 오가는 차들을 내려다봤다.

그 몸을 감싼 기류는 어느 때보다도 낮고 무거웠다.

중현은 먼저 강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할 일을 지시했고, 시후에게도 주의할 점을 하나하나 일러두었다.

맨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사람은 레미였다.

[무슨 일이야?]

레미의 목소리는 가볍고 자연스러웠다.

“네 스승님 깨어났어.”

중현의 말에 레미가 잠깐 말을 멈췄다.

중현이 다시 물었다.

“와서 안 볼 거야?”

[어떤 의미로 보면 나랑 스승님은 그냥 온라인으로만 알던 사이였잖아.]

레미는 몸을 뒤로 기대며 의자에 느긋하게 앉았다.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스승님이 나 같은 제자가 있었다는 걸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도 의문인데.]

“기억하면 어떻고, 기억 못 하면 또 어때?”

중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레미는 중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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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10화

    “말로만 고맙다고 하면 성의가 없지.” 홍일은 역시 홍일이었다. 돈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이번 달 네 월급 절반만 나한테 주면 돼.”신동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홍일의 눈이 눈에 띄게 반짝였다. “진짜 주는 거야?”신동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홍일은 곧바로 몸을 돌려 강솔에게 말했다. “아가씨, 신동이 직접 말했습니다. 월급 주실 때 절반은 제 계좌로 보내 주십시오.”“너희끼리 알아서 송금해.” 강솔이 태연하게 잘라 말했다. “나 끌어들이지 마.”홍일은 바로 수첩과 펜을 꺼내 몇 줄을 빠르게 적었다. 마지막에 자기 이름까지 서명한 뒤 신동에게 내밀었다. “말 바꾸지 못하게 서면으로 남기고. 집에 가서 딴소리하면 안 돼.”신동은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웠다. 초록불로 바뀌기까지 아직 백 초 넘게 남아 있는 걸 확인한 뒤 홍일이 쓴 종이를 받아 읽었다.내용은 쓸데없이 빈틈이 없었다.다만... 신동은 종이를 뜯어 구겨 차 안 쓰레기통에 던졌다. 평소처럼 홍일을 놀리며 말했다. “고작 그 몇 줄 썼다고 내 월급 절반을 가져가려고? 꿈 깨.”홍일의 표정에 화가 묻어났다.신동이 운전 중이지만 않았으면 주먹부터 날렸을지도 몰랐다.“너 돈에 너무 진심이다.” 신동은 대놓고 홍일을 놀린 뒤 강솔에게도 말했다. “아가씨, 집사 일은 홍일한테 맡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돈 좀 쥐여 주면 적한테 넘어갈지도 모릅니다.”홍일이 정색했다. “제가 돈을 좋아한다고는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 인격을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신동은 대꾸하지 않았다.신호가 바뀌었다.신동이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동은 자기 이야기도 꺼냈다. “아가씨, 제 친부가 아가씨 댁에 와 있습니다. 만나면 아마 말다툼이 좀 생길 겁니다.”강솔이 바로 물었다. “도와줄까?”신동이 룸미러로 강솔을 봤다. “무슨 일 때문에 싸울지는 안 물으십니까?”강솔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동 씨가 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9화

    메시지를 확인한 신동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핸드폰을 쥔 손에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처음으로 답장을 쓰려고 입력창을 열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지만 몇 글자 쓰다 보니 문자로 주고받는 건 너무 답답했다. 번호를 띄우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려 했다.손끝이 닿기 전,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신동이 옆을 보니 조수석 창밖에 홍일이 서 있었다.신동이 문을 열어 주자 홍일과 강솔이 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앉은 강솔은 하루 종일 일해 지쳐 보였지만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했다. 그런 강솔을 보자 신동은 처음으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조수석의 홍일이 물었다. “왜 출발 안 합니까?”신동은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잠시 고민하다가 몸을 돌려 강솔을 바라봤다. “아가씨, 말씀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나도 알아.” 강솔은 신동이 곤란해한다는 걸 알아챘다.신동이 잠깐 멈췄다.강솔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자. 집에 가서 밥 먹어.”신동은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차를 출발시켰다.가는 내내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오갔다.신동은 원래 감정에 오래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혼자 겪는 일이었다면 금방 마음을 정리하고 대응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사람들이 강솔의 집까지 찾아왔다.자기 일 때문에 강솔의 가족을 귀찮게 만들었다.경호원이라면 응당 강솔에게 생기는 골칫거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이 문제를 가져온 셈이었다.“오늘은 둘이 번갈아 기분이 안 좋네?” 강솔이 드물게 먼저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아침에는 홍일, 오후에는 신동?”홍일이 답했다. “저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겁니다.”강솔이 물었다. “신동은?”신동은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다.강솔이 일부러 긴장을 풀어주려고 농담을 던지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아가씨가 물으십니다.” 홍일이 직설적으로 끼어들었다. “점심을 너무 짜게 먹어서 말문이 막혔습니까?”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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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7화

