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451 - Chapitre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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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1화

시후는 그대로 얼이 빠졌다.멍하니 제자리에 선 채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제수씨가 중현이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라는 거 확실해?”“당연하지!”토니는 시후를 집 밖으로 밀어내더니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소아연 흉터는 솔이 흉터를 그대로 본뜬 거야. 그 흉터가 하중현이 자기 구해준 은인과 아무 상관 없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아침에 솔이 이미 아연한테 확인까지 했다.이 정도면 거의 확정이었다.시후는 잠시 말을 잃었다.‘제수씨가 정말 중현이 은인이라면, 이거 완전히 큰일인데...’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시후는 곧바로 토니와 같은 비행기표를 끊어 H시로 향했다. 중현에게 이 일을 먼저 말해 둬야 했다. 안 그러면 토니가 저 얄미운 얼굴로 찾아가 판을 흔들 텐데, 중현의 기분이 더 엉망이 될 게 뻔했다....한편, 강솔 쪽.강솔은 아연과 함께 아직 손님이 거의 없는 바에 앉아 있었다.원래 소담과 바람이나 쐬러 나왔다가, 시간이 되면 호텔 쪽 연회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아연이 이곳으로 부른 데다, 강솔 혼자만 들어오라고 못을 박았다.“날 왜 불렀어?”강솔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네 상상력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네.”아연은 그 일을 인정하지 않았다.“근데 아침 일은 네가 잘못 짚었어. 하중현 목숨을 구한 사람, 너 아니야.”강솔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래서?”아연은 정말인 것처럼 말을 이어 갔다.“네가 이렇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 거래는 여기서 끝이야. 평생 하중현 은인이 누군지 알 생각 하지 마.”“네 다리에 있는 그 흉터로 하중현을 찾은 거잖아.”강솔은 아주 차분하게 사실을 말했다.아연의 표정이 굳었다.‘정말 알아낸 거야?’“장우 깨어났어.”강솔은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네가 장우 찾아간 일, 장우가 전부 우리한테 말했어.”“말도 안 돼!”아연은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네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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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처음엔 나도 널 괴롭히고 싶진 않았어.”아연은 경호원 둘 사이에 서서 이를 악물었다.“네가 전부 알아 버린 것도 모자라 하중현한테까지 말했잖아.”“뭘 하려는 건데?”강솔의 표정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강솔이 저럴수록 아연은 더 견딜 수 없었다.결국 감정은 더 비틀려 갔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지금 네 그 태도야.”강솔은 아연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꽤 심각하게.“지금도 네 코가 석 자면서 아직도 고고한 척하잖아.”아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너... 예전에 기자재실에서 얼마나 초라하고 겁먹었는지 잊었어?”강솔의 얼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아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광대 하나를 보는 것 같았다.아연은 강솔의 그런 눈빛에 더 흥분했다. 아연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강솔이 자신을 저렇게 보는 일이었다.강솔은 왜 태어날 때부터 귀한 집 딸로 자라 모두의 사랑을 받고, 중현의 특별한 마음까지 가져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아연은 왜 늘 어둡고 남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삶만 살아야 한단 말인가?‘왜 강솔만...’“묶어.”아연이 덩치 큰 남자들에게 명령했다.“뒤쪽 창고로 끌고 가서 가둬.”“그거 범죄야.”강솔이 담담하게 말했다.“나 지금 끝장나게 생겼는데, 범죄가 대수야?”아연은 비웃었다. 마음은 이미 제어선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하중현한테 전화해서 평생 내 책임 묻지 않겠다고, 나를 평생 지켜 주겠다고 약속 받아내. 아니면 이 사람드 시켜서 너 망가뜨릴 거야.”강솔의 마음은 고요했다.다른 이유는 없었다.강솔의 경호원 홍일이 조용히 따라 들어와 있었으니까.“네가 골라.”아연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강솔은 아연을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덩치 큰 남자 둘이 길을 막아서자, 강솔은 구석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홍일 씨, 더 늦게 나오면 내가 직접 경찰 부를 거야. 그러면 네 실적은 없는 걸로 칠게.”“안 됩니다.”홍일이 바로 튀어나왔다. 표정은 진지했다.“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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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아연은 자신도 모르게 태연한 강솔을 바라보았다.아연은 억울했다. 인정할 수도 없었다.‘왜 매번 강솔이 이기는 거야?!’‘왜 강솔은 늘 누군가 나타나서 보호해 주는 거야?!’“돈은 더 줄게. 얼마든 상관없어.”아연은 독하게 마음먹고도 시선은 강솔에게 꽂아 둔 채 말했다.“빨리 묶어. 못 움직이게만 해 줘.”덩치 큰 남자 둘은 싸움 솜씨가 살벌한 홍일을 보았다가, 증오 말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아연을 다시 보았다.결국 아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른 사람 알아보세요.”덩치 큰 남자들도 바보는 아니었다.새로 나타난 강솔과 홍일 쪽이 훨씬 만만치 않아 보였다.고용주인 아연도 돈은 있어 보였지만, 지금 상황은 결국 여자들 사이의 질투와 원한에 가까웠다. 그런 일에 목숨을 걸고 범죄까지 떠안을 이유는 없었다.“너희가!”아연은 화를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홍일 씨, 가자.”강솔은 더는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못 가!”아연이 달려와 강솔 앞을 막아섰다. 눈동자 안의 불길은 어느 때보다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하중현한테 전화해서 전부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하게 하기 전까진, 여기서 못 나가.”강솔이 나가 버리면 아연에게는 더 이상 붙잡을 카드가 없었다.그 뒤에 아연을 기다리는 일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강솔은 아연을 담담히 훑어본 뒤 그대로 앞으로 걸었다.쨍그랑!“내가 못 간다고 했잖아!”아연은 컵 하나를 집어 깨뜨리더니 날카로운 조각을 강솔 쪽으로 겨눴다.“한 발만 더 움직이면 나 진짜...”툭!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연의 손에 들려 있던 유리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홍일이 빠르게 아연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꺾었다.아연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아악!”“사람은 누구나 잘못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해.”강솔이 아연에게 말했다.“네가 남의 자리를 가로챈 그날부터,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야지.”“내가 뭘 잘못했는데?”아연은 손목을 감싸 쥐고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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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아연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과 병들을 모조리 바닥으로 쓸어 버렸다.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아연의 표정에는 제정신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광기가 번져 있었다.강솔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홍일에게 외투를 건넨 뒤 그대로 차에 올랐다.“어땠어?”소담이 강솔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우리가 짐작한 그대로야.”강솔이 대답했다.“막다른 데 몰리니까 극단적으로 나오려고 하더라.”“근데 왜 날 안 불렀어?”강솔은 운전석에 앉은 홍일을 한 번 보았다.“홍일 씨가 처리했어.”“몇 명이었는데?”“넷.”소담은 조금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네 경호원 꽤 치네. 잘생긴 데다 싸움까지 잘하고. 어디서 고용했어? 나도 한 무더기 고용하러 가게.”홍일은 운전대를 잡은 채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뛰어난 건 회사가 아니라 제 개인의 역량입니다. 괜히 속지 마십시오.”짧은 소동이 지나간 뒤, 강솔은 조금 전 아연의 상태가 마음에 걸려 강정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되도록 조심하라고, 혹시 아연이 보복하겠다고 집까지 찾아갈 수도 있다고 전해 두었다.“아가씨.”홍일이 적당한 때에 입을 열었다.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다른 녀석이 저보다 잘생기지도 않았고, 실력이나 머리도 저보다 못하지만 지안 도련님과 사모님은 안심하고 맡기셔도 됩니다.”강솔은 고개를 들어 홍일을 보았다.홍일이 말을 이었다.“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을 설명할 때 딱 맞는 사람이 그 녀석입니다.”“그런데 전에 나보고 해고하라며?”강솔은 면접이 끝난 뒤 두 사람을 모두 남기기로 했을 때, 홍일이 자기만 남기라며 온 힘을 다해 추천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때는 아가씨에게 밀착 경호가 필요하신 줄 몰랐습니다.”홍일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집만 지키는 일이라면 저 혼자서도 그 녀석 열 명 몫은 합니다.”강솔은 알아서 말을 삼켰다.홍일은 다 좋은데 자신감이 너무 넘쳤다. 