    강솔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현과 자기 일이 떠올랐다.그렇게 애를 써도 이혼을 끝내지 못했고, 결국 예전에 했던 약속을 근거로 내세운 뒤에야 겨우 자유를 얻었다.도현은 중현보다 더 집요한 사람이었다. 단아가 정말 도현과 혼인신고를 한다면 앞으로 단아를 기다리는 미래는 결혼이라는 허울을 쓴 감금과, 다시는 자유를 되찾지 못할 삶일 가능성이 컸다.[강솔 씨.] 단아가 망설이며 불렀다.강솔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말씀하세요.”단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한참 뒤에야 조심스럽게 말했다.[나중에 정말 갈 데도 없고 더 물러날 곳도 없어지면... 제가 J시를 떠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어요?]“네.” 강솔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고마워요.]단아가 진심으로 말했다.“지금 당장 떠나고 싶으시면 제가 데리러 갈 수도 있어요.” 강솔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아직은 하도현이 저지른 일의 증거를 찾을 수 있는지 해 보고 싶어요.]단아도 자기 힘으로 끝까지 시도해 보고 싶었다. [나중에 하도현이 제 일을 빌미로 협박하면, 저도 하도현을 붙잡을 카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요.]강솔이 입술을 달싹였다.그런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도현은 중현과 마찬가지로 일을 처리할 때 빈틈을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런 사람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어렵게 찾아낸다 해도 상대는 그 증거를 무력화할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것이다.강솔이 물었다. “하 대표가 아직 잡고 있는 단아 씨 약점이 또 있어요?”[제가 순순히 따르는 척하면서 비위 맞추던 모습이 찍힌 영상, 침실에서 찍힌 영상이랑 사진도 있어요.]단아는 이제 그런 말을 비교적 담담하게 꺼낼 수 있었다. [그중 하나만 골라서 사람들 시켜 퍼뜨려도 제 이미지는 끝장날 거예요.]연예 가십 계정이나 익명 폭로 채널은 그런 소재를 가장 빠르게 물어뜯었다.단아에게는 온갖 자극적인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한번 공개되면 이틀도 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6화

    태휘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지만 강솔은 태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저도 단아 씨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에요. 처음 만난 것도 엄마가 의식을 되찾은 뒤 병실에서였고요.”다른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대신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단아의 사생활과 상처에 관한 일은 단아가 직접 말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알았어.” 태휘는 이미 강솔의 반응에서 답을 얻은 듯했다. “고마워.”그 뒤로 오전 내내 두 사람은 사적인 대화를 더 하지 않았다.태휘는 회사 업무를 처리했고, 강솔은 태휘가 건넨 사업계획서를 읽었다. 장 이사의 말대로 모두 JX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업들이었다.자료에는 JX그룹의 중장기 계획뿐 아니라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신규 사업에 관련된 내용도 들어 있었다.강솔은 그렇게 한참 동안 자료에 파묻혀 있었다.점심 무렵이 되자 태휘는 진환식의 당부대로 강솔과 함께 식사하러 갔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태휘는 다시 업무를 봤고, 강솔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단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연락에 쓴 건 여전히 업무용 번호였다.메시지를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단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짧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단아가 요즘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 예전처럼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할 수 있어요. 하도현이 감시는 풀었어요.]강솔은 조금 의외였다. 도현답지 않은 행동이었다.[그런데...]단아가 말을 망설였다.강솔이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단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도현은 제가 강솔 씨랑 연락하는 걸 싫어해요. 혹시 제가 어느 날 갑자기 말투를 바꾸고 일부러 차갑거나 심한 말을 하면, 그때는 도현이 제 앞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알았어요.”단아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오늘 연락하신 이유가 있으세요?]“오전에 태휘 오빠랑 얘기했는데, 하도현 대표가 몇 년째 집에 누군가를 숨겨 두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강솔이 말했다. “태휘 오빠가 일부러 떠본 건가요, 아니면 하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5화

    태휘는 강솔의 설명을 듣고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강솔과 눈이 마주치자, 예전에 단아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말을 다시 꺼냈다. “지금의 단아도, 내가 기억하는 단아도 둘 다 단아야. 나한테는 다를 게 없어.”그제야 강솔은 단아가 왜 태휘의 고백을 거절했는지 알 것 같았다.태휘에게는 그 말이 진심이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마음을 보여 주는 말이기도 했다.하지만 단아에게는 너무 성급하게 들렸을 것이다.혹시 태휘의 감정이 잠깐의 호기심은 아닐지, 막상 가까워지고 난 뒤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미안한데 우리는 안 맞는 것 같아.’와 같은 말을 듣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웠을 테다.단아의 삶은 이미 위태로웠다. 작은 충격 하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태휘 오빠한테는 다를 게 없겠죠.” 강솔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단아 씨가 뭘 좋아해서 먹는지, 어디 가는 걸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취미가 있는지는 아세요?”태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몰랐으니까.다만 그런 건 사귀면서 천천히 알아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지금의 단아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하지?” 이해가 완전히 된 건 아니었지만, 고백을 거절당한 이상 강솔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강솔이 답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단아 씨 생활에 가까이 가시면 돼요.”태휘가 물었다. “단아가 찍는 작품에 투자하는 건?”강솔은 괜찮다고 말하려 했다.그러다 단아와 도현의 관계가 떠올랐다.도현이 단아와 태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분명 보이지 않는 수를 쓸 테고, 그렇게 되면 단아가 더 불리해질 수 있었다.“안 돼?” 태휘가 물었다.“안 되는 건 아닌데요.” 강솔은 잠시 생각한 끝에 조언했다. “단아 씨를 제외한 누구도, 단아 씨 때문에 투자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하셔야 해요.”태휘가 담담하게 물었다. “하도현 같은 사람도?”강솔은 대답하지 않고 태휘를 바라봤다.머리가 지나치게 빠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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