다만 그 자신감이 잘난 척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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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네.”영재가 웃자 작은 덧니 두 개가 살짝 드러났다.“할아버지가 그러셨어. 누나가 H시에서 처음 참석하는 연회니까, 모두가 누나가 우리 진씨 집안 보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영재가 뒤쪽을 한 번 돌아보았다.“뒤에 있는 차들은 여 회장님 준비하신 거야.”소담과 강솔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제야 언제부터인지 여씨 집안 경호원들과 진씨 집안 경호원들이 양쪽으로 줄을 맞춰 서서 강솔과 소담을 가운데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누나, 내리자.”영재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할아버지가 앞에서 기다리고 계셔.”하지만 곧 영재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대표님, 제 일은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홍일이 제때 차에서 내려 직접 강솔 쪽 문을 열었다.“저는 아가씨의 경호원입니다. 차 문을 여는 것도 제 업무입니다.”영재는 손을 떼고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홍일은 손으로 차 지붕 쪽 프레임을 받치며, 마치 신사처럼 정중하게 움직였다.“아가씨, 내리십시오.”예전에 중현과 함께 있을 때도 이런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그런데 영재와 홍일이 이렇게 나오니 어쩐지 묘하게 어색했다.강솔과 소담이 차에서 내리는 동안, 여윤재와 진환식은 앞쪽에서 강솔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우리 솔이는 나랑 같이 들어간다.”진환식은 여윤재에게 낮게 말했다. 시선은 정면의 강솔에게 고정돼 있었다.“자네가 알아서 물러났으면 좋겠군.”“알아서가 뭡니까?”여윤재의 대답은 짧았다.진환식이 엄한 눈으로 여윤재를 바라보았다.여윤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분명했다.“눈 있는 사람이라면 솔이가 제 딸이라는 것쯤은 압니다.”여윤재는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이 일에서만큼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진환식은 아픈 데를 찔렀다.“솔이가 자네를 아버지로 인정했나?”여윤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반격했다.“솔이도 진 회장님을 외할아버지로 인정한 건 아닙니다.”“적어도 내가 솔이 앞에서 외할아버지라고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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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괜찮아. 기다릴게.”진환식이 무심코 말을 꺼냈다.“그래.”여윤재는 진환식과 정반대의 말을 했다.“우리는 들어가서 기다리마.”강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진환식이 막 여윤재를 나무라려던 때, 여윤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못 보셨습니까? 솔이가 저희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진환식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내가 아니라, 자네와 들어가기 싫은 거겠지.”“네. 그럼 회장님은 여기서 천천히 기다리십시오.”여윤재는 더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강솔에게 인상을 깎아 먹는 건 여윤재가 아니었다.“솔이가 나중에 회장님과 같이 들어오는지 보시죠.”진환식은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방금 강솔이 자신을 봤을 때의 반응을 떠올리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영재만 남겨 두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젊은 사람끼리는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할 테니까....같은 시각, 강솔 쪽.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소담이 입을 열었다.“네 피붙이 친아빠랑 외할아버지, 널 꽤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소중해서가 아니야.”강솔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미안해서 그러는 거야.”여윤재와 진환식이 강솔에게 잘해 주려는 건 과거의 일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강정숙이 사과도 호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목표를 강솔로 전환한 것이다. 강솔을 통해 강정숙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풀어 보려는 듯했다.“미안해서든 소중해서든, 두 사람이 너한테 잘해 주려고 하는 건 네가 피할 수 없는 일이야.”소담은 그렇게 꽉 막힌 성격이 아니었다. 일을 대하는 태도도 훨씬 유연했다.“어차피 여러 쪽에서 말 나오고 신경 쓸 일이면, 차라리 당당하게 받아들여.”강솔이 잠시 멈칫했다.소담이 말을 이었다.“진씨 집안 사람들이 네가 안 받아들인다고 너랑 어머니를 가만히 둘 리 없잖아.”짧은 말이었지만, 강솔은 그 말의 뜻을 분명히 이해했다.강솔은 잠깐 말이 없다가 한 글자로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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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강솔은 더 묻지 않았다. 소담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진씨 집안의 장손이 자신을 찾아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솔은 제대로 마주할 생각이었다.“솔아.”소담이 강솔을 불렀다. 시선은 주변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 쪽을 훑고 있었다.“저 사람들, 다 너 궁금해서 보는 거 맞지?”“몰라. 그럴 수도 있고.”강솔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이런 시선은 중현과 결혼한 뒤에도 겪은 적이 있었다.그때도 사람들은 모두 궁금해했다. 지위도 신분도 높은 중현이 왜 몰락한 집안의 딸인 강솔과 결혼했는지, 왜 늘 강솔의 손을 잡고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는지.강솔도 물어본 적이 있었다.중현의 대답은 이랬다.“너만 좋아하니까.”“난 여기까지만 데려다줄게.”영재는 부탁받은 대로 강솔과 소담을 목적지까지 데려온 뒤 오래 머물 생각은 없어 보였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나 먼저 일 보러 갈게.”강솔은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다.“응, 고마워.”영재가 덧붙였다.“할아버지랑 진 회장님은 위층에 계셔. 아래가 지루하면 올라가도 돼. 2층 오른쪽 두 번째 방이야.”“응.”강솔은 하나하나 대답했다.영재는 더 머물지 않고 자기 일을 보러 갔다.진환식이 영재에게 미리 당부해 두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솔 옆에 붙어 있으면 귀찮아할 수 있으니 적당히 물러나라고.영재가 떠나자마자 연회장 안의 젊은 사람들 시선이 강솔에게 쏠렸다. 사람들은 서너 명씩 모여 와인잔을 든 채 강솔을 살폈다. 눈빛에는 호기심과 평가가 뒤섞여 있었다.“누가 한번 가 볼래?”갈색 긴 머리를 늘어뜨린 지씨 집안의 딸 지민하가 입을 열었다.“저 사람, 여씨 집안이랑 진씨 집안에서 떠받드는 귀한 분 아니야? 누가 감히 가.”“맞아.”“아까 차에서 내릴 때 못 봤어? 진 회장님이랑 여 회장님 행사도 저 정도는 아니겠다.”“말은 그런데, 진씨 집안 현 총수 쪽에서는 강솔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던데.”“그래도 두 집안에서 귀하게 대하는 사람인 건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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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죄송하지만, 제가 술을 못 마십니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요.”강솔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저한테만 알레르기가 있으신 겁니까, 아니면 누구 앞에서든 그러신 겁니까?”이씨 집안 도련님이 부드럽게 물었다.강솔은 어이가 없었다.‘이 정도로 거절했으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아무래도 저한테만 알레르기가 있으신 모양이네요.”용준은 강솔의 표정을 보고 대충 알아차린 듯 와인잔을 옆에 내려놓았다.“강솔 씨가 유일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상이 됐다니, 영광입니다.”강솔과 소담은 뭔가 이상한 용준의 말에 잠깐 멍해졌다.“이것도 인연인데, 술이 어려우시면 주스 한 잔은 괜찮지 않겠습니까?”용준은 새 잔을 가져와 강솔에게 내밀었다.“서로 인사 나눴다는 뜻으로요.”강솔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잔을 받았다.용준은 이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4대 가문을 제외하면 H시에서 꽤 위치가 있는 집안이었다. 굳이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지분을 손에 넣은 뒤 협력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실례지만 강솔 씨는 올해 몇 살이십니까?”용준은 강솔의 잔에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물었다.“혹시 결혼은 하셨습니까?”“했습니다.”강솔이 대답했다.용준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어느 집안 도련님이 그렇게 복이 많습니까? 강솔 씨처럼 젊고 아름다운 데다 흥미로운 분을 아내로 맞이하다니요.”“하중현입니다.”강솔은 용준의 이상한 표현들을 바로잡을 기운도 없었다.“푸흡... 콜록, 콜록!”용준은 마시던 주스에 제대로 사레가 들렸다.용준은 믿기 어렵다는 듯 강솔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누구라고요?”“HS그룹 하중현 대표입니다.”강솔은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강솔과 중현의 관계도 완전히 끝날 것이다.계산해 보면 이쯤이면 중현도 모든 사실을 알았을 터였다. 중현이 연락하지 않는다면, 강솔이 내일 병원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용준은 생각지도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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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애들이 아직 어려서 말이 조금 곧게 나갔네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는 마세요.”소담의 어머니 기수희가 입을 열었다.상장사 대표답게, 기수희는 이런 자리에서 강솔처럼 바로 부딪치지는 않았다.“다만 방금 하신 말씀들도 확실히 적절하지는 않았습니다.”“뭐가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까?”“저희는 사실을 말한 겁니다.”“진정숙이 예전에 여윤재 회장을 이용해서 진씨 집안 지분을 손에 넣으려 하고, 한편으로는 남의 감정까지 흔들어 놓은 일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그럼 여 회장님을 이리로 모셔 와서 직접 여쭤볼까요?”기수희는 더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가장 위협적인 말을 꺼냈다.그 말을 듣자 사람들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스쳤다.강정숙과 여윤재 사이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들은 말들을 주워 모았을 뿐이었다.여윤재가 강정숙에게 마음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왜 갑자기 연락이 끊겼겠는가?반대로 마음이 없었다면 왜 지금에 와서 강솔에게 저렇게까지 잘해 주겠는가?“어쨌든 진정숙이 여 회장 약혼 시절에도 감정적으로 얽혀 있었던 건 사실이잖습니까.”“그건 내가 직접 봤습니다.”“게다가 처신도 단정하지 못했죠.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가졌으니까.”“아마 아이를 앞세워 여 회장님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겠죠. 문제는 여 회장님이 그런 수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거고.”“맞습니다!”“...”“여기 계신 대표님들은 나이만 드시고 판단력은 그대로이신가 봐요.”소담은 좀처럼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친구를 위해 나서야 했다.“여 회장님이 양쪽에 발 걸치고 자기 처신을 못 한 건 말 안 하시고, 여자 쪽만 탓하시네요?”기수희는 소담을 한 번 보았지만 말리지 않았다.친구를 위해 나서는 일에 대해, 기수희는 예전부터 간섭하지 않았다.“기 대표, 이게 본인이 가르친 딸입니까?”무리 속에서 조 대표가 앞으로 나섰다. 거칠게 굳은 얼굴에는 불만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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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 여윤재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이곳에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여 회장?”“여 회장님...”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사람들은 곧바로 기가 죽었다.여윤재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본 뒤 강솔 앞에 섰다.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저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말 했어? 아빠한테 다 말해라.”“아빠요?”강솔의 되물음은 그때 강정숙의 반응과 똑같았다.여윤재는 드물게 난처해졌다.서늘한 시선이 조 대표 일행을 차례로 스쳤다.여윤재는 아내를 되찾는 길도, 딸의 마음을 얻는 길도 이미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하나같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여 회장님은 늘 자기 몸 사리는 데 능하시잖아요. 그런 분을 제가 아빠라고 부를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강솔은 원래도 여윤재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사람들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마음은 더 깊어졌다.여윤재가 기수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기수희는 강솔을 한 번 본 뒤,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했다.“저분들이 강정숙 여사님이 여 회장님과 약혼자의 관계를 망가뜨렸다고 했습니다. 몰래 아이를 가져서 그걸 빌미로 여씨 집안에 들어가려 했다고도 했고요. 강정숙 여사님이 여 회장님을 이용해 진씨 집안 지분을 빼앗으려 했다는 말도 했습니다.”기수희가 한마디씩 덧붙일 때마다 여윤재의 낯빛은 더 어두워졌다.여윤재는 저 사람들이 뒤에서 정숙을 이렇게까지 헐뜯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저희도 소문을 듣고 짐작한 것뿐입니다. 절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닙니다.”“맞습니다.”“부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 주십시오.”“...”조 대표 일행은 이런 자리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여윤재가 강솔을 감싸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말투를 바꿨다.여윤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짓누르는 듯한 기세가 주변을 압박했다.“며칠 뒤에는 저도 여러분 회사의 세무 문제를 밖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때 누군가 조사하러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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